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08)
마존현세강림기-2010화(2007/2125)
마존현세강림기 81권 (19화)
4장 쏟아붓다 (4)
“대체 이게 뭐야?”
TV를 보고 있던 남자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게 사람이라고?”
어쩌면 많이 본 광경일지도 모른 다.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 인간을 초
월한 이들의 싸움 같은 것은 너무도 흔해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소재 니까.
하지만 이 화면을 눈으로 직접 본 충격은 영화를 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기본적으로 영화란 누군가 에게 전달하기 위한 매체. 아무리 대단한 이들의 싸움이라고 해도 보 는 이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속도 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는 화면은 지금까지 봐온 영상 매체와는 차원 이 달랐다. 보이는 것은 뭔가 희끗 한 것이 움직이고, 시커먼 것이 요
동치는 광경.
그리고 흩뿌려지는 피뿐이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는, 너 무도 당연한 과정이 이루어지기 힘 든 초고속의 영상이지만, 그 영상이 주는 인상은 더없이 압도적이었다.
‘이게 현실이라는 거지?’
저런 이들이 세상에 존재한다.
특수 효과로도 만들어내기 힘든 광경을 현실에 재현하는 이들이 지 금까지 평범한 이들과 함께 아무렇 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던 것이다.
등을 타고 소름이 돋아 올라온다.
그 순간, 그의 눈에 팔이 잘려 나 간 이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구 르는 모습이 똑똑히 들어왔다.
몸이 절로 떨린다.
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저런 일 이 벌어졌는지 그가 알 도리는 없 다. 하지만 그 결과만큼은 더없이 참혹하고 끔찍했다.
그리고…….
퍼어억!
급히 화면이 와이드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사람의 머리가 터지는 장면 을 감추기에는 조금 늦은 뒤였다.
“세상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전쟁과 싸움 은 보는 이들이 받아들이는 데 부담 이 없도록 정제된 화면. 하지만 지 금 그가 본 화면에서는 노골적일 정 도로 생생한 폭력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웬만해서 는 직면할 일 없는 폭력성이 말이 다.
그 화면을 두 눈으로 본 이들이 받는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저런 놈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그게 길거리에 사자를 풀어놓는 것과 대체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남자가 잘게 떨리는 손을 들어 억지로 휴대폰을 켠다. 그의 생각대 로 커뮤니티는 난리가 나 있었다. 평소에는 하루에 글 열 개가 올라오 기도 어려운 게시판이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게시 글이 수십 개씩 늘어나고 있었다.
글의 내용들도 난잡하기 그지없다.
충격을 토로하는 이들부터 무인들 의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이들.
다짜고짜 욕을 박아대는 이들과 격리를 주장하는 이들.
혼돈. 말 그대로 혼돈이다.
이런 작은 커뮤니티조차 서버가 버벅댈 정도로 난리가 났는데, 대형 커뮤니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는 안 봐도 빤한 일이다.
세상이 뒤집히고 있었다.
게다가 이건 비단 한국에서만 벌 어지는 일이 아닐 것이다. 아마 전 세계가 지금 이 순간 똑같은 충격에 휩싸여 있을 게 분명하다.
‘대체 뭔 생각이지?’
왜 이런 화면을 보여주는 것일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충격적인 영상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는 점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소파 앞쪽으로 바 짝 다가간 이가 두 눈에 힘을 주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저 화면 안에서…….
세상이 바뀌고 있다.
화면을 보고 있던 총회의 무인들
이 괴성을 내질렀다.
“이겼다!”
“아니, 그런데 이걸 이긴 거라고 해야 하나?”
“뭔 상관이야! 빌어먹을, 모로 가 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지!”
“그렇지! 씨발, 이겼으면 그만이 지!”
평범한 이들은 지금 얼마나 대단 한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지 못 한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얼마나 대단한 기적인 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이들이었다.
개미가 코끼리를 죽였다.
비록 그 이로 코끼리를 물어 죽 인 건 아닐지라도, 어쨌거나 코끼리 를 이겼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 다.
“이명환, 저 미친놈이!”
“해냈다고!”
가슴에 불을 지른 것 같다.
