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59)
마존현세강림기-2059화(2058/2125)
마존현세강림기 83권 (19화)
4장 수긍하다 (4)
‘언제였더라?’
위긴스의 의식이 과거의 한때로 빨려 들어간다.
“이게 마력 전지입니까?”
“그래.”
“오……
이현수가 위긴스가 만들어낸 마력 전지를 바라보며 탄성을 흘렸다.
“신기한 물건이네요. 이런 걸 다 만들어내다니, 역시 사부님이십니다.”
“비꼬는 거냐?”
“설마요. 순수한 감탄이죠.”
씨익 웃어 대는 이현수의 얼굴이 이상하게 얄밉다.
“대단한 일 아닙니까! 마력 전지 라니, 지금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잖습니까!”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겸손한 척하시기는.”
아니. 이상하게 얄미운 게 아니라
그냥 얄밉다. 지금 막 전지에 대한 개발이 끝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면 저 머리통에 미완성된 전지를 꽂 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사실이 그러하니까.”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개발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다. 중요한 건 개념이지. 마나를 축척해 보관하는 기술이야 별게 아니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으 니 지금까지 만들어지지 않은 것뿐 이야.”
위긴스가 미묘한 미소를 머금었 다.
“공을 돌려야 한다면 전지를 처음 만들어낸 과학자에게 돌려야겠지. 누 구더라?”
“……거기까지는 갈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이현수의 시선이 책상 위에 놓인 전지로 향한다.
마나를 모아두었다가 사용할 수 있는 전지라…….
‘지금이야 사부님 말고는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없겠지.’
모든 초기 기술은 그런 법이다. 하나를 만드는 데 막대한 자금이 들 어간다. 돈이 넘쳐 나다 못해 썩어
나는 강진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 을 수 있는 위긴스나 되어야 만들어 쓸 수 있는 물건이다.
하지만 만약 언젠가 이 전지를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단계가 된다면 마법에는 일대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지치지 않는 마법사라……. 생각 할수록 무서운 것 같은데.”
“그렇지.”
이현수가 전지를 들어 올려 이리 저리 살폈다.
“저기, 사부님.”
“응?”
“이거 전지잖습니까?”
“그렇지.”
“그럼 이걸 이용하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마나의 한계를 넘어서 지속 적으로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거 잖아요?”
“마법 지구력에 있어서는 비약적 인 발전이 가능하겠지. 내가 쓸 수 있는 마법의 가짓수를 몇 배나 키워 줄 테니까. 거기에 가진 마나와 전 지를 혼용한다면 출력 자체도 커져 서 쓸 수 없던 마법도 사용할 수 있어질 테고.”
위긴스가 씨익 웃었다.
“그 개념에서 출발해 다음에는 룬 검을 만들어볼 생각이야. 마나전지 를 품고 있는 무기 말이야.”
“으음, 그것도 좋은데……
“웅?”
위긴스가 왜 그러냐는 듯 이현수 를 바라본다.
“이거,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건 병렬의 개념이잖아요?”
“……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하지. 시간을 늘려주니까.”
“그럼 이거 직렬도 가능합니까? 전지의 개념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 은데. 그럼 출력을 어마어마하게 높
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게 마법을 글로 배운 인간의 한계로군.”
지체 없이 떨어지는 위긴스의 냉 정한 평가에 이현수의 얼굴이 사정 없이 일그러졌다.
“아니, 말이 좀……
“이론상으론 가능하지.”
이현수가 징징대는 소리를 들어주 고 싶지 않다는 듯 위긴스가 빠르게 대답을 했다.
“그래, 이론상으로는 말이야. 여러 개의 전지가 가진 마나를 한 번에 방출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굉장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겠지. 수십 배 의 출력을 낼 수 있을 테니.”
“그, 그렇죠?”
이현수가 되묻자 위긴스가 묘한 비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하지만 그게 안 되는 이유가 뭘 것 같은가?”
“글쎄요?”
“매개.”
위긴스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 다.
