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29)
마존현세강림기-1253화(2028/2125)
마존현세강림기 51권 (10화)
2장 조율하다 (5)
황민수는 살짝 긴장한 눈으로 눈 앞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높게 치솟은 새 건물.
물론 나름 웅장한 느낌이긴 하지 만, 재경 그룹의 황태자였던 그가 긴장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지금 황민수를 긴장시키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이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었 다.
“ 후우••••••
낮게 한숨을 내쉰 황민수가 주변 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았다.
이윽고 건물 옆쪽에 마련되어 있 는 흡연 부스를 찾아낸 황민수가 재 빠르게 걸어갔다. 그러고는 부스 안 으로 들어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일단 한 대 피워야겠어.’
스스로도 이렇게 긴장할 줄은 몰 랐다.
살짝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입에 문 황민수가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깊이 빨아들였다.
‘이 나이에 면접이라니……
처음 하는 경험이지만, 딱히 긴장 이 될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 는 스스로의 스펙과 경력에 자신이 있었으니까. 일이 이렇게 꼬이지 않 았더라면 온갖 기업에서 어떻게든 모셔가려고 애쓸 사람이 바로 황민 수 아니던가.
하지만 황민수는 오늘 면접의 긴 장감은 스펙을 채운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얼마나 간절한가에 따라 얼마나 긴 장하느냐가 정해지는 것이다.
연신 연기를 빨아들인 황민수가 조금은 씁쓸한 눈으로 타들어 가는 담배를 바라보았다.
심정이 꽤 복잡하다.
그를 써주겠다는 곳이 나타난 것 은 좋은 일이지만, 들어보지도 못한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면접을 봐야 하는 처지가 조금은 우스웠다.
‘건방진 생각이지.’
그는 더 이상 재경의 후계자 자 리를 두고 다투던 황정후의 아들이 아니다. 바다를 건너가지 않으면 제 대로 된 일자리 하나 구하기 힘든 실업자일 뿐이다.
이런 생각을 머리에 제대로 박아 넣지 않으면, 면접 자리에서도 반드 시 실수를 저지를 것이다.
“정신 차려야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황민수 가 시계를 응시했다. 면접 시간까지 는 아직 2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슬슬 면접장으로 향 해야 한다.
최소 10분 정도는 일찍 도착하는 게 좋다. 시간 약속은 사회생활의 기본이 아니던가.
두어 번 심호홉을 한 황민수가 단호한 얼굴로 건물 입구를 향해 걸
어갔다. 이제 신중함은 잠시 접어두 어야 할 때다.
하지만 그런 황민수의 각오는 건 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어이! 여기 잡상인 출입 금지 요!”
커다란 덩치를 가진 경비가 얼굴 을 씰룩이며 황민수를 향해 다가왔 다.
“자, 잡상인요?”
“아저씨, 여기는 함부로 들어오시 면 안 됩니다. 나가요, 나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긴말할 것 없다니까 그러네!”
“아니, 저 잡상인 아닙니다! 면접 보러 왔어요!”
“••••••면접?”
경비가 영 마뜩찮다는 얼굴로 황 민수를 바라보았다. 얼핏 보아도 40 대는 넘었는데, 면접은 무슨 놈의 면접이라는 말인가.
“카, 요즘은 고단수네. 아저씨, 이 회사는 신입 사원 안 뽑아요. 수작 부리지 말고 나가세요.”
“아, 아니……
“훠이! 훠이! 아, 이 아저씨가 왜 이리 말귀를 못 알아먹지? 험한 꼴
보기 전에……
“형님.”
경비가 뒤로 고개를 돌렸다.
“왜?”
“확인해 보니까 오늘 방문자 있다 고 나오는데요?”
“뭐? 방문자? 어디 방문인데?”
“회장실인데요.”
경비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온더 니, 살짝 크게 뜬 그 두 눈이 불안 하게 떨렸다.
“혹시 성함이?”
“……황민수입니다.”
고개가 다시 홱 돌아갔다.
“맞는데요, 황민수 씨.”
