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23)
마존현세강림기-2025화(2022/2125)
마존현세강림기 82권 (10화)
2장 대립하다 (5)
“끄웅, 빌어먹을.”
비척이며 몸을 일으키는 방진훈을 보며 장왕이 미묘하게 눈을 찌푸렸다.
‘ 뭐지?’
느낌이 좋지 않다.
분명 이 싸움을 시작할 때만 해 도 그는 방진훈을 단숨에 쓰러뜨릴
자신이 있었다. 이토록 차이가 나는 이를 상대로 굳이 목숨을 빼앗을 필 요가 있는가를 고민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 그가 느끼는 것은 확연한 위화감이다.
‘내가 처음에 이런 상황을 예상했 던가?’
그의 장력에 격중당한 방진훈이 몸을 일으키고 있다. 대충 탐색을 위해 날린 장력도 아니고, 제대로 내력을 실은 장력에 얻어맞았는데도 말이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
‘비껴냈다?’
아니면 상쇄했다.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다. 그가 전 투를 시작할 때 파악한 방진훈에게 는 그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이가 자신이 날린 장력을 맞고도 몸을 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퉤!”
방진훈이 피 섞인 침을 뱉어내더 니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거, 더럽게 쏴대네.”
“여하튼 뭐, 하다 보니 적응도 되 는 것 같고…… 생각만큼 막막하지
는 않구만.”
장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저 한국어를 그가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그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아무래도……
우우우우웅.
그의 양손에 새하얀 기운이 어리 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해야 할 것 같군!”
방진훈을 경시하는 마음을 버린 장왕의 양손에서 폭풍과도 같은 장 력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장력 위에 또 수십 개 의 장력이 덮인다.
무게란 쌓는 것.
강한 힘을 만들어내기 위해 반드 시 거대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은 아 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강이 되고, 폭포가 되고, 결국은 바다가 되듯, 그 하나로는 그리 강하지 않 은 장력이라 해도 수십, 수백, 수천 이 모인다면 가공할 거력으로 화하 게 되는 법이다.
손바닥의 형태를 갖춘 수십 개의 장력이 일시에 허공에 떠오르는 장 면은 기괴함을 넘어 뭔가 장엄하기
까지 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장력들이 겹쳐 지고 겹쳐져 이내 거대한 폭설이 되 어 방진훈을 뒤덮어간다.
인간의 육신으로 그 폭설을 버텨 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덮쳐 오는 눈사태조차 사람의 몸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법인데, 기로 이루 어진 폭설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 간이 어찌 감당하겠는가.
하나 방진훈은 자신을 향해 날아 드는 장력들을 보면서도 물러날 생 각을 하지 않았다.
“퉤!”
다시 한번 입에 고인 피를 뱉어 낸 방진훈이 앞으로 한 발을 내디딘 다. 그의 두 눈이 낮게 또 낮게 가 라앉았다.
‘천천히.’
어마어마하다.
가공하다.
하지만 방진훈의 눈에는 그 본질 이 보인다.
이 공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그 근본을 놓치지 않았다.
‘한 번에 닥쳐오는 것 같아 보인 다고 정말 그런 건 아니야.’
흐름이란 결국 분절되어 있는 순
간순간을 이은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자면, 이 끝없는 장력의 폭설 역시 장력 하나하나가 모인 것에 지 나지 않는다.
단번에 모든 장력을 상대하는 것 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장력 하나를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방진훈이 해야 하는 것은 오직 하나.
달려드는 장력보다 더 빨리 움직 여 수천 대 일을 일대일의 수천 번 으로 바꿔내는 것이다.
파아아앗!
그의 손끝이 가장 먼저 날아드는
장력을 옆으로 쳐낸다.
‘아니야!’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갔다. 이러면 손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일체의 낭비가 없이 최소한의 힘 만으로 움직여야 늦지 않을 수 있 다.
이건 힘 대 힘의 싸움이 아니다. 이건 속도의 싸움.
그리고 속도 대 속도라면 그에게 도 분명 승산은 있다.
쿵! 쿵! 쿵!
