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77)
마존현세강림기-1979화(1976/2125)
마존현세강림기 80권 (14화)
3장 마주하다 (4)
이명환과 공영길이 바지런히 움직 인 덕에 금세 회원들이 바글바글 모 여들었다.
가장 많은 인원들이 모인 곳은 당연하게도 총회의 중앙 연무장이 고, 연무장을 채우고도 남은 인원들 은 방송 시설이 있는 강당이나 제2
연무장 등에 따로 모였다.
“갑자기 왜 사람을 모으시는 거 지?”
“……몰라서 묻냐? 상황이 이런데 지금까지 회주님은 아무 말씀을 안 하셨잖아.”
“솔직히 뭐 할 말이 있는 것도 아 니잖아.”
“할 말이 왜 없어?”
“이게 뭐, 회주님이 어쩔 수 있는 일이냐?”
회원 중 하나가 혀를 차며 말했 다.
“회주님이 개쩌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알지. 그런데 이건 무인계의 일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TV만 틀 면 관련 뉴스가 펑펑 터지는데, 이 걸 회주님이 뭘 어떻게 하겠어?”
“보통 사람이면 손도 못 대겠지.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회주님 이시잖아. 뭔가 계획이 있으시겠지.”
“에이, 그래도.”
“어디, 지금까지 회주님이 한 일 중에 말이 되는 일은 있었냐? 다 이런 반응이었지. 지나고 나니 할 수 있던 일같이 느껴지는 거지.”
“그건 그런데……
“계획이 있으실 거야, 분명히.”
모인 회원들은 강진호가 뭔가 대 책을 세워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 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총회가 어찌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위기를 돌파 해 낸 것은 다름 아닌 강진호였으니 까.
하지만 개중에는 불만 어린 눈으 로 중앙 단상을 바라보는 이들도 종 종 있었다. 지금까지 총회는 어떤 일이 있어도 회원들을 이렇게 강압 적으로 짓누르거나, 설명도 없이 자 유를 제한한 적이 없었다.
이번 상황은 이전까지의 강진호가 한 처사와는 분명 그 결이 다르다. 그러니 불만이 생겨날 법도 한 것이 다.
“조용. 조용히 해.”
“곧 나오신다. 조용히 해라.”
그렇다 해도 아직 총회 내에 강 진호의 권위를 부정하는 이들은 없 었다. 사소한 이견으로 불만을 표하 기에는 그가 총회와 무인들에게 해 준 것이 너무도 많다.
모여든 이들이 금세 조용해졌다.
딱히 누군가가 통제하지 않음에도 이만한 인원이 자체적으로 침묵을
되찾는다는 것은 굉장히 신기한 일 이었다.
“ 나오신다.”
“오신다!”
중앙 건물 현관에서 강진호가 걸 어 나오는 모습을 본 회원들이 허리 를 곧게 펴고 자세를 잡았다.
딱히 강진호나 다른 이사들도 회 원들에게 이런 자세를 강요한 적이 없지만, 어느 순간 모두가 자연스레 그런 자세를 취하게 되어버렸다.
저벅저벅.
단상 위로 올라간 강진호가 모인 이들을 바라보았다.
회원들을 총회 외부로 나가지 못 하게 해서 그런지, 오늘 모인 이들 이 유독 많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으 아
강진호가 낮게 헛기침을 한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 군.”
솔직한 심경이 그랬다.
어쩐지 감회가 새롭다.
이현주와 만나 우연히 총회를 방 문하게 됐다. 솔직히 말해 총회에 대한 첫인상은 최악, 그 자체였다. 설마 그런 그가 총회의 회주가 되 고, 이 많은 이들이 그를 따르게 될
줄이야.
‘ 이상하지.’
한때는 이보다 더 절절한 눈빛 앞에 선 적도 있었다.
존경과 존중이 아닌, 신앙과 경외 에 가까운 시선을 받던 시절이 그에 게 존재했다. 이들과는 비할 수 없 이 강인한 이들에게서 말이다.
하지만…….
