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05)
마존현세강림기-2007화(2004/2125)
마존현세강림기 81권 (16화)
4장 쏟아붓다 (1)
«흐 «
rn •
위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채찍이라……
그는 단 한 번도 상대해 본 적 없는 무기다. 그의 개념으로는 저 무기를 대체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 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상대가 십이비도 라는 점.
그 말은 저 귀편이라는 자는 채 찍을 무기로 초인의 반열에 들었다 는 의미다.
“회주님.”
그리고 아마 방진훈도 위긴스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 다.
“채찍을 무기로 쓰는 적과 상대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있지.”
“어떻습니까, 저거?”
“ 흐음.”
강진호가 턱을 긁었다.
그러더니 묘한 눈으로 앞쪽을 바 라보다가 조금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장병기라는 측면을 뺀다면 무기 로서 대단한 이점이 있는지는 잘 모 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하지.”
“어떤••••••?”
“서로 실력의 차이가 있을 경우, 가장 상대를 농락하기 좋은 무기라 는 점.”
“아마 지옥이겠지.”
그 말을 들은 방진훈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앞쪽을 바라보았다.
이명환의 뒷모습을 본 방진훈이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패애애애행!
채찍의 끝이 공기를 가르며 어마 어마한 굉음을 만들어낸다. 마치 바 로 앞에서 전투기 수십 대가 음속을 돌파하며 소닉붐을 만들어내는 것만 같았다.
기세 좋게 달려들던 이명환이 순 간 흠칫했다.
마기를 극도로 끌어 올려 공포심
을 모조리 날려 버린 그라 해도, 지 금 이 상황을 보고는 도무지 달려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광경을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눈앞에 수백, 수천 마리의 검은 뱀들이 서로 얽혀 꿈틀대는 것만 같 다. 아니, 차라리 검은 폭풍이 맹렬 하게 휘몰아치는 모습이라고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울창한 정글을 뒤덮은 덤불처럼 얽혀든 채찍의 잔상이 뚫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 거대한 벽이 되어 이명환을 덮쳐 온다.
파아앙!
채찍의 끝이 독사의 혀처럼 날아 들어 이명환의 어깨를 후려친다.
파아아아아악!
차라리 경쾌하기까지 한 타격음.
피할 엄두도 나지 않는, 어마어마 한 속도의 공격이었다. 뭔가 희끗한 다 싶더니, 어깨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격통이 밀려온다.
수많은 공격을 그 몸으로 받아보 았다.
검에 베여보고, 도에 찢겨보고, 뼈가 으스러지도록 얻어맞은 적도 수없다. 하지만 이 타격은 지금까지
그가 경험해 본 것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단 일격.
일격만으로 전의가 모조리 날아갈 정도의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격통이 어깨로부터 퍼져 나간다.
“끄윽••••••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온다. 갈기갈기 찢어진 어깨의 옷자락이 순식간에 배어 나온 피에 젖어 피부 에 달라붙는다.
파아아악! 파아아아악!
연이어 날아든 채찍이 이명환의 허벅지와 팔을 후려쳤다.
“끅..”
두 눈에 핏발이 있는 대로 터져 나간다.
마기를 끌어 올려 흘러나오는 혈 광 때문이 아니라, 고통을 버텨내느 라 모조리 터져 버린 실핏줄 때문에 두 눈이 붉게 물든다.
한 대, 한 대 얻어맞을 때마다 차 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 도의 격통이 뇌를 아득하게 탈색시 킨다.
애초에 채찍이란 과거부터 고문에 사용되던 도구. 인간에게 고통을 가 하는 데는 이만한 무기가 없다. 특
히나 귀편 정도 되는 이가 휘두르는 채찍은 그런 효용을 극도로 뽑아낸 다.
귀편이 휘두르는 채찍은 굳이 내 력을 싣지 않아도 웬만한 이는 일격 으로 쇼크사시키고도 남을 고통을 만들어내는 법이다.
촤아아악! 촤아아아아악!
채찍이 뱀처럼 꿈틀댄다.
