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18)
마존현세강림기-2020화(2017/2125)
마존현세강림기 82권 (5화)
1장 증명하다 (5)
세상이 짓눌린다.
권성의 두 눈이 갈 곳을 모르고 떨렸다.
지금까지 혈교는 몇 번이고 상대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말도 안 되는 환상을 보여준 이는 없었 다.
더욱 권성을 당혹케 하는 것은 지금 그가 보고 있는 환상이 현실을 뒤트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뒤바꿔 버렸다는 점이다.
그가 원한 것은 굳건한 세상.
하지만 이 광경은 그가 원하는 세상을 근본부터 부정하고 있었다.
카아아아아아악!
떨어 울리는 짐승의 소리가 권성 의 심장을 파고든다.
‘이건 그저 미혹이다.’
안다. 알고 있다. 그저 환상일 뿐 이라는 것을.
“큭!”
그 순간, 권성의 입에서 짧은 비 명이 터져 나온다. 고개를 아래로 내린 권성의 눈에 자신의 발을 물어 뜯고 있는 악귀의 모습이 보였다.
‘이형’이라는 말이 아니고서야 설 명할 수 없는 형태.
팔이라 부르기에도 괴이하고, 다 리라 부르기에도 마뜩찮은 긴 무언 가를 덕지덕지 단 짐승이 전신에 붉 은 피를 뒤집어쓴 채 그의 발을 맹 렬하게 물어뜯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뇌전에 전신이 타 들어 가면서도 말이다.
“이익!”
콰아아앙!
권성의 주먹이 악귀를 순식간에 짓뭉갠다. 하지만 그뿐. 어느새 붉게 물든 바닥에서도 악귀들이 부글대는 거품처럼 뚫고 올라온다.
‘아니야!’
권성이 이를 악물었다.
그는 알고 있다. 이건 그저 암시 이고 환상일 뿐이다. 그리고 그가 보고 있는 이 환상의 모습을 의도하 여 구현하는 건 혈마가 아닌 그 누 구에게도 불가능한 일.
다시 말하자면, 지금 이 환상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그 자신이라는 의미였다.
‘내 안에 이런 지옥이 있다고?’
그럴 리가 없다.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그의 삶은 그 스스로를 단련해 오는 여정과도 같았다. 한때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나약하기 짝이 없 던 그가 천하 만민의 칭송을 받는 협객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았던가.
나약함은 모두 버렸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바로 타인 을 위하는 이타심과 올곧음을 숭상 하는 정의감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이상의 무엇을 이루기 위해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 다. 그는 분명 과거와는 비할 수도 없을 만큼 뛰어난 인간이 되었다. 아니, 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모습은 다 뭐란 말인 가.
그의 안에 이런 광경이 있다는 사실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 는가.
“오오오오오오오!”
권성의 입에서 짐승 같은 울부짖 음이 터져 나온다.
‘이건 다 미혹일 뿐이다!’
저 간악한 혈교의 수괴가 그에게 무언가 수작질을 부렸음이 분명하다.
권성의 주먹이 벼락처럼 내뻗어졌 다. 그리고 그 속도 그대로 그의 주 먹 끝에서 강렬한 뇌전이 뿜어져 나 와 그에게 달려드는 악귀들을 새까 맣게 불태운다.
“오오! 오오오오오!”
내력이 끊임없이 솟구친다.
전신을 휘감고 도는 활력, 주먹 끝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힘!
어디를 봐도 그가 질 이유는 조 금도 없다.
“오오!”
콰르르르르르릉!
벼락이 악귀들을 숯으로 구워낸 다. 그에게 달려들던 악귀는 물론, 몸을 타고 회전하는 뇌전이 발밑에 서 솟아나는 마귀들조차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뒤틀어 태워낸다.
수백, 수천의 마귀가 달려들지만, 그 어떤 마귀조차 권성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했다.
압도적인 파괴력과 그 파괴력을 유지하는 가공할 지구력.
가히 초인이라는 말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광경이다.
마귀들을 벌하는 제석천의 모습이
이러할 것인가.
숯으로 화한 마귀들이 가루가 되 어 휘날린다. 하지만 죽이고 또 죽 여도, 태우고 또 태워도 마귀들은 끊임없이 태어나 악다구니를 쓰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후욱!”
