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44)
마존현세강림기-2044화(2043/2125)
마존현세강림기 83권 (4화)
1장 버텨내다 (4)
기이이이이이이 잉!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 조강이 대기를 진동시킨다.
더없는 날카로움!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강기가 길 게 뿜어진 것에 불과하지만, 그 클 로처럼 자라난 조강을 이루고 있는
마기는 말 그대로 맹렬하게 회전하 고 있었다.
그 강기에 닿는 모든 것, 감히 마 존을 적대하는 모든 것들을 남김없 이 찢어발기기 위해서.
밀려오는 와이어들을 향해 마치 악마의 발톱과도 같은 불길한 다섯 줄기 핏빛의 강기가 가로 그어졌다.
촤아아아아아악!
그 한 올, 한 올이 강철과는 비교 도 할 수 없는 경도를 가진 와이어 들이 단숨에 끊어진다.
그 어떤 명검조차 무색해질 만큼 가공할 절삭력!
세상 다시없을 명검을 무색하게 만드는 와이어이지만, 장민이 뽑아 낸 조강은 그런 와이어들조차 평범 한 실처럼 잘라 버렸다.
하지만!
그 순간, 장민의 눈이 일그러졌다. 반으로 끊어진 와이어 중 잘려 나간 부분들은 힘없이 바닥으로 흘 러내렸다. 하지만 잘려 나가지 않은 부분은 전혀 힘을 잃지 않고 다시 장민을 향해 새로운 머리를 들이밀 었다.
카라라락!
와이어와 와이어가 마찰하는 소리
가 더없이 섬뜩하게 울려 퍼지며 다 시금 달려드는 모습은 차라리 와이 어라기보다는 기계로 된 외계 생물 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제야 새삼스레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검은 부러지면 끝이다.
도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 어떤 병기라도 해도 반으로 끊어지는 순간, 그 가치는 10% 이 하로 줄어들게 된다. 모든 병기는 그 적절한 길이를 통해 효용을 보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 와이어들은 다르다.
촤아아아악!
마치 공간 자체를 잘라내려는 듯 휘둘러진 손톱의 끝에서 시뻘건 장 기가 줄줄이 뿜어져 나왔다.
은빛으로 물든 세상에 수십여 개 의 붉은 발톱 자국이 아로새겨진다.
와이어들이 단숨에 끊어지며 일순 은빛으로 물든 세상이 무채색의 제 색을 되찾아간다.
하지만 그도 잠시.
카라라라락!
와이어들이 다시금 뿜어지며 장민 을 뒤덮어온다.
“큭!”
그 순간, 장민이 전투가 시작하고 처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기형병기(奇形兵器)라 불리는 무 기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 범용성 은 거론할 가치도 없이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무기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장점이 하나쯤은 있 다는 것.
장민은 은사의 장점이 그 은밀함 이라 생각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얇디얇은 실이 칼날이 되 어 날아든다. 상대하기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민은 은
사가 가진 진정한 효용이 뭔지 강제 적으로 알게 되었다.
잘라내고 또 잘라내도 이 은사의 가치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마치 잘린 머리가 순식간에 다시 자라난다는 전설 속의 히드라처럼 이 와이어들은 마치 재생이라도 하 는 것처럼 잘려 나가도 순식간에 제 가치를 되찾아내고 있었다.
아니, 차라리 히드라가 상대하기 나을 것이다.
히드라의 머리는 아홉 개에 불과 하지만 이 와이어들은 수백 가닥이 며, 히드라의 독보다 더욱 치명적인
날카로움을 품고 있으니까.
닿는 것만으로도 살을 갈라내고 뼈를 잘라낼 수 있는 수백 가닥의 와이어들이 반짝이며 날아드는 모습 은 천하의 장민조차 등골을 서늘하 게 만들었다.
장민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잘라내고 또 잘라내 저 와이어가 모두 소모되는 상황으로 몰고 가면 그만이겠지 만…… 냉정히 말해 그건 좋은 수가 아니다.
티잉!
끊어진 와이어가 하늘로 튕겨 날
아오른다. 인간의 경지를 추월한 그 의 눈으로도 잘린 와이어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을 지경이다.
미세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얇으면서도 말도 안 되는 장력을 머 금은 와이어. 얇으면 얇을수록 저 몸 안에 수용할 수 있는 와이어의 길이는 늘어날 터. 이토록 얇은 와
이어라면 얼마나 끊어내야 그 끝을
볼 수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안 돼.’
