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9)
마존현세강림기-199화(199/2125)
마존현세강림기 8권 (25화)
5장 연기하다 (5)
한국무도총회 (韓國武道總會).
보통 사람들은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는 협회다. 한국에 전해 내려오는 고무술(古武術) 전수자들이 모여 서 만든 단체로, 일반인들에게는 고 루한 옛 무술을 익히는 이들이 만들 어낸 쓰잘데기 없는 경로당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한국무도총회의 낡은 건물 안으로 주변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검은 세단들이 지금 줄줄이 들어가고 있었다.
총회의 지하에 위치한 대회의실에는 이미 수많은 이들이 자리하고 있 었다.
일반인들이 이 광경을 보면 매우 이상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로 허름해 보이는 건물 외 관과는 다르게 지하의 건물은 매우 깔끔한 현대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두 번째로 깔끔하고 현대적인 실
내와는 다르게 자리에 앉아 있는 이 들의 복장은 매우 자유로웠다. 정확 하게 말하자면, 형형색색의 개성이 너무 넘쳐서 일견 난잡하게 보일 지 경이었다.
상석에 앉아 있는 이가가만히 중 인들을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동쪽의도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해에 들어서 실질적 인 무력 충돌이 벌써 일곱 번째입니다.”
사내의 말에 다들 무거운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충돌 자체는 전면전으로 번질 만
큼 큰 것은 아니지만, 대로변에서 공공연히 시비를 걸어오고 있기에 자칫했다가는 노출의 위험이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제자들의 단속을 강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짧은 머리에 양복을 입은 중년 사 내가 상석의 사내를 보며가만히 입을 열었다.
“피하면 끝나는 겁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좀 더 정확히 말해주지 않겠소?”
“저쪽은 대놓고 시비를 걸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쪽은 피한다,도망친다, 상대하지 않는다 같은 미
온적인 대처만을 내놓고 있습니다. 왜 우리만 계속 당해야 하는 겁니까, 회주.”
회주라 불린 상석의 사내가 진중 한 어조로 말했다.
“충돌했을 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자존심은 챙기겠지요.” 중년 사내의 말에 좌중이 웅성거 리기 시작했다.
그 자존심이라는 말이 그들의 마 음을 뒤흔든 것이다.
동쪽.
영남회가 아무리 한반도에 존재하는 무력 단체 중 최고의 세력을 자 랑한다고는 하나, 그들 역시 크게 뒤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맞서 싸우지 말라는 회주의 지시가 이어지다 보니 마땅히 대 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랫동안 반복되다 보니 영남회의 무인들이 그들을 겁쟁 이 취급하기 시작했다.
무인에게 있어서 겁쟁이라는 취급을 당하는 것은가장 심한 욕이나 다름없었다.
“여러분의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
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됩니다. 무련의 인물들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무련이라는 말이 나오자 장내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확실한 겁니까?”
“홍왕계라고 하더군요.”
“으음……”
그렇다면 지금은 한국의 단체들이 서로 반목할 시기가 아니다. 그만큼 이나 무련은 위협적이고도 강대했다.
“그런 고로 다음 정기회의 전까지는 영남회와의 충돌을 자제해 주시
기 바랍니다.”
양복을 입은 사내가 벌떡 일어나 고는 말했다.
“이번에는 회주의의견을 존중하 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에도 같은 대 답을 들어야 한다면, 그때는 나 역 시 더 이상 참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명심하십시오.”
사내가 거칠게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자 다른 이들도 줄줄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모든 이들이 회의장을 비우자 상 석에 앉아 있던, 회주라 불린 사내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못해 먹겠군.”
무인들을 모아 조율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같이 자존심이 센 이들이라 결코 남의 말을 쉽게 들으려 하지 않고,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크게 튀어버린다.
지금까지는 어르고 달래고, 재물을 풀고, 회주의 권위로 압박하는 수까지 써서 겨우겨우 충돌을 막고 있긴 하지만, 이젠 그것도 한계에 달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고!”