권성이 내력을 더 끌어 올렸다.
‘침착해!’
승부는 먼저 흥분하는 쪽이 지는 것. 그 권으로 이상을 실현해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저 벽!’
그의 눈에 세상을 뒤덮고 있는 피의 장막이 보인다. 마치 그를 둘 러싼 벽과 같은 저 장막에서 이 모 든 마귀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환상이든 현실이든 상관없다.
환상이라 해도 주먹이 닿는다. 그 의 미혹이 만들어낸 마귀라 해도 그 의 권력이 통한다.
그렇다면 모조리 부술 뿐이다.
굳건한 의지를 담은 권성이 진각 을 내밟으며 강렬한 일권을 내질렀 다.
“번천백뢰격 (魏天百雷擊)!”
콰르르르르르릉!
수십 줄기의 뇌전이 하나로 뭉쳐 날아든다. 뇌전에 정면으로 격중당 한 마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저 스치기만 한 마귀들조차 순식간에 가루로 화해 사라진다.
마귀로 가득 찬 세상을 정화하듯 커다란 길을 뚫어낸 뇌전이 그에 만 족하지 않고 피로 뒤덮인 벽을 직선 으로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한번더!
콰아아아아아아앙 !
한번더!
연이어 진각을 내밟은 권성의 뇌
전권강이 그를 뒤덮은 피의 벽을 꿰 뚫고 불태운다. 백색의 뇌전이 뿜어 내는 빛이 어둠에 가득 찬 세상을 밝게, 더 밝게 비추어냈다.
강렬하기 짝이 없는 빛.
그 빛이 비추는 세상이 타오른다. 그건 마치 거짓된 세상을 정화하 는 광경 같았다. 한 치의 의심 없이 내뻗어진 권력이 모든 사특한 것들 을 벼락과 불로 정화해 낸다.
이것이다!
권성이 연이어 권력을 발출해 낸 다.
전신이 충만한 열기로 가득 차는
것만 같다.
이것이다!
이게 그가 이루려던 경지이고, 끝 내 닿으려 노력해 온 곳이다.
무학이 육신과 일체를 이루고, 육 신은 정신과 합일한다.
백색의 뇌신과도 같은 형상을 이 루어낸 권성이 더욱더 굵은 뇌전을 수도 없이 발출해 낸다. 그가 날린 장력이 붉은 피의 벽을 불태운다.
우우우우웅!
일그러진 벽 너머로 무채색의 세 상이 보인다.
짙은 색의 콘크리트 벽. 생동감이
라고는 일절 느껴지지 않는 저 벽이 아이러니하게도 생생히 살아 숨 쉬 는 현실이었다.
“오오오오오!”
권성이 권력에 더욱 박차를 가했 다.
환상이든 무엇이든 주먹으로 부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법이 아 닌가.
“후욱! 후욱! 후욱!”
그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해 내력을 끌어 올려 권력을 발출한다. 하지만 결국 그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 모든 것
을 뽑아내는 순간이 오래 유지될 수 있을 리 없었다.
‘상관없다!’
이만한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아마 지금쯤 혈마도 필사적일 터. 이 환술만 깨부술 수 있다면 그의 승리다. 환술이 없는 혈마 따위는 내력 없이도 얼마든지 쓰러뜨릴 수 있다.
그러니 퍼붓는다! 남김없이!
카아아아아악!
끼에에에에에에에엑 !
그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마귀들이 악
다구니를 쓰며 권성에게 달려든다.
권성이 이를 악물며 뇌기를 내뿜 었다.
달려들던 마귀들이 뻗어 나간 뇌 기에 휘감기며 순식간에 새까맣게 타올랐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악 !
처절하기 짝이 없는 비명.
붉디붉은 몸뚱아리가 순식간에 타 올라 검게 변하며 코와 입에서 새하 얀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오른다.
파사삭!
바닥으로 처박히기 무섭게 숯이 된 육체가 가루가 되어 부서진다.
“허튼짓을!”
권성이 노호성을 내질렀다.
“평생 도망만 친 네가 나를 대적 할 수 있을 것 같더냐! 나는 단 한 순간도 달아나지 않고 맞서 싸웠다! 거짓은 그저 거짓일 뿐, 어떤 거짓 도 참을 이기지는 못한다!”
파지지지지직!