무학을 익힌 이들은 알 수밖에 없 다.
이명환이 대체 어떤 각오로 저곳 에 섰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싸웠는지 말이다.
“잘난 척하더니, 꼴좋다!”
“……아니, 그런데 이게 꼭 좋아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응?”
“저 새끼들 너무…… 너무 센데.” 그 말에 분위기가 미묘하게 가라 앉는다.
죽어야 할 이명환이 살아났다는 것 때문에 흥분하기는 했지만, 귀편 이 보여준 무위는 확실히 충격적이 었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런 귀편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제압해 죽여 버린 흑왕의 능력 이었다.
“……저걸 이길 수 있나?”
초인이다.
이곳에 있는 이들이 모두 귀편에 게 달려든다고 하더라도 생채기 하 나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데 흑왕은 그런 무인을 벌레 짓밟듯 이 죽여 버렸다.
대체 얼마나 강해야 저런 일이 가능한지 이해조차 불가능하다. 그 들이 가진 모든 상식과 무학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 다.
저건 무학이라기보다는 거의 이적 에 가까운 영역이다.
“괜찮아. 저 새끼는 회주님이 상 대하실 테니까.”
“……그렇지! 회주님도 사람이 아 니니까.”
피가 끓는다.
저만한 무인들이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더없는 행운이 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이명환과 귀 편처럼 서로 차이가 나는 무인들의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진짜 초인들 의 목숨을 건 대결이 펼쳐질 것이 다.
그리고 그 대결을 그들뿐만 아니 라 세계가 함께 지켜보게 될 것이 다.
이 전투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이 전투를 모두가 지켜본 후 폭풍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 그들은 아직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 가지.
‘단 한 장면도 놓쳐서는 안 돼.’ 주먹을 움켜쥔 이들이 빨려 들어 갈 듯 화면을 바라보았다.
“ 괜찮나?”
이명환이 억지로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는다.
“웃지 마, 새끼야. 보기 흉해.”
방진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거의 사람 몰골이 아니다. 얼굴은 조금만 더 내버려 두면 정말 농구공처럼 부어오를 테고, 한쪽 팔 은 거의 뜯겨 나가 덜렁대고 있다.
그리고 한쪽 복부는 너무 크게 뚫려서 지혈이 되지 않아 아직도 피 가 줄줄 새고 있었다. 이 세 곳이 가장 심하게 다치기는 했지만, 그렇 다고 다른 부분이 멀쩡하다는 의미 도 아니다.
전신에 성한 곳이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죽어도 20번은 더 죽었을 상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명환이 히 죽히죽 웃어 대고 있었다.
“너…… 일단 나가라. 치료를 받 아야 돼.”
“지켜보겠습니다.”
“뒈질 수도 있다니까?”
“……보겠습니다. 여기서 그냥 나 가면 살아도 평생 후회해야 할 겁니 다.”
“아니••••••
뭔가 말을 하려던 방진훈이 고개
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애초에 이건 논리의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그도 이명환이 왜 이러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그라고 해도 같은 말을 했겠지.
이명환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뭐 하려고?”
“……해야 할 일요.”
자리에서 일어난 이명환이 비틀대 며 강진호를 향해 걸어간다. 조금 전에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말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말을 해야 한다.
“회주님.”
겨우겨우 강진호 앞에 선 이명환
이 최대한 선명한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명령을…… 완수하고 왔습니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 라간다.
“고생했다.”
“……예.”
이기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아니, 근성을 보여주기를 원한 것도 아니다. 그가 원한 것은 그저 이명 환이 이 승부를 그 눈으로 보고, 그 몸으로 실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명환은 그의 상상보다 몇 십 배는 더 잘해주었다. 너무 격
해져 제 목숨마저 위험에 빠뜨리면 서도 말이다.
“대신 다음에는……
“예.”
“무리하지 마라. 죽으면 다 끝이 야. ‘잘 싸웠다’는 있어도 ‘잘 죽었 다’는 없어.”
“……명심하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퉁퉁 부어 잘 보이지도 않는 이 명환의 두 눈에 어린 눈빛이 강진호 를 웃게 만들었다.
