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35)
마존현세강림기-2035화(2034/2125)
마존현세강림기 82권 (20화)
4장 격렬하다 (5)
바토르가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편 다.
한 번 그럴 때마다 뿌둣하기 짝 이 없는 힘이 차오른다. 언제나 힘 과 강함에 집착해 온 그로서도 더없 이 만족할 만한 힘이었다.
초인의 영역으로 접어들면서 그가
맹신해 오던 육체는 과거에 비해 작 아졌지만, 그 안에 들어찬 힘과 육 체의 단단함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드높아졌다.
하지만…….
‘그건 저자 역시 마찬가지겠지.’ 바토르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이를 보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거대한 칼날이 그를 향해 다가오는 것만 같다. 딱히 내력을 끌어 올려 위협하는 게 아닌데도 눈 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베일 것 같은 섬뜩함이 느껴진다.
십이비도라는 작자들은 하나같이
괴물들이 었다.
하기야.
과거, 한때나마 최고의 자리에 오 른 이들을 모조리 긁어모아왔으니 당연히 강하겠지.
하지만 예전이었다면 더없는 호승 심을 느꼈을 바토르는 지금 이 순간 호승심보다는 암담함을 느끼고 있었 다.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한다는 거지?’ 평생을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 가 무학에 들인 노력은 총회는 물론 이고, 세상 그 누구도 평가절하할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의 강함에는 자부심을 가지 지 못해도 스스로 해온 노력에는 자 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사람이 바 로 바토르였다. 하지만 그런 바토르 이기에 지금 그가 느끼는 암담함과 절망감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홍왕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홍왕은 무인의 정 점이자 언젠가 뛰어넘어야 할 목표 였다. 너무도 드높아서 바라보다 목 이 부러질 정도였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 망을 가지고 지금까지 자신을 채찍 질해 왔다.
노력하고, 그것만으로 부족하면 희생하고, 희생으로도 부족하면 타 협하면서.
하지만…….
‘그런 홍왕도 패했다.’
과거, 그가 우러러보던 홍왕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진 홍 왕조차 패했다. 그리고 그런 홍왕을 쓰러뜨린 이는 십이비도중 가장 강 한 이도 아니었다.
그 절망과도 같은 벽, 그 벽을 또 아득하게 뛰어넘어 흑왕과 강진호가 존재한다.
“== 하
—I —I •
바토르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 왔다.
드높은 산은 사람의 도전욕을 자 극시키기 마련이지만, 너무도 높은 산은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 드는 법이다. 더구나 그 산이 계속 높아진다면?
처음의 의지를 끝없이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
이건 누구도 지켜봐 주지 않는 등정이 다.
산소조차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드높은 고산을 홀로 끝없이 오르고 또 오르는 고행이라기보다는 학대에
가까운 등정. 그 등정을 끝도 없이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유지하기 위 해서 그는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 가.
저벅.
앞에 선 이가 칼날 같은 눈빛으 로 바토르를 바라본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서로 얽혀들었다.
“ 아쉽군.”
먼저 입을 연 것은 바토르가 아 니었다.
“이런 둔해 빠진 놈이 내 상대라 니.”
바토르의 눈가가 일그러진다.
지금까지의 십이비도들은 그토록 강했음에도 나름 상대에 대한 존중 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앞에 있는 자에게서 자신에 대한 존 중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부동심조차 갖추지 못한 얼간이 라……. 그나마 베는 맛은 있어 보 이는 게 위안이로군.”
스르르릉.
사내가 도집에서 천천히 도를 뽑 아 든다.
일반적인 도보다 두 치는 더 길
고, 두 배는 더 두꺼운 대도(大刀). 섬뜩하게 벼려진 대도의 끝이 바토 르를 겨누었다.
“나는 파황도귀(破荒刀鬼)라고 한 다. 보통은 도귀라 불리지.”
“도귀라……
바토르의 입가에 쓴웃음이 머금어 졌다.
이자를 설명하는 데 이 이상 어 울리는 이름이 있겠는가.
그의 손에 들린 도만이 아니라, 그의 육신 모두가 날로 이루어져 있 는 것만 같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느낌만으로 보면 이 빌어먹을 놈은
삼시세끼 밥이 아니라 날카로운 날 을 씹어 먹으며 살아왔을 것 같지 않은가.
