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12)
마존현세강림기-2014화(2011/2125)
마존현세강림기 81권 (23화)
5장 경탄하다 (3)
콰아아아아아아!
용솟음친 불길이 천장을 녹여낸 다. 순식간에 타들어간 콘크리트가 붉게 달아올라 바닥으로 주르륵 홀 러 내린다.
가공할 화력.
지켜보고 있던 십이비도들조차 놀
라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의 가공할 화력이었다.
“저……
“……대단하군.”
그들의 눈에 경외감이 어린다.
이곳에는 주먹으로 산을 부순다 해도 놀랄 이가 없다. 하지만 사람 이 저런 불꽃을 내뿜는 데는 놀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마법이라는 게 이 정도였나?”
다른 이들이 모두 놀라움을 표하 는 와중에 딱히 표정의 변화가 없는 이는 둘뿐이었다.
하나는 당연히 흑왕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백연홍이었다.
“홍.”
백연홍의 시선이 마스터를 넘어 그 뒤쪽에 있는 위긴스에게로 향했 다.
이미 그는 한 번 위긴스를 상대 하며 저들의 무학이 그들과 다른 강 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다. 그러니 딱히 놀랄 것도 없다.
콰아아아아!
그 가공할 화력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힘들었는지, 솟구치던 불꽃이 환상처럼 사라진다. 모두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녹은 콘크리트가
진흙처럼 흘러내리는 곳에서 환사가 몸을 웅크린 몸을 천천히 폈다.
딱히 큰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그 가공할 화력의 한중간에 있었 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깨끗하 다.
하지만 십이비도는 알 수 있었다. 환사의 얼굴이 평소와는 다르게 새 하얗게 질려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상을 입었군.’
마스터의 칼날은 지금 분명히 환 사에게 닿았다.
환사가 우윳빛 눈으로 바닥을 바 라본다. 희게 빛을 내뿜던 바닥에서
빛이 꺼지고, 그 자리를 녹아내린 콘크리트가 울퉁불퉁 뒤덮고 있었다.
그의 눈에 차오른 것은 어쩌면 분노, 어쩌면 증오.
하지만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감정은 경탄이었다.
“……분신을 쓰는 와중에 인을 맺 은 것인가? 그것도 바닥에?”
“우리는 캐스팅이라고 하지.” 환사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강했다.
전력을 다해 막아냈음에도 내부가 뒤틀릴 만큼 강렬한 일격이었다. 하
지만 환사를 진정으로 감탄시킨 것 은 그 강함이 아니다. 그 강함을 만 들어내는 치밀한 계획력과 응용력이 다.
이런 타입의 무인은 그도 생전 처음 겪어본다. 힘으로 짓눌러 오는 상대를 기술과 전략으로 되받아치는 건 언제나 그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 마스터란 이가 분명 그보다 능수능 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나를 상대한 이들이 이런 기분이 었겠군.’
평소라면 꽤 감흥을 느낄 만한
일이겠지만, 전신에서 느껴지는 격 통은 그의 감흥을 앗아가기에 충분 했다.
환사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의 손끝에 어느새 세 장의 부 적이 잡혀 있었다.
“이대로 당하기만 해서는 체면이 살지 않겠지.”
“체면 같은 걸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렇소만.”
환사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관객이 이리 많으면 속한 곳의
위상을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어 서 말이오.”
“서로 곤란한 몸이로군.”
환사의 손끝이 천천히 움직인다.
마스터의 두 눈이 그 손끝을 강 렬하게 응시했다. 일반적인 무인들 의 전투는 서로에게 공격할 틈을 주 지 않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들의 전투는 맥락을 달리한다.
서로 어떤 수를 숨기고 있는지 모르는데 섣부르게 공격을 서둘렀다 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조금 전, 마스터가 그러했던 것처럼 완벽 한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핫!”
짧은 기합성과 함께 환사의 손끝 에서 부적이 발출된다. 허공으로 솟 아오른 부적인 빙글빙글 회전한다 싶더니, 이내 맹렬한 돌풍을 이루며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이미 본 수를.”
마스터의 몸이 그 자리에서 퍽, 꺼지듯 사라지더니, 이내 다른 곳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날아든 돌풍이 마스터가 있던 곳을 허무하게 가르 고 지나갔다.
