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73)
마존현세강림기-1975화(1972/2125)
마존현세강림기 80권 (10화)
2장 정리하다 (5)
“그러니까 내 말은……
“아, 아니, 그런데……
“응?”
이유민이, 너는 요즘 하던 거 잘돼 가?”
“ 나‘?”
박유민이 으음, 침음성을 홀리고
는 머리를 긁었다.
‘넘겼다!’
발전했다, 강진호.
훌륭하다, 강진호.
이제는 공격받는 와중에 자연스럽 게 화제를 넘길 줄도 알게 되지 않 았는가.
“나는, 음……
박유민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냥 뭐 열심히 하고 있어. 이제 슬슬 코치 준비도 하고 있고.”
“코치?”
으 O ”
흐.
“……네 나이가 몇인데 코치야?”
“이쪽은 좀 빨라. 운동선수들은 그래도 서른 중반까지는 현역으로 뛰지만, 우리는 이십 대 중반만 되 도 슬슬 은퇴 준비를 해야 하거든.”
주영기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뭐가 그렇게 빨라?”
“노력으로 어떻게 안 되는 부분이 라.”
“야, 그래도 아직 몇 년은 더 해 먹을 수 있잖아. 너 세계 챔피언 아 냐?”
“..그거, 진짜 고색창연한 표현
이네.”
박유민이 하하, 웃어버렸다.
“당장 은퇴하겠다는 건 아냐. 아 마 몇 년은 선수로 더 뛰겠지. 코치 준비라고 해봐야 코치님들이 어떻게 하시는지 눈여겨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하는 정돈데 뭐.”
강진호가 새삼 감탄한 눈으로 박 유민을 바라보았다.
말은 쉽지만, 한 가지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이 뒷일을 미리 고민하고 대비한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강진호 역시 항상 미래를 대비하
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제로는 당장 눈앞에 다가온 일을 해결하기도 벅 차하는 중 아니던가.
“안 힘들어?”
“응? 뭐가?”
강진호가 진지한 눈으로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쪽을 잘 알지는 못하지 만, 같은 업계라고 해도 선수와 코 치는 하는 일이 완전히 다를 텐데.”
“으음, 그렇긴 하지.”
“아니. 질문이 잘못됐네.” 강진호가 묻는다.
“안 무서워?”
“……오늘 진호가 이상한 질문을 많이 하네. 안 무섭냐니?”
“네가 선수로서 쌓은 게 엄청 많 잖아.”
“그지. 박유민이가 밖에서 좀 맥 아리가 없어서 그렇지, 게임 안에서 는 장사지.”
“……그거 꼭 키보드 워리어라는 욕 같다?”
“틀린 말도 아니지. 마우스랑 키 보드만 잡으면 성질 더러워지는 거 보면.”
이놈들은 같은 말의 의미를 다르
게 활용한다.
“여하튼 선수로서는 대단하잖아.”
“민망하게 자꾸 왜 그래?”
“그런데 좋은 선수가 꼭 좋은 코 치가 되는 게 아닐 텐데, 새로 시작 하는 게 겁나지는 않아?”
박유민이 고개를 갸웃하며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겁이 난다고?”
“ 어.”
박유민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웬만해서는 얼굴에 부정적인 감정 을 잘 드러내지 않는 박유민이다 보
니, 그 찌푸린 얼굴이 생경하다.
“아니라고 하더니, 진호가 요즘 고민이 많나 보네.”
“웅?”
“이상한 말도 하고 말이야.”
박유민이 강진호를 빤히 바라보았 다. 그 정직한 시선에 강진호가 움 찔하고 말았다.
“예전의 진호 같으면 그런 말 절 대 안 했을 텐데.”
“ 흐음.”
박유민이 강진호의 속내를 파악하 겠다는 듯 강진호의 이곳저곳을 살
핀다.
“어떨 것 같아?”
“글쎄.”
박유민이 싱긋 웃었다.
“겁나지. 왜 안 나.”
강진호가 웃고 있는 박유민을 바 라보았다.
“그런데 겁이 난다고 안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렇지.”
“나만 그런 게 아니잖아.”