겨누어진 칼이 지금이라도 당장 그의 목을 갈라 버릴 것만 같았다.
“바토르. 나는 푸른 늑대의 후예, 바토르다.”
“ 흐음.”
도귀의 눈이 바토르의 육체에 가 닿는다. 의복으로 가려져 있기는 하 지만, 그 육체의 강건함은 숨길 수 없었다.
“제 몸뚱아리에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로군.”
“네가 네 칼에 가진 자신보다는.”
“그럼 그게 얼마나 헛된 것인지 알려주면 되겠군. 대가는 네 목숨이 다.”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바토르가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도 귀를 노려본다. 하지만 도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살짝 자세를 낮 추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해한 바토르가 자세를 잡는 다.
아니.
사실은 조금은 더 대화를 이어가
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상대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다. 저 렇게 극단적으로 알기 쉬운 이는 찾 아보기 어려울 테니까. 그가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고 싶었던 이유는 아 직 혼란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자 신을 위한 시간을 벌고 싶어서였겠 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적은 그의 만전을 기다려 줄 이유가 없는 법.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잡념을 떨치며 바토르가 주먹을 움켜쥐었 다.
그 순간.
파아아앙!
대기가 찢겨 나가는 소리와 함께 붉은 도기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바토르를 향해 날아든다.
카가각!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날아든 도 기가 바토르의 가슴에 적중했다. 쇠 와 쇠를 긁어 대는 듯한 소리와 함 께 도기가 바토르의 가슴에 선명한 붉은 선을 그어낸다.
바토르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향한다. 그의 육체, 그 어떤 것으로 도 뚫을 수 없는 그의 육체가 붉게
달아올라 있다.
지금의 육체에 상흔이 남았다는 건, 그가 초인이 되기 전의 육체라 면 저항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갈라졌을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바토르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도기에 실려 있는 위력이 아니라 어마어마하다는 말조차 무색하게 만 드는 속도였다.
‘반응도 하지 못했다.’
바토르를 잘 모르는 이라면 그의 외양만을 보고 둔중하다고 착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바토르를 아는 이라 면 그가 결코 속도라는 영역에서 뒤
처지는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바토르가 날아오는 검기에 손조차 뻗어내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기습과 같은 공격이라고는 하지만, 설사 기습이 아니었다고 해 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 다.
“베이지 않는다라……
도귀가 입가를 비틀었다.
“내 도를 맞고도 멀쩡한 놈을 보 는 건 처음이로군. 그 몸 하나는 내 생에 본 어떤 이보다 단단하다. 그 건 인정하지.”
“ 이놈이……
“하지만 그래봤자다.”
도귀의 도에서 불타는 듯한 기운 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떠한 방패도 결국은 뚫리는 법 이지. 내 도를 막아내기에 그 육체 는 충분히 단단하지 못한 것 같군.”
바토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입은 살았구나.”
도귀가 그 말을 듣고는 악귀 같 은 미소를 머금었다.
“보면 알겠지.”
그와 동시에 도귀의 도가 맹렬하 게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일도, 일도
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그 도의 끝 에서 타오르는 듯한 참격이 뿜어진 다.
일순 날아든 수십 개의 도기(刀 氣)가 남김없이 바토르의 몸을 파고 들었다.
카각! 카가각!
쇠로 쇠를 내려치고 긁어 대는 듯한 소음. 바토르의 몸에 닿은 도 기들이 그의 육체를 긁어 댄다.
파앗! 파앗!
“큭!”
바토르가 그 기운에 담긴 역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한 발 물러섰
다.
그의 몸 곳곳에 마치 채찍으로 후려갈긴 듯한 시뻘건 핏줄기가 생 겨나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본 십이비도는 도귀의 공격을 맞고도 그저 상처만 입는 바 토르의 육체에 놀랄 수밖에 없었고, 총회 측은 너무도 쉽게 바토르의 육 체에 상흔을 남기는 저 참격의 날카 로움에 혀를 내둘렀다.
모순 (코 M).
여기에 모순이 있다. 무엇이든 갈 라내는 도와 무엇이든 막아낼 수 있 는 육체.
