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17)
마존현세강림기-2019화(2016/2125)
마존현세강림기 82권 (4화)
1장 증명하다 (4)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저 거?”
방진훈이 영 이해를 못하겠다는 얼굴로 위긴스를 돌아보았다.
도무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전 투의 양상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 이다. 방진훈이 보기에는 처음에는
뭔가 서로 맞붙는 듯하더니, 저 권 성이라는 자가 허공에다가 미친 듯 이 권을 내지르다 멈춰 섰을 뿐이다.
보고 있자니 그저 황망하고 어이 가 없다.
하지만 웬만한 일에는 다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던 위긴스조차 지금만 은 방진훈에게 적절한 답을 들려주 지 못했다. 그저 머리를 긁으며 옆 을 돌아보았을 뿐이다.
“뭐?”
“아니. 바토르 님 말고요.”
위긴스와 방진훈의 시선을 받은 장민이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술 끝을 달싹였다.
“혈교의 마공, 아니, 혈교의 사술
장민이 살짝 뜸을 들였다가 말을 잇는다.
“사람의 정신을 파고들지.”
“예‘?”
“헛것을 보게 만들고, 자신이 의 도치 않은 행동을 하게 하고, 입지 않은 상처를 입은 것처럼 여기게 만 든다.”
“……그게 말이 됩니까?”
“ 이상한가?”
“당연히 이상하죠. 그런 게 어떻
게……
“평범한 이들이 보기에는 맨몸으 로 건물을 뛰어넘는 너희가 더 이상 하겠지.”
“오히려 이건 일상의 영역에 조금 더 가까운 일이지. 사람의 정신을 조정하고, 무의식을 건드려 행동을 조장하려 하는 것은 일상에도 수없 이 벌어지는 일이니까.”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보자면 최면이나 세뇌, 조금 깊이 들어가자면 서브리미널 같은.
인간의 의식을 조종하려 하는 시
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있어왔다. 그리고 세상의 누구도 그 시도가 어느 영역에까지 이르렀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이런 연구는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활발히 벌어지는 법이니까.
“무학이란 인간을 죽이는 방법이 다. 다시 말하자면, 무학을 연구한다 는 건 사람을 어떻게 보다 효과적으 로 죽일 수 있는가를 연구한다는 것 과 다르지 않다.”
살벌한 말이다.
특히나 그 말이 장민의 입에서 나오니 살벌함이 두 배로 느는 것
같았다.
“그러니 환각과 세뇌를 연구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중원의 무학은 이미 그 영역에 닿았다. 강진호가 쓰는 제령안 역시 같은 원리이니까.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강진호, 즉 마교의 제령안은 이미 전의를 잃은 이에게 쐐기를 박고 그 영혼을 속박하는 술법인 데 반해, 혈교의 섭혼은 적의를 가지고 있는 이에게도 통한다는 점이다.
그 원리는 장민조차 완전히 알지 는 못한다. 서로 다르게 발전해 온
무학의 원리를 모두 아는 것은 무신 이라고 해도 어려운 일이니까. 다만, 저 수법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잡기가 십이비도에 게도 통한다는 말입니까? 그래봐야 잔재주에 불과할 텐데.”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다른 법이지.” 장민이 가라앉은 눈으로 앞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초인이니 무인이니 해 대지만, 결국은 인간일 뿐이다.”
“벽을 넘었다고 해서 공기 없이
숨을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강 할 뿐이지.”
“음, 그건 맞는 말이죠.”
“그리고 이미 보지 않았느냐.”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
히 그는 두 눈으로 권성이 괴이한 짓거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장로님, 그렇다 한들 혈 마가 저자를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위긴스의 목소리에 우려가 담겨 있었다.
비록 상대를 격중시키지 못한 권
이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뇌기는 위긴스가 보기에도 무척이나 위험해 보였다. 아무리 혈마가 사술에 능하 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진 파 괴력의 차이가 너무 극심하다.
“어렵겠지.”
장민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둬라.”
“……뭘 말입니까?”
“혈교는 신교보다 오히려 더 깊은 역사를 가진 마도들이지. 차마 종가 라는 말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장민이 혀를 차고는 말을 이었다.
