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92)
마존현세강림기-1994화(1991/2125)
마존현세강림기 81권 (3화)
1장 포고하다 (3)
[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 세상이 웃음소리로 뒤덮인다.집 안에 있는 TV에서.
누군가의 손에 들린 휴대폰에서.
그리고 거리에 보이는 광고판에서. 어느 나라 가릴 것 없이 같은 영 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저게 뭔 소리야?”
“저 사람도 그 테러리스트 같은 사람인가?”
“아니, 지금 그 테러리스트와 싸 운다잖아!”
“그거, 미국이 해결한 것 아니었 어? 자기가 뭔데 나선다는 건데? 그리고 저런 화면은 왜 내보내 주는 거야? 해킹이라도 했나?”
그 대화만을 듣고 전후 사정을 이해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얼마 전 세상을 협박한 이와 대적하려는 누군가가 있다 정도만 이해할 뿐.
하지만 그런 이들 중 지금 오가 는 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 하게 이해하는 이들이 있었다.
“……총회의 회주가 흑왕과 싸운 다고?”
사람들이 빼곡하게 오가는 삼거 리. 중앙 건물 위쪽에 설치된 커다 란 광고판에서 송출된 영상을 보던 이가 제 손에 들린 휴대폰을 몇 번 이고 확인했다.
“……그런 모양이다.”
그의 옆에서 함께 휴대폰을 바라 보던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갔는데
흑왕이 미사일을 발사해 버리면 어 떻게 하려고?”
“그럴 수가 없지.”
“왜 그럴 수 없어? 흑왕의 입장 에서 총회의 회주는 적이잖아.”
“적이지만 적이 아니지. 왜냐면 그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유는 바깥 세상의 사람들이 우리의 요구를 들 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아직 약속한 시간이 되지 도 않았는데 같은 무인이 접근한다 는 이유로 미사일을 쏴버리면?”
“그럼••••••
“무인은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하고 씨몰살을 당할 거야. 누구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 벌어 진다.”
“그, 그러겠네.”
핵을 맞은 국가는 미쳐 날뛰게 될 테니까.
그리고 그 미쳐 날뛰는 국가를 국민들도 광적으로 지지하게 될 것 이다. 설사 그 과정을 비도덕적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고 해도 같은 일이 또 반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그럼 자기가 말한 무인들을 위한
전쟁이란 말을 제 스스로 어기는 게 되는 거지. 자가당착이라고! 그놈 때문에 무인들이 모두 죽어 나갈 테 니까!”
“게다가 저 말은 맞잖아?”
“뭐가?”
“우리가 바깥 놈들처럼 모든 법을 지키며 사는 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절대 어기지 않던 진리가 있 지.”
“……강한 자가 정의다.”
“그래. 그거면 되는 거지.”
두 사람의 시선이 건물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커다란 비전으로 향 했다. 그 비전에 떠 있는 강진호의 모습이 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맞는 말이야.”
싸움 한 번 없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 모든 무인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듯이 행동한다. 강진호가 말한 논리보다 그들을 더욱 거슬리게 하 는 것은 다름 아닌 그런 사실이었다.
옥좌란 피를 흘리지 않고서는 가 지지 않는 것.
도전을 회피하는 자는 왕이라 불 릴 수 없다. 왕의 자리를 손에 넣고 무인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자는 오직
하나.
“가장 강한 자뿐이다.”
전 세계의 무인들이 이 광경을 보 고 있다.
그들 역시 누가 옳고 그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누굴 따라야 하는지만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저질렀네.”
“……그러게.”
이명환이 화면을 바라보다가 헛웃 음을 흘리고 말았다.
‘저 회주님이 말이야.’
물론 강진호가 TV에 나온 게 처 음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TV에 나온 것은 무인 강진호가 아니라 인 간 강진호였다.
강진호가 그 두 개념을 얼마나 철저하게 분리하고 살아왔는지를 이 해하는 이명환으로서는 TV에 보이 는 저 강진호의 모습이 더없이 낯설 었다.
“……TV에 나올 정도면 볼 사람 은 다 봤겠지?”
“안 본 사람도 동영상으로 다시 보겠지. 전 국민이 다 알게 될 거다.”
“그렇지?”
이명환이 강진호의 얼굴을 바라본 다.
선언.
그래, 저건 선언이다.
하지만 강진호의 표정은 선언하는 자의 것 같지 않았다.
이명환은 이해한다.
강진호가 저곳에 서기 위해서 얼 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는지 말이다.
강진호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 해서 자신이 추구하던 것들을 대부 분 내려놓았다.
강진호는 더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다.
스스로 대표의 자리를 자진해 버 린 이상, 그는 모두에게 기억될 것 이다. 그리고 결국 충돌하고 말 무 인의 세계와 평범한 세계를 중재해 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제 등에 짊 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강진호가 가장 바라지 않던 삶이 겠지.
“……싸울 기회는 주겠다고?” 총회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들리는 것은 여러 군데에 틀어져 있는 TV에서 흘러나오는 강진호와 흑왕의 목소리뿐이었다.
‘다들 알고 있는 거겠지.’
저 방송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강진호가 그들을 위해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회주님.’
이명환이 화면 속에 보이는 강진 호의 모습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성심 보육원의 거실에 모여든 아 이들이 멍한 눈으로 강진호가 나오 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형이 왜 TV에 나와?”
“다른 데도 다 이 화면만 나오는 데?”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보며 보육원의 아이들이 입을 벌렸다.
“••••••오빠.”
1응?”
조미혜가 불안한 눈으로 한진성을 돌아보았다.
“지금 진호 오빠가 저 사람이랑 싸운다고 한 거지?”
“……나도 그렇게 들었어.”
“오빠가 왜?”
