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36)
마존현세강림기-2036화(2035/2125)
마존현세강림기 82권 (21화)
5장 맹렬하다 (1)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는 건 아마 이럴 때 사용하기 위해 존재하 는 말일 것이다.
머리를 날려 버릴 것 같은 분노 속에서도 도귀는 한 줄기 이성을 유 지하기 위해 애썼다.
‘뭔 놈의 몸뚱아리가……
상대가 외공에 있어서 과거에 이 를 데 없는 경지에 올랐다는 건 이 미 알고 있었다. 그 역시 흑왕계의 이름으로 오랜 세월을 지내온 이. 중원을 횡행하던 바토르에 대한 소 문을 들을 일이야 흔했으니까.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마음먹고 휘두른 도가 상대의 육 체를 가르지 못하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들의 몇 배를 살아온 그의 삶을 통틀어서도 말이다.
칼에 닿은 육체는 베인다. 그건 무학을 익힌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진리다. 물론 내력을 통해 육체를 강화하고, 잘려야 할 것을 베이는 정도에서 막 아내는 정도야 혼히 벌어지는 일이 라 할수있다.
하지만 마음먹고 휘두를 도가 상 대의 거죽을 갈라내는 수준의 피해 밖에 입히지 못한다는 건 그의 상식 을 벗어난 일이었다.
평소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피해 낼 수 있는 공격에 격중당해 망신을 자처한 것도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에 순간 당황해서였다.
“후욱.”
짧게 호흡을 가다듬은 도귀가 칼 날 같은 시선으로 바토르를 노려보 았다.
“확실히…… 내가 너를 조금 얕봤 던 것 같군.”
“이제는 확실히 상대해 주겠다고 할 셈이냐? 삼류 악당 같은 말을 잘도 지껄이는군. 무려 십이비도쯤 되시는 분이 말이야.”
도귀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 물었다.
저 덩치 큰 놈은 묘하게 사람의 속을 뒤집어놓는 말을 할 줄 알았
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성을 잃지 는 않았다.
결국 이 승부는 그가 저 바토르 의 몸을 갈라낼 수 있느냐로 결론이 날 것이다. 칼잡이인 그의 칼이 바 토르의 몸을 베지 못한다면, 그는 바토르를 상대할 방법이 없다.
이건 무공의 고하와는 아무런 관 련이 없는 문제다.
그가 바토르보다 얼마나 더 내력 이 강하든, 얼마나 더 빠르든, 얼마 나 더 날카로운 검기를 뽑아낼 수 있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지.’
그리고 그때, 바토르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법이 없다.’
속도나 기예로 도귀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그는 도귀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대련이 아니지.’
결국 믿을 것은 그의 육체뿐이다. 그의 몸이 저자의 칼을 버텨낼 수만 있다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결심을 굳힌 두 사람이 천천히 서로를 향해 거리를 좁혀갔다.
“묘하군.”
강진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이현수가 고개를 돌렸다.
“……어떤 점이요?”
“ 흐음.”
강진호가 살짝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이현수에게 좀 더 쉽게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장민이 있고, 홍왕이 있다.”
“예? 그게 뭔 뜬금없는 조합입니 까?”
“둘 중 누가 더 강하지?”
“어……
이현수가 눈을 찌푸렸다. 얼마 전 이었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홍왕이 라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답이 쉽지 않다.
우선 장민이 오랜 벽을 깨고 초 인의 영역에 접어들기도 했고, 무엇 보다 홍왕이 신창에게 패배한 광경 이 그의 머리에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계산기를 두드린 이현수의 입에서 그렇다 해도 돈을 걸라면 홍왕에 걸 겠다는 말이 막 나올 참이었다.
“고민할 정도지.”
“……예, 그렇죠.”
“그럼 두 사람이 군대를 상대한다 면? 누가 더 유용할까?”
“군대요?”
그 계산은 의외로 빨리 나왔다.
“홍왕입니다. 압도적으로요.”
“그렇겠지.”
이건 생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장민이 완벽한 강화 병사라고 하면, 홍왕은 대량학살 병기다. 아무리 완 벽한 개인화기가 있다고 해도 멀리 서 쏘아대는 포의 살상력이 더 높다 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 아닌
가.
