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94)
마존현세강림기-1996화(1993/2125)
마존현세강림기 81권 (5화)
1장 포고하다 (5)
“대장로님……
장민이 위엄 넘치는 눈으로 모인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 마교의 장로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기억하라.”
“예, 대장로님!”
“교에는 율법이 없다. 반드시 지 켜야 할 법칙도 없다.”
“내가 교를 지켜온 이유는 오로지 교인들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민이 가라앉은 눈으로 그의 교 도들을 바라보았다.
장로라고는 하나 그의 손자뻘도 되지 않는 이들. 그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존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셨기에 이제 교도들은 더는 삶의 무게에 신 음하지 않게 되었다. 너희 역시 마 존께서 베푸신 가없는 은혜를 잊지
말도록 하여라.”
“명심하겠습니다, 대장로님.”
“하나 더 기억해라.”
“예!”
장민이 자애로운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교에 집착하지 말거라.”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장로님?”
“교가 더 이상 교도들의 삶에 도 움이 되지 않는다면, 교를 해산하고 모두에게 제 삶을 찾도록 해주거라.”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모 두가 마존과 대장로님의 은혜를 입은
이들입니다! 그런 이들이 어찌 교를 저버릴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장민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집착일 뿐이다.”
장로들이 황망한 얼굴을 했다.
“대장로님, 이제야 교가 융성하기 시작했는데,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내 목적은 교를 융성시키는 게 아니었다. 갈 곳 없고 박해받는 교 도들을 어떻게든 이끄는 것이 내 목 적이었다.”
“하지만……
장민이 미소를 지었다.
이들이 이리 반발하는 것도 결국
에는 마존과 그를 위한 것이라는 사 실을 알기 때문이다.
“마존께서 교를 융성시키라 하시더 냐?”
“ 그건••••••
“내가 너희에게 교를 존속하라 하 더냐?”
“……아닙니다.”
장민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존께서는 스스로 상징으로 남 기를 원하시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 역시 교도들의 행복이지, 교의 번영이 아니다. 그러니 혹여 교가 교도들에게 짐이 되는 상황이 온다
면, 너희는 미련 없이 결단을 내려 야 할 것이다.”
“대장로님……
마교의 장로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장민을 바라보았다.
“그리하겠다고 말해주거라.”
“그리…… 그리하겠습니다.”
“그걸로 됐다.”
장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리 걱정할 것 없다. 어차피 이건 내가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돌 아오지 못할 때를 대비한 말이니까.”
“반드시 돌아오실 겁니다. 저희 모두가 마존과 대장로님의 귀환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굉장히 불길한 말이로군. 뭐 가 착착 쌓이는 기분인데.”
“예?”
“아니다.”
장민이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렸 다.
닫혀 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며 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난다.
담배를 물고 있는 강진호가 말없 이 장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없는 영광입니다, 마존이시여.” 모든 것을 건 싸움에서 그가 마 존의 곁을 지킬 수 있다는 것. 그의
인생에 방점을 찍는 데 이보다 더 완벽한 상황이 존재하겠는가.
“다녀오마.”
“대, 대장로님!”
“무인들에게 박해받던 우리가 그 무인들을 지키기 위해서 싸움에 나 서는구나.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 일 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마음에는 한 점 의혹도 없다.
그에게 있어서 이건 세상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
오직 마존을 위한 싸움이다.
그가 원한다면 장민은 지옥의 불
구덩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들 것이다. 그보다 더한 지옥에서 그를 꺼내준 이가 바로 이 사람이니까.
“마존이시여.”
장민이 강진호와 똑바로 서서 그 를 바라보았다.
“명하신다면 이 한목숨 마존을 위 해 바치겠나이다.”
“명령이 아니야, 장민.”
강진호가 빙긋 웃는다.
“부탁하지. 나와 함께 죽어줘.”
“얼마든지 그러겠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마주 웃
었다.
