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74)
마존현세강림기-1976화(1973/2125)
마존현세강림기 80권 (11화)
3장 마주하다 (1)
“쯧쯧쯧쯧.”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 보는 황정후를 보며 강진호가 낮게 헛기침을 했다.
“내 언젠가는 사고 칠 줄 알았지.”
“이왕 사고를 칠 거면 차라리 자 네가 치지. 그럼 모양새라도 좋았을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것도 선수를 뺐겨? 천하의 강진호가?”
조규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사고를 먼저 치는 게 좋은 건 아니잖습니까, 회장님.”
“선수 뺐기느니 내가 치는 게 낫 지! 뭐든 한발 늦는 놈은 평생 2등 밖에는 못하는 거야!”
회장님은 재계 순위 2위도 아닌 데요?
머릿속에 떠오른 말이지만, 조규 민에게는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낼 만한 담량이 없었다.
그도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닌가.
“무인이라……
황정후가 피식, 웃어버렸다.
“언제까지 숨길 수 있는 일은 아 니었지. 빠르든 늦든 언젠가는 밝혀 질 일이었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그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기를 바랐을 뿐이다.
“이보게, 진호.”
“예.”
“세상이 바뀔 걸세. 알고 있나?” 강진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
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변화의 흐름을 막 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럴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게 뭔지 아는가?”
“……예.”
“ 뭔가?”
강진호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 다.
“휩쓸리지 않는 것입니다.”
유 Q..»
M…-
“세상이 바뀌고 흔들려도 중심을 잡고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황정후가 굉장히 흡족하다는 듯 웃었다.
“자네.”
“예.”
“……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 나?”
“예‘?”
황정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 다.
“뭔 갑자기 공자 왈, 맹자 왈 같 은 소리를 늘어놓고 있어? 세상이 바뀔 때 제일 신경 써야 하는 건 ‘어디에다 투자를 하고, 어떤 사업 을 새로 벌일까’지!”
강진호의 두 눈이 빠르게 흔들렸 다.
“원래 이럴 때 나서는 이가 돈을 버는 걸세. 미국의 부자들은 이차대 전 때 돈이란 돈은 다 벌었다고 하 더군. 세상이 급변하면 개념이 바뀐 단 말이야. 개념이 바뀌면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지. 누가 그걸 선점하 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몇 십 년간 승자와 패자가 갈릴 걸세.”
와…….
이 와중에 돈 벌 궁리를 하다니.
이제 유무형적 재산을 포괄하면
황정후보다 오히려 돈이 많을지도 모르는 강진호지만, 스스로가 사업 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밖 에 없었다.
애초에 이런 이들은 사고방식 자 체가 그와는 다른 것이다.
“그러니……
“예?”
“정보 좀 내놓게.”
강진호가 말이 없자 황정후가 눈 을 찌푸렸다.
“혼자 다 먹을 생각인가? MK로? 쯧쯧, 사람이 이리 인정머리가 없어
서야! 돈도 많은 양반이 그거 하나 못 나눠 먹겠다고!”
“그, 그게 아니라 정보란 게 대체 뭔지……
“에잉! 사람이 의뭉스러워졌구만!”
“아, 아니, 정말 모릅니다.”
“••••••몰라?”
“예.”
황정후가 강진호를 멀뚱멀뚱 바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은 말을 안 하면 안 했지, 거짓말을 하는 사람 은 아니다. 그럼…….
“ 몰라?”
앞의 ‘몰라’는 묻는 말이지만, 지 금 ‘몰라’는 명백히 묻는 말이 아니 었다.
그 뭔가 한심함과 어이없음이 뒤 섞인 눈을 본 순간, 강진호는 뭔가 변명할 수 없는 서글픔에 휩싸였다.
‘내가 노는 게 아닌데.’
하지만 황정후의 입장에서는 눈앞 에 금광이 쌓여 있는데 곡괭이 들기 귀찮다고 지나치는,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인간쯤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제정신…… 아니, 아니지. 크홈.”
뒤에 나올 말은 당연히 ‘제정신이 박힌 놈이냐?’였겠지.
안 들어도 알 수 있다.
