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52)
마존현세강림기-2052화(2051/2125)
마존현세강림기 83권 (12화)
3장 분석하다 (2)
언젠가부터 위긴스를 잡고 놓아주 지 않는 화두가 있었다.
마나를 쓰는 그를 저들의 분류로 나눌 수는 없겠지만, 대체적으로 ‘초인’이라 불리는 경지에 오른 그 순간부터 말이다.
‘딱히 달라진 건 없었어.’
분명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곳에 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라는 존 재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었다.
눈이 세 개가 된 것도 아니고, 팔 이 여섯 개쯤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 다.
그래.
위긴스는 여전히 인간이었다.
초인이니 뭐니 하는 웃기지도 않 는 말로 수식할 필요도 없는 그저 인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숨 쉬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그저 다른 이들보다 내구력이 조금 더 뛰 어난 인간에 불과했다.
그리고 인간이기에…….
‘반드시 지니고 있는 것들이 있지.’ 예를 들면 인식.
사람이 아무리 모든 곳에 동일하 게 신경을 쓰려 해도 사각은 생긴 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 아니다. 감각이 닿지 않는 곳도 아니다.
스스로의 머리에서 안전하다고 판 단한 곳이 사각이 된다.
자신의 감각을 완벽하게 신뢰하는 이일수록 그 사각은 더 커지기 마 련.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로군요.” 어느새 여유로운 말투로 돌아간
위긴스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당신의 그 ‘초인적인’ 감각은 분 명 모든 곳을 완벽하게 탐지하고 있 었을 겁니다. 어쩌면 당신의 감각은 정밀 기계 따위는 따라가지도 못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울지도 모르죠.”
“……그래서?”
“하지만 당신은 기계가 아니지. 그저 인간일 뿐이지.”
“기계와 인간이 다른 점은 스스로 의 최적화를 한다는 겁니다. 굳이 누가 프로그래밍을 해주지 않아 도…… 아니, 스스로 그럴 의지가
없어도……
위긴스가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뇌가 알아서.”
“아무리 공평하게 감각을 퍼뜨린 다고 해도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안 전한 곳, 이미 안전이 확보된 곳에 대한 처리는 늦어질 수밖에 없지요. 그건 의지와는 별개로 작용하니까.”
왜?
“인간이니까.”
위긴스가 입가를 비틀었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
백연홍이 무표정한 얼굴로 위긴스 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들었다.
“내가 이런 말을 왜 해주는지 알 고 있습니까?”
“모르겠군. 적당히 시간을 끌고 있다는 건 이해했지만.”
“이유야 간단합니다.”
위긴스의 입가가 비틀렸다.
“안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기 때 문이죠.”
“이건 머리로 이해한다고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특히나 당신처럼 인간이면서도 인간이 아닌
척 살아온 시간이 긴 이들에게는 더 더욱.”
위긴스의 머리가 점점 더 명료해 진다.
‘아무래도 나는 새디스트인 모양 이군.’
백연홍과 마주 서기 전까지는 머 리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어쩌면 이곳에 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짓눌 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앞에 상대할 자가 나타난 순간부터는 되레 머리가 맑 아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백연흥은 위긴스처럼 유쾌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말없이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백연홍의 입이 살 짝 열렸다.
“다 지껄였나?”
초인과 초인의 싸움에서 가장 중 요한 것은 뭘까?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위긴스조차 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 금 이곳에서 이어진 전투를 지켜보 고 나서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의미 있는 대답을 찾아냈다.
확신.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완벽한
확신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나온 것이나 다 름없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는 그 확신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호들갑도 정도껏 떨어야지.”
백연홍이 낮은 비웃음을 지었다.
“겨우 긁힌 상처 하나 내놓고 뭐 가 그리 의기양양하지?”
“네 말이 다 맞다고 치지. 그래 서……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는 건가?”
위긴스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새
어 나온다.
‘역시 그렇게 쉽게는 안 되나?’
초인이란 애초에 자기애의 화신 같은 존재들. 말 몇 마디로 뒤흔들 수 있는 이들은 아니다.
