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21)
마존현세강림기-2023화(2020/2125)
마존현세강림기 82권 (8화)
2장 대립하다 (3)
“나오신다!”
“드디어……
총회의 회원들이 중앙으로 걸어 나오는 방진훈을 보며 주먹을 꽉 움 켜 쥐었다.
저곳에서 싸우는 모두가 그들에게 있어서는 더없이 위대한 이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이는 있는 법.
방진훈을 바라보는 회원들의 얼굴 이 긴장으로 굳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총회의 이사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먼 하늘 위의 별과 같은 존 재들이다. 아무리 그들이 평범한 회 원들과 벽을 치지 않았다고 해도 스 스로 그 차이를 알고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방진훈만은 다르다.
방진훈은 총회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전부터 그들과 함께 동고동 락해 온 이이자, 그들의 무학을 하
나하나 가르친 스숭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제는 너무도 변해 버린 한국 무인계의 마지막 자 존심이라 할 수 있는 이가 바로 방 진훈이었다.
“사부님!”
“아이고, 이사님……
회원들이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방진훈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 다.
“……괜찮으실까?”
“괜찮지. 그럼? 이사님이 지기라 도 한다는 거냐?”
“아, 아니, 그런 뜻은 아닌데……
말꼬리를 흐린 이가 슬그머니 입 을 열었다.
“사실 너희도 알잖아. 방 이사님은 다른 이사님들에 비하면 조금은……
“뭐, 이 새끼야?”
“아, 아니, 화내지 말고……
말을 한 이가 움찔해 고개를 숙 였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 변의 다른 회원들이 칼날 같은 눈빛 으로 그를 노려보았기 때문이다.
화가 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저 말이 딱히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방진훈이 저들 중에서도 뒤지지 않는 강자라
고 생각했다면, 모두가 그저 웃어넘 길 수 있었을 것이다.
“……괜찮으시겠지?”
“ 일단♦•••••
앞쪽에서 화면을 바라보던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은 좋아 보인다.”
“할 때는 하시는 분이잖아.”
“각오를 단단히 하신 모양이네.” 모두가 방진훈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방진훈이 저곳에 섰다는 것은 의 미가 남다르다. 방진훈은 분명 총회 의 대표이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의 대표이기도 했다.
‘힘내십시오, 이사님.’
어려운 부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인하고 싶다.
그들이 익히는 무학이 저곳에서 통한다는 것을, 그들이 익히고 있는 무학만으로도 세상을 호령하는 강자 들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진 방진훈이 믿음직스럽기 짝이 없는 얼굴을 한 채 중앙으로 나선다.
“괜한 걱정이다. 이사님은 오히려 개운해 보이시는데.”
“그렇지?”
“아니, 당연한 일이잖아. 방 이사 님은 회주님도 인정하신 강자니까!”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히 걸어간 방진훈이 어깨를 펴고 선다. 각오가 단단해 보이는 방진훈의 얼 굴을 본 총회의 회원들이 그들의 대 표에게 신뢰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화면을 넘어 닿을 리는 없지만, 그 마음만은 전해질 거라 믿으며.
씨발.”
방진훈의 입에서 절로 욕지기가 흘러나왔다.
진정해 보려 했지만, 나오는 것은 욕이요, 한숨뿐이다.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제 발로 여기로 걸어 나왔단 말인가. 대체 뭔 생각으로.
다리가 후들거린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눈앞이 캄캄 해지는 느낌이다.
혈마가 걸레짝이 되어 돌아온 꼴 을 보고 머리에 피가 몰려 나서긴 했는데, 막상 이 앞에 서니 피가 빠 르게 식고 있었다.
‘이래서 사람은 두 번은 생각해 보고 움직여야 하는 법인데.’
어쩌자고 무턱대고 들이 받아버렸 단 말인가! 이 성격을 고치려고 그 동안 고생을 얼마나 했는데.
‘ 엄마.’
거무칙칙한 천장을 바라보던 방진 훈의 눈에 습기가 맺힌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꽁무니를 빼고 도망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빌어먹게도 지 금의 모든 상황은 TV로 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새끼들이 다 보고 있을 텐데.’