강진호가 황정후의 눈빛 공격에 뒤로 자꾸 밀려나자, 조규민이 슬쩍 강진호의 편을 들고 나섰다.
“하하, 회장님. 제 생각에 그건 강진호 씨를 구박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으응?”
“강진호 씨가 하는 일이 원체 많 아야지요. 그런 일은 차라리 아드님 께……
“민수? 그놈이 뭘 안다고?”
적어도 지금 앞에 계신 분보다는 훨씬 많이 알 것 같은데요?
“아니지, 아니야.”
황정후가 뭔가 생각이 바뀐다는 듯 턱을 괴고 고심했다.
“그렇지. 이놈이 주는 정보가 제대 로 된 정보는 아니겠지. 차라리……
차라리?
황정후가 고개를 번쩍 들고는 강 진호를 바라보았다.
“그 MK인가 뭔가에 내가 한 번 가지.”
“예?”
“똘똘한 놈들 단체로 이끌고 갈 테니까, 자리 한번 만들어주게.”
“••••••예?”
“나야 이제 늙었어. 새로운 시장 은 젊은 놈들이 더 빨리 알아채는 법이지. 내가 들어서 이해하기 어려 울 테니, 회사에 브레인들을 모조리 끌고 가야 하지 않겠나?”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굳이••••••
“왜? 너희만 가지고 있는 아이템 을 왜 우리랑 나눠야 하냐고?”
황정후가 혀를 찼다.
“모르는 소리. 이럴 때는 선점이 더 중요하다. 아이템이라는 건 남이 써버리면 그날로 생명력이 끝나는 거야. 중요한 건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거지. 그리고 MK는 생산 기 반이 없지 않느냐.”
“어차피 뭘 만들려고 해도 외주를 줘야 할 거다. 그럼 재경만 한 곳이 없지. 이건 윈윈이야. 네 먹을 걸 내가 뺐어가는 게 아니라.”
“이해 못한 거냐?”
“……회장님, 강진호 씨는 애초에
이런 데 별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 쯤 이걸 그쪽 회사에 뭘 어떻게 설 명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중일 겁 니다.”
강진호가 멍하게 고개를 끄덕이 자, 황정후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 러졌다.
“몇 년 전까지는 그래도 사람이 똘똘한 맛이 있었는데,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 에잉!”
뭔가 제대로 된 변명도 못해보고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한 강진호가 눈가에 차오르는 습기를 삼켰다.
“에잉, 조 부장이 MK에 연락해 서 상황 설명해.”
“어디에……
“어디긴 어디야! 민수, 그놈이지!”
“알겠습니다.”
황정후가 혀를 찼다.
“그래도 그놈은 아직 똘똘한 면이 남아 있을 테니, 이해할 거다. 아마 벌써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크 홈, 여하튼 이리저리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니까.”
조규민이 고소를 머금었다.
퉁명스레 내뱉는 말속에서 황민수 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예전의
황정후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이었다.
“그런데 이건 영……
황정후가 혀를 찼다.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지. 자네 한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입이 달려 있는 줄 아는 겐가?”
강진호가 움찔했다.
“회장이라는 자리는 뒤에서 놀고 먹으라고 달아주는 자리가 아니야. 사장은 회사를 운영하지만, 회장은 미래를 봐야 하는 법. 다른 일이 있다 는 변명이 통하는 자리가 아니야!”
“……명심하겠습니다.”
여전히 황정후에게는 배울 점이 많다.
그가 더 많은 세월을 살아왔다 한들, 황정후의 깊이에는 여전히 미 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하기야…….
그의 삶 대부분은 무학으로 소진 되었으니, 이 나이대의 사람이 가져야 할 깊이는 부족한 것도 당연하겠지.
“쯧쯧, 이래서야.”
황정후가 영 못마땅한 얼굴로 강 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예‘?”
“돈은 좀 모아놨어?”
“……갑자기요?”
“현금이 얼마나 있냐, 이 말이야.”
강진호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황정 후를 바라보았다.
“현금이라시면…… 얼마나 필요하 십니까?”
조규민이 입을 쩌억 벌렸다.
‘지금 황정후 회장님이 돈을 빌리 려고 하는 줄 아시는 건가?’
