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7)
마존현세강림기-197화(197/2125)
마존현세강림기 8권 (23화)
5장 연기하다 (3)
촬영장이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더빙?
더빙이라니!
동시 녹음이 시작된 지가 이십 년 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더빙이라니!
“미친!”
정말 미친 굿 아이디어였다.
조규민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어차피 안 되는 거 붙들고 있어 봐야 안 되는 겁니다. 대안은 빠르게 모색을 해야죠. 화면발은 죽이니 까, 입 모양이 실제 대사 속도와가 장 비슷한 컷을 찾아서 더빙해 버리 면 되는 거죠. 요즘이야 기술도 좋 으니까 배경음이랑 위화감 없이 믹 싱해 넣을 수 있을 거 아닙니까?”
조규민의 말에 장학선은 혼이 나 간 표정으로 오디오 감독을 바라보
았다.
오디오 감독이 연신 고개를 끄덕 였다.
“됩니다! 얼마든지 됩니다! 아니, 안 되면 제가 되게 만들겠습니다!”
전혀의외의 곳에서 깔끔한 해결 책이 나오자 장학선은 날아갈 듯이 기뻐야…… 했다.
기뻐야 하는데…….
‘왜 눈물이 날 것 같지?’
지금까지 강진호를 붙들고 발악했 던 그 시간들은 다 뭐란 말인가. 대 체 무엇을 위해서 그들은 이 고생을
해야 했는가.
‘조금만 빨리 생각했어도.’ 촬영장의 공기가 미묘해졌다. 모두가 그 생각을 빨리 해내지 못 한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지만, 본인 들 스스로도 역시 그 빤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럼 끝난 겁니까?”
주변 분위기를 파악할 생각이 1도 없는 강진호가 묻자, 장학선이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규민이 어느새 챙겨 온 담요를 펼쳐 들더니, 강진호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우리 배우님 얼마나 귀하신 몸인데, 이런 식으로 혹사를 시키십니까? 다음부터는 주의해 주십시오.”
다음?
다아아음?
‘내가 다시 저 인간을 부르면 성을 간다!’
다음이 어딨다고 다음이란 말을 한단 말인가. 출연 계획이 있어도 뒤집어엎어 버릴 판에 1회성 출연 주제에 뭔 놈의 다음!
생각 같아서는 대놓고 말을 해버 리고 싶었지만, 장학선은 그런 표현
이 얼마나 배은망덕한 말인지 잘 알 고 있었다. 덕분에 장학선은 올라가 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 올려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없지! 절대로 없지!
같이 일할일이 없을 건데,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지!
조규민이 빙긋 미소를 짓고는 고 개를 꾸벅 숙였다.
“촬영도 끝난 것 같고 시간도 늦 었으니,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럼 조심해서 마무리하십시오.”
‘‘……아, 예.”
강진호와 조규민이 저 멀리 강은영이 있는 곳으로 향해가자 장학선 이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살다 살다 이런 일은 또 처음이 네.”
“고생하셨습니다.”
차까지 온 강진호를 보며 조규민 이 미소를 지었다.
강은영은 아직 촬영이 남아 있어 서 내일 서울로 올라오기로 했고, 강진호와 조규민만 올라가면 되는
일이었다.
“피곤하실텐데, 운전은 제가 하 겠습니다.”
“몰고 오신 차는 어쩌시구요?”
“제 차야 대리 불러서 올리면 됩니다. 아니면 본사로 올 지사 사람 더러 타고 오라고 하죠.”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각 자 타고가도 됩니다.”
“강진호씨!”
조규민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이 기회가 아니면 제가 언제 이 런 거 몰아보겠습니까!”
“..같이가시죠.”
조규민이 희희낙락해하며 담배를 꺼내 강진호의 입에 물려주었다.
찰칵!
담배에 불이 붙자 강진호가 깊게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천천히 뿜어냈다.
“피디 얼굴이 아주 볼만하던데요.”
강진호는 조규민을 보며 피식 웃 었다.
진지할 때는 한없이 진지하지만, 장난꾸러기 같은 면이 있는 사람이다. 거기에다 이런 부분을 확실하게
해결해 버리는 것을 보아 능력도 확 실하다.
어쩌면 지금의 시대로 돌아와서 조규민과 황정후를 만나게 된 것은 강진호에게 있어서 커다란 행운일지도 몰랐다. 돈이라면 황정후 말고도 얻어낼 곳이 많지만, 황정후나 조규 민만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시킨 겁니까?”
“그런 셈이죠.”
“크크크.”
조규민이 혼자 마구 웃더니 말했다.
“제대로 골탕 먹이셨네요.”
“골탕이요?”
“일부러 골탕을……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이 자 신을 바라보는 강진호의 표정에 조규민은 뒷말을 삼켰다.
진짜구나.
이 사람, 진짜 발연기야.
“타, 타시죠.”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조 석에 올랐다.
우우웅!
조규민이 엑셀을 신나게 울린 후,
기어를 넣고 차를 움직였다.
부우우웅!
“이쪽 아니잖아요?”
“인사는 하고가야죠.”
조규민이 촬영장 쪽으로 차를 몰 고가더니, 창문을 내리고 손을 밖으로 뻗었다.
“그럼가보겠습니다.”
난데없이 빨간 람보르기니가 등장 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조규민에게 쏠렸다. 조규민은 그들을 향해 한번 씨익 웃어주고는 바람같이 촬영 장을 빠져나갔다.
“크, 이거지!”
강진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도통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다음 날 아침.
강진호는 이른 아침부터 외출을 준비했다.
“밥 먹고가야지?”
“가서 먹을게요.”
“아침인데 어디가서 밥을 먹겠다 고 그러는 거니? 차려놨으니까 밥 먹고가거라.”
