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13)
마존현세강림기-2015화(2012/2125)
마존현세강림기 81권 (24화)
5장 경탄하다 (4)
룬검에 마나를 밀어 넣은 마스터 가 낮게 숨을 골랐다.
‘ 힘들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한때 그의 몸에는 활력이 넘치고, 그의 정신에는 의지가 가득했다. 무 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가
걷는 길에 단 한 점의 의심조차 없 었다.
하지만 젊음이란 영원하지 않다.
그의 몸은 늙고 낡았다. 이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활력이 없고, 자신이 옳은 길을 걸어간다는 확신 도 없다.
‘그럼 나는 무엇 때문에 이곳에 서 있는가.’
그저 내려놓으면 될 일이다.
그는 할 만큼 했다. 비록 그 결과 가 그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지만, 그가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는 사실 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대로 그의 어깨에 올려진 짐들 을 내려놓고 물러난다 하더라도 누 구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비난받는 것은 싸우지 않았기 때문 이 아니라 잘못 싸워왔기 때문이니 까.
알고 있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삶이란 그 궤적으로 평가받는 법. 이곳에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준 다고 해도 그에 대한 평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원탁을 이끌어온 선인으로 인정받을 것이 고, 누군가에게는 원탁을 망친 원흉 으로 비난받겠지.
그저 그 평가를 담담히 받아들이 면 그만인 것을 그는 왜 이곳에서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뚱아리를 이 끌고 고통받고 있는가.
마스터의 입가가 비틀렸다.
‘이제 됐어, 그런 건.’
이유를 찾아내면 뭐가 달라지는가.
평생동안 계산을 하며 살아왔다. 이해와 득실을 나누고 최선의 길만 을 선택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최악의 형태다.
그런데도 또다시 이유를 찾아야 하는가.
‘이유는 가슴 안에 있지.’ 마스터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설명하자고 하면 이유는 수도 없 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도 명확하 지 않다. 어쩌면 그는 그저 자신의 안에 타오르는 충동 때문에 이 자리 에 섰을지도 모른다.
평생 동안 충동을 억누르고 살아 왔으니, 마지막 순간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행해도 될 것이다.
우우우웅.
마스터의 룬검이 새하얀 빛을 뿜 어낸다.
마나의 완벽한 배분 같은 건 그
만둔다. 상대의 수를 대비해 여력을 남기는 것 역시 잊는다.
평생 동안 고수해 온 방식을 버 린다는 건 제 살을 잘라내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순간, 마스터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모 든 것을 버렸다.
“마지막 상대가 그대라 다행이군.”
“ 영광이오.”
그극.
룬검으로 바닥을 긁어낸 마스터의 두 눈이 차게 빛났다.
파앗!
앞으로 뻗어낸 그의 룬검에서 새
하얀 문양들이 물감처럼 허공으로 번져 나간다. 순식간에 허공에 뻗어 진 마나들이 허공에 거대한 마법진 을 그려낸다.
“음?”
그 괴이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환사의 눈썹이 크게 꿈틀댔다.
“하압!”
키’각! 키’刀}기그}각!
그 순간, 허공에 뚫린 거대한 게 이트에서 검은 파도가 폭포처럼 뿜 어져 나온다. 진득한 마치 타르나 용암처럼 밀도 높은 액체가 검게 밀 려오는 쓰나미처럼 환사를 뒤덮어온
‘ 겨우?’
환사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대단한 결심을 한 것처럼 보이더 니, 공격은 딱히 대단하지 않다. 평 범한 무인이라면 넓은 범위를 점해 오는 이 공격이 효과를 발휘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바로 환사가 아닌 가.
촤락!
뻗어 나간 부적이 팔괘의 형태를 이루고 허공을 막아선다. 서로 호응 한 부적들이 뻗어낸 기운들이 마치 결계처럼 환사의 앞을 막아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발밑?’
환사가 아래에서 들리는 작은 소 음에 몸을 허공으로 띄워올리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우우우우웅!
“큭!”
