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47)
마존현세강림기-2047화(2046/2125)
마존현세강림기 83권 (7화)
2장 사냥하다 (2)
틈 하나 찾기 힘들 만큼 베인 전 신에서 핏물이 솟구친다. 바닥을 박 찰 때마다 헤집어진 근육에서 끔찍 한 고통을 토해냈다.
웬만큼 단련된 무인이라 해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고통. 하지만 그 고통을 정면으로 맞받는
장민의 얼굴에는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움직여라.’
그를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은 이 딴 고통 같은 게 아니었다.
노쇠할 대로 노쇠한 그의 육체가 그의 의지와 다르게 멈춰 버리는 것 만이 그의 유일한 걱정이었다.
한때.
그의 육체에는 활력이 넘쳤고, 그 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을 품고 살았다. 지금 당장은 어렵 다 해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을 품고 시간을 들인다면 해내지 못할 것은
무엇도 없으리라 믿었다.
십 년이 지났을 때도 그리 믿었다.
이십 년이 지났을 때도 당연히 그러리라 믿었다.
하지만 오십 년이 지나고, 백 년 이 지나고, 이백 년이 지났을 때.
그 강건하던 육체는 그의 의지를 배반하기 시작했고, 철옹성처럼 흔 들리지 않던 정신에는 녹이 쓸기 시 작했다.
팅! 팅!
허공에 뻗은 와이어를 잘라내는 순간, 공령이 날린 와이어들이 솟구 쳐 오른다. 뱀처럼 머리를 든 와이
어들이 허공에 설치된 와이어를 휘 감으며 기괴하기 짝이 없는 움직임 으로 장민을 덮쳐온다.
그 순간, 장민의 두 눈이 자신을 노려보는 공령의 눈을 바라보았다.
느껴진다.
저 두 눈에 담긴 열의가, 스스로 실패할 리 없다 믿는 강건함이.
‘……부럽구나.’
저건 절망하지 않은 자의 패기다. 스스로가 가진 가능성을 믿는 이만 이 보일 수 있는 눈빛이다.
장민이 날아드는 와이어를 조강으 로 잘라냈다.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일격. 완벽하게 와이어를 베어 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건 결코 성 공이라 할 수 없었다.
그 와이어를 잘라내기 위해 휘두 른 팔이 뒤틀리며 삐걱대기 시작했 으니까.
팔이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 다.
관절이 녹이라도 쓴 듯 뻑뻑하고, 근육은 힘을 잃어버린다. 상처가 만 들어내는 통증보다 그의 내력을 감 당하지 못해 몸이 질러 대는, 비명 같은 고통이 더 컸다.
마음은 거침없이 나아가 상대의
목을 쳐낸 지 오래건만, 접착제가 덕지덕지 붙은 듯한 몸뚱아리는 도 무지 그의 마음처럼 나아가지 않는 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지.’ 무인은 어떻게 죽는가로 자신을 증명하는 법이다. 아니, 굳이 무인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겠지. 사람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삶의 완성일 수 있 는 법이니까.
그래.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죽음 이란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말이야.’
그 낭만은 장민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끝을 바라본다는 것이 비참한 이 유는 스스로가 더는 예전 같지 않음 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넘쳐 니던 체력은 이제 바닥을 보이고, 한없이 유지되던 집중력은 이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그를 지치게 만든다.
벽을 넘어 육신을 한 번 쇄신했 음에도 노화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 다.
하기야…….
‘과할 정도로 오래 살았지.’
아무리 강해진다고 해도, 아무리 경지를 높인다고 해도 결국 육체의 노화를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다. 그저 마지막이 다가오는 시간을 조금 더 늦추는 게 한계다.
한 번 육신을 쇄신했기에 이 정 도라도 버티는 것이다. 낡아빠진 그 의 몸이었다면 벌써 그의 의지를 배 반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겠지.
그의 육신이 말한다.
이제 충분하지 않냐고.
이 정도면 할 만큼 하지 않았냐 고 말이다.
어쩌면…….
‘그 말이……
촤아아아악!
장민이 날아드는 와이어를 다시 한 번 베어냈다. 그의 두 눈에 배어 난 진물이 눈을 흐리게 만들었다.
‘……맞을지도 모르지.’
사실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 다.
그가 살아온 삶을 이해하는 이라 면, 그가 얼마나 오랜 기간을 버텨 왔는지 아는 이라면, 지금 당장 그 가 바닥에 쓰러진다 해도 오히려 그 를 부축하며 훌륭했다고 말해줄 것
이다.