“ 맞아?”
“예, 맞습니다. 오늘 방문. 2시. 회장실.”
경비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는 모자를 벗었다. 그러고는 환한 미소 를 띠며 입을 열었다.
“아이고, 이거 실례했습니다. 사소 한 오해가 있던 모양인데, 진심으로 방문을 환영합니다.”
“……환영하는 투가 아닌 것 같던
데.”
“진짜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딱히 방문자가 없어서……
“괜찮습니다.”
황민수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심 그리 편하지는 않지 만,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경비 의 팔뚝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자애 로워진다.
암, 사람이 실수할 때도 있는 법 이지. 황민수도 큰 실수 한 번으로 인생을 말아먹지 않았던가. 그가 저 지른 실수에 비하면 이런 실수쯤이 야 아무것도 아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찾아가겠습니다.”
“아, 그래도……
“정말 괜찮습니다.”
그제야 경비가 어색한 얼굴로 대 답했다.
“네. 그럼 최상층으로 가시면 됩 니다.”
황민수가 겸연쩍게 웃고는 엘리베 이터로 향했다.
‘뭔 놈의 경비가 저렇게 생겼어?’
도둑이 오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아니라 도둑을 패 죽이게 생겼다. 다른 건 몰라도 경비 하나는 그가
지금까지 본 회사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살짝 경비에 어울리지 않는 경박 함이 있지만, 그건 저 두꺼운 팔뚝 으로 커버할 수 있다. 일단 1층 로 비에 세워놓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문제는 다 해결될 테니까.
‘아니, 그게 아닌 것 같은데?’
황민수가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건물을 잘못 찾아왔나?’
그러고 보니 지나가는 이들이 다 들 한 덩치씩 한다. 정확하게 말하 자면, 덩치가 크다기보다는 몸이 탄
탄하다. 입고 있는 옷만 아니라면 MK가 아니라 태릉 선수촌을 찾아 온 게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
‘거참.’
황민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엘리베 이터 버튼를 눌렀다.
최상층에 도착한 황민수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나름 사람들이 번잡스럽게 다니던 1 층과는 다르게 최상층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겠지.
보통 그룹 사옥의 최상충은 회장 을 비롯한 비서진과 몇몇 이사들만
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다. 원래대 로라면 한낱 면접자에 불과한 황민 수가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 다.
예전에야 황민수도 재경의 최상층 에 출입하는 사람 중 하나였지만, 그건 먼 과거의 일일 뿐이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예전 그가 사장실을 쓸 때, 보고 를 하러 들어오는 이들은 모두 긴장 한 얼굴이었다. 당시에는 그 이유가 그를 대면하는 부담감 때문인 줄 알 았건만, 막상 입장이 거꾸로 되어보 니 단순히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이 가 득한 건물 안에서 이 고요한 공간은 미묘하게 사람을 압박한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복도에 울리는 이 발소 리는 특히나 부담스럽다.
하지만 다행히도 황민수에게는 그 부담감을 덜어줄 사람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아••••••
복도 끝에서 한 남자가 황민수를 마중 나왔다. 황민수는 낯선 얼굴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서글서글하게 웃음 지은 남자가
황민수를 향해 한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십시오, 황민수 사장님. MK의 실장 직을 맡고 있는 이현수 라고 합니다.”
“아…… 반갑습니다. 다만, 사장이 라는 말은 이제 붙이지 말아주십시 오.”
“그래도……
“그게 맞습니다.”
황민수의 단호한 목소리에 이현수 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황민수 씨, 괜찮겠습니까?”
“네. 좋습니다.”
“적당한 호칭이 생각나지 않네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충분합니다.”
황민수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표정과는 다르게 그는 내 심 긴장하는 중이었다.
‘보통 사람이 아닌데.’
몇 마디 말을 나눴을 뿐이지만, 그의 본능이 경고하는 중이다. 눈앞 의 이 사내는 절대 쉽게 볼 상대가 아니라고 말이다.
