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46)
마존현세강림기-2046화(2045/2125)
마존현세강림기 83권 (6화)
2장 사냥하다 (1)
“끄르륵……
공령의 입에서 들끓는 신음이 홀 러나왔다.
몸 안에서 숯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끔직한 작렬통, 아 니, 차라리 몸 안에 수천 마리의 총 알 개미가 기어다니며 살을 물어뜯
는 것 같은 고통이라 말해야 할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종류의 격통은 초인을 강제로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렸다.
“끅..”
전신의 혈관이 모두 터져 나가는 고통.
손가락 하나 까딱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두 눈의 모세혈관이 모조리 터져 순식간에 그의 눈이 붉게, 또 붉게 물들었다.
‘마, 마기……
손에 잡힌 와이어를 타고 장민의 마기가 그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몸
안으로 파고든 마기는 그의 몸을 말 그대로 씹어 대며 상상도 하기 힘든 고통을 불러일으켰다.
공령의 손이 절로 덜덜 떨렸다.
생각해 본 적 없다. 너무도 당연 한 것임에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와이어로 상대를 묶는 순간, 그의 몸과 적의 몸이 와이어를 통해 연결된다는 것을.
그가 내력을 밀어 넣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면, 상대 역시 그에 게 와이어를 통해 내력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니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런 상황에 서 이런 방식으로 그에게 저항해 온 이는 없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몸 안에서 수백 개의 면도날이 꿈틀대는 듯 끔찍한 고통 속에서 침 착하게 상대의 내력을 밀어내고, 정 교하기 짝이 없는 기의 운용으로 내 력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이가 있으 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끄아아악!”
공령의 고개가 위로 젖혀진다.
찢어질 듯 벌어진 그의 입과 뒤 집힌 눈, 그리고 얼굴과 목 위로 지 렁이처럼 돋아난 힘줄만이 지금 그 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증명 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공령의 고통에 호응하듯 장민을 둘러싼 와이어 사이로 짙게 번져 나 온 마기가 더욱더 짙어진다.
팅!
한 가닥의 와이어가 끊어지는 소 리가 너무도 선명하게 퍼져 나간다.
팅! 팅! 팅!
기타 줄이 연속으로 끊어지는 듯 한 소리. 수백 가닥의 와이어 중 몇
가닥이 끊어지는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식간에 두 배는 더 불어난 마기를 그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이라면 감히 그런 평가를 하지 못할 것이다.
장민을 묶고 있던 와이어들이 한 계까지 오른 장력을 감당하지 못하 고 일제히 끊어지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타르처럼 짙은 마기 와 섬뜩할 정도로 붉은 혈기가 뒤섞 여 솟구치기 시작했다.
“쿨럭!”
손에 잡힌 와이어를 단번에 끊어 낸 공령이 뒤로 몸을 빼낸다. 하지
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입은 충격이 적지 않았는지, 그의 한 쪽 무릎이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닿고 말았다.
“쿨럭!”
붉은 선지피가 입을 뚫고 폭포처 럼 솟구쳤다.
몸 안으로 파고든 마기가 그의 내부를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우웨에에에엑!”
크게 피를 토해낸 공령이 고개를 들어 불신에 찬 눈으로 장민을 바라 보았다.
그의 손을 떠난 와이어는 더 이 상 장민을 막아낼 수 없었다. 단순
한 금속 줄이 되어버린 와이어가 일 제히 끊어지며 사방으로 튕겨 나간 다.
그런 후…….
마치 고치를 뜯어내고 날개를 펴 는 나비처럼…….
뜯겨 나간 와이어의 고치 속에서 장민이 서서히 그 몸을 일으켰다. 붉고 검은 색이 뒤섞인 그의 기운들 이 짙은 물처럼 바닥으로 흘러내렸 다.
M
99
공령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 다.
검은 마기로 뒤덮인 얼굴 사이로 시뻘겋게 물든 눈동자가 정확하게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미친••••••
입에서 헛바람이 새어 나왔다.
완전히 제압한 상대를 놓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건 마치 사냥꾼 이 덫에 걸린 사냥감을 놓쳐 버린 것과도 같은 굴욕.
하지만 공령을 정말로 당혹시킨 것은 그런 굴욕감이 아니었다.