제발 이 후들거리는 두 다리가
화면에는 잡히지 않기를 빌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름 저들 사부라고 기대 를 하고 있을 텐데, 잔뜩 쫄아서 덜 덜 떠는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면 그 게 무슨 쪽인가.
아니…….
생각해 보면 개처럼 두들겨 맞아 서 피곤죽이 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보다는 차라리 빠르게 항복하는 게 나을지도…….
‘미치겠네, 진짜.’
한순간, 한순간 획획 변하는 생각 때문에 머리가 둘로 갈라질 지경이
었다.
“후욱.”
방진훈이 길게 심호홉을 한다.
‘못해먹겠네, 진짜.’
자신이 왜 여기에 서 있을까?
그는 그저 평범한 무인일 뿐인데.
막말로 그에게 뭐 대단한 게 있 는 게 아니었다. 그냥 남들은 이중 걸이 대놓고 해 처먹고, 독재를 해 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기는데, 그는 유독 성질머리가 지랄 맞아서 그걸 눈뜨고 보고 있지 못했을 뿐이 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 동조하는 이
들이 하나하나 모인 것뿐이고, 저 이중걸이 강진호에게 깔끔하게 숙청 되고 나서는 어쨌거나 총회의 대다 수를 차지하는 한국 무인들을 대변 할 사람이 필요했기에 요직을 차지 하고 앉았을 뿐이다.
스스로 그럴 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건 그가 가장 잘 안다.
“그럼 도망이라도 칠 것이지, 병 신이 자존심은 남아 가지고……. 아 오.”
앓는 소리를 내는 방진훈의 눈에 한 사람이 천천히 중앙으로 걸어오 는 모습이 보였다.
“ 썩을.”
강해 보인다.
딱히 대단한 특징이 있는 외모는 아니었다. 적당히 나이를 먹은 장년 인으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에게 서 풍겨 나오는 무거운 기운은 그 실력을 절로 짐작할 수 있게 만들었 다.
하기야.
십이비도 중 약한 이가 누가 있 겠는가.
객관적으로 봐도 저 중에 그보다 약한 이는 단 하나도 없다. 냉정하 게 보자면 마스터가 명예를 지킨 것
도, 혈마가 선전한 것도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지 못하기에 벌어지는 요행.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진훈에게는 그런 운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마스터와 같은 독특한 마법도 없고, 혈마와 같은 기괴함도 없다.
상대의 약점을 찌를 수 있는 날 카로운 비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는 그저 우직하고 둔탁한 주먹으로 정 정당당히 맞붙을 수밖에 없다.
저벅저벅.
중앙으로 걸어 나온 상대가 방진 훈을 보며 빙긋 웃었다.
“저는 장왕이라 합니다. 그쪽은?”
“……총회의 이사인 방진훈이오. 별호 같은 건 따로 없소.”
“ 이사라……
장왕이 뒤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럼 그대가 총회를 대표하는 이 들 중 하나라는 거로군요.”
“안 그래도 무척 궁금하긴 했습니 다. 홍왕계조차 안중에 두지 않으시 는 저 혹왕께서 그토록 신경 쓰는 총회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그 총
회의 무학은 어떤 것인지.”
거…….
기대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
“같은 무학이라고는 하나 지역마 다 그 특색이 있는 법. 중화가 아닌 해동의 무학이라면 분명 중원과는 다른 특색이 있겠지요. 그대가 그걸 제게 견식시켜 줄 수 있었으면 좋겠 습니다.”
예의 바르다.
흠잡을 것 없는 태도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방진훈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새끼가……
“예?”
방진훈의 짧은 중국어로는 완벽하 게 그 뜻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너, 지금 우리 무시했지?”
“••••••무시?”
“견식이니 어쩌니, 이 새끼야. 뭐, 한국 무학이 구경거리인 줄 알아?”
황당해하는 장왕의 얼굴을 보면서 도 방진훈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미묘하기 짝이 없는 어감.