그의 주먹 끝으로 백색의 뇌전이 모여들어 맹렬하게 뒤얽혔다.
부수리라!
모든 미혹을! 모든 거짓을!
그리고 혹여나 그의 안에 남아 있을지 모를 한 점의 나약함마저!
“우오오오오오오오오!”
권성이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그 의 주먹 끝에서 뿜어져 나온 뇌전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콰르르르르르룽!
천신의 뇌전이 작렬하며 세상을 뒤덮고 있던 피의 벽을 모조리 불태 우기 시작한다. 끓어오르고 뒤틀린 벽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허물어지 기 시작한다.
무너진 그 벽 너머로 보이는 것 은 무채색의 콘크리트 벽.
하지만 그곳은 분명 삶의 냄새가 깃들어 있었다.
권성의 두 눈에 환희가 깃드는 바로 그 순간.
파아아앗!
숯이 되어 권성의 발밑에 쓰러져 있던, 반쯤 부스러진 마귀의 시체 중 하나가 가공할 속도로 몸을 일으 켜 권성의 가슴에 일격을 찔러 넣었 다.
콰드드드득!
“컥!”
권성이 두 눈을 부릅떴다.
콘크리트 벽을 바라보던 그의 시 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마귀가 새하
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피에 젖 은 얼굴로 말이다.
콰앙!
권성의 주먹이 마귀를 쳐 날린다.
검게 변한 마귀가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날아가 벽에 처박힌다.
콰아아앙!
강화 콘크리트에 무수한 금을 만 들어낸 마귀의 몸이 스르륵 흘러내 려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던 피의 세상이 일거에 무너진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들이 그저 환상일 뿐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산처럼 쌓인 마귀의 시신도, 세상을 뒤덮은 붉은 벽도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은 오직 둘 뿐이다.
하나는…….
“••••••쿨럭.”
권성의 입에서 마른기침이 터져 나왔다. 목구멍을 타고 붉은 핏물이 몇 번이고 솟구친다.
권성이 시선이 그의 가슴으로 향 한다.
익숙하지만 낯선 무기.
군용 단검이 그의 왼쪽 가슴에 손잡이만 남긴 채 깊숙하게 박혀 있 다.
“쿨럭!”
그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어떻게?’
그곳의 모든 것은 환상이었다. 아 니, 설사 환상이 아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혈마는 결코 그의 뇌격 을 뚫고 들어올 수 없다. 그런데 어 떻게 마귀로 위장하여 그의 지척에 은신할 수 있었단 말인가.
마귀들은 그가 모조리 숯으로 만
들었는데!
하지만 그 의문은 금세 풀렸다.
사라지지 않은 두 번째.
마귀가 몸을 일으킨다.
그제야 권성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마귀를 숯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 아니다. 혈마가 환상을 방패로 삼은 것도 아니다.
그저…….
“큭, 크큭……
전신이 검게 탄 사내가 절뚝이며 앞으로 걸어온다.
아니, 걸어온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걸음이란 두 개의 다리가 있어야 성립하는 것. 한쪽 다리의 무릎 아래가 모두 바스러져 보이지 않는 이가 한 발로 겨우겨우 뛰어오 는 것은 걸음이라 할 수 없다.
검게 타 눌어붙은 의복 사이로 보이는 몸뚱아리는 모조리 검게 타 있었다. 그 검디검은 몸뚱아리 사이 로 붉은 피가 방울져 흘러내린다.
차마 표현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끔찍하기 짝이 없는 몰골. 그 몰골 로 혈마가 권성을 향해 다가간다.
“너는••••••
권성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혈마는 그 속에서 마귀 중의 하 나로 화해 권성의 권력을 몸으로 받 아냈다. 그와 동시에 당연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타격을 입었다.
그렇기에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환상 속의 마귀들이 숯이 되었듯이 현실의 혈마 역시 숯이 되었으니까.
주르륵.
권성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내린다. 흐르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혈마를 바라보던 권성이 몇
번이고 망설인 끝에 입을 열었다.
“……무엇을 보았나, 혈교의 전인 이여.”
“내 안에…… 내 안에 무엇이 있 었던가?”
그 말을 들은 혈마가 입가를 뒤 틀었다.
쩌적쩌적 갈라진 입술 사이로 진 득한 피가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