‘저거……
백연홍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위긴스를 상대했을 때도 가 장 곤란했던 게 바로 저거다. 무인 들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가속 으로 눈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일 뿐, 정말 사라졌다 나타나는 게 아 니다.
하지만 저 기술은 대체 무슨 원 리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인간의 몸 을 순간적으로 이동시켜 버린다.
아니, 이동이라기보다는 전송.
‘저건 거의 절대방어에 가깝다.’ 백연홍이야 위치를 바꾼 이를 끝 없이 쫓아갈 수 있는 속도와 스태미
나를 갖추고 있었으니 어찌어찌 무 력화시킬 수 있었다지만, 환사에게 그걸 바라기는 어려울 터.
그리고 한눈에 봐도 지금 저 마 스터라는 자의 움직임은 위긴스보다 우월하다.
‘쫓을 수 있을까?’
그 순간, 환사가 그 우려를 불식 시키기라도 하겠다는 듯 사방으로 부적을 흩뿌려 댔다.
수십여 장의 부적이 허공에 솟구 치는 순간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이 내 하나하나가 사람만 한 크기의 화 염으로 화해 쏘아지기 시작한다.
화아아아아악!
타오르는 화염의 비가 마스터를 향해 날아들었다.
‘유성우?’
아니다.
마법과 비슷한 형태를 띠긴 하지 만, 이건 마법과는 다르다. 날아드는 화염 덩어리들이 이리저리 뒤흔들리 고 있었다. 마치 하나하나가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둣이.
‘이게 그 도깨비불이라는 건가?’
저건 화염이라기보다는 유령들이 달려드는 것만 같다. 어떻게든 마스 터를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는 원한
을 가득 품은 원혼들이 말이다.
‘이해가 빠르군.’
마스터의 입술이 비틀렸다.
지금 이 공격은 전면을 거의 뒤 덮으며 날아온다. 블링크로 이 공격 을 피하기 위해서는 앞쪽으로 나아 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기에 는 환사의 손에 잡혀 있는 저 새로 운 부적들이 마음에 걸린다.
우우우웅!
마스터의 룬검이 빛을 뿜어낸다.
“막아내는 정도야.”
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유백색 의 기운이 마스터의 전신을 반구형
으로 둘러쌌다.
그리고 그 막이 완성됨과 동시에 날아든 불꽃들이 연이어 마스터의 실드와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킨다.
콰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한 방, 한 방의 위력은 마스터가 보여준 것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화염 덩어리는 결코 하나가 아니었 다. 폭격처럼 화염이 연이어 쏟아진 다. 한 번의 폭발이 터질 때마다 마 스터를 둘러싼 실드가 강풍을 맞은 비눗방울처럼 출렁인다.
“흠!”
하지만 환사는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던 모양이다.
그가 움켜잡은 수십여 장의 부적 을 허공으로 다시 흩뿌린다. 허공으 로 솟아오른 부적이 마스터의 머리 위로 맹렬하게 날아가 마치 허공에 글귀를 쓰듯 휘돌았다.
그러자 날아들던 불꽃들이 부적이 있는 위쪽으로 빨려들 듯 휘돌며 승 천하더니, 이내 한 곳으로 뭉쳐들기 시작했다.
그런 후!
우우우우우우우우 !
짐승의 울부짖음 같기도 하고, 귀 신의 귀곡성 같기도 한 울림이 터져
나오더니, 허공이 거대한 귀면상이 나타난다.
불꽃으로 만든 귀면상.
마치 악귀의 형상 같기도 하고, 울부짖는 범의 형상 같기도 한 귀면 상이 아래로 가공할 속도로 하강하 며 마스터를 물어뜯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가공할 화염의 폭풍이 격납고 안 에 휘몰아친다.
“아아악!”
방진훈이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진다.
‘뭐야, 이거?’
생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공격이다.
불꽃의 형태를 띠고 있기는 하지 만, 조금 전 마스터가 보여준 공격 처럼 열기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 대신 그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기운 이 그를 후려치는 것만 같다.
‘이런 무학이 있다고?’
그는 이제 나름 마법에 익숙하다. 그렇기에 저 망할 마법사 놈들이 무 슨 짓을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자신 이 있다.
하지만 이 공격은 별개다. 이건 마법이 아니지 않은가.