“군을 상대로 할 때의 홍왕은 장 민보다 몇 배는 더 유용한 인간이 지.”
“예.”
“하지만 그게 홍왕이 장민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는 걸 의미하진 않 아. 둘의 승부는 겨뤄봐야 아는 거 지.”
“분야가 다르잖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강진호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 렸다.
“그게 꼭 다른 분야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거든.”
“•♦••••예?”
강진호의 시선이 도귀에게로 향했 다.
“도라고 해도 여러 가지 분류가 있지. 누군가는 힘으로 부수는 패도 를 추구하고, 누군가는 속도로 압도 하는 쾌도를 추구하고, 때때로 상대 를 현혹하는 환도를 쓰려는 이도 있 고.”
“ 예.”
“그런데 저건 뭐라 할까…… 강진호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오로지 ‘베어낸다’만을 극한까지
추구한 도로군.”
“베어낸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도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 칼이라는 것은 그저 베기 위한 병기니까.”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상대가 세 상에서 제일 단단한 놈이라는 거지. 이걸 대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 군.”
강진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둣 웃었다.
“상성이 안 맞는 겁니까? 바토르
님이 유리하다는?”
“그런 건 아니야.”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만약 바토르가 아까 전에 그 장 왕이라는 놈과 맞붙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못했을 거야.”
“예? 방 이사님이 이겼는데요?”
“머리에 그려봐.”
그 말을 들은 이현수가 눈을 찌 푸렸다. 장왕이 원거리에서 계속 장 력을 날려 댄다고 하면, 바토르는 그걸 전신으로 버텨내며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바토르는 방진훈처럼 능수능란하게 상대의 공격을 홀려
넘길 수 없으니까.
하지만 장력은 내가중수법. 몸은 버틴다고 해도 그 안에 충격이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
“뭔 말인 줄 알겠습니다. 허우적 대다가 무너지겠네요.”
“그래. 그런 게 천적이지. 그런 데……
강진호가 턱짓으로 도귀를 가리켰 다.
“저놈의 도는 날카롭지만 육체의 상처만을 남길 뿐이야. 다시 말하자 면……
“버티면 이긴다?”
“‘막아내면 이긴다’가 좀 더 정확 하겠지. 하지만 그건 반대도 마찬가 지야. 벨 수만 있다면 그걸로 끝이 지.”
서로 다가가는 둘을 보며 강진호 가 피식 웃어버렸다.
이건 꽤 기묘한 상황이다.
말만 들어보면 꽤 혼히 벌어지는 상황 같겠지만, 의외로 무인들 중에 서는 이토록 극단적으로 한쪽의 능 력만 발전시킨 이들은 거의 존재하 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만으로 죽도록 파서 초인의 영역에 접어든 이도 거의 존
재하지 않는다.
‘그 희귀한 이들 중 하필이면 가 장 극단에 있는 이들이 여기에서 맞 버 !— -7 ’
Wi三군 •
강진호의 두 눈이 너른 바토르의 둥에 꽂혔다.
바토르의 손이 제 옆구리를 홅는 다.
벌써 살짝 말라 진득해진 피가 그의 손끝에 묻어난다.
패배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홍왕에게, 강진호에게, 그리고 냉정 히 말하면 창왕에게도 패했고, 백연
홍에게도 일방적으로 무너졌다.
바토르의 얼굴에 쓴웃음이 머금어 진다.
우스운 일이다.
무인에게 있어서 육체란 숭리를 따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바토 르가 처음 그의 육체를 활용하기 시 작한 것도 그저 상대를 좀 더 손쉽 게 쓰러뜨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지금 바토르는 패배, 그 자체보다 그의 육체가 상 처 입는 것에 더 큰 굴욕을 느끼고 있다.
‘정신 나간 짓인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이건 그도 어찌할 수 없 는 일이다. 그는 그의 모든 노력과 무학을 육체에 쌓아왔으니까. 이 육 체는 단순히 그의 몸뚱아리가 아니 라 그의 자존심이자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바토르의 두 눈이 가라앉는다.