하지만 방진훈은 그 속에서 은근 한 무시를 느낄 수 있었다. 저건 자
신의 무학이 정도라는 확신이 있는 이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여하튼 중국 새끼들은 진짜……. 이 새끼야, 사람 쳐 죽이는 법도 원 조가 있고, 짝퉁이 있냐? 견식? 눈 알을 확 뽑아버릴라.”
갑자기 한국어로 튀어나오는 말을 장왕이 알아들을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해하지 못해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게 존재한 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로군. 최 소한의 품격은 있을 줄 알았는데.”
“품격? 낄낄, 이 미친 새끼 보 소?”
방진훈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예의바르게 쳐 죽이면 뒈질 때 덜 아프기라도 한 모양이지? 어차피 싸움박질인데, 품격은 얼어 뒈질.”
우드드득.
주먹을 움켜쥔 방진훈이 천천히 자세를 취한다.
“한국 무학이 보고 싶다고 했나?”
“오냐, 얼마든지 보여주지. 대신에 그 대가는 네 몸으로 치러야 할 거 다. 와봐, 새끼야.”
장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그가 빤히 방진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가 되었다면 사과드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 단.”
장왕이 미소를 짓는다.
“제가 한 말이 실례가 되려면 그 대가 먼저 자신을 증명해야 할 것이 오. 그대가 스스로의 무학을 증명할 수 있다면, 내 고개 숙여 사과드린 다 약속하겠소.”
“대가리가 그때까지 남아 있다면
말이지.”
“하하하!”
장왕이 그 패기는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소개하겠소. 저는 십 이비도 중 하나인 장왕. 전생에는 폐천장왕(敵天掌王)이라 불렸소이다.”
“별호 없다니까 자꾸 그러네.”
“하하핫!”
장왕이 빙그레 웃고는 가볍게 자 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보며 방진훈이 마른침 을 꿀꺽 삼켰다.
기세에서 지기 싫어서 들이받아
버리기는 했지만, 막상 싸움을 앞두 니 불안함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한 다. 끝까지 여유롭기 짝이 없는 장 왕의 태도도 마음에 걸린다.
냉정하게 말에서 기선제압은 완벽 하게 실패했다. 오히려 방진훈이 저 장왕의 여유로움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제길, 내가 하는 게 다 그렇지.’ 심장이 미칠 듯이 쿵쾅거린다.
‘침착해라, 침착.’
일단은 진정부터 하…….
“자, 일단 한 수.”
그 순간, 장왕이 가볍게 손을 내
밀었다. 쭉 편 그의 손바닥에서 뿜 어져 나온 장력이 느릿하게 방진훈 을 향해 날아들었다.
‘일단 한 번 맞받…… 아니지!’
방진훈이 몸을 슬쩍 옆으로 빼 날아드는 장왕의 장력을 피해냈다. 어차피 저놈의 내력이 그보다 높을 것이 확실한데, 굳이 힘을 소모해 줄 필요가 없다.
“느려 터졌는데, 이걸 누가 맞아 주..”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입을 다문 방진훈이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쿠르르르릉!
그를 스쳐 지나가 벽에 박힌 장 력이 벽면을 파고들다 못해 거의 부 수어놓았다. 이 험한 승부의 와중에 도 어떻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벽 면이 우르르 무너지며 홁먼지를 피 워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위력.
대체 내력이 얼마나 강해야 저런 광경이 벌어지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저걸 맞받았으면?’
피떡이 되었겠지.
가벼운 마음으로 맞상대했으면 아 마 일격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거, 좀 심한 거 아닙니까?”
어느새 말투가 공손해진 방진훈이 떨떠름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말하 자, 장왕이 빙그레 웃었다.
“실망했다면 미안하오. 하지만 걱 정 마시오. 이건 그저 인사에 불과 하니까.”
“••••••예?”
“이제 제대로 가겠소.”
저기요?
제대로요?
내력을 끌어 올린 장왕의 옷자락 이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한다. 자신 을 조여오는 거대한 내력을 느낀 방 진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 작했다.
이거…….
엿 된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