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2)
마존현세강림기-202화(202/2125)
마존현세강림기 9권 (3화)
1장 운영하다 (3)
조규민이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자 강진호는 창밖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린놈이 일찍부터 고생을 했으니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이를 믿지 못 하는 이는 자신도 믿지 못하는 법이 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이는 결코 경지에 오를 수 없다. 네가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면, 우선 타인을 믿는 법부터 익혀야 할 것이다.”
오랜 기억 속의 말이었다.
그의 기억 속에 화인처럼 박혀 있는 말이다.
‘사람을 믿지 못한다라……
강진호는 모든 일을 스스로 나서 서 해결해 왔다. 때로 조규민이라든가, 황정후의 힘을 빌리기는 했지만,
일의 마무리는 언제나 그의 몫이었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주영기까지 그런 말을 하자 다른 시 각으로 생각을 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스승도, 원장 수녀님도, 그 리고 주영기까지…… 그에게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관계.’
그 말의 핵심은 관계였다.
그 스스로는 나름 세상과 잘 융화 하여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를 조금 잘 안다 싶은 이들은 하나같이
좀 더 다가가라 말하고 있었다.
강진호가 틀린 걸까?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모두 다 르다. 그러니 강진호가 굳이 그들의 방식에 자신을 맞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영기가 말한 대로 그의 방식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다.
“뭘 그리 꿍해 있냐?”
주영기가 강진호의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나랑 좀 나가자. 담배 한 대 피 워.”
밖으로 나와 담배 한 대를 물고 있으니, 주영기가 조금은 굳은 얼굴 로 말했다.
“야, 진호야.”
“ 어.”
“너,나안도와줬냐?”
“……뭔 소리야?”
“너는 나 안도와줬냐고.”
강진호는 영문을 몰라 주영기를가만히 바라보았다. 주영기가 하려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나는 주영기여.니가 보기에는 같잖아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나름 사나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라고/
“누가 뭐랬어.”
“니가 지금 하는 짓을 봐, 새끼야.”
강진호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주영기의 태도를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란 건 말이야, 원한이 있 으면 갚아야 하는 거고,은혜를 입 었으면 고마워할 줄 아는 거라고. 안 그런 놈들도 있겠지만, 네 주변 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그걸 아는
사람들이야. 나도 그렇고. 나도 너한 테 받은게 있으니까 그거 한번 갚아보겠다고 여기에 와 있는 거지, 설마 내가 진짜 밥 벌어먹고 살 길 없어서 여서 이러고 있는 걸로 보이 냐?”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주영기의 넉살이라면 어디에가서도 일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자신에게의지하려 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인마, 너 하는 거 봐봐. ‘내가 할게요. 내가 하면 돼요. 손 떼세요. 내버려 두세요, 알아서 할게
요’.”
“그런 식으로 일을 해버리면 우리는 뭘 할까. 마, 나도 알아. 너 잘났 어. 너 엄청 잘나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게 성에 안 찬다는 거 알아. 그런데 새끼야, 사람을 다룬다는 건 그런게 아니야.”
주영기가 바닥에 침을 딱 뱉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보기에 너는 한 해 한 해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을 다뤄야 할 사람이여. 그러니 지금부터 알아둬 라. 나중이 되면 내가 너한테 해줄
조언 같은 건 없겠지만, 지금은 내가 너보다 더 아는게 있을 거 같 아서 하는 말이다.”
주영기가 인상을 쓴 채로 말했다.
“지금 네 주위 사람들이 하는 일 들이 네 성에 안 차면 다시 시켜. 성에 찰 때까지. 그 조금의 시간과 수고를 낭비하기 싫어서니가 그냥 다시 해버리다 보면 영영 너는 네 손에 닿는 일밖에 못해. 그런데 당 장은 조금 참으면서가르치고 네 입 맛에 맞춰서 바꿔 나가다 보면, 나 중에는 네가 할 수 있는 일의 열 배, 백배를 할 수 있는 거여.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음……”
“나 같은 놈들은 내 일만 잘하면 돼. 그런데 너는 아냐. 너는 네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 들도 너만큼 잘하게 만들어야 돼. 나가 말을 조리 있게 못해서니가 제대로 알아들었는가는 모르겠지 만.”
“알아들었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는다더니.”
주영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가 사람 보는 눈은 좀 있는 편
이라고 자부하는데 말이여, 너는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많은 이들을 다루면서 살아가게 될 거여.”
강진호는 주영기의 말을 들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도 그렇지만, 지금 당 장 중국에서 장민이 모으고 있는 구 마교의 세력을 감안한다면, 싫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이들을 다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너는 일단 기본적으로 다
른 사람을 믿지를 않아. 다른 이들 에게 일을 시킬 수는 있어도 내가 직접 나서서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 한단 말이여. 그러니 상의할 것도 없고,의논할 것도 없는 거여. 마, 사람은 그렇게는 못 살아. 기계가 아니잖아. 같이 이야기하고의논하 면서 정의 쌓이고…… 뭐냐, 그 신? 신……
“신뢰.”
“그래. 그 신뢰가 쌓이는 거여. 내가 말단 조직원 생활을 할 때도 알았던 걸 너같이 똑똑한 놈이 모른 다는게 말이나 돼?”
‘그런 거였나.’
강진호는 이제야 하나의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
청마.