“천하에 이름을 날린 이들은 하나
같이 혈교와 마교를 그 적으로 삼았 다. 거꾸로 말하자면, 혈교는 언제나 자신보다 강한 이들을 상대했다는 의미지.”
“약하다 해서 패하는 게 당연했다 면, 저들의 명백은 이미 누백 년 전 에 끊겼을 것이다. 이미 이전의 싸 움에서 보지 않았더냐. 이건 비무가 아니다.”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마스터가 제 목숨으로 준 가르침이다. 무위란 승부를 결정짓 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위긴스와 방진훈이 굳은 얼굴로 혈마를 바라보았다.
권성이 긴장한 눈으로 혈마가 뿜 어내는 붉은 연기를 바라본다.
안력을 돋워 저 정체불명의 연기 를 파악하려던 그가 홈칫하고는 시 선의 방향을 아래로 급격히 틀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기운들 이 맹렬하게 휘돌기 시작했다.
권성이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역시나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은 시각에 많은 것을 의존한 다. 초인의 영역에 든 이는 공기의
파동, 기의 흐름만으로 대부분의 시 각적 정보를 대체할 수 있다. 하지 만 그럼에도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무의식적으로 두 눈으로 그것을 쫓 고 만다.
인간이니까, 초인이라 해도 인간 이니까 백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굳어진 습관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이 다.
혈교의 무학은 바로 그런 점을 파고든다.
저들은 손짓 하나, 몸짓 하나는 물론, 강기와 피 한 방울의 흔적조 차도 환술의 도구로 사용한다.
저 사특하기 짝이 없는 사술에 자신의 목이 떨어지는지도 모르고 죽어간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후각, 촉각, 청각, 시각, 심지어는 기운을 느끼는 기감까지.
그 모든 것이 저들이 환술을 사 용하는 매개가 된다.
‘어려워.’
그런 혈교를 상대하는 방법은 아 주 간단하다. 분명 방법은 간단하다.
눈으로 보이는 것을 믿지 않고, 귀로 들리는 것을 부정하고, 코에 풍기는 향기를 무시하고, 피부에 와 닿는 감각을 의심해야 한다.
심지어 무인이 가장 신뢰하는, 기 감이 부르는 경고조차 외면해야 한 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믿 을 수 있단 말인가.
권성의 시선이 힐끔 위쪽으로 향 한다. 그의 시선에 혈마가 뿜어내는 붉은 연기가 점점 더 강하게 피어올 라 마치 구름처럼 격납고를 채우는 모습이 분명히 보였다.
“큭 ”
권성의 시선이 다시 아래로 향한 다.
특히나 이런 경우일수록 더욱 그
런 경향은 심해진다.
검이라면 그 길이와 형태를 짐작 할 수 있다. 권강이 날아든다 해도 그 형태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 다.
하지만 혈교의 무학은 하나같이 괴이막측하고, 그 형태와 성질을 가 늠하기가 어렵다. 처음 보는 괴이한 무학을 눈으로 보지 않고 상대한다 는 건 눈을 감고 색깔을 구분하라는 것과 별다르지 않은 말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다.
수많은 시간 쌓아온 자신의 무학 뿐이다.
“후우.”
우드드득.
권성이 주먹을 쥔다.
믿음. 굳건한 믿음이 그의 주먹이 실린다.
저 환술과 사술은 분명 두렵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한 법. 저들이 손에 넣은 저 괴이막측한 사술을 익 혀낼 시간은, 본신의 무위를 쌓아 올릴 시간을 주지 않는다.
아무리 그의 눈을 현혹한다고 해 도, 아무리 그의 귀를 막아댄다고 해도, 수십, 수백 번의 권이 허공을 가른다 해도…….
단 한 번만 옳음을 좇을 수 있다 면 그의 승리다.
쾅!
바닥을 내리밟은 권성이 주먹을 뻗어낸다.
파사의 기운을 가득 담은 그의 권력이 뇌전처럼 피어나는 핏빛의 연기를 향해 날아갔다.
콰르릉! 콰르릉!
그건 인상적이기 짝이 없는 광경 이었다.
마치 세상을 가득 덮은 붉은 연 기를 향해 천신의 벼락이 내리꽂히 는 것만 같다. 장엄하기까지 한 벼
락이 꽂힐 때마다 사특하기 짝이 없 는 붉은 연기들이 타오르며 사라진 다.
