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76)
마존현세강림기-1978화(1975/2125)
마존현세강림기 80권 (13화)
3장 마주하다 (3)
“아니, 이 개새끼야!”
이명환이 눈에서 불을 뿜었다.
“말귀를 못 알아 처먹냐?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아, 아니, 그냥 마트 잠깐 다녀 온다고……
“니 집 앞에 편의점은 뒀다 국 끓
여 먹냐?”
“펴, 편의점에는 마트만큼 물건이 없잖아. 밥은 해 먹어야 할 것 아니 냐고.”
“그럼 배달을 시켜, 이 새끼야! 지금 다들 눈 뻘게져 있는 것 알면 서 굳이!”
“미, 미안하다.”
이명환이 멱살을 잡은 손을 놓고 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 이 새끼. 사흘 동안 방 안에 서 나오지 마. 알았어? 기숙사 밖으 로 나오는 건 다 잘라 버릴 거야. 발가락이 나오면 발가락 자르고, 목
이 나오면 목 쳐버릴 테니까, 어디 내밀어봐.”
“아, 안 나간다니까.”
“기어 들어가, 패 죽이기 전에.”
또 한 사람을 방 안에 감금(?)시 킨 이명환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토 해냈다.
“개새끼들 진짜.”
새삼스레 알게 된다.
무인이란 족속들은 통제가 먹히지 않는다.
아무리 이게 회주님 선에서 내려 온 명령이 아니라 이사진에서 나온
명령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 도 회의 직인이 찍힌 명령이다. 그 런데 이 새끼들은 틈만 나면 밖으로 못 나가서 안달이었다.
그나마 지금 걸린 놈은 별것 없 는 잡범(?) 수준이라 큰 문제는 아 니다. 문제는 작정하고 밖으로 나가 사고를 치려고 하는 놈들이었다.
그때, 공영길이 커다란 손으로 한 놈의 목을 잡은 채 질질 끌고 왔다.
“야, 이 새끼 잡아왔다. 어제 탈 주한 놈
“씨발.”
이명환의 입에서 욕지기가 나온
탈주하는 놈은 한 놈이지만, 그 한 놈을 잡기 위해서 이쪽에서 동원 해야 하는 인원은 셋이 넘는다. 다 들 잠도 못 자고 탈주범을 감시하느 라 지금 다들 신경을 극한까지 날카 로워져 있었다.
털썩.
공영길이 집어 던진 놈이 이명환 의 앞에 엎어졌다.
“이 썅••••••
엎어진 놈이 독기에 찬 눈으로 이명환을 노려보았다.
“뭐? 뭐, 이 새끼야. 뭐 잘했다고
눈에 힘을 주고 있어? 처 밟아 터 뜨려 버릴라.”
“하, 이명환이 더럽게 많이 컸네.”
“뭐?”
잡혀온 이가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네가 그렇게 잘나갔다 고 거기 앉아서 거들먹대고 있냐? 네가 뭔 자격으로 나를 심판하는데?”
“언제부터 잘나갔냐고? 몇 년 전 부터다, 이 새끼야. 내가 이렇게 잘 나가게 될 동안 너는 뭘 했는데?”
“이 개자식이……
이명환의 조롱에 잡혀온 이가 이 를 뿌득 갈아댔다.
“뭐가 불만인데, 이 새끼야! 내가 이러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들면, 애 초에 네가 사고를 안 치면 되잖아!”
“사고? 뭔 사고? 내가 뭘 어쨌는 데?”
“몰라서 묻냐?”
“내가 뭔 노예 새끼도 아니고, 내 발로 움직이는 걸 회에서 무슨 자격 으로 통제를 해!”
“누가 거기 박혀 죽으라고 했냐? 좀 잠잠해질 때까지만 있자는 거 아 냐!”
“잠잠해져? 이게?”
“모래에 머리 처박은 타조 새끼도 아니고, 이게 입 처닫고 있는다고 지나갈 일이냐? 대가리를 모자걸이 로 얹고 다니는 모양이지?”
“너, 이름이 뭐라 그랬지?”
“잘나셔서 이젠 내 이름도 모르는 모양이네. 유지웅이다. 또 잊어버리 겠지만.”
이명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유지웅. 네가 하려는 말이 뭔 말인지는 알아. 그런데 그게 불 만이면 정식으로 항의를 하면 되지, 몰래 빠져나가서 번화가에서 난동 부리는 게 해결책이냐?”