그때, 강진호는 그들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저 눈빛.
아무런 의심 없이 그를 믿고 신 뢰하는 저 눈빛에 보답해야 한다는
이런 기분을 말이다.
“그동안……
강진호가 말문이 막히는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런 강진호의 모습을 보 면서도 누구 하나 자세를 흐트러뜨 리지 않았다.
“다들 잘 따라줘서 고마웠다.”
“나는 한 번씩 생각한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을까.”
강진호가 고개를 살짝 들어 하늘 을 바라보았다.
이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
원래는 조금 더 다듬어진 말을 하려고 했다. 적당히 달래면 그만이 니까.
하지만 그를 바라보고 있는 이 많은 눈들을 보고 있으면, 그런 적 당적당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 는다.
“여전히 나는 누군가를 이끄는 게 무섭다.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게 두 렵 다.”
강진호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말.
총회의 회원들에게 있어서 강진호
는 강철로 만든 인간이었다.
흔들리지 않고, 고민하지 않고, 어떤 적이 오더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그들은 강진호가 만들어낸 신화를 바로 눈앞에서 목격한 이들 이었다.
먼 과거에서 들려오는 전설만으로 도 누군가를 신으로 추앙하고 믿는 게 사람이다. 바로 눈앞에서 사람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연이어 해내는 이를 어찌 믿고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 그들의 앞에 선 철 인이 사람 같은 말을 한다.
그제야 총회의 회원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버렸다.
항상 거대해 보이던 강진호의 체 구가 의외로 조금 작은 편이라는 것 을 말이다.
“그럼에도……
강진호가 낮은 숨을 홀렸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내가 이 자리 를 지킬 수 있던 이유는 누구 하나 나를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라도.
그에게 의심과 불안을 보였다면, 강진호는 여기까지 을 수 없었을 것 이다.
이 중 누군가는 한때 그의 적이 었다.
그럼에도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로 모두가 맹목적일 만큼 강진 호를 믿어주었다.
그렇기에 흔들릴 수가 없다.
등을 밀어주고 있으니까.
“다들 고맙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강진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 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느껴진 다. 지금 입을 열어 강진호의 말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게 말이다.
“많은 걸 뛰어넘어 여기까지 왔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만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강진호가 모두를 보며 말했다.
연무장에 모인 이들도, 다른 곳에 모여 화면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도 숨을 죽이고 강진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동안은 적과 싸워 이기면 그만 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겨내기 만 하면 다시 평온을 되찾을 수 있 었다. 그러니 뒤를 보지 않고 싸우 고, 모든 걸 내던져서 싸웠지. 그런
데……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은 아니야, 이번만은. 설사 승리한다고 해도 더 길고 힘든 싸움 이 남아 있을 거다. 그리고 이 싸움 은 언제나처럼 주먹으로 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그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 다.
모두가 이 연설…… 아니, 연설이 라 부르기도 어려운 말들이 그저 상 황을 면피하기 위해 꾸며낸 말이 아 니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아마 앞으로 한동안…… 아니,
어쩌면 평생 동안 우리는 또 다른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차가운 시선과 편견, 적의 어린 말, 은근한 경원.”
강진호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담배가 피우고 싶다.
“그 싸움은 내가 대신해 줄 수 없 다. 이곳의 모두가 짊어져야 하는 싸움이다. 승리도 없고, 패배도 없 는, 그저 지루하고 길고 힘겨운.”
강진호가 말을 멈추고 하늘을 바 라보았다.
파란 하늘.
그저 파란 하늘.
새삼 알게 된다.
이곳에는 그가 그리워하던, 별 없 는 검은 밤하늘이 있다.
과거의 중원에는 이제야 그리워진 별 가득한 밤하늘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도, 이곳도…….
이 파란 하늘만은 다르지 않다.
이건 이들에 대해 그가 하고 싶 은 말인 동시에, 흑왕의 제안에 대 한 그의 대답이다.
“고민했다, 어찌해야 할지. 이 혼 란을 끝내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해 야 할지.”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던
거지. 이건 내 싸움이 아니야.”