덫에서 풀려난 사냥감이 보이는 반응은 둘 중 하나다. 공포에 질려 달아나거나, 아니면 분노에 미쳐 날
뛰거나.
하지만 지금 장민이 보이는 반응 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의 와이어를 뜯어낸 장민이 전 신에서 마기를 내뿜으며 그를 차갑 게 웅시한다. 공령의 두 눈에 장민 의 발치로 흐르는 붉은 피가 들어왔 다.
바닥을 흠뻑 적실 정도의 피. 그 의 공격이 헛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분명 한 상처에도 장민은 냉정을 잃지 않 았다.
공령이 자신도 모르게 제 입술을
짓씹었다.
“ 아주
장민을 뒤덮고 있는 마기가 옅어 지며 얼굴이 드러난다. 그의 얼굴은 미세한 붉은 선이 어지럽게 그어져 보기만 해도 섬뜩한 몰골을 하고 있 었다.
하지만 두 눈.
그 상처 사이로 보이는 두 눈만 은 호수처럼 고요하다.
“재미난 짓거리를 해 대는군.”
그 목소리는 결코 상처 입은 짐 승의 것이 아니었다.
저 거칠기 짝이 없는 겉모습과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광신 속에 북 극의 빙하보다 더 차가운 이성이 있 음을 이해한 공령의 몸이 절로 움츠 러들었다.
장민의 손가락이 제 얼굴을 천천 히 훑었다.
면도날로 가로 그은 듯한 상처를 손끝으로 더듬은 장민이 피에 젖은 이를 드러냈다.
“그래서…… 이게 끝은 아니겠지?” 벌린 입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 나온다. 그의 내부가 완전히 헤집어 졌다는 증거.
공령은 이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
었다.
초인이라 해서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똑같이 고통을 느끼고, 똑같이 공포를 느끼는 사람 에 불과하다. 그저 평범한 이들보다 조금 더 공포와 고통에 익숙한 것 뿐.
그런데 어떻게 저리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전신이 칼날과도 같은 와이어에 조인 상황을 상상해 보라. 빛 한 점 없이 완벽한 어둠 속에서 전신을 속 박당한 채 와이어가 기생충처럼 몸 안으로 파고드는 감각을 상상해 보
라.
공령 스스로도 제정신으로 버틸 자신이 없을 만큼 끔찍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갓 벗어난 이가 어찌 저리 담담할 수 있단 말인가.
‘공포라는 게 없나?’
감정이 존재하는 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일 텐데?
공령의 눈빛을 본 장민이 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했다는 듯 옅은 비웃음을 홀렸다.
“두 번의 삶을 살았다고 했나?”
“아니. 세 번의 삶이겠지. 이번까
지.”
우드득.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쥔 장민이 천천히 공령을 향해 걸어온다.
“죽음까지 겪었으니, 세상에 두려 울 것이 없겠지. 모든 것을 이해했 다 믿었을 것이고.”
“하지만 어리석은 자여, 어찌 모 르는가. 너의 세 번의 삶을 합쳐도 내 한 번의 삶 동안 겪은 것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육체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 같은 것은 우스울 따름이지. 너라면 이해하겠지, 때로 인간에게 죽음은 오히려 도피처가 될 정도로 달콤하다는 것을.”
물론 공령은 이해한다.
그는 도피를 한 이였으니까. 삶의 무거움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목 숨을 끊은 이였으니까.
“진정한 두려움은, 공포는 그런 게 아니다. 그 달콤한 죽음을 한없 이 바라면서도 차마 죽을 수 없는 것이 진짜 공포지. 내 어깨에 올려 진 짐의 무게에 짓눌려 발버둥 치면 서도 그 짐을 내 손으로 벗을 수
없는 게 진짜 공포란다.”
장민의 두 눈에 흉성이 어린다.
“내가 갇힌 무저갱에 비한다면, 내가 겪은 그 뼈를 갉아먹는 듯한 고통에 비한다면…… 이딴 것쯤은 간지럽지도 않다. 피육의 상처 따위 로는 나를 막을 수 없다.”
공령의 입에서 낮은 숨이 토해졌 다.