방진훈의 양손이 천수관음의 손처 럼 수십으로 분열한다. 아니, 그저
너무 빨리 움직여 수십 개처럼 보이 는 것뿐.
그 손들이 날아드는 장력을 일일 이 쳐내고, 밀치고, 흘려낸다. 그와 동시에 그의 발은 한순간에도 수십 번 위치를 바꾸고, 몸은 다가오는 장력들을 회피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맨몸으로 모두 쳐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열 배 느 려진다면?
느긋하게 내리는 물방울을 튕겨내 기만 하면 그만인 법.
방진훈의 발이 바닥을 내밞으며
그의 양손에서 푸르디푸른 장력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저거지.”
장민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영감은 섬뜩하겠어?”
“네가 할 말이 아니지.”
바토르와 장민이 새삼스러운 눈으 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안다, 방진훈이 얼마나 대 단한 인간인지.
“저 굳건함이 무섭지.”
총회에는 이미 만 명이 넘는 이 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강함을
추구하는 데 인생을 바친 이들이 그 만큼이나 모여 있다.
하지만 그중 오직 단 한 명.
“방 이사만이 마공에는 눈도 돌리 지 않았지.”
“ 쳇.”
바토르가 짜증 난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자신의 육체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진 바토르조차 마공의 파괴력에 마음을 빼앗겼다. 어쩌면 마공을 받 아들이는 것이 그의 한계를 낮추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 서도 결국은 마공을 받아들인 것이
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마공을 무시하고 자신의 길만을 고집하기에는 강진호가 너무도 눈부 셨으니까.
마공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어쩌면 자신도 강진호를 닮아갈 수 있지 않 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지 않은 총회 인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방진훈은 아니다.
위긴스처럼 체계가 달라 받아들이 지 못한 것도 아니고, 다른 회원들 처럼 자격이 되지 않아 배우지 못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시도했다 실패
한 것도 아니었다.
이미 마공을 배웠거나 마공을 익 히지 못한 이들로 나뉘는 총회 내에 서 오직 방진훈만이 마공에는 눈길 도 주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굳은 심지가 지금 그 빛을 발 하고 있다.
“사람들은 착각하고는 하지. 무학 이란 게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거라 고 말이야.”
장민이 방진훈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하지만 무학이란 결국 때리고, 막고, 피하는 것이 전부다.”
그 빤한 과정을 얼마나 완벽하고 능수능란하게 해낼 수 있느냐가 무 학의 수준을 정한다.
그리고 그 기본을 향상시켜 나아 가기 위해서 해야 하는 건 그저 단 하나, 지독할 정도의 꾸준한 반복. 다시 말하자면, 무학이란 그저 아는 것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것만으로도 극의에 오를 수 있는, 정직하기 짝 이 없는 분야라는 의미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인들은 그 과 정을 지속하지 못한다.
그건 달팽이가 기어 대륙 반대편 의 해안에 닿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나 다름없는 고행이니까.
죽어라 노력해도 나아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없고 편법을 택한 이가 순식간에 자신을 추월해 가는 것을 묵묵히 버텨내야 한다.
누가 그걸 버텨내겠는가.
하지만 저기에 있다, 자신의 길이 아닌 곳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자신 의 자리를 우직하게 지켜낸 이가.
‘무학의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저런 이에게 웃어주지 않을 까?
방진훈의 손끝에 무(武)가 강림한 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고, 그리 대 단할 것도 없는, 빤하디빤한 무가.
‘대체 뭐냐?’
장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지금 내력을 완벽하게 순환 하며 장력을 뿜어내고 있다. 어디에 도 잘못된 것은 없다. 상대에게 위 협이 느껴지지 않는 만큼 그가 내뿜 을 수 있는 최대의 공격을 하고 있 는 중이다.
그런데…….
‘왜 쓰러지지 않지?’
아니. 쓰러지지 않는 정도가 아니
다.
방진훈의 반응이 점점 더 빨라진 다. 그의 장력을 쳐내는 손은 완벽 한 직선을 그리며 일체의 낭비 없이 휘둘러지고, 보법을 밟는 거리는 점 점 더 빨라진다.
‘나와 싸우는 와증에 성장한다는 건가?’
아니. 저건 성장이 아니다.