강진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들도 이미 알고 있다. 아 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강진호를 보고 있으면 그쯤은 알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크다.
“왜 저런 사람이랑 진호 오빠가
싸우는데?”
“이유가 있겠지.”
“아니!”
“진호 형은!”
조미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한 진성이 단호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 을 끊었다.
“이유 없는 일을 할 사람이 아니 야.”
“반드시 그래야 할 이유가 있겠 지. 그리고 그걸 자기가 해야 할 이 유도 있을 거야.”
조미혜의 두 눈에 물기가 고인다.
도무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진호 형이 누구랑 싸워?”
그들의 대화를 들은 아이들이 고 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온다.
“아니, 그게……
“그럼 나쁜 놈■이네.”
“응?”
“진호 형은 원래 나쁜 놈들 혼내 주잖아.”
한진성의 손이 제 허벅지를 움켜 잡았다.
떨리는 입술을 필사적으로 진정시 킨 한진성이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손을 뻗은 한진성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당연하지. 진호 형이 나쁜 놈 혼내주고 올 거야.”
“그렇지?”
“그래. 그러니까 걱정 말고.”
“웅.”
한진성의 손이 이번에는 조미혜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렸다.
“그러니까…… 믿고 기다리면 돼.”
“저 형, 매번 사고 치잖아. 전에는 감방에도 들어갔다 왔고. 그 때에 비하면 뭐, 별것도 아니지.”
조미혜의 어깨를 잡은 한진성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냥 기다리면 돼. 그럼 언제나 처럼 또 속이 뒤집어져서 시무룩한 얼 굴로 걸어 들어오겠지. 그러고는 저쪽 구석에 앉아서 궁상 떨어 댈 거야.”
한진성이 미소를 지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과자 사 놔야겠네.”
“그래, 그래야지.”
한진성이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형.’
그럴 거지?
꼭.
꼭 그래야 해.
“저 또라이 새끼가 진짜.” 주영기가 이를 뿌득뿌득 갈아댔다.
“지가 뭔 용가리 통뼈야? 뭘 어 쩌겠다는 건데, 이 미친놈이!”
주영기가 휴대폰을 뽑아 들자, 박 유민이 그런 주영기를 만류한다.
“뭘 어쩌려고?”
“전화해서 지랄해야 할 거 아냐!
저 새끼 대가리에 총 맞은 거 아 냐? 거기가 어디라고 기어 들어가, 기어 들어가긴! 그러다가 뒈지면 어 떻게 하려고?”
“내 저 새끼 눈 돌아가면 제정신 아닌 건 알았지만, 그것도 어느 정 도지! 놔봐! 쌍욕이라도 퍼먹으면 정신 좀 돌아오겠지!”
“하지 마라, 영기야.”
“뭘 하지 마, 이 새끼야! 진호가 죽으러 간다는데!”
“ 진호잖아.”
그 한마디에 주영기의 얼굴이 맥 없이 풀렸다.
“……진호가 생각 없는 애가 아니 잖아. 저래야 할 이유가 있을 거야. 그리고 한번 그래야 하다고 생각했 으면 무슨 말을 들어도 생각을 바꿀 애가 아니야.”
“야, 인마……
“지금 진호도 많이 복잡할 거야. 괜히 우리까지 부담 주지 말자.”
“이 새끼야, 우린 친구잖아! 이럴 때 친구 아니면……
“친구니까.”
박유민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살
짝 주억거렸다.
“친구니까 방해하지 않는 거야. 친
구니까.”
주영기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야, 유민아. 너 그러다가 몸에서 사리 나오겠다. 뭐만 하면 네가 이 해하고, 참고..
“어쩌겠어. 천성이 이런데.”
“저 새끼는 광화문에 거꾸로 매달 아서 돌팔매질해 죽여야 돼. 저 나 쁜 새끼, 저거.”
입으로 쉴 새 없이 욕설을 내뱉
는 주영기이지만, 그의 눈에 담긴 감정은 화가 아니라 안타까움과 불 안함이었다.
“상의라도 하지…… 매정한 놈아.” 친구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려 드는데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차라리 이곳에서 가만히 있는 것 이 도와주는 거라는 사실이 주영기 를 견딜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그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도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주영기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강진호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강진호는 그의 목숨뿐 아니라, 그
와 그의 가족의 삶마저 구원해 준 사람이니까.
“괜찮을 거야.”
그럼에도 더는 말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박유민 때문이다.
주영기는 알고 있다. 박유민이 강 진호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그런 박 유민이 이렇게 담담하려고 애쓰는 데, 그가 불평을 늘어놓을 수는 없 는 노릇 아닌가.
“그냥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겠 지. 그리고 말해봐야 말리기만 할 거라는 걸 아니까.”
“알면 안 해야지, 미친놈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박유민이 화면에 보이는 강진호를 보며 옅게 웃었다.
“우리가 이해해 줘야지. 친구란 그런 거잖아. 무슨 일을 해도 이해 해 줄 수 있는 사람.”
박유민이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강진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지, 진호야?’
먼저 이해해 준 사람은 강진호다.
그가 강진호에게 저지른 잘못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박유민 은 아직 자신의 잘못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강진호는 아무렇지도 않 게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가 한 일을 이해해 주었다.
처음 강진호가 몰던 자전거 뒷좌 석에 탄 순간을 박유민은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해 준다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걸 뼈저 리게 느꼈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진호를 이해하고 기다려 줄 차례야.”
“유민아……
‘그렇지, 진호야?’
박유민이 주먹을 꽉 쥐고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원장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사람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박유민은 강진호를 통해 그 말이 틀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가 믿을 것이다.
그의 친구가 무사히 돌아올 거라 는 사실을 말이다.
반드시.
그래,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