“이건 너희의 싸움이다. 세상의 인식을 바꾸고, 굳은 세상의 틀을 깨트려 나가는 건 누군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싸움이 아니야. 맞서 싸워 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희 모두 겠지.”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굉장히 부드럽고, 또 개운해 보였다.
“똑같이 했으면 되는 거였는데. 너희가 나를 믿어줬듯이, 나도 너희
를 믿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너희 가 할 수 있으리라고,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고 그저 믿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였 는데.”
강진호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릇이 작아.’
그의 주변인들은 한결같이 그를 신뢰하고 믿어준다.
하지만 거꾸로 강진호는 정말 그 들을 믿고 신뢰했던가.
하나하나 그에게 더 많은 짐이 쌓인 이유는 결국 그가 타인을 온전 히 믿지 못하고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하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통제하고 억누르며, 이게 옳다고 소리치지 않아도 너희 스스 로 더 나은 길을 찾아낼 거라고. 나 는…… 나는 그렇게 믿는다.”
강진호가 잠시 눈을 감았다.
천천히 다시 뜬 그의 두 눈에는 이전에 없던 확신이 어려 있었다.
“내가 해야 할 건 다음의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너희가 동등한 입장에서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 련해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진 빚을 갚는 길이겠지. 그러 니……
강진호가 이곳에 있는 모두를 그 두 눈에 담았다.
“나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다 오. 반드시 내가…… 너희가 목소리 를 낼 수 있도록 해줄 테니까.”
할 말은 이게 전부다.
뭔가 더 이야기해 보려 했지만, 더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저 남은 것은 한마디뿐.
말없이 모두를 바라보던 강진호가 앞으로 한 걸음 나간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
앞쪽에서 강진호를 바라보고 있던 이명환이 입술을 깨물었다.
‘엉터리야.’
저건 연설도, 뭣도 아니다. 확연 한 결론이 난 것도 아니다. 그저 조 금 더 기다려 달라는 말을 조금 더 길게 한 것에 불과하고, 그 뒤는 책 임지지 않겠다는 말을 돌려 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아무 말을 할 수가 없다.
새삼 깨닫게 된다.
그가 저 작은 어깨를, 저 크지 않 은 등을 얼마나 의지하고 있었는지.
아버지의 등을 따라가기만 하는 아이는 언제까지고 성장할 수 없다. 결국 누구든 언젠가는 그 등을 벗어 나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 야 할 때가 오는 법이다.
지금이 그때다.
강진호가 그들의 어깨를 떠밀고 있었다.
이제 더는 그의 뒤에 숨지 말고, 제 발로 나아가 세상과 맞서라고 말 이다.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말.
하지만 강진호라면 하지 않았을 것 같은 말.
그래서 이명환은 괜히 불안해졌 다.
‘회주님, 더는 이끌지 않겠다는 겁니까? 아니면……
더는 이끌 수 없게 되는 겁니까?
이명환은 차마 그 질문을 입 밖 으로 낼 수 없었다.
그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막아 내기 위해서 입술을 더욱 강하게 깨 물 뿐이었다.
강진호가 천천히 단상을 내려간 다.
강진호의 모습이 단상 뒤로 멀어 지고, 중앙 건물 안으로 완전히 사
라질 때까지…….
이곳에 모인 회원들 중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등 뒤에 모인 이들이 하나둘 자 리를 뜨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이 명환도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이상하지.
수도 없이 걸은 걸음이건만.
오늘은 한 발을 떼는 것조차 쉽 지 않다. 마치 제 발로 처음 걷는 이의 걸음처럼.
뗀 발을 내딛기가 겁난다.
하지만 이명환은 주먹을 쥐고 발 을 내디뎠다.
걸어야 한다.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이명환의 걸음이 점점 더 단호해졌다.
어느새 회주실 창가에 선 강진호 가 걸음을 내딛는 이명환을 말없이 가만히 지켜보았다.
오래도록.
무척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