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998)
마존현세강림기-2000화(1997/2125)
마존현세강림기 81권 (9화)
2장 진군하다 (4)
“온다.”
자리를 지키던 무인들이 맹렬한 적의를 담아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이들을 노려본다.
저들이 누구인지 아는 이들도 있 고, 저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보이
는 반웅은 똑같았다.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는 이들을 향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운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이 들은 그런 반웅을 보면서도 딱히 별 반웅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심한 눈으로 천천히 거리 를 좁혀 올 뿐이었다.
무인이기에 안다.
이만한 이들이 내뿜는 살기와 기 파를 뚫고 다가오는 것이 얼마나 힘 든 일인지 말이다.
절대의 강자.
수의 우위라는 상식을 무시하는 절대의 강자들이 그들을 향해 걸어 오고 있었다.
그리고…….
“호, 홍왕이다.”
누군가가 내뱉은 말이 시작이었다.
이곳에 모인 무인 중 태반은 중 국의 무인들이다. 홍왕계에서 이탈 하여 이곳에 온 이들은 홍왕의 존재 를 보는 순간 얼어붙었고, 창왕계의 무인들 역시 호흡을 멈췄다.
“호, 홍왕……
그리고 홍왕의 얼굴을 모르는 이 들조차 그 이름을 들어보지 못할 수
는 없다.
중국을 지배하는 삼왕.
그 삼왕의 이름을 모르는 무인이 어디에 있겠는가.
저 강진호가 등장하기 전에는 세 상에서 가장 강하다 불리는 이들이 바로 그 삼왕이었다. 심지어 지금 이 사태를 만들어낸 흑왕조차도 원 래는 삼왕의 일원 아니었던가.
“마, 마스터.”
유럽에서 온 이들은 자신들을 향 해 다가오는 마스터를 보며 얼어붙 었다.
이곳에 마스터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다. 아니, 그 들이 이곳으로 온 이유 중에는 마스 터가 실각 역시 분명 존재하지 않는 가.
마스터가 실각하고, 위긴스를 앞 세워 총회가 원탁을 먹어 치웠다. 그 사실에 불만을 느낀 이들이 원탁 을 이탈해 이곳으로 모여든 것이다.
그런데 그 반감의 이유라고 할 수 있는 마스터가 그들의 반대편에 서 지금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나, 나이트 위긴스!”
이제는 마스터라 불려야 할 이.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직 나이트
위긴스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이까 지 발견하자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 었다.
‘어, 어째서 저 두 사람이?’
그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마스터와 나이트 위긴스가 함 께 걸어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 이 알기로 나이트 위긴스는 마스터 를 유폐시키고 원탁의 수장 자리를 찬탈한 이다. 그런데 왜 그 두 사람 이 한 곳에 있단 말인가.
“……바토르 님.”
몽골의 무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을 제외한다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올 수 있던 이들. 그렇기에 이곳의 무인들 중 꽤나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던 몽골의 무인들이 움 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홍왕은 중국의 무인들에게도 닿지 못할 곳에 있는, 별이나 다름없는 이다. 하지만 바토르는 그들과 함께 대지를 달리고 하늘을 덮던 이.
그런 이가 반대편에서 다가온다는 것은 몽골의 무인들에게 어마어마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으..”
저벅, 저벅, 저벅.
하지만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
든, 이곳으로 향하는 이들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무 심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걸어올 뿐 이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그 무심한 발걸음을 버티 지 못한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 음질을 쳤다.
시작은 몇몇이었다.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이들이 누구 인지 아는 이들이 가장 먼저 힘을 잃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자 한 몸처럼 쏘아지던 살기가 눈에 띄게 약화되었다.
무인들은 기세에 누구보다 민감한 이들.
주변에서 들끓던 살기가 줄어들 고, 주춤대며 물러나는 이들의 존재 가 눈에 들어온다.
“왜, 왜 물러서?”