말하자면 효율화 혹은 체계화.
그와 싸우는 와중에 그의 무학을 파훼하기 가장 적절한 형태로 스스 로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물론 무학에는 상성과 파훼법이 존재한다. 한 무학이 완전하게 파훼 가 되어버리면 그 무학은 더 이상 가치가 없어지는 법이다.
수도 없는 무학이 그렇게 사라졌 다.
남은 것은 파훼조차 불가능할 정 도로 복잡한 무학이거나, 파훼의 의 미가 없는 단순한 무학뿐.
장왕의 무학은 명백하게 전자다. 그러니 파훼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 다.
하지만 말이 쉽지.
한 무학을 두고 수십 년을 연구
해도 그 파훼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 간, 처음 본 무학을 그것도 싸우는 와중에 분석하고 파훼한다는 게 말 이나 되는 소린가.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그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쿵!
그 순간, 방진훈이 앞으로 한 발 을 더 내디딘다.
거슬러 온다.
그가 만들어낸 기운의 폭포를 방 진훈이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왔다.
“이!”
장왕의 입에서 처음으로 격한 음 성이 튀어나왔다.
“웃기지 마라!”
손바닥에서 발줄되는 장력이 더욱 화려하게 휘돈다. 단순한 장력의 겹 침에서 변화를 가미한 소용돌이로.
하지만 장력의 성질이 명백히 변 화했음에도 방진훈은 흐트러지지 않 고 날아드는 장력들을 모조리 쳐내 고 밀어냈다.
장왕의 두 눈이 일순 흔들렸다.
반개한 눈.
반쯤 벌어진 입.
그건 마치 고행을 하는 고승의
얼굴 같았다. 이 폭발적인 격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다.
그렇기에 공포스럽다.
무아지경에 빠진 방진훈의 발이 느릿하게 앞으로 내밀어진다. 앞쪽 으로 격하게 뻗어지던 손은 이제는 자신의 몸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굳이 먼저 내뻗어 쳐내지 않아도 몸 가까운 곳에서 완벽하게 막아낼 정 도의 여유가 생겼다는 뜻.
‘ 어째서냐?’
그의 장력은 더욱 빠르고 강하게 발출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왜 저자에게 여유가 생기
기 시작했단 말인가.
방진훈의 움직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 현란하고 격하게 움직이던 그의 손이 조금씩 더 느릿해진다.
하지만 그의 장력은 여전히 방진 훈의 방어를 뚫어내지 못하고 있었 다.
난생처음 겪는 기사에 장왕의 두 눈으로 핏발이 어렸다.
‘이대로는……
그럴 리가 없다.
그런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왕의 뇌 리에 떠오른 것은 명백했다. 조금
전까지 그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오르던 승리의 이미지가 더는 그 려지지 않는다.
장왕의 두 눈이 일순 혼들렸다.
“흐아아아아아압!”
그 순간, 장왕의 기세가 일변했다.
“노옴!”
발출하던 장력을 끊어내고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킨 장왕이 양손을 앞 으로 쭉 뻗어낸다.
터져 나갈 듯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옷자락 사이로 튀어나온 양손 이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가공할 크기의 백색 장력을 머금었다.
콰아아아아아아 아아 !
공기를 휘말아 올린 장력이 공간 을 짓뭉개며 단번에 방진훈에게 날 아들었다.
‘어떠냐!’
적이 공격에 적응했다면, 다른 공 격을 하면 그만!
순간적으로 단전이 텅 빌 정도로 막대한 내력을 담은 장력이 날아든 다. 이 공격은 방진훈 정도의 내공 으로는 절대 받아칠 수 없다.
‘피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거리를 벌린다면 그건 장왕의 승 리를 의미할 뿐! 아무리 방진훈이라
해도 이 짓거리를 두 번 반복할 수 는 없을 테니까.
장왕은 방진훈이 어떤 선택을 한 다고 해도 대응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방진훈의 반개한 두 눈에 맹렬하고 거대한 장력의 형상이 맺 히는 그 순간.
타앗.
방진훈이 물러서기는커녕 되레 앞 으로 치고 달리며 날아드는 장력을 향해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