언어가 아닌, 그 말에 실린 감정 이 그를 짓눌러온다.
“피육의 상처로는 막을 수 없다 라……
공령의 눈이 점점 더 차가워진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장민을 완전 히 인정했다. 설사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 해도 그 상대가 가진 깊이를 인정할 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누가 보면 내가 손해라도 본 줄 알겠군.”
공령의 손끝이 와이어를 움켜잡는 다.
몸 안을 파고든 마기의 여력이 여전히 그의 전신을 고통으로 물들 이고 있지만, 그런 고통쯤은 장민의 육체가 입은 피해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었다.
비장의 노림수가 파훼되었다고 해 도 그가 불리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그렇다면 중명해 봐라. 네가 사 냥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 목을 잘라내면 인정해 주지.”
공령이 전신에서 투기를 뿜어낸다.
하지만 그 투기를 받으면서도 장 민은 딱히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손을 뻗어 눈앞의 허공 어딘가를 느릿하게 더듬을 뿐이다.
장민의 손끝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 한중간에서 멈추었다.
사각.
마치 얇은 실들이 서로 마찰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장민의 손가락 끝 이 살짝 갈라지며 붉은 피가 주르륵 홀러내린다.
괴이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손끝이 갈라진 것도, 그리고…… 손끝에서 배어 나 온 작은 핏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 지 않고 허공에 그대로 맺혀 있는 것도 말이다.
장민이 손을 내린다. 홀러내린 피 가 그의 손끝에 머금어 지는 순간, 장민의 손이 세차게 그 피를 허공에 뿌려 냈다.
촤아아아악!
기를 담아낸 것인지, 안개처럼 홑 뿌려진 피가 사방을 뒤덮는다. 그리 고 그 피가 가라앉았을 때, 지금껏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 작했다.
어느새 이 공동 안에 수도 없이 설치된, 얇디얇은 와이어들이 말이 다.
장민이 미소를 짓자 공령이 눈을 찌푸렸다.
만약 장민이 조금이라도 분노했다 면 공령이 지쳐 보이는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그가 설치해 둔 저 얇은 와이어에 반드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빌어먹을.’
하지만 저 노련한 짐승은 그의 덫에 걸려들지 않았다. 마치 그를 농락하는 것처럼 올무에 한 발을 슬 쩍 밀어 넣고는 느긋하게 그 안에 든 미끼만을 걷어간다.
사냥꾼이 정말 두려워하는 짐승은 젊고 강인한 호랑이가 아니다.
사냥꾼은 그 날카로운 발톱을 두 려워하지 않는다. 일격에 바위를 부 수는 강력한 힘을 경계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짐승
은 늙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범 이다.
수도 없이 사냥을 당하고, 수도 없는 싸움을 벌이고도 살아남은. 그 렇기에 오히려 사냥꾼보다 더 노련 하게 사냥꾼의 뒤를 노려오는 교활 한 범.
그리고 지금.
공령은 자신의 삶을 통틀어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영역에 도 달해 있는 짐승을 그 두 눈으로 직 면하고 있었다.
차라리 짐승이라기보다는 요괴라 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긴 세월을
살아온 늙은 범을.
“자••••••
장민의 검지 끝에서 긴 강기의 손톱이 자라난다. 그 강기의 손톱이 장민의 피에 젖어 번들대는, 얇디얇 은 와이어를 가볍게 누른다.
팅!
피아노 현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 와 함께 와이어가 끊어지며 채찍처 럼 사방을 휘저었다.
“마음이 편해졌군.”
장민의 몸에서 검은 마기가 홀러 나온다.
“나는 내가 과연 이곳에서 싸워도
되는 이인지 의심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너 역시 무인은 아니로 군. 너는 사냥을 하는 이다. 그렇지?”
“그리 틀린 말은 아니지.”
“그렇다면……
장민의 전신이 검게 또 검게 물 들어갔다.
“일말의 주저함 없이 네 심장을 뜯어내고 그 피를 마실 수 있겠구나.”
긴긴 세월 그저 사냥꾼을 피해 달아나기만 하던 마인의 심장에 붉 은 피가 돌기 시작한다. 그건 적에 대한 반격인 동시에 그의 삶에 대한 반격을 알리는 우렁찬 포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