완벽하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 전해 온 두 무학이 전력을 다해 부 딪치기 시작한다.
“큭!”
바토르가 바닥을 내밟았다.
‘뭔 기운이!’
한 번, 한 번 얻어맞을 때마다 몸 이 갈라지는 것만 같다. 그나마 다 행인 점이라면, 베어내는 것에 극단 적으로 치중된 무학이라 격중당해도 충격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 었다.
하지만 그건 바토르에게 어떤 위 안도 주지 못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 는 건 참아낼 수 있다. 하지만 육체 가 베여 패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지금껏 바토르가 해온 모든 것을 부정당하는 일이니까.
콰드드득!
그 순간, 날아든 도기가 바토르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촤아아악!
그의 몸을 뚫지 못하고 거걱대던 도기가 일순 그의 피부를 갈라냈다. 베인 옆구리에서 핏방울이 방울방울 져 흘러내린다.
“흐음.”
도귀가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이가 없을 정도군. 외공을 전 문적으로 익힌 소림의 무승도 내 도 를 맨몸으로 받아내지는 못했는데. 외공으로는 고금제일의 영역에 올랐 다는 건가?”
바토르의 얼굴이 차게 굳었다.
저 여유를 잃지 않은 말투가 마 음에 들지 않는다. 벽을 넘으며 더 없이 차분해진 이성을 뛰어넘어 머 리에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꽤 여유가 있어 보이는데.”
바토르의 두 눈이 점점 붉게 물 들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그의 거대한 육체가 지옥의 악귀처럼 핏 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재수 없는 주둥아리에서 비명 소리가 나오게 해주지.”
쾅
바토르가 바닥을 박차며 도귀를 향해 날아들었다.
눈으로 쫓기도 어려울 만큼 가공 할 속도. 결국 속도란 힘에서 나온 다는 것을 그 거대한 육체로 증명하 는 것만 같았다.
“ 헛‘?”
헛바람을 집어삼킨 도귀가 반사적 으로 도를 내리긋는다. 그의 도끝에 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불타오르며 바토르를 향해 날아들었다.
카각!
하지만 이전보다 배는 더 큰 기 운이 덮쳐 들었건만, 그 참격은 바 토르의 육체를 갈라내지 못했다. 붉 게 물든 육체와 부딪친 기운이 산산 조각 나 비산한다.
‘ 뭐‘?’
도귀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노오오오옴!”
거리를 격하고 단숨에 날아든 바
토르의 거대한 팔이 도귀의 머리를 향해 떨어진다.
콰아아아아아앙!
도귀가 몸을 빼내기 무섭게 바닥 을 내리찍은 주먹이 단단하기 짝이 없는 강화 콘크리트를 두부처럼 으 스러뜨린다.
당연히 피할 줄 알았다는 둣 도 귀를 뒤쫓아 달린 바토르가 다시 주 먹을 내려친다.
콰앙!
콰아아앙!
연이어 내려쳐진 주먹에 얻어맞은 바닥이 마치 유리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조각조각 갈라져 허공으 로 튀어 올랐다.
“놈!”
파아아아앗!
뒤로 물러나던 도귀의 도가 빛살 을 내뿜는다. 강렬한 도기가 바토르 의 몸을 후려친다. 하지만 바토르는 방어를 도외시한 채 도귀에게 달려 들어 팔을 휘둘러 댔다.
도귀가 반사적으로 도를 들어 올 리고, 바토르의 팔이 그런 도귀를 칼째 후려쳐 날린다.
콰아앙!
도귀의 몸이 미사일처럼 튕겨 나
간다.
쿠우우웅!
바닥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벽 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다. 사람을 쳐 날려 벽에 박아 넣어 버린 바토 르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천천히 제 팔을 들어 올렸다.
주르륵.
길게 갈라진 팔에서 핏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흥.”
바토르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도 귀가 박혀든 검은 구멍을 노려보았 다.
“이……
그곳에서 흉신악살 같은 얼굴을 한 도귀가 가공할 기세를 홀리며 걸 어 나오고 있었다.
“네놈……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쥐새끼 같은 놈!”
두 사람의 살의가 공동을 검게 물들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