“……네.”
이제는 아침 고행 코스가 되어버
린 어머니의 식탁을 바라보며 강진호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거, 내가 항상 끝까지 먹어서 매번 이렇게 차리시는 것이 아닐까?’
“어머니,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 면… 이 정도 양을 아침으로 먹기에는 조금 부담됩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건 아 침이 아니라 24시간 중 언제 먹어도 사람이 먹을 양이 아닙니다, 어 머니.
하지만 백현정은 강진호의 말에 혀를 찼다.
“그게 무슨 소리니? 이렇게 먹이는데도 살이 하나도 안 붙는데, 여 기서 먹는 것 줄여봐. 해골 되겠다.”
처음으로 최상의 상태를 자체적으로 유지하는 자신의 몸이 저주스러 워진 강진호였다.
“먹어!”
“넵”
강진호는 비장한 자세로 숟가락을 들었다.
“……그래서 그렇군요.”
조규민은 부풀어 오른 강진호의
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좀 마른 느낌이 나기는 하지 만……
저 안에 근육이 ‘이러다 압사당하 겠다’를 외칠 만큼 꽉꽉 들어차 있 다는 것은 알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좀 마른 편이란 것도 부정할 수 없 었다.
하지만 적당히 보기 좋은 수준이 건만, 백현정이 보기에는 기아 상태 쯤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십니까?”
어제 퇴근하는 길에 황정후가 한번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은 강
진호다. 요즘 딱히 할 일도 없고 해 서 아침부터 바로 약속을 잡았다.
“제가 말씀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들어가시죠.”
“네.”
강진호가 회장실로 향했다.
회장실 앞을 지키고 있던 수행 비 서가 조규민과 강진호를 보고는 안 쪽으로 말을 전했다. 그러고는 이내 문을가리켰다.
“들어가시죠.”
“감사합니다.”
조규민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직책상으로는 비서실장인 조규민
이 더 높지만, 그보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예의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조규민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황정후가 강진호를 맞으며 빙긋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구만.”
“그러네요.”
“별일은 없지?”
강진호가 조금은 뚱한 표정으로 황정후를 보며 말했다.
“보고 다 받고 계신 것 아닙니까?”
“이 사람! 인사치레로 한 말에 뭘 그리 딱딱하게 따지고 드는가. 자,
앉게.”
“예.”
쇼파에 앉자 문이 열리면서 커피가 들어왔다. 강진호는 황정후의 재 촉에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안 그래도 이런저런 일에 대해 듣고 있었네.”
“예.”
“중국에서 왔다는 이들에 대해서는 이쪽에서도 조사를 나름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딱히 잡히는게 없 구만. 꽤나은밀한 놈들 같아.”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재경이 힘이 없는 곳은 아니지만, 무련이 진바오가 말한 만큼의 힘을가지고 있다면 재경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조사하지 마세요.”
난데없는 말에 황정후가 미묘한 시선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재경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건드리지 마 세요.”
순간, 황정후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
조규민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 광
경을 바라보았다.
‘누가 감히 황정후 회장 앞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황정후에게 있어서 재경은 자신의 삶, 그 자체였다. 그리고 재경에 있 어서도 황정후는 모든 것이나 다름 없었다.
황정후가 재경이고, 재경이 곧 황 정후다.
그런 황정후에게 재경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말은 감히 누구도 입에 올릴 수 없었다.
황정후의 분노를 받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이 청년이 황정후 앞 에서 당당히 그 말을 꺼내고 있었다.
“위험한가?”
“ 매우.”
황정후는 눈살을 찡그리고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손을 떼지. 자네가 그렇 다면 그런 거겠지.”
강진호는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 만, 조규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에 대한 황정후의 신뢰가 그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굳건한 것이다.
‘이제는 정말 명실공히 2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
암묵적으로 아는 사람은 다들 인 정하는 바지만, 황정후가 이리 나오는 것을 보면 완전 공인화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공식적인 재경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백영기 이사도 감히 황정후의 앞에서 이런 말을 꺼내지는 못할 것이다. 높은 직책도 아니고, 겨우 서류상에 인턴으로만 기재되어 있는 이가 재경의 이인자가 된 것이다.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분명의미가 큰 대화였다.
“그래서 그 일 때문에 부르신 겁니까?”
“물론 그 일도 있네. 아무래도 보 통 일은 아니니까.”
“그렇긴 하죠.”
강진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접점이 늘어나고 있어.’
반쯤은 기대하고 있던 일이기는 하지만, 무인들과 접점이 늘어날수 록 그의가족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건 강진호가 바라지 않던 일이다.
“자네는 별문제가 없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 자네가 24시 간 붙어서 경호할 수도 없고 말이야. 그렇지?”
“예.”
“일단 우리가 1차적인 경호를 하 겠네. 본인들은 모르게 주변에 사람을 심어놓지. 아무래도 자네와 이야 기를 하고 진행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강진호의 미간이 좁아졌다.
경호라는 것은 안전을 담보로 자 유를 제약하는 것과 같다. 거기다 본인들이 모르게 누군가 자신을 지
키고 있다는 것은 동화에 나오는 것 처럼 결코 로맨틱한 일이 아니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다른 이에게 낱낱이 까발려지는 거니까.
“일단은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빨리 결정을 내려주었으면 좋겠 군.”
황정후는 강진호의가족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강진호의가족에게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라,가족이 피해를 입으면 강진호가 어떻게 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강진호라는 태풍을 진정시키기 위
해서라면 황정후는 무슨 짓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럼 끝난 겁니까?”
“아니, 이제 본론일세.”
강진호가의문 어린 눈빛으로 바 라보자 황정후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 사업 해볼 생각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