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4)
마존현세강림기-204화(204/2125)
마존현세강림기 9권 (5화)
1장 운영하다 (5)
한참 동안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 눈 조규민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조규민의 얼굴에 여유가 생겨나고 있었다.
“……아,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좀 아끼시는 분이라서 말입니다. 그
런 쪽은 아니지요. 음, 이건 그쪽에게만 말씀드리는 건데, 사실 회장님 께서 신경 쓰시는 분은 그쪽이 아니 라 다른 쪽입니다. 그분이 강세아씨 와 관계가 조금 있어서요. 이건 절 대 비밀입니다.”
조규민은 나름 노림수가 있었다.
이 정도는 오픈한다고 해도 별문 제가 안 된다. 아무리 무당이라고 하더라도 그 말을 듣고 강진호를 떠 올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강세아가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들은 이상 강 세아와 남매인 강진호가 황정후와 혈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일단 강진호의가족은 이들의 뇌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조규민은 천천히 전화를 끊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난 왜 이런 쪽 일이 더 재미있는 것 같지?”
성실하게 살아서 재경이라는 대기 업에 입사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비 서실까지 들어온 조규민이다. 그 후 로 황정후가 쓰러지면서 일이 조금 꼬이긴 했지만, 그 이후로도 탄탄대 로를 걸어온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런 음모 같은 일을
꾸밀 때 더 신이 나는지 모르겠다.
‘아니지.’
그러고 보면 정계든 재계든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뒤가 구린 것을 볼 때, 이런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고속 승진의 루트를 타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조규 민 자신처럼 말이다.
몇몇 군데에는 그가 직접 전화를 돌리기는 했지만, 너무 많은 부분이 재경과 관여되는 것은 별로 좋지 않 다는 판단하에 방송가 쪽으로는 코 드를 통해 압력을 넣었다.
이것만으로도 더 보이스를 위시로
그쪽 계열들은 방송가에 얼씬도 하지 못하겠지만, 이것만으로 끝낼 생각도 없었다.
요즘은 워낙에 인터넷이 발달해 방송이 아니더라도 뜰 기회는 많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아 주 만약에 직캠이라도 잘 떠서 차트 역주행이라도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아주 공중분해를 시켜주지.’
이 일에 관한 한은 황정후에게 전 권을 위임받은 조규민이었다. 백영 기 이사도 할 수 없는 권력을 마음 껏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조규민
의 몸이 달아올랐다.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예, 조규민입니다.”
[실장님, 회장님께서 들어오시랍니다.]“지금가겠습니다.”
조규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 새를가다듬었다.
요즘은 일주일에 두어 번은 대면 보고를 드리고 있지만, 만날 때마다 그를 긴장하게 하는 사람이 바로 황 정후였다.
최근에는 긴장감이 조금 풀리기도 했는데, 얼마 전 강진호가 습격을
받았을 때 황정후가 진노한 모습을 보면서 다시 바짝 긴장감을 조일 수 있었다.
옷매무새를 다가다듬은 조규민이 헛기침을 하고는 비서실을 나와 회장실로 향했다.가만히 회장실의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말 이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황정후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았다.
“앉지.”
“ 예.”
조규민이 자리에 앉자 황정후가
재떨이를 꺼내며 말했다.
“일은 어떻게 되었지?”
어느 쪽 일을 묻는 걸까?
“연예계 쪽 일이라면……
“그건 내가 이미 전권을 위임했 어. 나중에 결과만 보고해. 강진호를 사업시키겠다고 한 일이 잘 진행되 고 있느냐, 이 말이야.”
“예, 물론입니다.”
뭔가 좀 불안하긴 하지만 말입니 다, 회장님.
“이미 당사자의 허락을 구했습니다. 이제는 어떤 것을 할 것인가 고 민만 하면 됩니다.”
“힘든 걸로 해, 힘든 걸로. 아무 리 머리를 굴려도 마진은 잘 안 남 고 고생만 죽어라 하는 걸로.”
“……그럼 치킨집이 딱인데 말입니다.”
“ 응?”
“요즘 치킨집이 그렇다고 합니다. 워낙에 프렌차이즈들이 난립하고 동 네 치킨집도 많아서 매출이 동반 하 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테리어비를 감안하면 본전 찾기도 어렵고, 인건비를 주고 나면 회사만 벌어 간 다고 하더라구요.”
“회사만 벌어 간다고? 그런데 왜
창업을 하는 건가?”
“……사실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 두게 되면 마땅히 할일이 없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 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노 하우라는 것은 일상생활에는 별로도움이 안 됩니다. 창업을 하려고 해도 자본금이 없기 마련이죠. 그러니 적당한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시 작할 수 있는 치킨집 같은데 사람이 몰리는 거죠.”
“그걸 알고 회사는 창업주의 피를 빨아먹고?”
조규민은 차마 입으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황정후가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 었다.
“처음 재경을 시작한 이후로 나는 어떻게 하면 다들 함께 잘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게 없는 것 같아. 직원은 회사를 돈벌이로만 여기고, 회사는 어떻게 하면 직원이나 소비자를 더 빨아먹을 것인가만 고민하는 것 같더군.”
조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황정후는 이 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일은 빡세지만 명퇴 없고 복지 좋
은 걸로 소문이 나서 신의 직장이라 고도 불리는 재경이 아닌가. 서른다 섯만 넘으면 퇴직을 고민해야 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업 문화를 자랑했다.
“세상 사람들이 다들 회장님 같지는 않으니까요.”
“……하기야. 나는 운이 좋았지.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거야.”
황정후가 씁쓸하게 말했다.
