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50)
마존현세강림기-2050화(2049/2125)
마존현세강림기 83권 (10화)
2장 사냥하다 (5)
끼리릭.
의수가 깔끔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위긴스가 깊게 숨을 들이쉬 었다.
‘준비는 완벽하다.’
이곳에 들어온 이후, 열 번은 넘 게 확인했다. 강박적이라는 말이 어
울릴 정도로.
그럼에도 여전히 뭔가 미진한 듯 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위긴스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사 실을 알고 있다.
이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완벽 한 준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 까. 특히나 자신보다 더 강한 상대 를 맞아 싸울 때는 말이다.
인생이든 승부든.
모두가 그 미진함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이다.
“모르겠군요.”
“웅?”
위긴스가 묘한 얼굴로 강진호를 응 시했다.
“과연 로드께서 제 승리를 바라실 지 말입니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정말 바라십니까?”
위긴스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오랜 인연을 로드의 손으로 끝내 기 위해서는 제가 패하는 쪽이 나을 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나는 그렇게 멍청한 놈이 아니
야.”
“때로는 어떻게든 승리라는 형태 를 손에 넣을 필요가 있다는 것쯤은 이해하지. 그리고……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흑왕 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서로 전력을 다해 싸웠다. 그리 고 한쪽이 승리했다.”
위긴스의 눈썹이 꿈틀했다. 강진 호가 하는 말에 그의 생각 이상의 무게감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간단히 끝날 문제가 아니 야. 저놈과 내 관계라는 건 말이야.”
“흐음.”
위긴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어쨌거 나 로드께서 제 승리를 바라신다는 거 겠죠.”
“물론이지.”
“그럼 그걸로 됐습니다.”
위긴스가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에게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동양식의 인사였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위긴스 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어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잠시 외출이라도 하는 듯한 위긴 스의 말에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긴스가 막 몸을 돌리려는 찰나 였다.
“조심하십쇼.”
방진훈이 퉁명스레 말한다.
“다른 새끼들은 몰라도 저 새끼는 정말 인정이고 뭐고 없는 놈 아닙니 까? 정신 바짝 안 차리면 모가지 잘려도 할 말 없는 겁니다.”
위긴스가 두 눈에 이채를 띠고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말투는 퉁명스럽지만, 그 목소리 에 진심이 어려 있다.
“사부님, 져도 됩니다. 위험할 것 같으면 그냥 항복하십시오.”
이현수의 말에 위긴스가 어이없다 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할 말이냐?”
“뭐, 틀린 말도 아니잖습니까, 코 인 하나 더 있는데. 사부님이 진다 고 해도 그것 때문에 우리가 지는 게 아닙니다. 기껏 판 깔아 줬는데 못 이긴 회주님 잘못이지.”
“ 나?”
강진호가 어안이 벙벙하다는 얼굴
을 하자, 바토르가 클클대며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 원래 이런 건 마지막에 나서는 이가 독박 쓰는 거 니까.”
강진호를 한 번 놀려준 바트로가 잔뜩 찡그린 눈으로 위긴스를 바라 보았다.
“그래도…… 이겨라, 위긴스.”
“같은 상대에게 또 지는 기분은 정말 엿 같거든.”
위긴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겨우 정신을 차린 이명환도 위긴
스를 향해 주먹을 쥐어 보였고, 시 체처럼 쓰러져 있던 혈마도 그에게 가볍게 손짓을 해 댔다.
“아무리 백연홍이라 해도 한 팔을 잃었으니 예전만은 못하겠지. 그 틈 을 노리면 될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장로님.” 하나하나의 말을 모두 받아준 위 긴스가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기고 돌아와.”
“……예.”
위긴스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마스터의 시신이 놓여 있는 곳 이었다. 그의 모습을 말없이 빤히
바라보던 위긴스가 단호하게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자신감이 가득한 걸음걸이.
누가 봐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으 로 가득 찬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위긴스의 속내는 겉으로 보이는 것 과는 조금 달랐다.
‘온도가 어긋난 느낌이군.’
저들의 열정에 고개를 끄덕여 대 답해 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저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은 위긴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던 일이
었나?’
멀쩡한 이가 없다.
패한 이든 승리한 이든 다들 가 혹하기까지 한 대가를 치렀다. 목숨 을 잃은 이도 있고, 다시는 무학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이도 있을 것이 다.
그 어떤 가능성도 잃지 않은 이 라고 해도 오늘 입은 부상을 수습하 기 위해서는 족히 몇 달은 고생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 금 그들이 이룩한 경지에는 다시는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
야 한다는 말인가.
‘알고 있다고.’
이 승부의 결과가 이 세상에 얼 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위긴스보다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 이가 있겠는 가. 적어도 총회 내에서라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위긴스는 도무지 저 열 정에 공감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외인인 모양이로 군.’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동안 총회 에서 느껴오던 소속감마저 허무할 뿐이다.
‘무슨 의미가 있지?’
세상을 올바르게 만든다고 해도 스스로의 가치를 잃는다면 그건 그 저 남 좋은 일에 불과하지 않은가.
어째서?
이 승부의 결과로 인해 스스로의 삶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지 금 하는 것은, TV 너머로 보이는 목숨을 건 승부를 지켜보며 박수를 쳐 대는 것뿐이다.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손가 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이들의 미래 를 위해서 왜 그들이 피를 홀리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가.
이해할 수가 없다.
도무지.
위긴스가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은 이런 잡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승부의 목적에 공감할 수 없는 것과 눈앞에 적을 두고 의지를 잃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
그의 눈에 이미 중앙에 나와 그 를 기다리고 있는 백연홍의 모습이 보인다.
저벅저벅.