이들은 틀린 것조차 자신의 힘으 로 옳게 만들어 버리는 삶을 살아온 이들이다. 그렇기에 애초에 상대의 논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그 힘으로 관철할 뿐.
‘하지만…… 상관없지.’
그것조차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백연홍이 검을 들어 위긴스를 겨 누었다.
“유언은 그 정도면 충분히 들어줬 다.”
“흐음, 저는 당신의 유언을 충분 히 듣지 못한 것 같은데요?”
“괜찮다. 유언은 네 것으로 충분 하니까.”
“그 말, 후회하게 해드리지요.” 우우우웅.
위긴스의 룬검이 밝은 빛을 내뿜 는다.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그는 반드시 패배한다. 조금 전의 교전으로 이득 을 본 것은 위긴스이지만, 그 교전 은 이 확신을 더욱 강화해 주었다.
애초에 무인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와 백연홍의 차이는 명백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승리한 자가 강한 것이다?
아니. 그건 틀린 말이다. 승리와 패배라는 결과가 그 원인을 뒤바꾸 지는 못한다. 숭리하든 패배하든 강 자는 강자.
‘하지만 강자가 언제나 숭리하는 것은 아니지.’
약자에게도 약자 나름의 방식이 있는 법• 이 전투는 스스로 약자인 적이 딱히 없던 위긴스가 그 방식을 얼마나 완벽하게 구현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우우웅.
위긴스의 기계의수가 아공간으로 파고든다.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들 어간 위긴스의 손이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의 손에는 원형의 작은 쇳덩어리가 들려 있었다.
‘전지의 수는……
그의 가장 큰 이점은 이것.
그가 가진 힘만으로 적을 상대하 지 않아도 된다는 것. 출력의 한계 는 전지로 해결할 수 없지만, 적어 도 마력이 부족해 패배하는 형태는 그리지 않아도 좋다.
우우웅!
전지가 흰빛을 내뿜으며 그에게 마나를 전달한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충족감이 전신 을 휘감고 돌지만, 위긴스는 결코 그 충족감에 휘둘리지 않았다.
단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그의 목은 몸과 떨어져 바닥을 굴러다니 게 될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살 아남기 위해서는 액화질소를 머리에 부은 것 같은 차가운 이성이 필요한 법.
“말은 그렇게 하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백연홍을
바라보며 위긴스가 먼저 입을 열었 다. 스스로는 냉정을 유지하면서 상 대를 뒤흔드는 건 병법의 기본.
“쉽사리 달려들지 않는 것을 보 니, 꽤 껄끄럽기는 한 모양……
그 순간, 백연흥의 모습이 그 자 리에서 퍽! 꺼졌다.
위긴스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블링크를 전개했다. 세상이 순간적 으로 점멸하며 그의 눈앞에 사진을 넘긴 것처럼 달라진 세상이 드러난 다.
위치는 바뀌었다. 하지만 위긴스 는 단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다시
블링크를 전개했다.
파아아아앙!
그가 ‘존재’했던 곳이 공간째 베 여 나간다. 만약 위긴스가 조금이라 도 지체했다면 지금쯤 그의 몸은 반 으로 갈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중이 었을 것이다.
위잉! 위잉!
위긴스가 세 번 연속으로 위치를 바꾸었다. 블링크는 기본적으로 마 나를 극단적으로 소모하는 마법이지 만, 마나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저 괴물은 이동이라는 요소를 배
재하고 공간 자체를 격해 나타나는 블링크를 눈으로 보고 쫓아와 무력 화시키는 존재니까.
휘이잉!
그 순간, 자신에게 날아드는 반월 형의 검기를 확인한 위긴스가 다시 한번 블링크를 시전했다.
그리고 그때.
꾸우우욱.
검기를 날린 백연홍의 발끝이 바 닥을 짓눌렀다. 극도로 확장된 그의 감각이 벽과 천장으로 둘러싸인 공 간 전체를 한 손에 거머쥐었다.
