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93)
마존현세강림기-1995화(1992/2125)
마존현세강림기 81권 (4화)
1장 포고하다 (4)
[야! 강진호! 똑바로 말 안 해?]“……내가 니 오빠야.”
[오빠고 나발이고! 오빠면 오빠답 게 굴어야지! 이게 뭔 짓거리야!]강진호가 해탈한 얼굴로 천장을 올 려다봤다.
‘죽겠네.’
문제는 강은영이 미쳐 날뛰고 있 다는 사실이 아니다. 강은영이 하는 말 하나 하나 틀린 게 없다는 것이 다.
“걱정하지 마. 깔끔하게 해결하고 올 테니까.”
[세상에, 간도 크지. 아이고, 엄마. 저 인간을 어떻게 낳았어? 간 덩어 리가 대가리보다 클 판인데!]위장이 아프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위장이 아팠 다. 아무리 무인이라고 해도 신경성 위염은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아니!]“어, 엄마는!”
강진호가 재빨리 선수를 쳤다.
[앓아누으셨다! 이 인간아!] [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그래?]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그가 이 세상에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가족에게는 이성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른 이들은 그가 해야 할 일의 당위성을 설명하면 어떻게든 이해를 끌어낼 수 있겠지만, 가족에게만은 그게 통하지 않는다. 애초에 가족이
란 세상이 멸망하든 말든 내 형제, 내 자식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여기 는 이들이니까.
그래서 가족이다, 그래서.
답답한 와중에서도 괜스레 입꼬리 에 미소가 지어졌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해.”
[그게 되겠어?]“은영아.”
[…….]“내가 없는 동안은 네가 어머니랑 아버지 챙겨야 한다. 알고 있지?”
[뭐…… 평소에는 자기가 챙겼던 것처럼 말하고 있네.]“그리 말하면 할 말 없긴 한데.” 강진호가 낮게 웃고는 다시 물었 다.
“아버지는?”
[안 받으신대. 아버지는 할 말 다 하셨대.]
“••••••그래.”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답다.
[오라비, 다시 생각…… 아니지.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오라비가 생 각을 바꿀 리가 없지.]
[제발 다치지 마. 그럼 엄마 진짜
죽어.]
“걱정하지 마. 멀쩡하게 돌아갈 테 니까.”
[진짜…….]“이제 끊어야 돼. 나중에 시간 나 면 전화할게.”
[몰라. 알아서 해.]전화를 끊은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심하긴 했다.
TV에서 강진호가 하는 말을 들은 가족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죄스러운 마음뿐 이다.
하지만 도저히 얼굴을 마주하고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쉽지 않네.”
세상 모든 일이.
강진호가 얼굴을 주무르자 문이 열리며 이현수가 안으로 걸어 들어 왔다.
“……노크라도 좀 하지.”
“거, 앉아서 100미터 밖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듣는 양반한테 노 크는 무슨 노크입니까?”
“……그래도 그게 예의인데.”
“우리 사이에 예의는 무슨 예의입 니까. 정 없게.”
‘그냥 팰까?’
강진호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얼굴 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차라리 지 금 쌓인 악감정을 풀어두는 게 현명 한 일일지도…….
“대충 보니 무슨 생각 하시는지 알 것 같은데, 생각 달리하십쇼. 악 착같이 돌아와야죠.”
귀신같은 놈.
저 정도면 눈치가 빠른게 아니라 독심술사 수준인다.
“어때?”
“난리도 아니죠, 뭐.”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회주님이 누구냐부터 시작해서 왜 이런 일에 정부들은 침묵하고 일반인 이 나서는지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 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인들도 피곤하겠어.’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도 분명히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일이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일이 해결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를 가리지 않는다.
“버티는 것도 저쪽의 일이겠지.”
“저기도 걸 만한 건 다 건 겁니 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했는데 이 일이 잘못되면 자신들도 웬만큼 은 각오를 해야 하는 법이죠.”
“ Q..»
M…•
“회주님이 그동안 해온 일이 아니 었으면 이만한 지지를 얻어낼 수 없 었을 겁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준 것이 컸 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그렇다 치고, 유
럽은 나에게 악감정만 있을 것 같은 데?”
“원탁의 입장과 유럽의 입장은 또 다른 법이니까요.”
“어렵군.”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여하튼 그런 복잡한 문제는 아무 래도 좋다. 그는 이제 그런 일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
“무인들은?”
“무인들 반응이야 뭐 따로 확인할 방법이 없잖습니까. 하지만…… 일 단 홍왕계 쪽의 말을 들어보니 창왕 쪽으로 합류하던 이들의 수가 확연
하게 줄어들었답니다.”
“좋아.”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충분하다.
이미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정한 이들은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보통 무인들은 황소고집이니까. 강 진호를 포함해서 말이다.
중요한 건 관망하던 이들이다.
합류하던 이들이 줄어들었다는 건 무인들 역시 강진호와 흑왕의 승부 를 지켜보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뜻 이다.
“나쁘지 않군.”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걸로 괜찮으신 겁니까?”
“별수 없잖아.”
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천천 히 연기를 뿜어낸다.
“다 얻을 수는 없지. 얻을 게 있 다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이지.”
“맞는 말씀이십니다만……
강진호의 기준으로 보자면 너무
많은 것을 잃은 것이다.
이 한 수로 강진호의 인생은 거의 상전벽해 수준으로 변해 버릴 테니 까. 이 한 수로 얻은 것에 비하면 별 게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거지.’
적어도 강진호에게 있어서만큼은 잃은 것의 크기가 얻은 것에 비해 그리 작지는 않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
혹왕은 그런 상대다.