아마 앞으로 그의 생을 통틀어 이처럼 모든 것을 걸고 싸울 일은 다시없을지 모른다. 아니, 지면 미래 가 없는 싸움은 다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토록 높은 경지에 오른 이 와 일대일로 맞붙어 그 목숨으로 결 과를 내는 승부는 두 번 다시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하필이면 저런 이 가 그의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운명이 그에게 소리치는 것 같다. 그가 가는 길이 정말 틀리 지 않았다는 걸, 그가 지금껏 해온 모든 것이 그저 헛된 것이 아니었다 는 사실을 중명하라고 말이다.
우드드득.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쥔 바토 르가 천천히 내력을 끌어 올렸다. 순환한 내기가 잠들어 있던 마기와 합일하며 그의 육체를 내달렸다.
다른 이들에게 있어서 마기가 파
괴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극단적인 방편임에 반해, 바토르에게 있어서 마기는 그저 육체를 더 강화하기 위 한 수단에 불과했다.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약동 하는 것 같은 감각.
그 감각 속에서 바토르의 발이 점점 더 빨라진다.
쾅
마침내 그가 바닥을 부술 듯 내 밟으며 도귀를 향해 일직선으로 쏘 아졌다.
우두둑.
꺾어 내린 손목,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 폭발적으로 순환하는 내기가 그의 팔뚝의 경도를 극한까지 끌어 올린다.
그리고 그 순간.
그를 마주한 도귀가 도를 들어 올렸다.
그의 도가 붉은 강기로 뒤덮인다. 그러고는 도귀 역시 바토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발출을 기본으로 삼던 이전과는 다른 방식.
참격을 날려 대는 것으로는 절대 바토르의 육체를 베어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도귀가 차라리 바토르
와 맞붙어 그 도로 직접 베어내겠다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당연히 양날의 검.
바토르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단순한 물리력 만으로 단련된 초인의 육체를 두부 처럼 으스러뜨릴 수 있다.
그런 바토르의 주먹이 닿는 거리 에서는 풍압만으로 몸이 말려 들어 가고, 휘두르는 여파만으로 피부가 찢겨 나간다. 그 공간 안으로 제 발 로 뛰어 들어간다는 건 보통 용기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오직 한 길만을 걸어온 이의 자
존심.
베지 못하는 승리는 의미가 없다 여기는 이이기에 목숨을 걸고 상대 를 향해 달려든다.
바토르가 그 육체에 모든 것을 걸었듯 도귀 역시 자신의 손에 잡힌 한 자루의 도에 모든 것을 건 이다.
“오오오오오!”
휘둘러지는 바토르의 팔은 주먹질 이라기보다는 쇳덩어리로 이루어진 대포와도 같다. 스치기만 해도 그의 육체를 으스러뜨릴 것이다. 하지만 도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날아 드는 주먹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
해내며 바토르의 가슴팍으로 파고들 었다.
그러고는 단숨에 발출한 일도가 너른 바토르의 가슴 정중앙을 가로 긋는다.
카가가가각!
도귀의 도가 바토르의 가슴을 찢 어낸다.
그 날카롭기 짝이 없는 일도조차 바토르의 육체를 깔끔하게 베어내지 못한다. 무디기 짝이 없는 칼로 질 긴 천을 그어 대듯 가르고, 튕겨 나 오고, 다시 박혀들어 찢어 댄다.
군데군데 찢긴 자상에서 붉은 피
가 울컥 쏟아졌지만, 도귀의 눈은 만족 대신 긴장을 머금었다.
“노옴!”
바토르의 커다란 손이 그의 머리 를 짓뭉개 온다. 다급하게 몸을 회 전시켜 옆으로 벗어난 도귀가 회전 력을 있는 대로 담아 다시 한 번 바토르를 그어낸다.
카가가각!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도는 바토 르를 확실하게 베어내지 못했다.
‘이!’
도귀의 두 눈에 귀화가 피어난다. 그리고 바토르의 두 눈에서도 흉성
이 줄기줄기 뿜어졌다.
“이 개 같은 놈이!”
“흐아아아아아아앗!”
손을 뻗으면 서로 닿을 거리.
무인에게는 몸이 맞닿은 것과 다 를 바 없는 거리에서 단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지독한 격전 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