장민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 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증 명할 필요가 없는 이다.
그리고 그 자신 역시 지금 당장 이라도 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 은 충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우드드득!
뼈가 뒤틀리며 팔이 뻗어 나간다. 사방에서 덮쳐오는 와이어를 단숨에 잘라낸다. 기껏 아물어가던 피부가 그 강렬한 충격을 버티지 못하도 다 시금 찢어지며 핏물을 뿜어냈다.
쾅
발끝이 바닥을 내밟는다.
무릎을 망치로 내려치는 둣한 통 증이 느껴진다.
활력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통증 따위야 버텨내면 그만이겠지만, 아 무리 짜내고 짜내도 몸 안에 더 이 상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왜 멈추지 못하는가.’
이미 그는 모든 것을 이뤘다.
삼백 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교는 안정을 되찾았다. 교도들은 과 거처럼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며 비 참하게 살아가지 않아도 되고, 그들
의 손으로 미래를 잡아낼 수 있는 기회를 얻어냈다.
그래.
그들에게는 더는 장민이 필요하지 않다. 그가 없다 해도 마존의 인도 하에 그들은 지금껏 결코 주어지지 않던 행복과 광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바라던 모든 것은 이루어졌다.
그런데…….
그런데 왜 그는 멈추지 못하는가, 왜!
촤아아아악!
그 순간, 날아들던 공령의 와이어 들이 일순 서로 휘감기듯 꼬여들더 니 한 줄기 거대한 로프의 형태를 만들어내며 장민을 후려쳐 왔다.
반사적으로 들어 올린 조강과 거 대한 로프가 장민의 머리 위에서 그 대로 충돌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세상이 검게 변한다.
고통스럽다거나 버티기 힘들다거 나 그런 게 아니다. 마치 파워가 나 간 컴퓨터가 순간적으로 작동을 멈 추듯, 그의 육체에 전원이 끊겼다가 돌아오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모든
감각이 날아갔다가 힘겹게 돌아온다.
고통.
다시금 엄습하기 시작한 고통에 장민은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직 감했다. 하지만 목에서 울컥 솟아올 라 입안을 가득 채우는 피 때문에 숨을 쉬는 것조차 버겁다.
‘왜 나는……
그 순간, 장민의 눈에 공령의 모 습이 들어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공령 의 뒤에 보이는 흑왕의 모습이 똑똑 히 들어왔다.
‘‘흐……
장민이 입술을 깨물었다. 여려질 대로 여려진 그의 입술이 길게 갈라 지며 피를 흘려 댄다.
‘ 알겠군.’
아직 그가 해야 할 일이 남았다.
아직.
그가 이루어낸 모든 것, 교도들의 미래를 위해 그가 한 모든 것이 저 한 사람의 존재로 모두 무너질 수 있다.
‘마존이시여.’
교를 그만 놓으라 하셨습니까?
‘그러지요.’
지엄하신 마존의 명을 어찌 거부
할 수 있겠습니까.
‘단!’
아직!
아직 하나가 남았다.
이 부스러지기 직전의 육신으로 해야 할 일이 아직 하나가 남았다.
“우오오오오오오!”
장민의 입에서 짐승 같은 외침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그건 투기의 발현이 아니다. 아직 쓰러지지 말라 고 그의 육체에 보내는 마지막 간절 함이다.
‘한순간이 다!’
단 한순간만 버텨주면 된다, 단
한 순간만!
평생을 함께해 온 정신에 호응하 기라도 하듯, 그의 육신이 기력을 뒤틀어 짜낸다. 그와 동시에 장민의 몸에서 검은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 져 나왔다.
‘가자.’
마지막 남은 선천지기까지 모조리 끌어낸 장민의 두 눈에 혈광이 용솟 음쳤다.
꾸우우욱.
발끝에 기운을 밀어 넣는다. 그의 무릎이 굽혀지고 허벅지의 근육이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단 한순간.
바로 이 순간, 수많은 시간 동안 버텨온 모든 것을 폭발시킨다.
콰아아아아아앙!
그의 발이 뻗어지는 순간, 바닥이 폭탄이 떨어진 수면처럼 위로, 위로 솟구쳤다. 그 반동은 장민의 몸을 섬전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마기를 휘감은 장민의 육신이 공 령을 향해 돌진한다.
