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75)
마존현세강림기-1977화(1974/2125)
마존현세강림기 80권 (12화)
3장 마주하다 (2)
“회장님……
“됐어. 거기까지만 해.”
황정후가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위험한 짓을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안 해. 나도 알아. 남자는 때로 위 험을 무릅써야 할 때가 있는 법이
야.”
“하지만 책임은 져야지.”
황정후가 더없이 진중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을 지키고 산화하는 건 책 임이 아니야. 어떻게든 끝까지 그 짐을 지고 버티는 게 책임이지. 뒷 일은 나 몰라라 손을 놓아버리는 건 책임이 아니라 도피야.”
“그러니 헛소리하지 말고 다 처리 해 놓고 가도록 해.”
“……이 와중에 짐을 늘리시네요.”
“남자는 어깨가 무거워야 다리가 가벼워지는 거야.”
강진호가 낮게 웃고 말았다.
저건 황정후 나름의 응원이다. 이 제는 강진호도 그 사실을 이해한다.
“그러니 어깨 펴고.”
“예.”
“당당하게 돌아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봐.”
“••••••예?”
강진호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신이 이 방에 들어온 지 채 삼
십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가라 니.
“뭐, 또 할 말 있어?”
“……아니요.”
“어차피 네 계좌는 그 이…… 이 뭐지? 그?”
“이 현수입니다.”
“그래. 그 얌생이같이 생긴 놈이 따로 관리하고 있겠지. 그쪽에다가 연락해서 잘 처리할 테니, 도장이나 찍어.”
“설마 도장도 그놈이 가지고 있 나? 이거, 완전 쓸개 빼놓은 사람일
세?”
“에잉, 쯧. 알았으니 가봐. 바쁜 사람 오래 잡아둔다고 뭐 나올 거 있다고.”
“아,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황정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럼.”
“그래. 다음에 보자고.”
강진호가 문으로 가 문고리를 잡 을 때 즈음, 황정후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이보게, 진호.”
“예?”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황정후가 입을 열었다.
“힘내게.”
강진호의 입가가 작은 미소를 그 렸다.
“감사합니다.”
탁.
문이 닫히고 황정후가 깊은 한숨 을 내쉬었다.
“알 수 없는 사람이지.”
오랫동안 봐와서 이제는 웬만큼 서로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
만 사람이란 그리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아직까지도 황정후는 강진호의 속내를 모두 알 기가 어려웠다.
“무슨 일이든 잘하실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황정후가 강진호가 나간 문을 바 라보았다.
저 문밖의 세상은 더 이상 과거 와 같지 않다. 지금부터 펼쳐질 세 상에서는 황정후의 경험과 연륜조차 무의미했다. 그저 각자의 의지를 가 진 이가 어떻게 세상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만 남았을 뿐.
‘그렇기에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인데……
그에게 짊어진 짐이 너무도 많다.
“그건 그렇고, 회장님.”
“음‘?”
“그…… 황민수 사장님께 재경을 물려주겠다는 말씀이 사실이십니까?”
“내가? 미쳤어?”
황정후가 코웃음을 쳤다.
“내가 늙었어도 황정후야. 어디 생떼 같은 기업을 그놈에게 물려줘? 내 자식이고 뭐고, 능력이 안 되는 놈은 재경을 맡을 수 없어!”
“괜히 능력도 부족한 놈에게 회사 물려줬다가 망하기라도 하면? 저승 에서 만날 사람들의 원망을 다 무슨 수로 감당하라는 건가! 나는 그 꼴 못 봐.”
순간, 조규민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물론 그가 생각하기에도 황민수는 재경의 회장이 되기에는 부족한 인 재다. 황민수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그만큼 재경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 아까는 왜 그렇게?”
“안 그랬으면 저놈이 회사를 받았
겠냐고.”
“정신없을 때 빨리빨리 처리해서 넘겨 버려야지. 조금만 정신이 있었 으면 절대 안 받았을걸? 나도 죽기 전에는 회사 물려주고 좀 안심하고 가야 할 거 아냐.”