세상에 술사라 불리는 놈들이 있 다고는 들었지만, 그래봐야 부적 몇 장을 날려 대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여겼거늘, 설마 이런 수준에 오른 술사가 존재할 줄이야.
“큭!”
바닥을 움켜잡은 방진훈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마스터는?’
그 살날 얼마 남지도 않은 영감 이 이만한 공격을 얻어맞았는데 무 사할 리가 없다.
방진훈의 눈에 몰아치는 화염의 폭풍이 잦아드는 모습이 보인다. 그
뒤를 이어 그가 본 것은 어느새 사 라져 버린 실드와 움푹 파인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마스터의 모습이었다.
“마, 마스……
방진훈의 입에서 무언가 말이 나 오기도 전에 위긴스의 입에서 먼저 신음이 홀러나온다.
일격의 교환.
하지만 쉽사리 털고 일어난 환사 와 달리 마스터가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아 보였다.
“쿨럭!”
마스터의 입에서 붉은 피가 줄줄 이 홀러나온다.
한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은 마 스터의 몸이 짧게 경련한다.
‘뭔 위력이……
전신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까딱했으면 일격에 죽었겠군.’
마지막에 실드를 역류시켜 위력을 반감시키지 않았다면 뼈도 추리지 못했을 것이다.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뼈저리 게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의 실력은 자신보다 한참 위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흐……
마스터가 쓴웃음을 머금었군.
‘생각해 보면 기구하군.’
평생 적수라 할 만한 사람을 만 나지 못하고 살았다. 물론 경쟁을 한 이들은 있었지만, 그들이 자신의 앞 을 막아내리란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말년에 이르러 자신보다 강한 이들을 줄줄이 만나게 되었으 니, 참으로 웃기지 않은가.
“격차는 명백하오.”
마스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환사가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 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애초에 그대는 이 싸움에 목숨을 걸 이유가 없을 터. 이 정도면 충분 하지 않소?”
“이유라……
마스터가 몸을 일으킨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관절이 덜컥댔지만, 일 어서지 않을 수 없다. 적을 앞에 두 고 주저앉아 있는다는 건 패배를 인 정하는 일이었으니까.
지팡이 삼아 내리누른 룬검이 바 닥을 파고든다.
“……이유는 있지.”
그극.
룬검을 뽑아 든 마스터가 한쪽
눈을 감은 채 이죽거렸다.
“그거 아시는가?”
“뭐가 말이오?”
“우물 안의 개구리는 무서울 게
없지.”
“그 우물 밖으로 나가고서야 자신 이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말이오. 이건 동양의 속담 이었던가?”
“정저지와(井底之姓)라고 하지.”
“그랬지. 그래.”
마스터가 룬검을 고쳐 잡고 허리 를 편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어리석소. 그렇지 않소?”
“……무슨 말이 하고픈 거요?”
“묻고 싶은 거요.”
마스터가 이를 드러냈다.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것 을 안다면, 그때부터는 어쩔 것인지.”
환사가 굳은 얼굴로 마스터를 바 라보았다.
“겁을 집어먹고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갈 건지!”
쿵!
마스터가 바닥을 내리밟는다. 그
의 몸에서 새파란 마나가 아지랑이 처럼 흘러나왔다.
“아니면 독수리가 날아들고, 살쾡 이가 달려드는 우물 밖에서 필사적 으로 살아볼 건지!”
“쿡쿡쿡쿡.”
마스터의 눈이 슬쩍 카메라로 향 했다. 아마 지금 그의 모습을 모두 가 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껏 수많은 이들을 우물 안에 가둬왔소. 그 덕에 그들은 우 물 안으로 뛰어든 뱀에 농락당하고 있을 뿐이지. 그건 모두 내 죄요.
하지만 그렇기에……
마스터가 씹어뱉듯 말했다.
“개구리라 한들 뱀과 맞서 싸우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려 줄 의무도 있는 거요.”
마스터의 두 눈에 광기가 차오른 다.
“이 목숨을 대가로 치른다 해도!”
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논리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의지는 이해할 수 있겠군.”
그의 손에 다시 세 장의 부적이 잡혔다.
“오시오. 그 의지에 걸맞은 마지 막을 선사해 드리지.”
마스터가 낮게 웃으며 검을 움켜 잡았다.
“결말을 정하는 건 나요. 그대가 아니라.”
마스터의 검이 눈부신 빛을 뿜어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