“그래서 그놈에게 기대하는 거야. 그놈은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면이 있으니까. 완전히 홍하게 만들 든가, 완벽하게 말아먹겠지.”
“그러니 이번 일은 그 척도를가 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게야. 잘 준비하도록 하게.”
“ 예.”
“아, 그리고……
“ 예?”
“치킨집은 빼.”
치킨집을 뻬라고? 어째서?
이해하지 못한 조규민을 보며 황 정후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무조건 성공할 것 같은 건 빼라 고 하지 않았나.”
“요, 요즘 치킨집은 무조건 성공
할 수 없습니다.”
“강진호가 아니라면 그렇겠지. 치 킨이 튀겨지고 1분 만에 집 앞에 당도하는 집이 망할 수가 없지.”
“아……
조규민의 머릿속으로 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으며 건물 옥상을 질주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손에는 치킨 봉투가 들려 있다.
“……배달은 안 되겠네요.”
“그 동네 치킨 마니아들에게는 축 복과도 같겠지만, 우리에게는 재앙 이나 다름없는 일일세. 일단 배달이가능한 업종은 다 빼도록 하게. 굳
이 그런 업종을 해야 하겠다면 배달 불가라고 미리 약속을 받아놔.”
“ 명심하겠습니다.”
이렇게 한번의 확정될 뻔한 실패를 비껴 나간 조규민은 심각한 얼굴 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마저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그러지.”
조규민이 밖으로 나가자 황정후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 변화라……
병실에서 일어나 다시 이 자리로 돌아왔을 때, 황정후가 처음 느낀
감정은 그 무엇보다 환희였다. 하지 만 또 한가지를 실감할 수밖에 없 었다.
‘나는 끝났어.’
이대로 재경을 유지하는 것은가 능하다. 하지만 새로운도전을 하고 혁신을 꾀하기에 황정후는 너무 나 이가 많았다.
열정이야 지금도 20대 젊은이 못 지않다. 아니, 그 이상일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사업을 새로 시작했을 때, 예전처럼 구석구석을 손수 처리 할 수 있을 만한 체력이 없었다.
일을 하다 보면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 졌다.
한번 일을 시작하면 열두 시간도 넘게 할 수 있던 과거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 사실을 실감한 황정후는 재경을 완전히 바꾸는 일은 그에게 불가 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강진호에 대한 애정으로 미는 것이 아니었다. 강진호는 그가 알고 있는 한가장 새로운 인물이었다.
구태의연한 사회의 법칙에 속해
있지도 않고, 사고가 경직되어 있지도 않았다. 재경이 그럭저럭 크고 좋은 기업으로 남으려면 강진호는 배제해야 한다.
하지만 재경이 세계를 주름잡는 기업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강진호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 황정후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황정후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뭔가 아귀가 잘 안 맞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지금 황정후는 이 불
안함의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불안함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서요?”
“예. 업종은 아직 안 정해졌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진호씨의의견도 들어보고 싶구요.”
“딱히 고민해 본 건 없습니다만.”
“이번에 고민해 보시면 되죠.” 조규민이 빙긋 웃고는 강진호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이쪽에서 창업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약서입니다. 6개월 뒤, 폐업과 함께 전액을 반환하시면 됩니다.”
“으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읽어보시죠.”
“네.”
강진호가 찬찬히 서류를 읽기 시 작하자 조규민이 미묘한 미소를 지 었다.
‘아무리 강진호씨라도 이런 건 나에게 안 되지.’
평생 서류를 보고 살아온 조규민
이다. 그에 반해 강진호는 경영학과 에서 반 학기 동안 교양이나 들은 것 말고는 계약과 영업에 무지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기회에 사회의 쓴맛을 한번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강진호에게 있어 이번 일로 잃어야 할 돈은 푼 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떠한 일에 제대로 실패를 한번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했다.
평가는 마지막에 돈을 남겼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가게를 운용했는가로 결정이 날 것이다.
“그런데요.”
“예.”
조규민이 흐뭇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 조항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네?”
“초기 창업 지원금을 전부 주시 고, 그걸 6개월 뒤에 전부 반환하라는 거잖아요.”
“예.”
“매장 권리금 같은 건 감안해 준 다고 적혀 있는데.”
“예.”
“초기 인테리어 비용은요?”
“이 계약서대로라면 저는 6개월 영업으로 초기 인테리어 비용으로 들어갈 몇 천만원을 회수해야 하는 거잖아요.”
조규민이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 인간, 어떻게 이리 잘 알지?
“프렌차이즈를 한다고 했으니 초 기가맹비도 있을 거고,가맹비에 인테리어비만 해도 억이 훌쩍 넘어 갈 건데, 6개월 만에 그 돈을 벌어 서 원금 채워 반납하라는 겁니까?”
조규민이 그럴싸하게 포장해 놓은 포장지가 쫙쫙 찢겨 나갔다.
강진호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더니 불을 붙였다.
깊게 한번 빨아들인 강진호가 천 천히 담배 연기를 뱉어내더니,가만 히 조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재경은 좀 양심적인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모양이 군요.”
“아, 아니에요!”
“이거, 거의 사기 계약 아닙니까? 해도 해도 너무하네.”
“아, 아니라니까요!”
“회장님하고 이야기를 좀 해봐야 겠네요.”
“아이고! 강진호씨, 살려주십시 오!”
강진호를 알게 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반격을 준비했던 조규민의의도는 그렇게 산산조각이 났다.
‘요즘 애들은 무서워.’
특히나 저 애는 무서워도 너무 무 섭다.
조규민은 결국 눈물을 머금으며 계약서를 다시 들고 수정을 하기 위 해 쓸쓸히 회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