이게 정신 있는 사람이 할 만한 사고방식인가.
“얼마나 줄 수 있는데?”
“회장님!”
조규민이 화들짝 놀라 황정후를 바라보았다.
“아니, 준다잖아?”
“……그, 그만하시죠.”
황정후가 피식 웃었다.
“모아둔 돈 있으면 쓰지 말고 둬. 그리고 회사에서도 땡길 수 있는 돈 은 다 땡겨놓고.”
“……뭘 할 생각이십니까?”
“내 주식 사 가.”
“••••••예?”
황정후가 턱을 긁는다.
“나도 이제 나이가 있어. 이번 일 이 아니었으면 이제 슬슬 은퇴할 때 였지. 하지만 은퇴하고 싶어도 내가 회사에서 나가고 나면 이 많은 직원 들이 괜찮을까 싶어서 지금까지 버 틴 거다만……
황정후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알아. 노욕이지. 나보다 젊 은 놈들이 훨씬 더 잘할 거야.”
강진호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황정 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주식은 왜?”
조규민이 눈을 딱 감았다.
“지금 회장님께서는 강진호 씨께 회사를 물려준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다.”
“제게요?”
“예.”
“왜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설명해야 할까?
조규민이 그 암담함에 몸부림 칠 때, 황정후는 그저 옅은 미소를 띠 었다.
“너는 신경 쓸 것 없어.”
“예‘?”
“경영은 민수, 그놈이 할 거다. MK가 안정화되면 적당히 그놈을 재경 부회장 자리에 앉혀.”
“아니, 그거랑은……
“내가 그놈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건 어려워. 애초에 잘라낸 놈을 다 시 들이면 사기도 떨어진다. 그리고 놈들이 지은 죄가 너무 많아. 그걸 직원들도 안다.”
“……회장님.”
“나는 마지막에 정에 이끌린 사람 으로 남고 싶지는 않네. 부탁하지. 그렇게라도 놈이 재경에 발을 붙이
게 해주게나.”
강진호가 굳은 얼굴로 황정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황정후가 깊이 고개를 숙 였다.
“부탁하겠네.”
“이, 이러지 마십시오, 회장님.”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외부에서 온 제가 부회장에 앉힌 다면 모양이 조금 낫다는 말씀이시 군요.”
“그래. 자네는 직원들에게도 인망 이 두터우니까.”
“……직원들이요?”
“사람하고는.”
황정후가 웃고 말았다.
강진호는 정말 자신이 관심이 없 는 곳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 이다.
“어쨌든 적당한 시기를 봐서 회장 자리를 황민수 사장님께 넘겨주도록 하겠습니다. 그 조건이라면……
“그거야 자네 맘이지.”
황정후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렇게 하면 되네.”
“그런데 현금은 왜?”
“생판 남인 자네에게 주식을 증여 하는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야.
인수해. 내 지분이라고 해봐야 구조 적으로 지배권이 있을 뿐이지, 돈으 로 따지면 얼마 안 되니까.”
“돈 싸 짊어지고 가져다 버릴 거 야? 좀 쓰게.”
“아니, 싸 짊어지고 있는 게 아니 라……
“그거 나중에 자네 주식을 민수가 사 갈 때, 다시 돌려줄 돈이지. 불려 서 돌려줄 테니, 걱정 안 해도 되네.”
“상속하시게요?”
“그래야 하지 않겠나.”
으으…»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과정에서 세금이 꽤 많이 나 가겠지만, 세금이야 내면 된다. 황정 후의 말처럼 죽을 때 싸 갈 돈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황정후가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 렸다.
“다만……
“으음, 뭐가 또 남았나?”
“그 일은 조금 뒤에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것 없어. 바로 해.”
“회장님……
“자네가 하려는 말이 뭔지 알아. 지금까지 자네가 뭘 하고 돌아다녔 는지도 알고. 나는 자네처럼 관련 없는 일이라고 관심을 안 주는 사람 도 아냐.”
“다 진행하고 출발하게. 내가 죽 을지도 모르니까 못하겠다는 소리, 나는 안 들어. 알겠나?”
황정후의 두 눈이 더없이 단호해 졌다.
그 눈빛을 받은 강진호가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