환사의 무릎이 휘청이며 꺾인다. 그의 손이 거의 바닥에 닿을 만큼 몸이 강제로 굽혀진다.
‘히, 힘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의 몸이 천 근처럼 무거워지고,
바닥으로 당겨지는 것만 같다. 마치 바닥이, 아니, 대지가 그를 빨아들이 며 집어삼키려 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게 뭔?’
방어와 대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상식에 기반한 것.
겪어본 것을 대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한 번도 겪어보지 못 한 것에 대처하는 것은 난해한 일일 수밖에 없다. 절대의 고수일수록 작 은 것에 민감한 법.
언제나 동일해야 할 중력이 일순 강해진 상황은 천하의 환사에게조차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콰콰콰콰콰!
그 순간, 밀려온 쓰나미가 환사를 덮쳐들었다.
‘ 허튼짓을!’
환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순간 당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렇다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몸 이 무거워진 정도로 그를 막을 수는 없고, 저 공격은 그의 결계를 뚫어 내지 못한다.
콰르륵, 콰르르륵.
“ 엇?”
그 순간, 환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결계에 부딪힌 검은 파도가
튕겨나거나 밀려나지 않고 결계에 그대로 들러붙는다. 마치 흐른 접착 제가 손끝에 달라붙고, 바다에 밀려 든 용암이 순식간에 굳어 식어버리 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이 순식간에 검게 물든다.
‘이건?’
그의 결계가 만들어 낸 원형의 공간. 그 공간을 뒤덮은 검은 액체 들이 순식간에 굳어가기 시작한다. 빛이 사라지며 세상이 순식간에 어 둠으로 물들었다.
“큭!”
환사가 양손으로 인을 맺고 부적
안으로 내력을 밀어 넣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예측할 수가 없다.
수도 없는 전투를 치러온 그이지 만, 저자의 공격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고, 눈으로 보고 이 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보 다 더 큰 문제는 상대의 공격이 가 지는 의미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 다는 사실이다.
우선은 이 결계를 강화해 상대의 공격을 원천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순간.
쿠우웅!
환사의 몸이 휘청였다.
그를 내리누르는 중력의 힘이 일 순 더 강해진다.
‘ 빌어먹을.’
환사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졌 다.
그의 결계는 외부로부터 침입해 오는 모든 것을 막는다. 하지만 그 건 모든 물리력을 막아낸다는 의미 는 아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결계를 치는 순간, 중력조차 차단하여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겠지.
하지만 이건 환사가 안일했기 때 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중원의
어떤 무학에도 이런 방식의 공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공 격을 막기 위해 발전하는 무학이 대 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저 작자가!’
놀라운 것은 바로 저자의 대처. 그는 환사. 중원의 모든 술법을 통달한 자다.
술법은 무공과는 그 궤를 달리한 다. 무공이 자신의 육체를 더 강화 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술법은 매개 체를 이용하여 전투를 치른다.
다시 말하자면, 동등한 수준에 오 른 무인에 비한다면 환사의 육체는
한없이 나약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중력을 강화하는 수작은 다른 무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설사 중력이 수십 배 로 강해진다고 하더라도 초극에 오 른 고수들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없 으니까.
하지만 환사에게만은 아니다.
‘그 짧은 순간에 그 사실을 파악 하고 승부를 걸어온다는 건가?’
말도 안 되는 통찰력이다.
그의 움직임을 몇 번 지켜본 것 만으로도 가장 완벽한 대처를 해온 다. 대체 얼마나 많은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콰드드득! 콰드드득!
“큭!”
결계를 짓누르는 힘이 더욱 강해 진다.
딱딱하게 굳은 액체를 중력이 잡 아당긴다. 두 가지 술법이 서로 조 화되어 위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투두둑.
손끝의 살이 터져 나가 피가 뿜 어져 나온다. 피부에 맞닿은 혈관들 이 터져 나가며 곳곳에 시커먼 멍이 생겨났다.
으스러질 것만 같은 압력.
하지만!
‘그래봤자다.’
우우우우우웅!