그만한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같 은 무대에 설 수조차 없는.
“아시겠지만…… 이리된 이상 돌
아온 뒤에도 한동안은 골치가 아프 실 겁니다.”
“……뒷일을 생각할 만큼 여유가 넘치지는 않아. 어찌 될지도 모르고.”
“아뇨. 생각하셔야 합니다.”
“웅?”
이현수가 단호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회주님이 반드시 겪게 될 일이니 까요. 꼭 고민해서 대처법을 생각하 십시오. 반드시!”
이현수를 빤히 바라보던 강진호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고민해 보지.”
“예.”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둣 이현수가 화제를 돌렸다.
“흑왕이 이 한 수를 순순히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만…… 정말 회주님 말씀대로 됐네요.”
“그런 놈■이니까.”
사람이라는 건 각자 추구하는 바 가 다르다.
혹왕이 정말 원하는 것이 개인의 무언가였다면 강진호가 시도한 도박 은 절대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하 지만 강진호는 흑왕의 말에 공감했
“놈이 그리 말했잖아. 시대를 위해 서, 무인들을 위해서 이런 일을 벌였 다고.”
“난 그냥 그 말을 믿은 것뿐이야.” 이현수가 헛웃음을 지었다.
가장 믿을 수 없는 이를 한 점 의혹 없이 믿었기 때문에 할 수 있 던 전략이라니.
이만큼 아이러니한 일이 또 있을 까.
“여하튼 이제는 물러설 수 없습니 다.”
“ 알아.”
패는 이미 던져졌다.
남은 것은 누가 살아남을지를 결 정하는 것뿐.
“아시다시피 거긴 대규모의 병력 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안 됩니 다.”
“안다니까.”
강진호가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그 태연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보 자 괜스레 불안해지는 이현수였다.
“설마 혼자 가실 생각은 아니죠? 그건 절대 안 됩니다.”
“나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야.”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저쪽도 혼자가 아닌데, 내가 혼자서 상대해 줄 이유는 없 지.”
“왜?”
이현수가 묘한 눈으로 자신을 바 라보자, 강진호가 의아한 듯 묻는다. 그러자 이현수가 어색한 웃음을 지 었다.
“아뇨. 뭔가 새삼스러워서요. 옛날 회주님 같으면 몇 명이든 혼자서 다 쓰러뜨리면 된다고 하셨을 것 같아 서.”
“옛날이었으면 그랬겠지.”
“하지만 나도 이제는 알아. 나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말이야.”
“예‘?”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 모든 걸 건다는 건 내 몸뚱아 리 하나만으로 부딪치는 게 아니야. 나라는 건 나 자신을 의미하기도 하 지만, 내가 살아온 삶을 의미하기도 하는 법이거든.”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내 삶으로 쌓아 올린 것은
모두 이용해야 진짜 싸움이라고 할 수 있지. 그게 돈이든 권력이든 사 람이든 말이야.”
“ 왜?”
“아뇨. 뭐랄까……
이현수가 머리를 긁어 댔다.
“진짜 어른이 되셨구나라는 생각 이 들어서.”
“……언제는 애였나.”
“솔직히 그런 면이 없다고는 말 못하잖습니까.”
“하긴.”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저쪽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거야. 이건 그런 싸움이니까.”
누가 더 강한가.
그건 단순히 무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싸움에 로망 따위는 없다. 무 슨 수를 쓰더라도 상대를 쓰러뜨려 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는 이만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자격을 가지게 된다.
‘ 지독하군.’
강자존.
무인들의 세상에서는 너무나도 당 연했던 진리.
하지만 지금껏 숨 쉬듯 강자존을 논하며 살아왔음에도 이 법칙이 이 토록이나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누굴 데려가시겠습니까?”
“이현수.”
“예, 회주님.”
“너는 아니다.”
“아, 압니다. 저도 생각이라는 게 있는 놈인데……
이현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와 강진호는 정말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다. 모든 운명이 결정 나 는 이 싸움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도 안다.
그건 그저 자신의 욕심일 뿐이라 는 걸 말이다.
그가 함께 간다면 방해가 될 뿐 이다. 그 벙커 안은 지략 따위는 아 무런 의미가 없는, 순수한 무력의 공간이 될 테니까.
“고민할 것도 없지.”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건은 두 가지.”
“우선은 그놈들을 상대하는 데 도 움이 될 정도로 강할 것이겠네요?”
“ 맞아.”
“그럼 다른 한 가지는 뭡니까?”
“흐음.”
강진호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어렸다.
그 살짝 장난기가 엿보이는 미소 를 보자, 강진호의 대답이 더욱 궁 금해 졌다.
“어찌 보면 첫 번째보다 더 중요 한 조건인데……
“예.”
“거기서 죽어도 내가 미안하지 않 을 만한 사람.”
그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인성 없어 보이는 말 같은데, 그거.
“가자. 하찮은 목숨들을 데리러.”
“……제발 부탁인데, 그 말은 그 분들에게 하지 마십시오.”
“그건 생각을 해보지.”
“ 하아••••••
이현수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여하튼 이 사람은 마지막까지 평 범하지 않다.
강진호가 문을 향해 걸어 나가자, 이현수가 곧장 따라붙지 않고 그의 등을 빤히 바라보았다.
‘잘도 여기까지 왔구나.’
저 등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저 등이.
이현수가 단호한 눈으로 강진호를 따라나섰다. 지금부터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전해야 한다.
그 결말이 어떻게 되든…….
그리 크지 않은 두 어깨에 세상 의 운명을 짊어진 이가 있었노라고.
그게 살아남은 이의 의무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