중앙으로 걸어 나간 위긴스가 적 당한 거리를 두고 백연홍과 마주 섰
다.
“다시 보는군.”
심사가 복잡한 그와는 다르게 백 연홍은 오히려 전보다 더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팔 하나가 없는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다.
“총회로 올 생각은 없나?”
“음?”
다짜고짜 위긴스가 한 말에 백연 홍이 눈썹을 찌푸렸다.
“적당한 의수 하나 정도는 제작해 줄 수 있는데 말이야.”
위긴스가 기계로 된 제 팔을 툭, 두드리자 백연흥이 파안대소를 터뜨
렸다.
“하하하핫! 그러고 보니 그렇군. 외팔이 대 외팔이라. 이거, 숙명의 대결이로군.”
뭐가 저렇게 즐거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사양하겠어. 솔직히 그쪽 도 꽤 재미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지 만…… 아무래도 나는 아직 이쪽이 더 재미있거든.”
“하나 물어도 될까?”
“시간 끄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 는데. 너희는 말이 너무 많거든.”
“금방 끝난다.”
“ 해봐.”
위긴스가 백연홍을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 너는 그리 충성심이 강한 자가 아닌 것 같은데. 애초에 우리가 서로 처음 본 이유도 네가 일방적으로 흑왕의 명령을 무시했기 때문 아니었던가?”
“그렇지.”
백연홍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그 대가로 네 팔을 자른 것도 혹왕이지.”
“좀 아프긴 했어.”
“……그런데 너는 왜 아직 흑왕을 따르는 거지?”
“웅?”
위긴스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여긴 미친놈들밖에 없지. 제정신 인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어. 보고 있으면 내 머리까지 이상해지는 기 분이야.”
“아, 그건 공감해.”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행동 원리 를 이해할 수 없는 놈이 너다.”
“ 어째서?”
백연홍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네게 무인들의 미래를 바꾸겠다 는 열정이 있나?”
“없지.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는 거 아니겠어? 무지렁이 같은 놈들을 위해 굳이 내가 왜 뒤치다꺼리를 해 야 하지?”
“그럼? 흑왕을 위해서 목숨을 걸 겠다는 충성심이 있나?”
“흐음, 그건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 같은데.”
백연홍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 보았다. 그의 눈에 흑왕이 앉은 의 자와 그 주변에 쓰러져 있는 다른 십이비도들이 보였다.
시선을 다시 돌린 백연홍이 제 손으로 입 어림을 움켜잡더니, 가볍 게 고개를 내저었다.
“충성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만…… 적어도 저 머저리 놈들만큼 은 아니겠지.”
“그래, 그렇겠지.”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에 선 거 지?”
“응?”
“이곳에 네가 목숨을 걸 가치가 있나?”
그 말을 들은 백연흥이 파안대소
를 터뜨렸다. 한참을 웃어 대는 백 연홍을 보며 위긴스가 눈을 찌푸렸 다.
“뭐가 우습지?”
“아니. 뭐랄까……
제 얼굴을 쓸어 대며 진정한 백 연홍이 위긴스를 보며 입가를 비틀 었다.
“목숨을 걸어?”
“착각하는 모양인데, 심각한 건 너뿐이지. 나는 아니야. 겨우 네까짓 놈들을 상대하는 데 내가 목숨까지 걸 필요가 있나?”
백연홍이 이를 드러냈다.
어차피 그에게는 모두 마찬가지 다.
상대가 마존만 아니라면 그에게는 어차피 유희나 다름없는 일이다. 설 사 한 팔이 잘려 예전 같은 실력을 내지 못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한 가지는 이해해야 지, 멍청한 놈아.”
“너 같은 놈들은 잘 알지. 세상이 모두 제 머리 안에서만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타입들. 평소에는 잘도 지
껄여 대다가 정말 결정적인 순간에 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구는 놈들.”
위긴스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질 끈 깨물었다.
악담에 불과한 그 말이 위긴스의 어딘가를 확연하게 건드렸다.
“알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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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O •
백연홍이 천천히 검을 뽑아냈다. 그와 동시에 그의 검에서 백색의 검 기가 세찬 물처럼 뿜어져 나온다.
“모두가 싸우는 데 너처럼 대단한 이유가 필요하지는 않아.”
“누군가에게는 그저 눈앞에 싸울 상대가 있는 것으로 족한 법이지. 그냥 마음껏 칼을 휘두를 수만 있으 면 돼.”
백연홍의 혀가 제 입술을 천천히 핥아댄다.
“하지만…… 아쉽게도 네 실력으 로는 그게 어려울 것 같군. 자기가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멍청이가 내 검을 받아낼 수 있을 리가 없으니 까.”
위긴스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 다.
‘무의미하군.’
설사 이 질문에 의미가 있었을지 라도 그 상대가 백연홍이어서야 아 무런 의미가 없다.
위긴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는 내가 패배했지. 인정한 다.”
“음?”
“하지만…… 그때와 같다고 생각 한다면, 험한 꼴을 보게 될 거다.”
“하하하핫!”
백연홍의 두 눈에 광기가 피어난 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승부에 임한
이들과는 명백하게 다른 분위기. 폭 발하는 야성이 위긴스를 휩쓸어갔 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파앗!
백연홍이 섬전처럼 앞으로 내달렸 다. 그 거친 목소리와 다르게 그의 보법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고, 한없이 부드러웠다.
위잉!
동시에 위긴스의 몸이 공간을 격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 움직임은 더없이 자연스럽지만, 그가 만들어 낸 현상은 세상의 법칙 자체를 뒤틀
었다.
순천과 역천.
광기와 이성.
완벽하게 다른 성질을 가진 두 무인이 지금 서로 다른 의지를 품고 격돌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