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43)
마존현세강림기-2043화(2042/2125)
마존현세강림기 83권 (3화)
1장 버텨내다 (3)
공령의 전신 근육이 팽팽하게 당 겨진다.
새삼스럽다. 아마 그도 이 분위기 에 꽤 취했던 모양이다.
내심 어쩌면 그의 인생에 있어서 다시없을 승부를 조금 더 가치 있는 자와 벌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의 볼에서 전해지 는 욱신한 통증이 말해주고 있다.
저자가 누구든, 어떤 이든 싸워 숭리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무의 미하다는 사실을.
까득.
공령이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편 다. 습관적으로 손목을 한 번 돌린 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차라리 잘됐어.’
모든 것을 걸어 승리를 따내야 하는 순간에 평생 눈길도 주지 않은 인정에 마음을 빼앗겨 승리를 내준
머저리들이 있지 않은가.
공령 역시 같은 꼴을 당하지 않 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의 마음은 더없이 단단하다고 자신하고 있지 만, 그건 다른 십이비도 역시 마찬 가지였을 테니까.
그러니 차라리 이해할 수 없는 존재와 싸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적어도 저의 사정을 이쪽이서 헤아 릴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저 전력으로 죽이기만 하면 된 다.’
고통과 함께 잡념이 쓸려 나간다. 머릿속이 되레 개운해지는 느낌이었
촤라라락.
공령의 소매에서 수백 가닥의 와 이어들이 흘러나온다.
그 와이어를 두 눈에 담은 장민 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은사(銀絲) 라……
“왜? 잡기(雜技)라 무시라도 할 셈인가?”
“방법 따위는 아무래도 좋지. 산 을 오름에 있어서 길이란 그저 방편 에 불과한 법. 어디에 올랐는가가 중요할 뿐.”
“큭큭큭.”
마음에 드는 소리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적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을 들은 기분을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좋은 말을 해준 대가로 그 목을 예쁘게 잘라 드리지.”
공령의 두 눈에서 살기가 솟구쳤 다.
이현수의 입에서 마른침이 꿀꺽 넘어간다.
물론 그는 조금 전에 벌어진 교 전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무언가 희끗했다 느낀 순간, 장민은 팔에서
피를 홀리고 있고, 공령은 얼굴이 찢겨 나갔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 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분위기.
숨을 쉬지 못할 만큼 짓눌러 오 는 압박감만은 확연하게 느낄 수 있 었다.
“장로님이 이기시겠죠?”
“글쎄.”
강진호가 담담한 얼굴로 장민을 바라보았다.
“냉정하게 보자면…… 장민이 불 리하지.”
“예? 장로님이요?”
“장민은 이제 갓 벽을 넘은 자일 뿐이야. 그 영역 너머에서 당연하게 싸워온 놈에 비한다면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지.”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다들 너무도 잘 싸워줘서 그 사실을 잠시 잊었다. 이들은 초 인과 제대로 싸워본 것이 처음이다.
당장 얼마 전에도 저 백연홍을 상대로 넷이 달려들었다가 처참하게 패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벽을 뛰어 넘어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달라 졌다고 한들 이기는 게 요행이지 않 을까?
“그, 그럼 지는 겁니까?”
“그건 또 아니라서.”
“……아니, 회주님.”
이현수가 ‘이 양반이 지금 나랑 장 난하나?’라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 보았다.
“이거면 이거다, 저거면 저거다. 뭐 좀 확실하게 말씀을 해주십시오. 뭐 그렇게 우왕좌왕하십니까?”
강진호가 묘한 얼굴로 이현수를 돌아보았다.
뭐라 해야 할까, 그 표정을.
“무학이 뭔지도 모르는 놈한테 이
걸 설명하려니 속 터지고 귀찮아 죽 겠네?”
“……독심술 익혔어?”
강진호가 어색하게 웃고는 입을 열 었다.
“벽을 넘는다는 건 막혀 있던 길 을 계속 갈 수 있다는 거겠지만……
“예.”
“실제로 체감은 좀 달라.”
“예?”