“후우우우우우우.”
가부좌를 튼 바토르가 천천히 숨 을 뱉어냈다.
외공.
그는 평생 외공에 매달렸다.
모두가 외공이 아닌 내공에 집착 할 때, 바토르는 오로지 그의 육체 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에만 몰두했 다. 그게 자신이 가장 강해질 수 있 는 방법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틀렸는가?’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그 역시 자신의 무학에 한계를 느끼고, 그걸 돌파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그건 외공이 가진 한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는 없 다. 모든 무인은 그와 같은 한계에 부딪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노 력하는 법이니까.
‘나는 올바른 길을 걸어왔는가.’
무학에 대한 집착으로는 누구에게 도 뒤지지 않는다.
그보다 더 강한 이는 있지만, 그 보다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이는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내가 걸어온 길이 옳았는지, 이 제 알 수 있겠지.”
바토르가 천천히 눈을 떴다.
우드드득, 우드득.
그의 육신이 그의 의지에 호응한 다.
누가 옳은지 따위에는 관심 없다.
설사 혹왕이 옳고 그가 무인들을 극락정토로 이끄는 이라고 한들, 바 토르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 다. 바토르 역시 몽골 무인들의 정
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사람이지만, 그는 강진호와 다르다.
그는 그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 각은 딱히 하지 않는다.
무인들이란 극한의 이기주의자.
스스로의 무학을 위해서라면 무엇 이든 포기할 수 있는 이다. 그렇기 에 바토르는 흑왕에게도, 강진호에 게도 공감할 수 없다.
그저…….
끼이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바토 르가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강진 호가 그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강진호를 본 바토르가 입꼬리를 뒤틀어 올렸다.
“시간이 됐나?”
“가자, 바토르.”
강진호가 비릿하게 웃는다.
“싸우다 죽을 자리를 마련해 주지.” “크흐.”
바토르가 그 거체를 일으켜 세웠다.
“거절할 수 없는 말을 하는군.” 그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 강자와의 싸움.
적의 이상 따위는 알 바 아니다. 이 싸움의 결과로 세상이 어떻게 바 뀔지도 그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
싸우다 죽는다면 그걸로 좋고, 설 사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때부터 펼 쳐질 세상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 그는 어떤 세상이라 해도 지금과 다 름없이 살아갈 테니까.
그러니…….
“그거면 충분하다, 주인.”
바토르가 걸어가 강진호의 어깨에 그 큰 손을 올렸다.
“이왕이면 흑왕도 내게 양보할 생 각은 없나?”
“그건 좀 곤란하군. 놈은 내 몫이 라서 말이야.”
“욕심하고는.”
바토르가 씨익 웃는다.
흑왕을 상대하지 못한다는 건 아 쉬운 일이지만, 괜찮다. 흑왕과 강진 호 중 살아남는 이는 그의 몫이 될 테니까.
“알고 있나, 주인?”
“ 뭘?”
“나는 요즘처럼 즐거운 적이 없 다. 상대할 놈들이 끝도 없이 나타 나는 지금이 내게 있어서는 극락이 지.”
“기다리기도 지쳤다. 움직이자고.”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지.”
“오셨습니까?”
“조금 기다리십시오. 아직 준비가 덜 끝나서 말입니다.”
“……준비할 게 있나?”
위긴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 답한다.
“몸 하나로 싸울 수 있는 분들이 야 마음의 정리만 하면 되는 일이지 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타입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제대로 준비를 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위긴스의 책상 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품들과 종이 위에 그 려진, 복잡하기 짝이 없는 회로도들 이 널려 있었다.
“흐음, 이게 연구자의 딜레마지요.”
“••••♦•뭐가?”
“연구가 끝난 물건을 딱딱 골라서 가져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만, 안타깝게도 연구라는 건 그렇게 깔끔한 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진척 률이 98% 정도 되는 것부터 30% 쯤 되는 것들까지 제멋대로 널려 있
는 판이라……
강진호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다 된 것들만 들고 가면 되는 것 아닌가? 준비가 덜 된 건 어쩔 수 없지.”