짙게 피어난 연기 곳곳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다.
하지만 권성의 권은 멈추지 않는 다.
내력을 쉴 새 없이 순환시킨 그 가 연이어 권력을 발출한다. 마치 환상이든 아니든 눈앞의 모든 것을 부수어 버리면 그만이라는 듯이 말 이다.
콰르르르르르릉!
폭풍이 몰아친다.
폭발적으로 순환하는 내기, 그 내 기를 감당할 수 있는 강인하기 짝이 없는 육체, 순천의 묘리를 전신으로 구현해 내는 드높은 무리.
그 모든 것을 갖춘 권성은 분명 한 강자다.
하지만 권성은 알고 있다. 그런 그조차 한 번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절박하게 내몰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은 강하다. 하지만 강하지 않다.’
제아무리 대단한 자라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지옥이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제 능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환경에 떨어질 수 있느냐는 순 전히 운의 영역일 뿐이다.
그렇기에 바꿔야 한다.
이 세상의 무인들은 점점 더 절 박한 처지로 밀려날 것이다.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흑왕이 아니라 더 강한 무인이 무인들을 이끈다고 해 도 이 흐름을 막아낼 수 없다.
스스로의 안온함 따위는 단 한순 간도 바란 적이 없다.
그가 원한 것은 그저 이 차디찬 세계의 무인들에게 그가 얻은 기회 를 주는 것이다.
스스로의 힘만으로 당당히 설 수 있는 기회를!
화아아아아악!
그 순간, 갈기갈기 찢겨 나갔던 붉은 연기들이 순식간에 불어나 숭 숭 뚫린 구멍을 메워낸다.
“음?”
권성이 이를 악물었다.
그는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알 아챈다.
‘보았다’라는 말은 곧 그의 실수 를 의미한다는 점을 말이다. 하지만 너무도 뛰어난 그의 동체시력은 단 한순간만으로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시 야 전체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모조 리 해석해 낸다.
붉은 연기들이 순식간에 짙어진 다. 기체의 영역으로 존재하던 붉음 이 뭉치고 뭉쳐 이내 진득한 피가 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흐른다. 또 흘러내린다.
눈앞이, 머리 위가, 등 뒤가, 아 니, 세상 전체가…….
모든 것이 피가 되어 흘러내렸다.
우득!
섬뜩하다 못해 공포스러운 광경. 그 절망을 통째로 옮겨놓은 것 같은
광경을 보는 순간, 권성은 자신이 이미 혈마의 환술에 걸려들었음을 직감했다.
이건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광 경이니까.
언제? 어떻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그는 혈마의 배 속에 있다는 점이었다.
피가 뭉쳐 든다.
흘러나온 피가 뭉치고 또 뭉쳐 용솟음치더니, 이내 끔찍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키이이이이익!
끄아아아아아아악 !
카아아악!
상처 입은 짐승의 울부짖음.
혹은 원독에 찬 인간의 절규.
그게 아니라면 무저갱에 떨어진 악귀의 악다구니.
그 어떤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 을 처절한 비명 소리와 함께 그를 둘러싼 피의 막들 사이에서 끔찍하 기 짝이 없는 형상을 한 악귀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마치 지옥의 아귀 같은 짐승들이 드글대며 그를 향해 손톱을 뻗어온 다. 여전히 차마 들을 수 없는 비명
을 질러 대며.
지옥.
이건 지옥의 밑바닥이다.
권성의 눈이 처음으로 흔들린다.
‘이건 환상이다.’
알고 있다. 이건 환술에 불과하다. 세상에 저런 것이 존재할 리 없다.
하지만!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고, 피부 에 와닿고, 코끝을 비릿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이 환상이라면 대체 환상 과 현실을 무슨 수로 구분하라는 말 인가.
“으…… 으아아아!”
권성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 져 나온다.
“아아아아아아아아 j”
그의 전신을 둘러싼 백색의 뇌전 이 미친 듯이 솟아오르더니, 이내 사방으로 수십 줄기의 벼락을 내뿜 기 시작했다.
지옥 한중간에서 아귀들을 물리치 는 제석천의 모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