환사의 결계가 점점 굳은 액체들 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육체를 짓누른다 해도, 빛을 차단 해 그를 완전한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다고 해도, 이 결계가 뚫리지 않는다면 달라질 것은 없다.
보통의 무인이었다면 이 어둠 속 에서 사방을 짓눌러 오는 압력에 패 닉을 일으켰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정신은 금강석처럼 단단했다.
몸을 짓누르는 정도로는 그를 죽
일 수 없고, 세상을 어둠에 밀어 넣 는 정도로는 그를 혼란에 빠뜨릴 수 없다.
‘공격이란 반드시 대가가 있는 법.’ 이만한 공격을 유지하는 대는 막 대한 기운을 소모해야 할 터, 버티 는 것만으로 그는 지속적으로 이득 을 보고 있는 것이다.
콰각! 콰가가각!
굳어진 액체들이 뒤로 밀려나며 균열을 일으킨다.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의 감각이 느끼고 있 었다. 조금만 더 밀어내면 저 액체 들은 힘을 잃고 밀려날 것이다.
그 순간, 액체들이 가하는 압력이 일순 높아진다. 상대도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몸을 누르는 중력이 더 강해지고, 그의 결계를 뒤덮은 액체들이 깊은 심해처럼 압력을 가해온다. 화려하 게 터지고 휘몰아치는 공격은 아니 지만, 더없이 진득하고 악랄한 공격.
그 공격 속에서 환사의 입가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아아압!”
환사가 인을 맺으며 결계를 밀어 낸다.
노력은 했지만 여기까지다!
촤라락!
그의 소매에서 홑뿌려진 부적들이 날아올라 결계에 달라붙는다.
절대의 방어.
초인이 전력을 다해 날린 공격조 차 무(無)로 되돌릴 수 있는 절대의 결계.
이 공간 안에 있는 이상 그는 결 코 상처받지 않는다. 지옥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을 굳건한 정신과 어 떤 물리력도 차단하는 완벽한 방어 의 공존.
이 순간, 승부는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끝이다!’
환사가 단번에 밀려오는 액체들을 날려 버리려 한 바로 그때였다.
“오만했군.”
피가 싸늘하게 식는다.
그의 등 뒤에서 결코 들려올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담담한 목소리가 환사의 모든 것을 산산이 부숴놓았다.
“으아아앗!”
환사가 격하게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어둠밖에 없는 공간을 눈부신 광영이 뒤덮었다. 깊고 깊은 밤이 지나고 떠오른 태양이 세상을
밝히듯, 너무도 눈부신 빛이 환사의 두 눈마저 멀게 만들었다.
그리고…….
촤아아아아악!
휘둘러진 룬검이 환사의 육체를 갈라낸다.
“끅..”
환사가 자신의 옆구리에 틀어박힌 검을 보며 몸을 떨어 댔다.
“너……
마스터의 입가에 진득한 미소가 어린다. 턱부터 가슴까지 제가 홀린 피로 젖어 있는 마스터가 이죽거리 듯 말했다.
“의심했어야지.”
쩌적! 쩌저저적!
그 순간, 환사가 만들어낸 결계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간다.
채애행!
결계를 유리처럼 부수어낸 액체들 이 마스터와 환사를 뒤덮었다.
콰아아아아 ! 콰아아아아아아 !
검은 물이 격랑처럼 둘을 휘감고 휩쓸어 버린다.
콰르르르르르륵!
검은 소용돌이.
배를 심해로 끌고 들어가는 거대
한 소용돌이처럼, 격납고의 한 중간 에 격한 와류가 생겨난다.
어마어마한 밀도를 지닌 액체가 그 밀도와 기세를 모조리 압력으로 전환하여 가공할 기세로 회전하고 또 회전한다.
“마스터어어어어어어!”
위긴스가 그 광경을 보며 찢어지 는 비명을 내질렀다.
검은 소용돌이는 환사는 물론이 고, 마스터조차 공평하게 집어삼키 며 돌고 또 돌았다.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집어삼켜 으스러뜨려 버릴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