“어차피 해결 같은 건 없어!”
“뭐가 잘못됐는데? 그동안 숨어 살다가 이제 겨우 밝은 데서 고개 좀 들고 살아보겠다는데, 시비는 그 새끼들이 먼저 걸었어!”
“근데 이 새끼가!”
퍼억!
듣고 있던 공영길이 유지웅의 배 를 걷어찼다.
“컥!”
“듣자듣자 하니까. 뭘 어쩌라고, 이 새끼야! 그렇게 잘났으면 네가 해결해 보든가. 하는 것 뭣도 없는
새끼가 불만만 넘쳐서는.”
“아! 그만 때려!”
“어우, 씨!”
공영길이 짜증 난다는 듯 몸을 홱 돌렸다.
이명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 개소리지. 개소린데…… 심정적으로는 유지웅이 왜 이러는 지 이해가 간다는 게 문제다.
이명환 스스로도 잘 느끼지 못했 지만…… 무인들이 사회로부터 받고 있던 압박감은 생각 이상으로 심했 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들도 범
죄자처럼 살아가야 했다. 스스로를 숨기고, 정체를 숨기고.
이명환조차 흑왕의 방송을 보며 표현하기 힘든 해방감을 느꼈으니, 다른 이들은 오죽했겠는가.
‘사람은 그런 감정을 느끼면 즐기 고 싶어지지.’
다 때려 부수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이들에게 쳐들어간다.
이런 개념이 아니더라도 그냥 드 러난 세상을 걷는 삶을 즐기고 싶어 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총회 차원에서 그걸 막아 버리니 반발이 나오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네가 무슨 기분인지는 내 알 바
아니고.”
“규율을 어겼으면 벌을 받아야지. 이 새끼 지하 감옥에 처박아두고 일 주일 뒤에 꺼내줘. 물 한 모금 주지 말고.”
“하하, 아주 잘나셨네. 힘 좀 생 기더니 재판관이라도 된 줄 아시는 모양이야?”
“누군 이걸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
참다 참다 폭발한 이명환이 유지
웅의 멱살을 움켜잡아 확 당겼다.
“그럼 네가 해든던가, 이 개자식 아!”
“시켜주시든지!”
“뭐‘?”
이명환이 주먹을 움켜쥐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야, 명환아.”
“닥치고 있어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 빌어먹을! 내가 알아서 한다 고! 내가 이 새끼는……
“회주님 오신다고, 이 새끼야!”
“회주님이고 나발…… 예?”
이명환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의 눈에 저 앞에서 걸어오는 강진호의 모습이 보였다.
털썩.
이명환이 넋이 나간 얼굴로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화들짝 놀라 걸어오는 강진호를 향해 격하게 허리를 굽혔 다.
“회, 회주님, 오셨습니까!”
“옹.”
터덜터덜 걸어온 강진호가 주변을 한 번 쭉 둘러보더니, 바닥에 주저 앉은 유지웅을 바라보았다.
“ 왜?”
“……회, 회주님.”
유지웅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 다.
이명환 앞에서는 할 말 못할 말 을 가리지 않던 그이지만, 강진호 앞에서도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뭐가 문제야?”
“그, 그게……
유지웅의 얼굴이 금새 식은땀으로 젖어들었다.
강진호가 묻는 이상 ‘아무것도 아 닙니다’라고 얼버무릴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회주님……
자포자기한 유지웅이 입술을 깨물 었다.
강진호 앞에서 거짓말을 하느니, 차라리 솔직하게 말을 하고 벌을 받 는 게 맞다. 그가 아무리 현 상황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고는 해도 차마 강진호의 앞에서 그가 묻는 말에 대 답하지 않을 도리는 없으니까.
“언제까지…… 언제까지 이래야 합 니까?”
유지웅의 눈빛이 간절해졌다.
“세상이 바뀌잖습니까. 이제는 달 라지고 있잖습니까. 그럼 저희도 뭔 가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저는 무섭습니다. 저는 세상이 바뀌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원래대로 돌아가 버릴까 봐 무섭습 니다. 다시 이게 아무것도 아닌 일 이 되어버리고, 다시 예전처럼 살아 도 산 게 아닌 척, 존재해도 존재하 지 않는 척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 올까 봐. 그게 겁납니다.”
강진호가 말없이 유지웅을 바라보 았다.