이명환의 전신이 순식간에 검붉게 물들었다. 채찍이 스친 곳의 옷은 찢겨 나가다 못해 피부와 들러붙어 버렸고, 그 갈기갈기 찢긴 옷가지의 사이로 드러난 피부는 붉게 물들다
못해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후욱! 후욱! 후욱!”
이명환의 입에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검은 채찍의 폭풍 을 어떻게 뚫고 들어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이걸 넘어야 한다고?’
그가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귀편 의 근거리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미친 듯 날뛰는 채찍의 폭풍 뿐, 그 뒤로 모습을 감춘 귀편은 종적조차 잡을
수 없었다.
압도적인 차이.
그 이상으로 절망적인 거리의 차 이.
그가 아무리 마공을 통해 강대한 힘을 뽑아낼 수 있다고 해도 결국은 주먹이 닿아야 의미가 있다. 이대로 는 전투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이 거리에서 농락당하다가 말 그대로 맞아 죽는 결말 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으드드득.
이명환이 이를 꽉 깨물었다.
“저게 뭔……
방진훈이 어안이 벙벙하다는 얼굴 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아 니, 농락당하고 있는 이명환을 바라 보았다.
전투란 때로는 바둑이나 체스와도 같다.
싸우는 이에게는 공략법이 보이지 않아도 옆에서 지켜보는 이에게는 대처법이 명확하게 보이는 경우가 잦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 이 광 경만은 방진훈조차 대처법을 전혀 찾아낼 수 없었다.
‘내가 저기에 있었다면 뭘 어떻게
했을까?’
도리가 없다.
전투란 기본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거나 회피하고, 나의 공격을 적중 시키는 일련의 과정이다. 아무리 복 잡한 공방을 나누든, 그 수준이 높 아지든, 전투의 개념 자체는 이 기 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저 채찍은 그 모든 것을 차단한 다.
검이나 칼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현란하고 변칙적인 움직임은 그 변화를 읽어내는 것을 원천적으
로 차단한다. 그리고 채찍이라는 무 기의 특성이 주는 과한 고통은 육탄 으로 뚫어내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건 권사에게는 불가능한 미션 이야.’
애초에 무학은 상성이 존재하는 법. 만약 이명환이 검수였거나 나름 장병을 쓰는 이였다면 어떻게 방법 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기는 고통 을 느끼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명환은 기본적으로 맨손 으로 싸우는 권사. 저 채찍을 상대 하기에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은 너
무도 나약한다.
“바토르 님쯤 되지 않으면 저건 뭘 어떻게 해볼 수도 없겠는데……
알고 있다.
채찍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무 기였다면, 애초에 채찍을 사용하는 이들이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무인이 란 강해질수만 있다면 뭐든 하는 이 들이니까.
저건 채찍이라는 무기가 대단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그 채찍이라는 무기를 저렇게까지 운용해 낼 수 있는 귀편의 무력이 사기적인 것이다.
‘십이비도……
과거, 백연홍 때도 뼈저리게 느꼈 지만, 저들은 정말 굉장하다. 한 시 대를 지배하던 이들이라는 말이 절 대 과언이 아니다.
‘지지 마라, 이명환.’
이겨내는 걸 원하는 건 아니다. 그런 걸 바라는 건 무리라는 건 방 진훈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애초에 그는 강진호의 근성론에 가장 동의 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방진훈은 안다, 이명환이 어떤 심 정으로 저곳에 서 있는지.
‘보여봐라.’
방진훈이 이를 악물 때, 옆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흐음,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은 데……
“예‘?”
방진훈이 고개를 홱 돌려 장민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장민의 입가에 미묘한 미 소가 어렸다.
“그렇게 한심한 놈은 아닐 텐데 말이야.”
방진훈이 고개를 다시 돌려 이명
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두 다리 로 굳건하게 바닥을 딛고 있는 이명 환의 뒷모습을 말이다.
촤아아악!
채찍이 상체를 휘감듯 후려치고 빠져나간다. 순식간에 왼쪽 가슴부 터 어깨와 등에 걸쳐 붉은 뱀이 들 러붙은 듯한 상처 자국이 생겨난다.
아득하다.
채찍에 한 번 격중당할 때마다 의식이 사라졌다가 전등이 점멸하듯 깜빡이며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다.