장민이 이를 악물었다.
하려면 못할 것도 없지만, 그건
절대 옳은 방향이 아니다. 저 공령 이라는 작자가 그 정도도 생각 못할 머저리는 아닐 터. 분명 자신의 체 력이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노력한 사냥꾼처럼 노려올 것이다.
‘사냥이라……
장민의 두 눈에 붉은 혈기가 치 솟았다.
확실히 이 공격은 사냥과 비슷하 다. 끊임없이 공격하고 공격하면서 도 섣불리 먼저 달려들지 않는다. 단 한순간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친 다면, 저 날카로운 와이어들이 장민 의 몸을 파고들어 그의 몸을 엮고
늘어질 것이다.
마치 짐승을 낚아챈 올무처럼.
하지만…….
쾅
그 순간, 장민이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달아나는 짐숭의 등에 화살을 꽂 아 넣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포효하며 달려드는 범의 미간에 화 살을 꽂아 넣는 것은 숙련된 사냥꾼 에게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지금 장민이 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 그가 화살을 피해 달아나는 사슴이 아니라 사냥꾼의 뒷목에 송
곳니를 박아 넣기 위해 달려드는 사 나운 짐승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이다.
카가가각!
그의 조강이 맹렬하게 휘몰아친다.
“크하하하하하하핫!”
그와 동시에 그의 목에서 광기에 휩싸인 광소가 터져 나왔다.
충천하는 붉은 안광, 그리고 전신 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뻘건 혈기.
섬뜩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어째서 마인들이 그토록이나 두려 움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지금 장민 이 그 전신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두 다리로 서서 이 전투를 지켜보는 초인들조차 그 광경에 순간적으로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공포와 압 박은 그런 장민을 정면에서 상대하 는 공령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비하 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뿌득.
공령이 지그시 아랫입술을 깨물었 다.
그의 등이 절로 말려든다. 전신의 근육이 긴장하여 굳어진다. 그리 대 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찰나의 순간 에 승부가 갈리는 이런 종이 한 장
차이의 승부에서는 이 작은 움츠림 때문에 목이 잘려 나갈 수 있다.
굳어버린 근육을 억지로 풀어내며 공령이 마른침을 삼켰다.
‘마치 짐승과 싸우는 것 같군.’
아니. 짐승이라기보다는 악귀라는 말이 더욱 어울릴 것이다.
외양 따위에 겁을 먹을 공령이 아니다. 눈앞에서 삼두육비를 한 괴 물이 체액을 철철 뿜어내며 달려든 다고 해도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민이 내뿜는, 이 소름 끼치는 기운은 그런 공령조차 움츠
러들게 만들고 있었다.
전신을 가공할 마기로 휘감고, 그 정신은 무모할 정도의 광신으로 철 저히 둘러낸다. 그 손끝에는 모든 적을 가르고 찢어내는 칼날로 무장 하고, 오직 교의 적을 멸하기 위해 목숨을 돌보지 않고 달려든다.
‘이게 마인인가.’
저 마존과는 다르다.
애초에 마존은 그 성향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할 지경에 올라 있다. 그가 마기가 아닌 정공 특유의 온화 한 기운을 내뿜는다고 해도 그에게 서 느껴지는 경외감은 조금도 달라
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령이 ‘진짜’ 마 인을 상대하는 것은 이게 처음이라 할 수 있었다.
“••••••과연.”
이해가 간다.
왜 전 중원이 처절하게 저들을 박멸하려 했는지.
왜 그의 선대들이 마교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켜 댔는지.
저런 것을 기억하는 이라면 마교 도들을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귀 쯤으로 취급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촤아아아아아아악 !
두려운 것은 그 기운만이 아니다. 그의 내력이 잔뜩 담긴 와이어들은 단 한 가닥만으로도 건물을 갈라 부 수고, 수톤의 무게를 버텨낼 수 있 다. 하지만 지금 장민의 조강은 그 런 그의 와이어를 평범한 실처럼 끊 어 버린다.
그야말로 괴물이다.
하지만…….
공령의 혀가 제 입술을 핥아낸다.
‘그런 놈일수록 잡아내는 가치가 있지.’
그의 두 눈에도 광기가 어렸다.
결국 그도 경지를 뛰어넘은 무인. 아무리 냉정하고 이성적인 척 한다 해도 장민과 그 방향만 다를 뿐, 그 가슴 안에 숨길 수 없는 광기를 품 고 있는 이.