극단적으로 끌어 올린 감각이 시
간의 축을 뒤튼다. 마치 슬로우모션 으로 재생되는 화면을 보는 것처럼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느릿 하게, 더욱 느릿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거기!’
눈이 아닌 감각이 먼저 위긴스의 존재를 포착한다. 그리고 생각이 이 뤄지기도 전에 그의 몸이 먼저 반응 했다. 바닥을 짓누르던 발끝이 쭉 펴지며 그의 몸이 말 그대로 섬전이 되어 그가 찾아낸 위긴스의 혼적을 향해 광속으로 돌진했다.
‘머저리!’
저 이동기는 분명 탁월하다. 아무 리 수련하고 노력해도 이동의 시간 을 줄일 뿐인 그들의 방식과는 다르 게, 저 이동은 공간과 거리를 무의 미하게 만든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장단이 있는 법.
저 이동기가 가지는 단점 역시 명확하다. 첫째는 이동에 걸리는 시 간이 완전히 제로은 아니라는 점. 찰나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시간 이지만, 분명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 찰나의 순간 동안 저자가 완전한 단절을 경
험한다는 점.
그는 모습을 감춘 위긴스를 쫓을 수 없지만, 그건 위긴스 역시 마찬 가지다. 저자가 저 괴이한 이동을 시전하는 동안 그는 분명 저 자의 인식에서 벗어난다.
그렇다면 파훼는 너무도 간단하 지.
먼저 인식하고, 먼저 이동하여, 그의 공격을 저자가 알아채기 전에 베어버리면 된다.
‘물 위를 걷는 법은 한 발이 빠지 기 전에 다음 발을 내딛는 것이다’ 라는 식의 말도 안 되는 해결책이지
만, 적어도 백연홍은 그 말도 안 되 는 해결책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존재였다.
콰아아아아!
그의 눈에 들어오는 주변 세상이 이지러진다.
초인의 영역에 이른 그의 시력조 차 이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완연한 세상의 모습을 담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정중앙, 그의 검이 노리고 있는 곳만큼은 결코 놓치지 않았다. 백연홍의 두 눈에 허공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위긴스의 형태가 확연히 보였다.
처음에는 흐릿한 실루엣으로 시작 한 형태가 마치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려내는 것처럼 점점 선명함을 찾 아간다. 그건 현현이라기보다는 차 라리 전송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형 태.
‘무엇이든 상관없어.’
발출된 그의 검이 위긴스가 존재 하는 공간을 통째로 잘라낸다. 손끝 에서는 검이되, 검끝에서는 한 줄기 빛으로 화한 그의 검이 절반쯤 그 모습을 드러낸 위긴스의 허리로 파 고들었다.
‘더 빨리!’
파아아아아아앗!
잔재주를 부려봐야 소용없다. 그는 결코 이 검을 멈추지 않을 테니까!
콰득!
그 순간, 백연홍의 눈에 그의 검 이 위긴스의 옆구리를 파고드는 모 습이 똑똑히 들어왔다.
흐릿한 옷가지를 파고든 검이 피 부를 가르고, 근육을 찢어발기며 배 한중간까지 밀고 들어간다.
‘잡았……
이동을 끝마치자마자 제 허리가 잘려 있는 것을 본 이가 대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백연홍의 입가에 저열한 미소가 피어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불룩!
‘ 뭐?’
백연홍의 두 눈이 확장된다.
검이 척추까지 파고든 위긴스의 몸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다. 느려 진 세상 속에서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을 정도로 급격하게.
아니, 이건 부푼다기보다는…….
‘터지……
콰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앙 !
그 순간, 위긴스의 몸에서 터져 나온 거대한 폭발이 백연홍의 몸을
그대로 휩쓸었다.
콰아아아아아아!
터져 나온 마나는 단순히 폭발에 서 멈추지 않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소용돌이치며 허공을 그대로 집어삼 켰다.
“그래서……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한 사람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확신하면 안 된다고 했을 텐데.” 위긴스.
허공이 아닌 바닥에 그 모습을 드러낸 위긴스가 뒤틀린 미소를 지 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