“하지만 저기……
아는 이들은 감히 가로막을 수 없다.
홍왕이 누구인지 아는 이는. 바토 르가 누구인지 아는 이는.
마스터와 위긴스가 누구인지 아는 이가 무슨 수로 그들의 앞을 가로막 겠는가.
“빌어먹을, 그런 게 다 무슨 상관 이야!”
반발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의 몸은 그 목소리만 큼 담대하지 못했다. 머리가 이해하 기 전에 육체가 먼저 상대의 강대함 을 느끼고는 떨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 그럼••••••
걸어오는 이들의 면면을 확인한 이들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존재가 떠올랐다.
홍왕, 바토르, 마스터, 위긴스.
그 네 사람을 아는 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 말이다.
‘누구지?’
‘저 중에 분명……
무인들이 입술을 깨문다.
중앙.
걸어오는 이들의 가운데에 개중 체구가 조금 작아 보이는 이가 있 다.
커다란 바토르에 비한다면 더욱더 작아 보이고, 패기로운 홍왕에 비한 다면 평범하기 짝이 없다. 마스터처 럼 연륜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고, 위긴스처럼 냉철해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존재를 인식한 순간부터 누구 도 그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 다.
‘ 저자가……
방송에서 본 얼굴이다.
저 혹왕에게 정면으로 선전포고를 한 이.
무인들을 대표하고 싶다면 자신을 먼저 넘으라 당당하게 선언한 이.
“••••••마존.”
“강진……호.”
“ 마왕.”
부르는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그 의미가 가리키는 이는 오직 하나였
다.
저벅저벅.
거리가 점점 더 좁혀진다.
강진호가 일직선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강진호와 그를 따르는 무리 들이 더는 물러나지 못하는 이들의 바로 앞에 도달했다.
얼어붙는다.
강진호는 그저 그들 앞에 선 것 뿐이다. 그래, 그게 전부다.
하지만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강진호라는 존재를 감당하기에는 그들은 너무도 나약하고 여린 존재 니까.
“……어……
다리가 절로 떨리고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마치 산처럼 커다란 범이 노란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그 눈에서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고 해서 태연할 수 있는 이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얼어붙어 그들을 바라보는 무인들 앞에 선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튕겨 담 배 끝이 불을 붙였다.
타다닥.
담배 끝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침
묵으로 가득 찬 공간에 섬뜩하게 퍼 져 나간다.
“후우.”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은 강진 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그의 앞에 선 자들을 바라본다. 무심하게 시선을 준 강진호의 입이 느릿하게 열렸다.
“비켜.”
위협은 아니다.
담담한 어투로 한마디를 던진 것 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말의 효과는 즉각적으 로 나타났다.
강진호의 앞쪽에 서 있던 이들이 주춤주춤 물러선다. 그러고는 이내 사색이 된 얼굴로 기겁한 듯 좌우로 사람을 밀쳐 대며 물러난다.
먼 곳에서 긴장한 눈으로 그 광 경을 지켜보고 있던 이현수와 차이 커창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인의 장막.
말이 수천이지, 그만한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사람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그래, 이건 사람으로 이루어진 바다다.
그런데 지금…….
그 바다가 좌우로 갈라지고 있었 다.
“저……
차이커창이 황당한 얼굴로 그 광 경을 바라보았다.
이곳까지 제 발로 온 이들이다. 스스로 흑왕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다고 생각한 이라면 을 리가 없다.
다시 말하자면, 저기 모여 있는 이들도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라는 의 미다. 다들 각자 실력에 자신을 가 지고 있는 강자들이다.
그렇기에 홍왕계를 투입해서라도
길을 열려고 했다.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는 건 가……
등골을 타고 전류가 흐르는 느낌 이다.
길이 열린다. 검은 바다가 좌우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광명이 쏟아지 는 것만 같다.
저 광경.