그러고는 그의 어깨를 한 번 두 드려 주었다.
“답답한 건 이해한다.”
“……회주님.”
“나도 나름 대책을 세우고 있으니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무작정 참으 라는 이야기는 아냐. 곧 어떻게든 결판이 날 거다.”
“죄송합니다. 제가 회주님을 못 믿어서 이런 건 아닌데……
“ 알아.”
다시 한번 유지웅의 어깨를 두드 린 강진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다만, 규칙은 규칙이다. 잘못을
했으면 벌은 받아야지.”
“알고 있습니다. 들어갔다 나오겠 습니다.”
“그래.”
유지웅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제 발로 감옥 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며 이명환이 헛웃음 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독 오른 독 사처럼 발악을 해 대던 놈이 강진호 가 나타나자마자 순한 양이 되어 제 스스로 우리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 근다.
이명환은 안다.
이건 강진호의 힘이 무서워서 벌 어진 일이 아니다.
총회의 회원들은 강진호를 강자로 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총회의 회 주, 그 자체로 존중하고 존경한다. 그러니 강진호가 굳이 겁박하고 소 리를 지르지 않아도 제 스스로 알아 서 처신하는 것이다.
다만, 그건 거꾸로 말하면, 그런 강진호의 의도를 알면서도 문제를 일으킬 만큼 다들 몰려 있다는 소리 이기도 했다.
“고생이 많다.”
“아닙니다, 회주님.”
이명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결국에는 회주님께서 대 책을 내놓을 거라는 사실을 다들 알 고 있을 텐데, 그 잠깐을 못 참아 서……
“어쩔 수 없지.”
세상이 뒤바뀌고 있다는 불안함을 가장 격하게 느끼는 것은 평범한 세 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아니라 바로 무인들이다.
이중걸의 치세, 그 혼란하던 시절 을 지나 이제 좀 안정이 되고 있던 상황이건만, 흑왕이 일을 벌이면서
불안감이 중폭되었을 것이다.
이럴 때 무작정 참으라고 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다른 쪽은 어때?”
“일단 대부분은 잘 참아주고 있습 니다. 다만…… 그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일부만 난리를 쳐도 장난이 아 닙니다.”
“그렇겠지.”
“신기한 건…… 마교 쪽은 정말 잠잠합니다. 난리를 치는 놈이 하나 도 없습니다. 장민 장로님이 따로 잡아서 처리를 한 것도 아니고, 그 냥 정말 사고를 치는 놈이 없습니
다.”
“새삼••••••
“예?”
“왜 옛날에 나라에서 굳이 종교를 퍼뜨리려고 했는지 알 것 같네.”
“……그러네요.”
이렇게 통제가 잘되다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잡아 가둔 놈들 때문에 감옥이 터져 나갈 판입니다. 어쨌든 간에 대책이 좀 있어야……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한 번 해야겠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총회의 전
경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에 비 하면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오늘 따라 그 달라진 부분들이 조금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애들 모아줘.”
“전원 말입니까?”
“그래.”
“연무장에 다 못 들어올 텐데요. 적당히 분산해서 모으고 방송하겠습 니다.”
“그렇게 해.”
고개를 끄덕인 강진호가 중앙 건 물 쪽으로 걸어간다.
그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이 명환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침착하시네.”
“뭐가?”
공영길의 말에 이명환이 고개를 돌렸다.
“회주님 말이야. 나는 오자마자 아까 그 새끼 턱주가리부터 날려 버 리실 줄 알았는데. 원래 머리 복잡 할 때 옆에서 깐죽대는 놈 있으면 죽여 버리고 싶잖아.”
“……회주님은 네가 아니니까.” 확실히 강진호는 담담해 보였다. 하지만 이명환의 눈에는 그 담담
함이 오히려 걱정스럽다.
‘얼마나 무거울까.’
저 어깨에 얹어진 짐의 무게를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릴 정도다. 한 때 한국의 무인들을 지키며 싸우던 강진호는 이제 모든 무인계를, 아니, 무인계를 넘어 세상의 운명을 그 어 깨에 짊어지고 있다.
“……애들 모아. 쓸데없이 낭비하 는 시간을 1초라도 줄여 드려야지.”
“ 알았다.”
공영길이 그 말에 공감한다는 듯 빠르게 뛰어간다.
이명환도 고개를 내젓고는 몸을
돌렸다.
강진호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그가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