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24)
마존현세강림기-2026화(2023/2125)
마존현세강림기 82권 (11화)
3장 계승하다 (1)
콰아아아아!
날아드는 사람 몸집만 한 크기의 장력.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할 수는 없지만, 실린 위력만큼은 가공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장력 속으로 되레 뛰어드는
방진훈의 모습은 마치 타오르는 모 닥불을 향해 날아드는 부나방을 연 상시 켰다.
인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거력이 밀려오면 일단 몸을 돌린다.
설사 달아나는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해도 우선은 몸을 빼 고 보는 것이 사람이다.
하지만 방진훈은 앞으로 발을 내 디뎠다.
그는 애초에 물러서는 법을 모르 는 사람이니까.
태생적인 반골.
두려움을 느끼면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고함을 내질러 버리는 이.
그런 사람이기에 이 험난한 무인 계에서 버텨낼 수 있었다. 천재가 넘쳐 나는 총회에서도 제 자리를 지 켜낼 수 있었다.
그리고…….
분명 생로는 그가 내디딘 발 위 에 있었다.
타아앗!
바닥을 박차고 나선 방진훈이 자 신에게 날아드는 장력을 향해 양손 을 내뻗었다.
‘무모해!’
그 순간, 위긴스가 주먹을 움켜잡
았다.
저 가공할 장력을 맞받는 건 무 리다! 그나 방진훈은 상대의 힘을 정면으로 맞받을 능력이 없다. 그런 데 왜 저리 무모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촤아아악!
방진훈이 내뻗은 손이 장력의 결 을 타고 흐른다.
그리고 방진훈의 몸도 그와 함께 회전했다.
손바닥, 팔목, 팔꿈치, 어깨, 그리 고 등!
태풍을 받아내는 갈대처럼 밀려오
는 힘에 저항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내맡긴 방진훈의 육체가 장력이 갈 라내는 공기의 흐름과 함께 장력을 타고 돌았다.
우드득.
손목이 부러진다. 팔꿈치가 어긋 나고, 어깨가 으스러졌다.
격랑을 타고 오르는 낙엽도 젖지 않을 수는 없는 것처럼 그 가공할 기운을 흘려낸 방진훈의 육체에도 분명 선명한 상흔이 남았다.
하지만 그 상흔은 이만한 장력을 단숨에 뛰어넘은 것에 비하면 분명 미미한 상처였다.
우드드득.
장력을 타고 돌아 뒤로 흘려낸 방진훈이 발이 땅에 닿기 무섭게 바 닥을 박차며 장왕을 향해 돌진한다.
장왕이 두 눈을 부릅떴다.
무학에는 반드시 통용되는 법칙이 있다.
제아무리 드높은 무위를 가진 이 라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절대적인 법칙. 그건 강한 힘이 실린 공격을 할수록 그 반동은 커지고, 분명한 틈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일순 바꿔낸 공격. 강맹하기 짝이 없는 일격은 분명 흐름을 뒤트는 데
는 성공했지만, 장왕에게서 완벽함을 앗아갔다.
미세하기 짝이 없는 틈일지도 모 른다.
하지만 그 틈을 찔러낼 수 있다 면 아무리 작은 틈이라 해도 치명적 인 상처가 되는 법.
바닥을 박찬 방진훈이 아직 태세 를 정비하지 못한 장왕의 지척으로 날아들어 그의 배를 걷어차 온다.
‘큭!’
장왕이 서둘러 자신의 배를 차 오는 방진훈의 발을 향해 손을 뻗었 다.
하지만 그 순간.
스슷.
그의 손과 맞닿았어야 할 방진훈 의 발이 아래로 물 흐르듯 방향을 바꾸더니, 충격에 대비해 단단히 바 닥에 고정한 그의 발등 위로 떨어진 다.
쿠웅!
장왕의 얼굴이 순간 참혹하게 일 그러졌다.
벽을 넘은 무인이라고 해서 몸뚱 아리가 강철인 것은 아니다. 이렇듯 직접적으로 육체를 타격하는 충격은 확연한 고통을 주고, 무시할 수 없
는 대미지를 남긴다.
특히나 모든 무학의 근원이 되는 발이 짓밟힌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상처였다.
하지만 그 고통에 신음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장왕의 발을 밟은 방진훈의 어깨가 그의 가슴을 노리 고 로켓처럼 쏘아져 온다.
장왕이 양손을 내뻗어 그의 어깨 를 막아내려는 순간, 방진훈의 어깨 가 허공에서 정지 화면처럼 멈춘다.
그리고…….
콰앙!
장왕의 몸이 크게 혼들렸다.
어깨로 들이받을 듯 장왕을 속인 방진훈이 그의 발을 짓밟고 있던 제 발로 장왕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다 시 한번 발을 강렬하게 짓밟았다.
우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그의 몸을 타고 선명하게 들려온다.
“이!”
장왕의 손에서 반사적으로 장력이 뻗어진다.