“안타깝지만, 이 전지는 반드시 매개가 있어야 활용할 수 있지. 다 시 말하자면, 그 마나의 출력을 버
텨야 하는 게 바로 인간이라는 의미 야.”
“아•…”
이현수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도 이 전지는 진짜 전지가 아니다. 일반적인 전지는 기계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용되지만, 이 마력 전지를 사용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 간이다.
인간이 평소의 수배, 수십 배나 되는 마나의 출력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사람의 힘이 단번에 수십 배가 세진다면? 그 힘을 사용하는
순간, 전신의 근육이 갈가리 찢기고, 뼈가 부러져 나갈 게 분명하다.
이 전지는 출력은 보장해 주지만, 육체의 내구성을 상승시켜 주는 게 아니니까.
“버틸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두 배 정도일까. 그 이상은 무리야.”
“아쉽네요.”
“아쉬워?”
“네.”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문제만 없었다면 정말 어마어 마한 걸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데, 혹시 압니까? 회주님한테도 한
방……
“헛소리.”
위긴스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이현수의 말을 잘라 버린다.
“출력과 힘으로 우위가 갈린다면, 바토르 님이 최강이겠지. 하지만 실 제로는 회주님은커녕 장로님에게도 미치지 못하지 않느냐.”
“……그도 맞는 말이죠.”
“무학이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 다. 심지어 격투기조차 가장 크고 힘이 세다고 해서 가장 강하지는 못 한 법인데, 무학의 영역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지. 나는 힘 센 멍청이
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으으음.”
이현수가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는 얼굴로 전지를 바라보았 다.
“그래도 이해를 못하나?”
“아뇨. 이해는 했습니다. 이해는 했는데……
“그런데?”
위긴스가 가만히 이현수를 바라보 았다. 재능이야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 두뇌만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이가 이현수다. 그런 이가 불가능한 일에 자꾸만 미련을 가지는 이유가
그 역시 궁금했다.
“몸이 버티지 못해 불가능하 다……
“그렇지.”
“그건 일단 가능은 하다는 말 아 닙니까?”
위긴스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이현 수를 바라보았다.
“내가 설마 자네에게 논리부터 다 시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 지 못했는데.”
“아뇨, 아뇨. 그런 말이 아니 라……
이현수가 머리를 긁어 댔다.
“그 출력을 버텨내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육체의 손상을 각오한다면 한순간 정도는 오버 클럭이 가능하 지 않겠습니까?”
위긴스가 입을 닫았다.
가능 여부를 따지기 전에 대답할 가치가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에 게 있어서 마법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자신의 미래를 끊어내면서 까지 시도해야 할 수단이란 존재하 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궁금했습니다.”
이현수가 히히, 웃으며 말했다.
“그 이론을 이용하면 저도 한순간 쯤은 사부님 정도 되는 진짜 강자가 되어볼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럼 대 체 어떤 기분일지.”
거기까지 말을 한 이현수가 슬쩍 위긴스를 바라보고는 겸연쩍은지 어 깨를 으쓱했다.
“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그 대가로 마법을 쓰지 못한다고 해도 딱히 불만은 없거든요. 지금도 뭐, 제가 일반인이랑 그렇게 차이가 있 는 것도 아니니까.”
위긴스가 말없이 가만히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으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 겠지만……
“그냥 해본 말이니까, 괜히 동정 하지 않으……
“네가 나 이상의 출력을 손에 넣 는다고 해도 그 따위 마법 실력으로 는 내 수준의 마법사가 되는 건 불 가능하자. 차라리 개미가 코끼리가 되는 게 더 빠를 거다.”
“그러니 헛소리하지 말고, 샘플이 나 가져와라.”
“아이고, 예이, 그럽지요!”
궁시렁대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
현수를 바라보는 위긴스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한순간이라……
물론 당연히 연구의 가치도 없는 일이다. 단 한순간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몸이 버티는 한계 내에서 세 배 정 도의 출력을 일시적으로 버텨내는 정도는 연구해 볼 가치가 있겠지 만…….