박유민이 담담하게 말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평 범하게 살던 남자가 군대를 갈 때면
겁이 나는 거고, 처음 취직을 해서 직장에 나갈 때도 겁이 나겠지. 몇 십 년을 직장 생활 하다가 직장을 나와 다시 뭔가를 시작할 때도 겁이 나지 않을까?”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내가 감히 삶을 논할 나이는 아 니지만, 산다는 건 그런 것 같더라 고. 항상 지금처럼이고 싶지만, 결국 언젠가는 지금이 아닌 다른 것을 각 오해야 하는 것.”
“이겨내야 한다?”
“음…… 굳이 이길 필요까지는 없
을 것 같아.”
“응?”
어리둥절해하는 강진호를 보며 박 유민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긴다’기보다는 ‘적응한다’가 맞겠지. 새로운 삶에, 새로운 체계 에, 새로운 무언가에.”
적응이라…….
왠지 그 말이 뇌리에 박히는 느 낌이다.
주영기가 피식 웃었다.
“얘도 가끔 맞는 말을 한다니까. 나도 그렇지.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피자집 하고 살 줄 상상이나 했겠 냐? 군대 있을 때 나한테 ‘너 나중 에 피자집하고 먹고살 거다’라고 하 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걷어차 버렸 겠지.”
“……그도 그러네.”
“그런데 다 적응해서 잘 살잖아.”
“너는 좀 과하게 적응했지.” 강진호도 달라지고, 박유민도 달 라졌다.
하지만 가장 달라진 사람은 주영 기다.
군대에서만 해도 반건달처럼 껄렁 대던 주영기였지만, 요즘은 손님만
보면 구십 도로 허리를 접고 시작한 다.
강진호도, 박유민도 설마 주영기 가 저렇게 싹싹하게 손님을 맞을 거 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진호야.”
“응?”
박유민이 강진호를 보며 빙긋 웃 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주영기가 눈을 휘둥그레 뜬다.
“나는 이 새끼가 이런 말을 할 때 마다 기겁하겠다니까.”
“……너무 안 어울리기는 하네.”
“크홈, 일단 들어봐.”
헛기침을 한 박유민이 진지한 눈 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항상 무서웠어.”
“알다시피 나는 다리를 절잖아.” 주영기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게 뭐 별거라고. 대가리에 총 맞은 놈들도 멀쩡한 얼굴로 걸어 다 니는데.”
“……그건 적어도 겉으로는 안 보 이잖아.”
박유민이 고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항상 무서웠어. 대학 갈 때도. 진호가 있기는 했지만, 내가 다리를 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나 를 어떤 눈으로 볼까.”
“프로게이머를 처음 할 때도 그랬 어.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장 애인이라 차별을 받지는 않을까?”
“야, 이 새끼야. 손으로 하는 게 임인데, 다리 저는 게 무슨 상관이 야?”
“상관없지. 아무 상관 없지. 그런 데…… 지금 돌이켜 보면 우습지만, 그때는 진지하게 무서웠어.”
“그리고 다른 게임으로 다시 프로 게이머를 할 때도 너무 무서웠지. 이거, 괜히 하는 것 아닐까? 예전에 내가 했던 만큼 보여주지 못하면 예 전 팬들이 실망하는 건 아닐까? 그 냥 조용히 잊혀지는 게 나을까?”
박유민이 어깨를 으쓱였다.
“돌이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야. 그냥 하면 되는 거였지. 그런데 그때는 정말 무서웠어. 떨렸고.”
주영기와 강진호가 말없이 박유민 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그래. 아직은 아니지만,
곧 다시 또 그런 생각을 하게 되겠 지. 그냥 선수로 은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코치를 했다가 제대로 못하 면 괜히 선수 생활 때 쌓은 것만 날려 먹는 거 아닐까?”
박유민이 옅게 웃었다.
“그게 아니면 내 성격에 애들을 잘 이끌 수 있을까? 뭐, 그런 걱정 들. 그래, 두려울 거야. 내 성격은 내가 잘 알거든. 그런데……
박유민의 시선이 강진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뭐, 어쩌겠어. 할 수밖에 없잖아?”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채 손 놓고 벌어놓은 돈이나 까먹으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그게 좋은 거 아니냐?”
“……그렇게까지 풍족하게 벌지는 못했어.”