아…….
그래서 자식까지 팔아서 거짓말을 하셨군요.
회장님.
“민수 놈한테 말해서 준다고 해서 받으면 호적에서 판다고 해둬. 아니, 내가 직접 말하지.”
“회장님이 안 계시면…… 호적에 서 팔 사람이 없는데요?”
“그럼 미리 각서 써놓으라고 해.”
“그게, 법률적인 효력이……
“부모 자식 간에 법률은 얼어 죽 을»
회장님.
그 자식을 집에서 내쫓은 분이 바로 회장님이십니다.
아무리 사람이라는 게 내로남불이 패시브라지만, 그래도 그건 좀…….
“제 놈이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으 면 재경을 탐내지는 않을 게야. 이 제 저도 제 분수를 아니까.”
조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황민수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재경을 황민수 가 맡는 것은 반대다. 그는 이미 황 민수의 밑바닥을 본 사람이니까.
아무리 달라졌다고는 한들, 병상 에 누워 있는 황정후의 앞에서 오가 던 형제간의 고성을 잊을 수 없다.
‘지금이야 회장님이 계시니까 자 제한다고는 해도.’
황정후가 죽고 나면 그때의 그
모습이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 이 없잖은가.
“그러니 자네가 잘해줘야 해.”
“예, 회장님.”
“이사진들은 내 뜻을 따를 거야. 하지만 내가 죽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그때 자네가 실세 로서 강진호를 든든히 받쳐 줘야 해.”
“알고 있습니다.”
황정후가 지금까지 조규민을 파격 적으로 밀어주며 그룹 내 권력을 잡 게 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마 강진호를 후계로 삼아야 한다
고 생각했을 때부텨 여기까지 보았 겠지.
“그런데 회장님.”
“음?”
“정말 괜찮으십니까?”
“••••••뭐가?”
조규민이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 었다.
“제가 회장님을 의심하는 것은 아 니지만…… 저도 이 업계에 있다 보 니 그런 걸 워낙 많이 봐서 말입니 다. 은퇴하면 가진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가도 마음이 바뀌 고, 경영권은 전문 경영인에게 준다
고 했다가도 결국 자식에게 물려주 고 하잖습니까?”
“내가 그런다고?”
“아니요, 회장님. 그런 의미가 아 니라……
조규민이 마른침을 삼키고는 말했 다.
“세상 일이라는 건 어찌 될지 모 르잖습니까. 급하게 지분을 넘기시 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금 더 지켜보 다가 정말 확실해지면……
황정후가 피식 웃고는 담배를 꺼 내 물었다.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황정후가 천천 히 연기를 흘려내고는 조규민을 바 라보았다.
“자네는……
“예, 회장님.”
“내가 왜 진호, 저 사람에게 회사 를 물려주려고 하는 줄 아는가?”
“……강진호 씨가 워낙에 능력이 있잖습니까.”
“틀렸어.”
“••••••그럼?”
황정후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능력? 능력이야 있지. 그런데 강 진호란 이가 가진 능력이라는 건 회
사를 운영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들뿐이야.”
“그건 옳으신 말씀 같습니다.”
강진호가 대단하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재계라는 험악 한 분야에서도 강진호의 능력이 십 분 발휘될 수 있을까는 별개의 문제 다.
조규민 역시 그 문제에 대해 의 구심을 가진 적이 많다.
“재경을 경영할 사람은 딱 하나의 조건을 갖추면 돼.”
“그게 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욕심이 없을 것.”
“정확하게는 본인 스스로는 욕심 이 없으면서 타인의 욕심을 부정하 지 않을 것.”
조규민이 얼이 빠진 얼굴로 황정 후를 바라보았다.
겨우 그런 조건으로?
하지만 이내 조규민은 그 조건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욕심 없는 사람은 많다.
타인의 욕심을 인정하는 사람도 많 다.