강진호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벽을 넘는 순간, 대부분은 탈태
환골을 경험하게 되지. 그건 낡은 육체를 벗고 새로운 육체를 얻는 것 과 같아.”
“그야 뭐……
“그런데 그건 실제로는 의미가 조 금 달라. 그저 낡아서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이제 더는 버틸 수 없는 육체를 바꾸는 것에 가깝거든.”
“예?”
“음, 보통 사람이 알아듣게 말을 하자면……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 F3 레이싱을 하던 이가 갑
자기 Fl 머신을 타고 레이스에 나 서는 거라고 할 수 있지.”
“……기체 자체가 순간적으로 바 뀐다는 겁니까?”
“그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육체만이 아니야. 시야와 이해도 바뀐다. 항상 바닥에 붙어서 세상을 파악하던 이가 단 한 번이라도 하늘 위에서 자신이 서 있던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 시야와 이해도 자체 가 바뀌는 법이니까.”
“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그러니까 공령은 이미 F1 머신에 익숙해 능숙한 레이서고, 장민은 오 늘 처음으로 F1 에 승격해 레이스에 나서는 풋내기 드라이버라는 의미다.
“……그런데 그건 이미 승부가 정 해졌다는 말이잖아요. 신입이 시작 하자마자 우승하는 경우는 듣도 보 도 못했는데.”
“물론 다른 부분도 있지. 실제 레 이스와 다르게 장민은 실력이 없어 서 레이스에 참가하지 못한 게 아니 거든.”
“아……
강진호가 굳은 눈으로 장민을 바
라보았다.
“벽이란 건 실력이 쌓인다고 넘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계기가 필요하 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꾸고, 실패할 시에는 목숨마저 걸 각오도 필요하고. 그렇기에 누군가는 아무 렇지도 않게 벽을 넘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누군가는 평생 노력해 도 넘지 못하지.”
그렇기에 벽은 불공정하고 가혹하 다.
마치 인생처럼.
“하지만 재밌는 건 벽을 넘는 순 간, 같은 머신을 탈 수 있게 된 순
간, 모두가 같은 실력에서 출발하는 건 아니라는 거야. 누군가는 그 머 신을 탄 순간부터 다른 숙련된 레이 서들과 동등한 실력을 손에 넣기도 하지.”
장민의 무기는 다름 아닌, 그가 쌓아온 수많은 시간이다.
그 누구도 장민보다 많은 무인을 봐오지 못했고, 그 누구도 장민만큼 싸워오지 못했고, 그 누구도 장민처 럼 오랫동안 수련을 해오지 않았다.
강진호조차 미스터리하다고 느낄 정도로 긴 삶을 살아온 장민의 모든 경험은 벽을 넘어섬과 동시에 분명
확연히 개화했을 것이다.
그가 쌓아온 삶이 우월할지, 아니 면 먼저 앞서 나간 공령이 벌려낸 거리가 더 멀지.
이 승부는 그걸 중명하는 승부가 될 것이다.
“그래도 유불리는 있을 것 아닙니 까?”
“의미가 없어.”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예측한 승부는 거의 틀렸거 드 ”
“••••••예?”
강진호가 낮게 웃었다.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 과 실제로 이기는 건 다른 이야기 지. 내 계산대로라면 우린 이미 졌 어야 해.”
“……아니, 뭔 그런 이야기를 태 연하게 하십니까?”
“이 승부는 이미 예측의 영역을 넘었다는 뜻이야. 저놈의 표정을 보 면 알잖아.”
“예‘?”
강진호의 말에 이현수의 시선이 자연스레 돌아갔다. 강진호의 시선 을 따라간 곳에 혹왕이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예측이 모조리 실패로 돌아간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강진호의 입꼬리가 뒤틀렸다.
이래서 삶이란 재미있는 것이다. 또 한 번의 삶을 살면서도 삶이 지 루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같은 일을 겪는다 해도 매번 달 라지니까.
‘사람의 일이란 이래서 재미있지. 그렇지 않나, 청마?’
아마 청마는 지금 왜 자신이 세 운 계획이 이렇게까지 뒤틀렸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계획은 언제나 완벽했으니
까.