고통?
이건 고통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무인은 그 어떤 이들보다 고통에 익숙한 이들, 손톱을 뽑아내고, 여린 살에 바늘을 박아 넣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수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 고통은 단련된 이명환 조차 몸부림치게 만들었다.
“후욱••••••
이명환의 붉게 물든 눈에서 시뻘 건 광망이 쏟아진다.
‘어차피 알고 있었어.’
실력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요행
따위를 바랄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강한 놈이 반드시 이기는 거라면 싸움 같은 건 할 이유도 없어.”
‘압니다.’
언젠가 강진호가 한 말이 그의 실낱같은 의식을 부여잡아 주고 있 었다.
촤아아악!
채찍의 끝이 그의 허벅지를 때린 다. 채찍이 들러붙었다 떨어지는 순
간, 한 움큼의 살덩어리가 채찍과 함께 뜯겨나간다.
촤아아악!
얻어맞은 옆구리가 쩍 갈라지며 허연 갈비뼈가 드러났다. 바닥은 이 미 그가 흘린 피와 흩뿌려진 살점으 로 엉망이 되어 있다.
“큭!”
가슴으로 날아드는 채찍을 피하려 하는 순간, 채찍의 끝이 살아있는 것처럼 요동치더니 이명환의 한쪽 얼굴을 그대로 후려친다.
파아아아악!
이명환이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졌
다.
쿵!
바닥에 드러누운 그의 눈에 검은 천장이 보인다. 천장의 반쪽이 점점 더 붉게 물든다. 한쪽 눈이 실명한 듯 시야가 완전히 사라졌다.
턱.
덜덜 떨리는 손이 바닥을 짚는다. 이명환이 이를 악물며 몸을 다시 일 으킨다.
몰골은 이미 참혹하게 변해 있었 다.
전신의 옷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피부에 모조리 들러붙은 덕분에 알 몸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다. 얼굴 한 쪽은 피부가 찢어지고 퉁퉁 부어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 다.
하지만 일어난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경련하는 팔 로…….
천근보다 더 무거워진 몸을 밀어 올려 어떻게든 대지를 딛고 몸을 일 으킨다.
촤라라락.
그 광경을 본 귀편이 채찍을 회 수해 움켜잡았다.
“……대단하군.”
이건 상대에 대한 순수한 감탄이 었다.
그의 별호는 단천귀편. 하지만 그 리 불리기 전의 그의 별호는 단혼귀 편 (斷魂貴便).
그의 채찍은 일격, 일격으로 상대 의 혼을 끊어낸다. 하지만 저 애송 이는 수도 없이 격중당했음에도 아 직 전의를 잃지 않고 있었다.
고고하기 짝이 없는 이들, 협의와 의지를 논하던 이들이 그의 채찍 앞 에서 울부짖으며 비는 꼴을 수도 없 이 봐온 귀편이다 보니, 이 모습에
진정으로 감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 었다.
“하지만……
촤라락.
그가 상대에게 보일 수 있는 경 의는 목숨을 살려주는 게 아니다. 더욱 철저하게 상대를 무너뜨리고, 완전히 숨통을 끊어주는 것. 그렇게 상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패배를 안 겨주는 것이 그가 보일 수 있는 최 대한의 예의.
“여기까지다!”
이명환의 목숨을 끊어주기로 마음 먹은 귀편의 채찍이 독 품은 뱀처럼
요사스럽게 요동쳤다.
“잘 가라.”
파아아아아아앗!
그의 채찍이 마치 창처럼 뻣뻣하 게 굳어지며 이명환을 향해 빛살처 럼 날아들었다.
이명환이 자신에게 날아드는 채찍 을 보며 두 눈을 부릅떴다.
콰드드득!
창처럼 날아든 채찍이 이명환의 복부를 꿰뚫었다.
“이, 이명화아아안!”
방진훈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쩌 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의 눈에 창처럼 이명환의 등을 뚫고 나온 채찍의 끝 부분이 똑똑히 들어온다.
털썩.
입으로 폭포수 같은 피를 뿜어낸 이명환의 무릎이 꺾인다. 그 자리에 서 허물어진 이명환의 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처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