하지만 거리를 두고는 더없이 강 력한 그 장력이 몸이 닿을 정도의 지근거리에서는 평범한 주먹질과 별 다를 게 없었다.
빙글.
몸을 돌려 장왕이 뻗어내는 장력 을 피해낸 방진훈이 회전하는 기세 그대로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후 려치고, 동시에 박차 올라 장왕의 턱을 무릎으로 쳐 올린다.
쾅
쾅
장왕이 양손으로 턱을 막은 채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두 공격 모두 막아냈지만, 몸에는 착실하게 부담이 쌓이고 있었다.
‘ 내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거리를 좁히
며 그를 추격해 오는 방진훈을 보며 장왕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박투를 해본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가 그의 무학을 정립하고, 장력 으로 상대를 농락할 수 있게 된 이 후, 그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이가 없었으니까.
설사 그런 이가 있다 한들 일검 에 그를 베어내려 했을 뿐, 지금처 럼 차근차근 천에 검은 물을 들이듯 그를 무너뜨리려 한 이는 기억이 나 지 않는다.
그가 쌓아 올린 탑은 너무도 드 높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거지.”
그 광경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이 를 드러내며 웃었다.
“까마득한 아래에서 뭔 일이 벌어 지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았겠지.”
그게 설령 그 드높은 탑을 지탱 하는 근본이라 해도.
무학은 정직하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 하나의 스킬 을 익힌 뒤에는 천년만년이 지난다
해도 그 완벽함이 손상되지 않는 게 임과는 다르게, 무학은 반복해서 숙 달하지 않으면 무뎌지는 것.
상대가 자신에게 접근해 주먹질을 해 대리란 가능성을 잊어버린 장왕 은 자신의 앞에서 춤을 추듯 움직이 는 반도의 무인에게 제대로 대처하 지 못하고 있었다.
“멍청했습니다.”
장민도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
이 승부는 애초에 장왕이 이기는 게 당연한 승부였다. 방진훈이 장력 의 벽을 뚫고 들어온다면, 거리를 벌리며 같은 것을 반복하면 그만이
다.
하지만 장왕은 당황했다.
확고한 차이가 있는 이가 자신의 장벽을 뚫어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적은 단숨에 쓰러뜨리려 했다.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상대를 차근차근 무너뜨려 나가는 것이 자신이 가진 무학의 본질임에 도 그 본질을 제 스스로 잊어버린 것이다.
괴이한 일.
하나…….
강진호도, 장민도 그게 이상하다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저건 사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강호에서는 어린 신진 고수가 최 고라 불리던 이들을 상대로 승리하 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사실 이건 굉장히 역설적인 일이 다.
무학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상승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뒷세대가 먼 저 무학을 익히기 시작한 이를 이기 는 것은 지독하게 어려워야 한다.
나중에 무학을 익힌 이들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뛰어나지는 게
당연하다면, 지금의 무학은 과거의 무학과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야 한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진실은 아 니다.
진실은 아주 간단하다.
내공의 강함이, 시간과 함께 쌓이 는 노련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더는 싸울 일이 없고, 더는 중명 할 일이 없어진 이들은 그 내력은 강해질지언정 그 실력은 오히려 퇴 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등에 뚫린 구멍은 보이지 않는 법이지.”
“한 번 쌓은 곳은 돌아보지 않는 법이고요.”
무인의 육체는 노쇠하지 않지만, 무인의 정신은 노쇠해진다. 굶주림 을 잃은 무인은 더는 무인일 수 없 다.
그리고 그 늙어버린 사자를 향해 젊은 늑대가 그 이빨을 드러낸다.
파아앗!
방진훈의 권이 벼락같은 연타를 날린다.
내리밟은 진각의 힘을 부드러운 허리로 전환하고, 그 부드러움은 손 끝에서 속도로 다시 바뀐다.
짧고 강하게, 상대에게 공격할 틈 을 주지 않는, 폭풍 같은 연격.
그 연격을 막아내는 장왕의 얼굴 이 점점 더 굳어갔다.
파아앗!
방진훈의 권이 그의 머리를 스치 고 지나간다. 잘 묶어둔 그의 머리 가 풀리며 산발이 되어 휘날린다.
“으아압!”
장왕이 짐승같이 울부짖으며 장을 내뻗었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가 늙어 느려 진 것인지, 아니면 이자가 극도로 빠른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지근거
리에서의 싸움은 그에게 불리하다.
하지만…….
‘연타라는 건 힘이 실리지 않았다 는 뜻!’
수십 번 얻어맞아 준다고 해도 한 방만 제대로 갈길 수 있다면 그 의 승리는 정해진 것.
방어를 포기한 장왕의 남은 내력 을 모조리 끌어 모아 일장을 쳐 날 렸다.
팔을 뻗어내는 그 짧은 순간 동 안 그의 상체와 얼굴로 수십 번의 권격이 쏟아진다.
몸과 주먹이 맞닿는 충격이 채
소리로 화하기도 전에 그가 뻗은 장 력이 방진훈의 상체에 틀어박힌다.