그리고 그 순간, 장민은 세상이 더없이 선명하게 화하는 것을 느꼈다.
기감으로나 겨우 잡아낼 수 있던, 얇디얇은 와이어들이 선명하다 못해
잡힐 듯이 보였다. 와이어가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 또렷하게 들려오 고, 뒤흔들린 공기의 파동이 손끝을 연신 두드려 댄다.
아플 정로도 선명한 감각.
하지만 이건 그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이랬구나.’
이건 언젠가 그가 당연하듯 누리 던 감각. 모든 것이 빛바랄 정도의 아득한 시간과 함께 젖어가듯 잃어 온 것들이다.
안다.
늙은 육체가 다시 젊어질 수는
없는 일. 이 감각은 그저 그에게 단 한순간 주어지는 마지막 선물 같은 것. 그리고 이 감각의 대가가 무엇 인지도 장민은 확연하게 알고 있었 다.
하지만…….
‘고맙다!’
그 대가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에게는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 라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손끝이 공기를 가른다. 와이어들 이 그를 향해 휘몰아치는 모습이 마 치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활
력, 흥분한 심장이 펌프질 하는 소 리가 마치 북소리처럼 들려온다.
“아, 아아아아아!”
목이 터져라 고함을 내지른 장민 이 날아드는 와이어들을 향해 양 손 을 휘둘렀다. 마치 춤을 추듯 휘둘 러지는 조강이 와이어들을 수십 조 각으로 끊어냈다.
검은 소용돌이로 화한 장민이 모 든 와이어를 갈기갈기 찢어내며 공 령을 향해 가공할 속도로 돌격한다.
그 공령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된다.
“큭!”
공령이 양손을 동시에 아래로 내 리 긋는다. 그의 소매에서 발출된 와이어가 바닥을 뱀처럼 타고 날아 들고, 그와 동시에 사방에 쳐져 있던 와이어들이 당긴 활시위가 튕겨지는 것처럼 일시에 장민을 덮쳐왔다.
하지만…….
콰가가가각! 콰각!
날아든 와이어들은 소용돌이처럼 휘도는 장민은 조강을 뚫어내지 못 했다. 제아무리 질긴 와이어라 해도 바람을 잡아둘 수는 없는 것처럼.
티잉! 티잉! 티잉!
피아노 현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
가 연신 울려 퍼지며 장민을 뒤덮어 오던 와이어들이 힘없는 실로 화해 사방으로 튕겨 나간다.
그리고…….
번뜩!
장민의 두 눈에서 가공할 살기가 몰아침과 동시에 그의 몸이 한 줄기 빛이 되어 공령에게로 단숨에 쏘아 졌다.
“오오오오오오오오!”
모든 것.
그에게 남은 모든 것을 이 일격 에 밀어넣는다.
그의 손으로 미래를 열기 위해,
그에게는 주어지지 않을 미래를 그 의 뒤를 이을 이들에게 열어주기 위 해.
‘움직여라!’
그러니 늙은 몸이여.
이 한순간만 더 버텨내라!
모든 의지가 손끝에 어렸다.
일점 집중.
머릿속에서 모든 잡념을 날려 버 린 장민이 손끝에 밀어 넣은 기운으 로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붉은 조강을 뽑아냈다.
육신이 모래가 되어 흩어지는 듯 한 감각. 하지만 그 손에서 뽑아낸
조강에서 느껴지는 충실함만은 그의 삶을 통틀어서도 없었을 만큼 강렬 하다.
마지막이 왔음을 직감한 장민이 공령을 향해 날아들었다. 들어 올린 조강이 하늘을 꿰뚫을 듯 맹렬하게 용솟음친다.
“흐아아아아아아앗!”
그리고 그의 모든 것을 담은 일 격으로 공령을 단숨에 두쪽 내버리 려던 바로 그 순간.
위잉!
장민의 얼굴 바로 앞에 ‘그것’이 나타났다.
와이어.
아니, 은사.
한껏 고조되어 공기의 흐름마저 느끼는 그의 감각으로도 발견할 수 없던, 아니 명백하게 존재하지 않던 와이어!
그 와이어가 말 그대로 장민의 얼굴 앞에서 ‘발현’된다.
그리고…….
경악할 시간도 없이 얼굴 바로 앞 에서 나타난 와이어가 광속으로 달 려들던 장민의 얼굴을 잘라내듯 파 고들었다.
콰드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