나이도 그보다 어리고, 딱히 이쪽 으로 경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몇 년 사이에 두각을 나타낸 적이
있다면 황민수가 모를 리가 없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곳이네.’
경비부터 범상치 않더니, 그를 마 중 나온 이는 더더욱 범상치 않다. 경비가 그의 육체적인 부분을 자극 했다면, 이 사내는 그의 정신적인 부분을 자극하고 있다.
“조규민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 다.”
“아……
“이야기 듣고 오신 것 아닙니까?”
“네, 그렇습니다.”
황민수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가 들은 말이라고는 그를
고용하고 싶어 하는 이가 있으니 가 서 면접을 보라는 말뿐이었다. 겨우 그 짧은 말에 황민수가 이리 움직이 게 된 것은, 조규민이 황정후의 비 서이기 때문이다.
비서란 모시는 이의 손발과도 같 은 존재.
황정후의 의중이 없었다면 감히 조규민이 황민수에게 그런 의사를 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즉, 다시 말해 이곳에 가보라는 건 황정후의 의사다.
누구의 말이라고 듣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황민수의 대답에 대충 상황을 짐 작한 이현수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 다.
“사정은 듣지 못하고 오신 모양이 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죄송할 일이 아니죠. 조규민이가 일처리를 제대로 안 한 건데, 왜 황민수 씨가 사과를 하십 니까?”
‘조규민이?’
황민수가 슬쩍 이현수를 바라보았 다.
그가 이런 말을 하기에는 우습지
만, 재경 그룹 내에서 조규민의 위 상은 결코 낮지 않다. 웬만한 이사 급은 조규민에 비한다면 한직에 불 과하다.
황정후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재경에서 비서실장이라는 지위 는 과거 독재 정권하의 비서실장들 과 비슷한 권한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명목상 가진 힘에 비해서 실제 가진 힘이 훨씬 우월하다는 뜻이다. 조규민의 소개를 받고 왔다는 걸 아 는 것으로 보아 그런 사정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 이름을 쉽게 운
운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이한 일이 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회장님이 기 다리고 계십니다.”
“아, 인사팀이 아니라 회장님과 직접?”
“물론입니다. 인사팀이라고 해봐 야 황민수 씨께서 입사하면 아랫사 람에 불과할 텐데, 그런 이들이 면 접을 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 까? 그리고……
이현수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 다.
“조금 창피한 이야기일지 모르지 만, 회사가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인사팀이 없습니다.”
“••••••네?”
“그렇게 됐습니다.”
“이만한 회사에 인사팀이 없다구 요? 그럼 직원들은 다 어디서 왔습 니까?”
“사정이 좀 있습니다. 자세한 사 정은 나중에 설명드리지요.”
묻고 싶은 말은 한 가득이지만, 면접을 보러 온 처지에 꼬치꼬치 캐 묻는 것도 쉽지 않았다. 황민수는
흘러나오는 의문들을 꾹꾹 눌러 담 고는 말없이 이현수의 뒤를 따랐다.
복도 끝까지 가자 계단 뒤쪽으로 문이 보였다.
“저쪽입니다.”
“저기가 회장실이라구요?”
“예.”
“아니, 뭔 회장실 앞으로 계단 이……. 설계가 잘못된 것 아닙니 까?”
“그것도 몇 가지 사정이 있습니다 만……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원래 회장실은 이쪽이 아니라 바
깥쪽 가장 큰 방이었지만, 강진호가 너무 큰 방은 부담스럽다는 말로 비 서실로 돌려 버리고 자기가 작은 방 을 쓰고 있다.
그러니 설계자는 억울할 수밖에.
“일단은 들어가시죠.”
“아, 네.”
황민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현 수를 따랐다.
“회장님, 이현수입니다. 황민수 씨 를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와.”
바로 들려온 대답에 이현수가 가 만히 문을 열었다.
‘목소리는 젊은데.’
이 큰 건물의 주인이 젊은 사람 이라니.
약간의 의문과 조금의 기대를 품 고 황민수가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 다. 그러고는 안에 있는 사람을 보 고는 눈을 크게 떴다.
“어……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