사람은 고난을 통해 성장하고, 무 인은 전투를 통해 성장한다. 자신의
힘으로는 절대 대적할 수 없는 상대 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은 절대 쉽사리 겪어볼 수 있는 일이 아니 다.
이 경험은 이명환이라는 무인은 확연하게 성장시킬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강진호가 이명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잊지 마라. 지금 느낀 것, 그리 고 지금의 기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상처가 깊다. 무리하지 말고 쉬 고 있어.”
“예.”
꾸벅 고개를 숙인 이명환이 비틀 비틀 걸어 구석으로 향한다. 격납고 의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은 이명환의 입에서 깊은 숨이 새어 나왔다.
“후우우우.”
영혼이 빠져나가 버릴 것처럼 깊 은 한숨. 그 한숨을 내쉰 이명환이 가만히 제 심장 어림을 움켜잡는다.
아직까지 심장이 미칠 듯 뛰고 있 다.
홍분이 가시지를 않는다.
‘알고 있어.’
그가 이곳에 설 수 있던 건 그가
강해서가 아니다. 이건 그저 강진호 가 던져 준 기회에 불과하다. 하지 만 어쨌거나 그 기회를 잡아낸 것은 다름 아닌 이명환이다.
‘언젠가는 내 실력으로 이곳에 선 다.’
멀다. 더없이 멀다.
하지만 먼저 간이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또 걸으면, 그 역시 언젠 가는 자신의 실력으로 이곳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이어간다는 거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꾸욱.
이명환이 구멍이 난 복부를 잡아 눌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의식이 순간순간 멀어진다. 눈을 감아버리 면 편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명환은 전신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억누르며 필사적으로 의식을 붙잡았 다.
‘지켜봐야 해.’
이곳에서 어떤 싸움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가 목표로 해야 하는 곳 이 어디인지 말이다.
찰칵.
강진호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우선은 한 번 이겼군.”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라……
위긴스의 말에 강진호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운이라는 건 노력한 이에게나 주 어지는 것이지.’
세상에는 분명 운이라는 게 존재 한다. 하지만 그 운을 자신의 것으 로 만들어내는 데는 반드시 실력이 필요하다.
그 운을 잡아낸 것은 바로 이명 환의 근성이다. 이명환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근성을 보이지 않았더라 면, 운이 찾아오기 전에 패해 쓰러 졌을 테니까.
“어쨌든 좋아.”
강진호가 담배 연기를 내뿜고는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저쪽은 마음이 급한 것 같군.”
건너편에서 걸어 나오는 이를 본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누가 나갈 거 지?”
“흐음.”
위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처음 보는 이다. 상대의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내보낼 이를 정하 기가 쉽지 않다.
‘무기는 없는 듯하고……
그럼 권사? 아니면…….
“모습이 아니라 흐르는 기운을 봐 야 하네, 위긴스.”
위긴스가 시선을 돌려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
“마나가 불규칙적으로 흔들리는군. 저자를 중심으로 세상이 왜곡되는 것만 같아. 그렇다는 건…… 일반적 인 기사는 아니라는 거겠지.”
마스터.
그의 말에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 였다.
“아무래도 술사인 것 같군.”
“술사라면……
“너희 개념으로는 마법사 같은 거 지.”
“흐음.”
마스터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아무래도 이번엔 제 차례인 모양 이군요. 저런 자라면 제가 상대해 줘 야겠지요.”
“할 수 있겠나?”
“글쎄요……
마스터가 강진호를 보며 옅은 미
소를 지었다.
“근성을 논하기에는 나이가 있어 서. 그저 제 역할을 하러 간다고 하 죠.”
“대신 하나는 약속해 주십시오.”
“응?”
마스터가 작게 강진호를 향해 속 삭인다. 그 말을 들은 강진호가 고 민하는 얼굴을 하다가 천천히 고개 를 끄덕였다.
“……알겠다.”
“감사합니다.”
한결 홀가분해진 얼굴의 마스터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간다.
“자, 그럼……
그의 눈에서 푸른 마나가 흘러나 온다.
“부끄럽지 않은 싸움을 해야겠지 요.”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저 바다 건너에서.
그의 기사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