영남회는 마치 전면전을 벌이자는 듯이 그들을도발하고 있었다.
전면전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그 역시 무인. 아무리 세가 딸린 다고 하나 굴욕을 당하기보다는 죽 음을 선택하겠다는 무인혼이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영남회와 총회가 충 돌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자신들의 정체를 일반인들에게서 숨기는 일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순간 무련이 중재를 하겠답시고 한 국의 일에 관여할 명분올 주게 되어 버린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때, 회의실 안으로 한 여인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할아버지.”
“여기서는 회주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지 않니!”
“네, 회주님. 보는 사람도 없는데 뭘 그렇게 따지세요.”
“눈이 없다고 편함을 추구하다 보 면, 눈이 있어도 실수를 하게 되는 법이다.”
“네네.”
이현주는 고개를 살짝 젓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다음 회의 때 회주 교 체에 대한 움직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나오는 건가……
“사실 너무 억누르시기도 했잖아요.”
회주는 한숨을 쉬었다.
“나라고 누르고 싶어서 누른게 아니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너도 잘 알지 않니.”
“네. 저는 알지만, 저들은 모르겠 죠.”
골치가 아파진 회주가 머리를 움 켜잡고는 말을 이었다.
“그놈이 누군지는 알아보았느냐?”
“예.”
이현주가 설명을 시작했다.
“이름은 진바오. 조선계 중국인이 에요.”
“ 조선족?”
“예. 조선족인데, 더러운 일을 전 문적으로 수행하는 청부업자 같은 놈이더라구요.”
회주가 낮은 한숨을 토해냈다.
청부업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이 아니다. 일정 이상의 실력이 동 반되지 않으면 목표에게 되레 살해 당하고 마는 것이 이 세계의 청부업 자였다.
“유명한가?”
“이쪽에서는 나름 이름이 있는 놈 이던데요?”
“그래?”
회주가 천천히 턱을 긁었다.
무련과 관련된 놈이라면 웬만해서는 건드리고 싶지 않지만, 이번에는 놈이 너무 큰 사고를 쳤다. 이번 일을 수습하느라 얼마나 진땀을 흘렸 던가.
계속 그래도 내버려 둔다면 결국은 더 큰 사고를 칠 놈이다.
“지금 어디에 있느냐?”
“중국에요?”
“응‘?”
이현주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을 이었다.
“중국으로 돌아갔더라구요.”
“임무가 벌써 끝난 거냐? 이 런……
회주가 안타깝다는 듯 얼굴을 주 물렀다. 그 당시, 사상자가 없다고 들어서 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이런 결과를 낳게 될 줄이야.
“안타까운 생명이 하나 졌구나.”
“지레짐작하지 마시구요. 임무를 성공하고 간게 아니라 임무를 포기 하고 돌아간 것 같아요.”
“포기?”
청부업자가 임무를 포기하면 막대 한 위약금을 물기 마련이었다. 그렇 기에 청부업자들은 웬만해서는 임무를 포기하지 않는다.
“ 목표는?”
“무사해요.”
“……빙빙 돌리지 말고 상황을 제 대로 말해보거라.”
이현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진바오가 그 목표물에게 당한 모양이에요.”
“ 당했다고?”
회주의 미간이 좁아졌다. 무련에
서 일을 맡길 만큼 실력이 있는 이가 목표에게 되레 당했다는 것은 많은의미을 부여해 주는 일이었다.
“그 목표에 대해 조사했느냐?”
“이름 강진호. 얼마 전에 전역을 했고, 대학생이에요. 부모와 여동생 이 하나 있어요. 아버지는 카페를 하고 있고, 어머니는 카페를 돕죠. 여동생은가수인데, 무척 유명해요.”
“……그게 전부?”
“예.”