‘그런데……
한순간이라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 른다. 다시는 마나를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있다면 과출력 상태를 단 한순간 정도는.
물론 그 대가는 말할 수 없이 참 혹하겠지만, 정말 저 이현수를 자신 정도 되는 마법사로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딱히 대단한 마법적 지식과 운용 능력이 없어도, 그 출력과 파 괴력만으로 모든 것을 압도해 버리 는 마법사 말이다.
“ 별생각을……
위긴스가 낮게 웃었다.
황당한 소리일 뿐이다. 딱히 머리 에 남겨둘 만한 생각은…….
하지만…….
위긴스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놓 여 있는 마력 전지로 향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라……
그래.
세상 모든 것은 그저 이론에서부 터 시작하는 법이다. 연구를 하는 이의 목적은 그 이론을 현실로 이끌 어내는 것.
그렇기에 새삼 궁금해졌다.
아직 마법사라는 이름을 붙일 만 한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이현수를 최고의 마법사로 만들어낼 수 있다 면…… 자신은 어떨까?
충분한 마력 전지를 통해 출력을
일순 끌어 올릴 수 있다면?
그 순간만큼은…….
“나도 나이가 든 모양이군. 이런 황당한 생각을 다 하다니.”
위긴스의 입에서 자조적인 목소리 가 흘러나왔다.
‘그래, 그때가……
위긴스의 입가에서 피 섞인 웃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쿡쿡.”
눈부신 빛.
자신의 룬검이 뿜어내는 그 눈부 신 빛은 위긴스의 눈마저 멀게 만들
것만 같았다.
‘고양이를 죽이는 건 결국 호기심 이지.’
이현수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와 버린 순간, 그리고 그 말을 위긴스 가 들어버린 순간.
어쩌면 지금의 결론은 정해져 있 던 건지도 모른다. 생각하지 못했다 면 또 모르되, 알고 있는 것을 행하 지 않을 도리는 그에게 없으니까.
금기, 금단, 무가치.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파 멸을 부추기는, 결코 해서는 안 되 는 연구.
그래, 알고 있다.
그게 얼마나 멍청하고 치명적인 짓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건 스스로를 파멸에 불구덩이에 집어 던지는 짓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렇기 때문 에…….
‘어떻게 연구하지 않을 수가 있 지?’
그 유혹을 무슨 수로 거부하겠는 가. 악마가 귓가에 대고 속삭여 대 는 그 달콤함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인간이란…….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반드시 해 야 직성이 풀리는 족속들이지.’
그리고 위긴스 역시 인간.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 연구에 손 을 대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인간 이었다.
우우우우웅!
아공간이 열린다.
위긴스가 손을 대기도 전에 그 안에서 십여 개의 마력 전지들이 모 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룬검의 표면 에 형이상학적인 문양이 새겨진다.
우우우우웅.
백색으로 빛나는 룬검의 표면에 푸른 선이 그어지기 시작한다. 마치 문신처럼 새겨진 푸른 선이 검에 그 치지 않고 위긴스의 손을 타고 그의 육체로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우우우우웅!
룬검에서 뻗어나간 푸른 선들이 허공에 떠오른 마력 전지들을 하나 하나 꿰어내기 시작한다.
‘이건 회주님의 탓입니다.’
그가 그의 룬검에 마지막으로 추 가한 회로. 어쩌면 이 회로를 새겨 넣을 때부터 이 결과는 정해져 있던
건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지. 결국 나는 이 길을 선택했을 거야.’
이유?
간단하다.
한 번쯤은 그도 닿아보고 싶으니 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앞으로 평 생이 지나도 결코 닿을 수 없는 영 역에.
그러니…….
“모조리 쏟아부어 주지. 어느 하 나 남기지 않고.”
기이이이이이이이 잉 !
룬검과 하나가 된 마력 전지에서
폭발적으로 마나가 쏟아져 나와 위 긴스의 몸을 향해 밀고 들어가기 시 작했다.
그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몸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