“옳은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이렇 게도 생각을 해보십시오. 로드 같으 시면 50의 위력을 낼 수 있는 100% 완성된 물건과 100의 위력을 낼 수 있는 80%짜리 물건 중 어느 걸 가지고 가시겠습니까?”
“……80%짜리 아닌7}?”
“대신 80%짜리는 70%의 확률로
작동하고, 간간이 마나가 역류해 폭 발합니다.”
할 말을 잃은 강진호가 멍한 눈 으로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위긴스가 빙긋 웃으며 강 진호를 돌아보았다.
“적의 성향에 맞춰서 그중 무얼 준비할 건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안 정성이 높은 물건은 제 실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게 해주지만, 저보다 더 강한 이를 이기게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위력이 높고 불안정한 물 건은 일발 역전의 찬스를 만들어주
는 대신 이길 수 있는 싸움도 지게 만들 수 있지요.”
“……난 모르겠다.”
“그렇지요. 이건 온전히 제가 결 정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위긴스가 팔짱을 낀 채 침음을 홀렸다.
“어렵네요, 어려워.”
하지만 말과는 달리 이미 위긴스 는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위긴스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물품 중 몇 가지를 아공간 안으로 밀어 넣었다.
“됐습니다.”
“……고민이라더니?”
위긴스가 피식 웃었다.
“로드를 뵈니 제가 하던 고민이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애초 에 제가 그렇게 안정을 추구하는 사 람이었다면 원탁을 버리고 로드의 밑으로 들어오지 않았겠죠.”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원탁을 침공하는 로드에 맞서 싸우 다가 로드의 손에 죽었을 확률이 높 겠지요.”
“침공은 그쪽이 했겠지.”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위긴스가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그에게는 장민이나 바토르와 같은 확고한 목표 같은 건 없다. 그는 그 저 현실주의자다.
그가 강진호를 선택한 이유도 그 저 강진호에게서 원탁 이상 가는 비 전을 보았기 때문일 뿐이다. 딱히 강진호에게 대단한 의리 같은 게 있 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위긴스는 이 싸움을 피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아시겠지만, 저는 로드를 위해
싸우지 않습니다.”
“당연히 안다.”
“로드는 이 싸움이 끝나면 일선에 서 물러날 생각이시겠죠.”
“그래.”
위긴스가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럴 겁니다. 더는 로드가 싸울 적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로드는 군림하지 않으시는 분. 복잡한 정치 의 세계의 발을 담그고 싶지는 않으 시겠죠. 로드는 상징으로 남으실 겁 니다.”
“로드가 일선에서 물러나시고, 장 민 장로님이 은퇴하시고, 바토르 님 이 강자를 찾아 여행을 떠나면……
위긴스가 씨익 웃는다.
“어쩔 수 없이 제가 총회를 맡아 운영할 수밖에 없겠군요. 우리가 이 긴 세상에서는 그게 곧 무인계입니 다.”
“……방진훈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로드도 아시겠지만, 방 이사는 총회를 지키고 싶은 거지, 외부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방 이사가 내 부를 맡아준다면, 제가 외부를 맡으
면 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저리 생각하고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저렇게 노골적으로 말할 줄 은 몰랐다.
“여하튼 훗날을 위해서는 저도 반 드시 업적을 남겨야 합니다. 강진호 의 대리인이 되려 하는 자는 반드시 그만한 자격을 갖춰야 하는 법이지 요.”
위긴스가 강진호를 똑바로 바라본 다.
“이번 전투로 저는 그 자격을 증 명하겠습니다.”
“……야심가이시로군.”
강진호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어디 해봐.”
“ 흐음.”
위긴스가 강진호의 내민 손을 강 하게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