‘됐……
그 순간이었다.
장력에 얻어맞은 방진훈의 가슴이 기묘한 흐름을 만들어내며 뒤틀어졌 다.
우드드득.
일격에 가슴뼈가 모조리 으스러진 다. 옷과 피부가 함께 갈퀴로 긁어 댄 것처럼 찢겨 나가고, 근육은 사 정없이 뭉개졌다.
하지만!
방진훈의 몸을 부술 듯 휘돌던
장력이 비스듬히 꺾어진 가슴을 타 고 옆으로 흘러나간다. 가슴의 살을 과격하게 뜯어내 집어삼킨 장력이 방진훈의 오른팔마저 집어삼켰다.
콰드드득!
그 팔이 제멋대로 뒤틀린다. 마치 이리저리 꺾어버린 갈대처럼 뒤틀린 팔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곳곳이 갈라져 허연 뼈가 드러나 고, 근육마저 터지고 뜯겨 나갔지만, 결국 장왕의 장력은 방진훈의 곁으 로 비껴 나갔다.
‘ 뭐?’
제 몸을 미끄럼틀 삼아 장력을 흘려낸 방진훈이 반개한 눈으로 진 각을 내밟는다.
그 눈.
그 눈빛이 장왕의 두 눈에 화인 처럼 박힌다.
싸우고 있으되, 싸우지 않는.
이기겠다는 결의가 아니라 오로지 무학, 그 자체만을 추구하는 구도자 의 눈이.
‘ 나도•♦••••
한때는 저런 눈을 했던가.
그게 무엇인지는 장왕도 모른다.
하지만 저 눈에는 분명 그가 과
거에 잃은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스스로를 잊은 방진훈이 휘돌며 그를 향해 날아든다.
팔꿈치가 그의 어깨를 때리고, 다 부서진 팔이 채찍처럼 그의 머리를 후려친다. 내리쳐진 무릎은 옆구리 를 파고들고, 이윽고 허공에서 날아 든 발뒤꿈치가 장왕의 가슴에 틀어 박혔다.
“크윽!”
발뒤꿈치가 가슴을 내리치는 순 간, 장왕의 손이 방진훈의 정강이를 올려 쳤다.
쿠우웅!
장왕이 피를 뿜으며 뒤로 쭈욱 밀려난다.
방진훈이 허공에서 팽이처럼 회전 하며 바닥에 처박힌다.
쿵!
몸이 바닥에 닿는 그 순간, 스프 링처럼 튀어 오르려던 방진훈의 몸 이 휘청한다. 장왕의 장력이 작렬한 그의 다리가 부러져 덜렁대고 있다.
“후우우욱.”
겨우겨우 몸을 세워낸 장왕이 방 진훈을 바라보았다.
비틀대며 몸을 일으킨 방진훈이 천천히 다시 자세를 취한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 하지만 그 눈동자에 여전히 의지는 확고하다.
부러진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 다는 듯 두 다리로 굳건하게 다시 몸을 세우는 방진훈을 본 순간, 장 왕의 입에서 헛웃음을 흘러나왔다.
방진훈이 다시금 앞으로 돌진하려 는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장왕의 진각이 바닥을 내밟았다. 강화 콘크리트가 움푹 파이며 사방 으로 콘크리트 조각이 폭죽처럼 비 산한다.
그 강렬한 소음에 방진훈이 움찔
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어……
뭔가 정신이 돌아온 듯 주춤하는 방진훈을 보며 장왕이 혀를 찼다.
“쯧쯧, 집중도 정도껏 해야지. 여 기서 더 다치면 이긴다 한들 미래가 없거늘.”
장왕이 피식 웃는다.
‘미래라……
미래라는 단어가 자꾸 입가에 감 돈다.
한때…….
그가 중원의 신성으로 뭇 고수들
을 연파할 때, 그들이 그에게 남긴 말이 있다.
그때는 그저 패자의 변명이라 여 겼지만…… 이제 와서야 그들의 말 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것 같았다.
그러니…….
이제는 그가 이 사람에게 그 말 을 해주어야 한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 낸다더니.”
장왕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내 무대가 끝났음을 알았 어야 했는데…… 뒷일을 후인들에게
맡기지 못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 는 것 역시 구차한 일이었구나.”
한 무인의 미래조차 지켜주지 못 하는 이가 어찌 거창한 미래를 입에 담겠는가.
미래는 그가 꾸는 꿈에 있지 않 다.
미래는…….
지금 바로 그의 눈앞에 있다.
“내가 졌네.”
장왕이 빙그레 웃었다.
“자네의 승리네, 젊은 무인이여.” 세대는 그렇게 바뀌어가는 법이다. 후인은 언젠가는 선인이 되고, 자
신을 따르는 후인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이 걸어온 길을 걷는 이에게 선인이 줄 것은…….
“세상을 바꿔야 한다면, 자네 같 은 이들이 바꿔야겠지. 우리 같은 늙은이가 아니라.”
오직…….
믿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