저 광경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어째서 무인은 힘을 얻으려 하는 가. 어째서 더 강해지려 하고 어째 서 명성을 얻으려 하는가. 왜 아무 의미도 없는 힘에 그토록 집착하는
가.
그 의문을 가진 이에게 이 모습 을 보여주고 싶다.
이게 강자만이 해낼 수 있는 일 이라고 말이다.
“……진짜 못 당하겠네.”
희열에 찬 차이커창의 두 눈이 강진호와 홍왕의 등에 틀어박혔다.
저벅저벅.
열린 길을 따라 강진호를 비롯한 이들이 무심하게 걸어간다.
그들의 걸음에 따라 물러선 무인 들이 물결처럼 요동쳤다.
“후우우.”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가 반 개한 눈으로 걷는다. 누구도 차마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무인은 알게 된다.
그 어떤 권력자도 그 존재만으로 격의 차이를 보이지는 못한다. 맨몸 과 몸으로 만났을 때는 한낱 사람에 불과하다. 재력가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을 뒤덮을 황금을 손에 넣은 이도 자신의 존재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무인은 다르다.
그들이 쌓아 올린 것은 그 육체 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법. 그렇기
에 그 격의 차이는 너무도 깊고, 너 무도 높다.
하지만…….
세상에는 존재한다, 그 격의 차이 를 알면서도 제 목숨을 거는 인간 이.
강진호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모두가 물러나는 와중 후들거리는 다리로 필사적으로 그의 앞에 버티 고 선 이가 있었다.
“흠?”
강진호가 흥미롭다는 둣 그를 바 라보았다.
덜덜 떨리는 턱.
창백한 안색.
그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큰 압 박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끝끝내 물러나지 않고 버텨내고 있 다.
“••••••왜?”
애처롭게 떨리는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새어 나온다.
“왜…… 왜 막는 겁니……까? 왜! 이, 이제…… 이제 다 됐는데!”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이제!” 바토르의 눈썹이 꿈틀한다.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앞으
로 나서려 할 때, 강진호가 손을 뻗 어 그런 바토르를 만류했다.
“••••••주인?”
그러고는 느릿하게 걸어가 버티고 있는 자의 앞에 섰다.
덜덜 떨리는 다리.
금방이라도 기절해 쓰러질 것 같 으면서도 용케 버티고 있다. 꼴사납 기까지 한 모습이지만, 강진호는 그 런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 다.
턱!
강진호의 손이 사내의 어깨를 두
드린다.
“사람이 내린 답은 다 다른 법이
지.”
“다른 답을 원한다면, 그 답을 관 철할 수 있을 만큼 강해져라. 그게 무인의 방식이겠지.”
“여기까지야. 이제 물러나. 너희의 싸움은 이다음이다. 여긴 내 전장이 야.”
사내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강진호의 말을 이해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강진호
가 그의 말에 대답해 주었으니까.
사내가 휘청이며 물러나자, 강진 호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물러나는 이들.
전진하는 이들.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진 인의 장 막 사이로 기지의 입구가 보인다.
지하로 향하는 작은 입구. 그 입 구를 본 강진호의 입가가 말려 올라 갔다.
“말해두겠는데……
그의 목소리가 모두의 귀에 똑똑 히 들렸다.
“여기서 떠나는 게 좋을 거야. 위 에 있다고 안전하지 않을 테니까.”
그 말을 남긴 강진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키이이잉!
쇠문이 부서지듯 열리고, 강진호 가 새하얀 담배 연기를 남기며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뒤를 따 라 홍왕과 바토르, 장민과 위긴스, 마스터가 문 안으로 향한다.
이윽고 모두가 기지 안으로 모습 을 감추었지만. 그들이 열어젖힌 길 은 다시 닫힐 줄 몰랐다.
그 아래는 누구도 볼 수 없고, 누 구도 들어갈 수 없는 깊은 지하.
무인들의 운명을 결정할 장소로는 더없이 어울리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