하지만 본인은 욕심이 없으면서
타인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욕심이 없는 이는 타인의 욕심마 저 헛된 것으로 여기는 법이기 때문 이다.
“어때? 딱 들어맞지 않아?”
“그렇긴 합니다만……
“본인의 욕심이 없는 이는 자신의 것을 뺐긴다고 화를 내지 않아. 내 가 경영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경영 을 잘하는 이에게 맡기려고 하고, 내가 홍보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홍 보 전문가를 찾지.”
“하지만 욕심이 많은 이는 그 모 든 걸 제 손에서 놓지를 못해. 욕심 을 기반으로 능력을 쌓아온 이는 자 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설사 부족하다 한들 배우고 공부해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거 든 ”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럼 뼈저리게 실패하고 나서야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법이지. 하지만 그 래서는 늦어. 이건 한두 사람의 열 정으로 굴러가는 기업이 아니야. 재 경과 그 관계사에서 일하는 수만의
입이 걸린 일이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조규민이 황정후의 생각을 알겠다 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강진호 씨는 본인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다른 이들이 더 많은 돈을 벌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거군요.”
“그런 놈이 아니고서야 제 돈을 들여 보육원을 짓고, 그냥 놔둬도 될 이들을 먹여 살리겠다고 회사를 만들겠어? 그러면서 제 통장에 얼마 나 쌓이는지는 관심도 없을걸?”
“정확하네요.”
“내가 원하는 건 회사를 혁신적으 로 발전시키고 선도할 인재가 아니 야. 그런 놈은 회장을 안 해도 돼. 사장, 이사, 부장…… 뭐든 상관없 어. 실무는 밑에서 하는 거지. 하지만 회장은 이끄는 자이기도 하지만, 이 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법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제야 황정후가 옅게 웃었다.
“내가 나중에 말을 바꾼다면, 그 건 내가 노망이 든 거야. 당연히 잘 못된 거지. 그러니 미리미리 일을 해둬야 하지 않겠어?”
“강진호 씨가 바뀔 수도 있잖습니
까?”
황정후가 말없이 흐린 눈으로 조 규민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조규민이 입가에 주먹을 가져다 대고 낮게 헛기침을 했다.
“그냥 해본 말이었습니다.”
“실없는 소리를.”
강진호가 그리 쉽게 바뀌는 사람 이 아니라는 건 황정후도 알고, 조 규민도 안다.
“그럼 그 주식을 산 돈은 어쩔 생 각이십니까?”
“뭘 어째? 돌려줘봐야 받지도 않
을 테니, 기부하면 되지.”
“기부요? 설마……
황정후가 낄낄 웃었다.
“재단을 만든 게 실수였지. 제 놈 은 돈을 안 받을 수 있지만, 복지 재단이 기부금을 거부할 수는 없거 든. 거기에 내 재산까기 같이 넣으 면 대한민국 최대 복지 재단이 탄생 할지도 모르겠군.”
“……세상에.”
대체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했을 까?
“그, 그럼 그때, 재단 만드는 건 다 도와주고 마지막에 이사장은 안
하시겠다고 한 게?”
“내가 주식 판 돈을 내가 이사장 으로 있는 재단에 기부를 하면 사람 들이 좋게 보지 않아. 재단이라는 곳 이 상속을 위한 세금 탈루처로 이용 된 경우가 몇 번이고 있지 않았나.”
“하지만 남의 재단이면 문제될 게 없지.”
“……못 당하겠습니다, 회장님.”
“아직 젊은 놈들에게 밀릴 정도는 아니야. 주식 넘기고 나서도 회장 자리는 한동안 차지하고 있을 셈이 야. 일단은 새로운 먹거리가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는 말이야.”
“예.”
“민수 놈에게 연락이나 해. 미팅 자리 잡아야겠어. 바빠질 테니 자네 도 각오하게. 이 일에 자네가 꽤 중 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테니.”
“물론입니다!”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는 황정후를 바라보던 조규민이 시선을 돌려 강 진호가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힘내세요, 강진호 씨.’
사람들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