“유파나 어떤 무공을 익혔는지는 조사하지 않았느냐?”
“없어요. 유파도, 무공을 익힌 흔
적도. 이번 일이 있기 전에는 우리 측에도 전혀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으음……”
회주가 침음성을 흘렸다.
‘ 귀환자인가.’
그렇다면 문제가 컸다.
“아무래도 내가 한번 만나봐야 할 것 같구나. 그 청년은 지금 뭘 하고 있느냐?”
“ 그게……
이현주가 대답하기가 조금 곤란하 다는 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규민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다.
조금의 역경이 있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었다면 황정후가 준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고, 이 자리에 올라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강진호는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조규민에게는 아직 비장의 수가 남 아 있었다. ‘강진호 마스터’ 조규민은 강진호의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 하고 있던 것이다.
모든 수를 잃은 조규민이 선택한
마지막 방법은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확실한 수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선 택해서 그 효과를 본 비장의 수.
“강진호씨이이이이!”
“안 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강진호씨!”
“안 해요.”
“……저 짤려요.”
“그 정도로 짤리지는 않습니다. 짤리게 되면 제가 회장님께 말씀드 리죠.”
“안 짤리더라도 신뢰도가 달라진 단 말입니다.”
“거기까지는 제가 신경 쓸 바가 아닌 것 같군요.”
“강진호씨이이이이!”
“아, 안 한다니까!”
조규민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강진호를 따라다니며 조르기 시작 한 것이다.
‘논리가 안 먹히면 감성이다.’
냉정하게 보면, 이건 감성이라기 보다는 귀찮게 하는 것에가까웠지 만, 조규민은 지금 그런 디테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강진호가 미간을 좁히고는 말했다.
“제가 그걸 해야 할 이유가 없잖 아요.”
“재미있을 겁니다.”
“재미요?”
“네, 재미있을 거예요. 강진호씨, 그런 거 한번 해보고 싶지 않으셨 어요? 보통은 부담이 되어서 못하는 거죠. 놀이 삼아 해본다고 생각하면 이만큼 재밌는 것도 없거든요.”
“노동이 재밌다구요?”
“당연하죠. 휴대폰게임 차트 들 어가 보세요. 카페에서 커피 뽑고 목장에서 소 젖 짜요.”
조규민이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돈이 걸려서 문제인 거지, 돈 문 제에서 자유롭다면 자영업은 매우 재미있는 놀이나 다름없습니다!”
“……사기꾼 다 되셨네요.”
“헐,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강진호가 피식 웃으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번 해준다고 해서 나 쁠 것은 없지만, 부모님의 허락부터 시작해서 진행하기 전에 해야 할 일 이 많았다.
“그런데 강은영 씨는 오늘도 카페 에 나가 있는 겁니까? 드라마도 들
어갔는데?”
“스케줄은 스케줄이고, 벌은 벌이 죠. 잘못한게 있으면 벌을 마저 받 아야죠.”
“아버님이 매출 떨어지셔서 안 놔 주시는 건 아니구요?”
강진호는 어색한 얼굴로 대답을 피했다.
그 얼굴만으로 조규민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행사 한번 돌 리면 어마어마하게 벌텐데.’
하기야 강진호 집안에 돈이 급할 이유는 없다. 강진호의 통장에는 이 미 강은영이 평생 벌어도 따라잡지 못할 현금이 쌓여 있으니까.
아버지의 카페에도착한 강진호가 구석으로가 담배를 빼 물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흡연을 할 수 없으니, 미리 한 대 피워둘 생각인 것이다.
“다시 한번만 생각해 보십시오.”
“안 한다니까요.”
“그러지 말고 좀!”
“쯧.”
막 강진호가 뭔가 말을 하려는 찰
나,가게 안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가라구요!”
신경질적으로 들려오는 강은영의 목소리에 강진호가 피우던 담배를 바닥으로 던지고는 몸을 돌려 카페 안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