“개소리하네! 너 이번에 연봉 계 약한 거 야구 선수보다 많다고 기사 쫙 깔렸더만! 여기 술값 니가 내라! 꼭 니가 내라, 이 새끼야!”
“……너도 가게 이번에 분점 또 낸다며?”
“마! 분점 내면 돈 버냐? 분점을 냈으니까 투자한다고 번 돈 다 빨리
는 거 아냐! 나는 가난해 죽겠다.”
“……영기야, 어디 가서 그런 말 하면 돌 맞는다. 입조심해야지.”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인마!”
박유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여하튼 내 생각은 그래. 결국 지 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도 막상 닥칠 때는 무섭고 두렵지. 그래도 해야지. 산다는 건 그런 거잖아?”
강진호가 조금 멍한 얼굴로 박유 민을 바라보았다.
“그런 거라……
“헤헤, 내가 네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어색하긴 하지만.”
“아니야.”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정말 아니야. 말해줘서 고마워.”
“……갑자기 왜 그래, 친구끼리 어색하게.”
“정말로.”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친구라는 건 함께 있어서 즐거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힘이 들 때 의 지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할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강진호는 박
유민이 자신의 친구라는 것에 진심 으로 감사했다.
“그래, 인마. 다 적웅하고 사는 거지. 나도 씨…… 적웅하고 살잖아.”
“뭔 적응? 가게?”
“아니!”
주영기가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 다.
“나는 마누라가 저렇게 독할 줄 몰랐지. 옛날에는 천사 같았는데.”
“몇 시냐? 너무 늦게 마시면 맞 아 죽는데……
강진호와 박유민이 동시에 안타까 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적응해야지.”
“응, 별수 없지.”
투닥대기 시작한 주영기와 박유민 을 보면서 강진호가 말없이 맥주잔 을 들었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럴 수 있을까?
지금 이 혼란도 훗날 돌이켜 보 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생각 될까?
그랬으면 좋을 것 같다.
그건 극복했다는 의미니까.
언젠가는,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세상 사람들과 무인들이 당연하다는 둣이 어울리며 살아가는 세상이 올 것이다. 아니, 오게 만들 어야 한다.
“진호야, 그러니까……
“응?”
“힘내.”
뜬금없는 말이었다.
박유민이 강진호를 보며 담담히 웃었다.
“넌 잘해낼 거야. 나한테 이런 걸 알려준 건 다름 아닌 너니까.”
“……강진호가 좀 사나이긴 하지.”
강진호가 웃고 말았다.
이런 시선이 부담되었던 것도 사 실이다. 하지만 이건 그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말이 아니다. 그저 말 그 대로의 믿음. 친구에게 보내는 더없 는 신뢰의 말들이다.
“마시자.”
“그래.”
“크, 오늘 바가지 좀 긁히겠네.”
“그럼 들어가든가.”
“이 새끼야, 사나이는 바가지를 두려워하지 않아! 긁으면 긁으라지.”
“너, 전화 왔다.”
“뭐? 진짜?”
기겁을 하여 테이블을 내려다본 주영기가 두 눈으로 불을 뿜었다.
“안 왔잖아, 이 새끼야!”
“……사나이라며?”
“사나이도 마누라는 무서운 거야. 마, 그 낚시 하던 사람도 마누라한 테 바가지 긁히고 평생을 살았다잖 아.”
“……강태공. 영기야, 강태공.”
“그래, 그 양반! 낚시 잘하던 사 람!”
“……알았으니까 마셔.”
잔과 잔이 허공에서 부딪친다.
맥주잔 위에 가득 찬 거품을 보
며 강진호가 옅게 웃었다.
깊은 생각?
미래에 대한 고민?
모두 떨쳐 버릴 수는 없는 것들 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조 금 접어두고 싶다. 마주하는 얼굴들 을 온전히 느끼는 것만으로도 시간 이 부족하니까.
‘즐겁네.’
시시껄렁한 농담만 주고받고 있어 도 그저 기쁘고 평온하다.
그래서 더욱 그렇다.
‘멈췄으면 좋겠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하루 또 하루.
시간은 무정하게만 흘러간다.
흑왕이 선언한 시간으로부터 이제 남은 날은 그리 길지 않다.
더없이 빠른, 그렇기에 더없이 소 중한 시간이, 잡을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시간이 무심하게 홀러가고 있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