촤라라라라락!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와이 어들이 마치 흩뿌려지듯 회전한다.
정면에서 달려들던 지금까지와는 명백하게 다른 움직임.
하지만 장민은 어떤 공격을 하든 그를 막을 수 없다는 듯 일말의 주 저함조차 보이지 않았다.
촤아아아악!
결국 어떤 변화를 보이든 와이어 에 실리는 힘은 동일한 법.
‘어리석은!’
장민의 두 눈이 혈광을 내뿜었다.
이건 분명 신기에 가까운 운용이 다. 수많은 마공에 통달한 장민조차 공령처럼 섬세하게 와이어를 다룰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 기예가 뛰어나다는 것 이 반드시 강함을 의미하지는 않는 다. 수백 가닥의 와이어를 동시에 다룬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지 만, 거꾸로 말하자면 내력을 수백
개로 분산해야 한다는 의미.
저 살아 있는 듯한 와이어는 일 반적인 무인들을 상대로 할 때는 분 명 말도 안 되는 위력을 발휘할 것 이다.
일백이 모인다면 장민조차 쓰러뜨 릴 수 있는 무인들이라 한들, 저 와 이어의 바다 앞에서는 손 하나 써보 지 못하고 처참하게 도륙당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무인을 상 대로 할 때일 뿐.
저보다 나약한 이들에게 사신이나 다름없는 저 와이어는 자신과 대등
한 이를 상대로 할 때에는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었다.
앞. 오직 앞.
저 기괴한 기형 병기를 두려워하 지 않고 달려드는 이에게 이 와이어 는 숨통을 틀어쥐는 올무가 아니라, 그저 껄끄러운 칼날에 불과하다.
“노오오오오옴!”
소름 끼치는 귀곡성을 내뿜은 장 민의 손톱이 단숨에 날아드는 와이 어들을 베어낸다.
끊어진 와이어들이 사방으로 흩날 리듯 날아간다.
“미친•…”
위긴스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거 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는 이미 한 번 저 공령과 손을 섞어본 적이 있다. 그때, 사방에서 날아드는 와이어 때문에 그가 얼마 나 큰 위기를 겪었던가.
물 한 방울 샐 틈이 없이 사방을 막아내는 실드라는 절대방어의 이점 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마법의 특성 으로 어떻게 버텨내기는 했지만, 결 과적으로 보면 그는 저 공령이라는 자에게 일방적으로 난타당하고 패배 했다.
만약 강진호가 제때 도착하지 않 았더라면 깔끔하게 목이 잘렸을 것 이다.
아니, 저 공령의 성정을 감안하 면, 온갖 고통을 겪다가 죽음에 이 르렀겠지.
그런데 장민은 그런 공령을 되레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를 상대할 때 는 지옥의 마귀가 날름대는 혀처럼 공포스럽던 저 와이어가 장민에게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억울할 정도로군.”
이건 위긴스와 장민이 가지고 있 는 기본적인 파괴력의 차이였다. 위
긴스는 저 와이어를 끊어내기 위해 화력을 높이고 온갖 마법을 써 대야 하지만, 장민은 손가락을 까딱이는 것만으로 저 와이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끊어낼 수 있었다.
어쩌면 공령에게는 최악의 상대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 그렇다 해도……
위긴스의 눈에 장민이 공령의 지 척까지 접근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이대로라면 공령은 무슨 수를 쓰더 라도 저 장민의 손톱을 피해내지 못 할 것이 분명했다.
‘저토록 무력하다고?’
저 공령이?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의 뒤쪽에 앉아 있던 강진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장민!”
그의 입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온 순간, 위긴스는 똑똑히 보았다.
잘린 채 날아오른 와이어들.
끊겨졌기에 더는 의미가 없는, 원 래라면 아무런 가치 없이 흩날려야 할 와이어들이 기이한 움직임을 보 이기 시작했다.
‘ 뭐?’
위긴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말도 안……
분명 끊어진 와이어들이 어떻게 다시 움직인단 말인가!
촤라라라락!
흩날려 오른 와이어와 바닥에 떨 어진 와이어들이 되살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장민을 향해 날아들 었다.
그와 동시에 위긴스는 똑똑히 보 았다.
취한 듯 공령을 몰아붙이던 장민 의 두 눈에 순간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당혹감이 어리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