하지만 과거에도, 지금에도 청마 의 계획은 마지막 순간에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유?
청마는 그 이유를 모르지만, 강진 호는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짐작한 이유를 바로 저 장 민이 증명해 줄 것이다.
촤라라라락.
적에 대해 경의를 느끼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나 장민처럼
상대의 실력에, 그가 이룬 경지에 무관심한 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민은 마 치 물속에서 유영하는 것처럼 흐느 적대는 은사의 물결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흘리고 있었다.
저 한 올, 한 을의 얇은 와이어에 일일이 내력을 밀어 넣고 조종한다 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에 가까운 일이다.
교의 수많은 무학에 통달한 장민 조차 흉내 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신기. 물론 이건 무공의 고하의 문 제가 아니라 그 갈래의 문제이기는
하겠지만, 그렇다 한들 상대에게 느 끼는 이 경의감이 줄어드는 것은 아 니었다.
다만…….
‘그게 전부지.’
바토르였다면 흥분했을지도 모른 다.
위긴스였다면 그 무학의 방식에 홍미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방진훈이라면 상대하기 무섭다고 엄살을 떨어 댔겠지만, 분명 저 무 학이 가진 장점을 자신의 무학에 녹 여내려 열심히 관찰했을 게 분명하 다.
하지만…….
‘나는 아니구나.’
장민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 자리에 가장 설 자격 이 없는 이가 바로 자신일지도 모른 다.
이유?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장민은 무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민의 입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인을 무학을 익힌 자로 정의한 다면, 장민은 당연히 그 범주에 들 어갈 것이다. 외부의 시선이 어쨌든
마공은 홀륭한 무학이니까.
하지만 무인을 자신을 갈고닦아 더욱더 높은 경지를 추구하는 이라 고 정의한다면, 장민은 결코 그 무 인의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없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그에게 무학 은 그저 방편일 뿐, 결코 목적이 되 지 못한다.
‘그래서였겠지.’
그 오랜 시간 무학을 익혔음에도, 그 오랜 시간 동안 피를 토하는 고 련을 해왔음에도 벽을 넘지 못한 이 유.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촤라라라라락!
그러나 상대는 길게 생각할 시간 을 주지 않았다. 공령이 양손을 떨 쳐 내는 순간, 그의 주위에 머무르 던 와이어들이 일제히 뻗어 나오며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뒤덮어간다.
등을 타고 소름이 돋아 오른다.
마치 수천 마리의 실뱀이 각각 맹렬한 적의를 가지고 장민을 물어 오는 것 같다. 한 마리, 한 마리가 강철보다 단단하고, 그 어떤 치명적 인 맹독보다 더 지독한 이빨을 가진 뱀이!
그리고 혼돈!
날아들던 와이어들이 순간적으로 뒤얽히고 뒤틀린다. 일사불란한 공 격 속에 군데군데 틈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보는 장민의 얼굴을 확연하게 더 굳어졌다.
누군가는 이 광경에서 저 와이어 들을 완벽하게 조종하지 못한 공령 의 한계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 만 장민이 본 것은 완전히 반대였다.
만약 정말 살아 있는 뱀들이 그 를 향해 일제히 날아든다면 당연히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각기 생각이 다른 이들이 이 좁 은 공간에서 전력을 다해 움직인다
면, 당연히 저들끼리 부딪치고 얽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섬뜩하다.
마치 저 하나하나의 은사들이 살 아서 움직이는 것만 같으니까.
기이이이이이이이 잉 !
장민의 두 눈이 핏빛의 혈광을 뿜어내고,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간 조강이 울부짖는다.
전신의 마기를 모조리 끌어 올린 장민의 입에서도 짐승 같은 괴성이 흘러나온다. 머리로 치솟은 혈기가 그의 잡념을 날려 버리고 오직 하나 의 외침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웅징하라.
감히 마존의 앞에서 날을 드러낸 저 배교자의 개를 찢어발겨라.
“흐하아아아아앗!”
장민이 줄줄이 혈광을 내뿜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와이어의 바 다, 그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