두 번째 삶이 끝나는 순간이 너무도 힘들었던 것은 패배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배신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강진호는 청마가 왜 자신을 배신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청마에게 정말로 잘해주었으니까. 그를 노리는 자들은 물리쳐 주었고, 그에게 과분하다 싶은 지위까지 주었다. 애검 하나까
지 내줄 정도로 그는 청마를 수족처 럼 아꼈다.
그런 청마가 왜 자신을 배신했던가.
‘주기만 하고, 쌓지를 못했구나.’
긴 삶의 와중에 그를 괴롭히던 하 나의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문을 풀어준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영기라는 사실 이 강진호를 놀라게 했다.
‘사람은 다들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살고 있구나.’
이런 쪽으로는 전혀도움이 될 거 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주영기
가 그의 오랜 고민 중 하나를 해결 해 주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어쩌면 자신이 나서서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지도 모 른다.
사람이란 것은 저마다 나름의 장 점을가지고 있으니까.
강진호가 막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에 저쪽에서 조규민이 굳은 얼 굴로 강진호에게 다가왔다.
“강진호씨, 이번 일은……
조규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일임할게요.”
조규민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꽤나 많은 설득이 있어야 할 것이라 고 생각했는데,의외로 강진호가의 외로 먼저 일을 맡긴다고 한 것이다.
“대신에 확실하게 처리해 주세요.”
“맡겨주십시오. 매번 이런 모습을 보여 드려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이번 일은 제가 어떻게든 확실 하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강진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거야.’
분노를 잠재우고 이성적으로 생각 해 보면 조규민의 방식으로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는 문제가 생겨 버리면 환 부를 아예도려내 버린다. 과거 강은영의 문제가 있었을 때는 스타위 즈를 애초에 재기 불능으로 만들어 버렸고, 이사장 역시 다시는 사회에 서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뭉개 버렸다.
군대에서 발생한 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규민의 방식은 다르다.
그는 일단은 그들의 삶을 인정한 채 이쪽으로 행사하는 영향력을 줄이려 고 하는 입장이다.
효과는 강진호 쪽이 확실하겠지 만, 어느 쪽이 옳은 방식이냐고 묻는다면 아무리 강진호라 해도 조규 민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강진호의 방식은 언젠가 큰 부작 용이 생길 수밖에 없는 방식이고, 조규민은 당장은 답답해도 조금 더 안전한 방법이니까. 방식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조 실장님.”
“예, 강진호씨.”
“그 프렌차이즈 있잖습니까.”
“예!”
“한번 해볼게요.”
“진짜십니까?”
조규민이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얼굴로 입을 쩌억 벌렸다. 잠깐 통 화를 하고 온 사이 강진호에게 천사 라도 강림했는지, 그가 원하던 모든 일을 다 들어준다고 하지 않는가. 아직 겨울도 되지 않았는데 크리스 마스 선물이 펑펑 쏟아지는 기분이 었다.
조규민이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 준 산타라 짐작되는 이를 슬쩍 돌아
보자, 주영기가 엄지손가락을 내밀 며 씨익 웃었다.
‘밥 삽니다.’
‘비싼 걸로!’
눈빛으로 대화를 마친 그들이 다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더 라구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정말 잘 생각하셨어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앞으로 강진호씨의 삶에 반드시 큰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조규민이가 보장드리는 겁니다. 믿어주시지요.”
“……조 비서님, 엄청 사기꾼 같
이 들리는데요, 그거.”
“영기 씨, 쉿.”
주영기와 조규민이 환하게 웃자 강진호는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 렇게 조금만 양보하면 다들 좋아지는 것을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렸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프렌차이즈요?”
“아!”
조규민이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강진호씨에게 간단하게가게 하 나를 차려서 운영시켜 보라는 지시가 있었거든요.”
“……그거 뭔 소리여?”
“ 예?”
주영기가 황당하다는 눈으로 조규 민을 보며 말했다.
“진호한테 그런 걸 시킨다구요? 그게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일입니까?”
“아니…… 왜?”
“쯧쯧.”
주영기가 앞으로 보게 될 참상이 눈에 훤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 레 젓더니, 몸을 돌려 카페 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우리 연예인이나 보러 갈라니까. 남은 일은 알아서 하십시오.
거참, 용기도 과하면 만용이라더니. 쯔쯔 ”
“X”X.
안쓰러운 눈으로 자신을 보며 카 페로 들어가는 주영기의 시선에 조규민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껴야 했다.
“왜, 왜 저러는 거죠?”
“글쎄요.”
강진호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주영기 씨는 진호 씨랑 같이 군생활을 했지?’
그럼 아마 강진호가 선임으로서 사람들을 부리는 것을 모두 보았을
것이다. 그런 주영기가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그때, 조규민의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을 확인한 조규민이 떨떠름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예, 회장님. 지금 완료했습니다. 예, 예! 물론입니다. 예! 하시기로 했습니다.”
한참 동안 핸드폰을 붙들고 있던 조규민이 천천히 통화를 끊었다.
이미 강진호는 카페로 들어가 버 린 뒤였다.
조규민은 이상하게도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뭔가 실수한 것 같은데……
하지만 이미 회장에게 보고가 들 어간 이상 다른 방도는 없었다. 진 행하는 수밖에.
그리고 조규민은 훗날 이날의 결 정을 끝도 없이 후회하게 된다. 지 금은 결코 그 사실을 알 수 없었지 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