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60)
마존현세강림기-2060화(2059/2125)
마존현세강림기 83권 (20화)
4장 수긍하다 (5)
흑왕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의 두 눈이 위긴스가 만들어낸 흰빛에 격하게 고정된다. 그리고 의 식이 남아 있는 십이비도들은 눈앞 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흑왕 의 반응에 경악했다.
이 지하에서 전투가 벌어진 이래
로 흑왕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이 번이 처음이다.
“저……
흑왕의 목소리가 분명 평소와는 다르다.
믿을 수 없지만, 그 말의 끝은 미 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들은 이가 스스로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 운 일.
하지만 지금 흑왕은 자신의 목소 리를 신경 쓸 만한 여유가 없었다.
거 력.
미증유의 거력이 지금 위긴스에게 로 모여든다.
그 힘의 밀도와 크기는 지금껏 흑왕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으 로 진입하고 있었다.
‘ 인간이?’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힘의 크기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면 흑왕은 결코 바깥세상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 못했을 것이다. 무인 따위 아무리 강해져 봐야 미사일 한 방이 만들어내는 파괴력에도 미치지 못하니까.
그런 힘을 수백, 수천, 수만 기는 보유하고 있는 세상을 상대로 전쟁 을 걸 수 있던 이유는 간단하다. 파
괴력의 크기가 강함의 척도가 아니 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이 힘에는 경악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사람의 육체.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육체 가 대체 어떻게 저런 힘을 담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무모한!’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저만한 기운을 운용하고도 육체가 버텨낸다?
그건 더 이상 인간의 영역이 아
니다.
이 승부는 지금 이 순간, 흑왕조 차도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내달리 기 시작했다.
“사, 사부님……
이현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마 지금 이곳에서 위긴스가 무 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그뿐일 것이다. 이건 오로지 그와 위긴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니 까.
그렇기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
“그, 그만! 그만두란 말입니다!
사부님! 위긴스!”
이현수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위긴스에게 닿을 리 없다는 것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위긴스.”
강진호가 입술을 질끈 깨문다.
모두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곳이 다. 어떤 방법으로든 승리를 추구하 는 것을 막을 생각은 없다. 아니, 강진호에게 그런 자격은 없었다.
이들은 모두 강진호가 아니라 스 스로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니까.
그렇지만…….
‘저 얼간이가……
언제나 한 발 물러난 채로 어깨 를 으쓱이던 이가, 지금 가장 위험 한 영역에 스스로 발을 내딛고 있었 다.
뚜둑! 뚜두둑!
생생하게 들린다.
과도하게 주입된 마나를 이기지 못하고 근육이 끊어지는 소리가. 올 올이 엮인 근육이 한 가닥, 한 가닥 터져 나가며 전신이 금세 검은색으 로 물들어갔다.
우드득!
뼈조차 버티지 못하고 으스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육체의 상흔과 통증은 정 신이 겪고 있는 것에 비하면 고통이 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무색하다.
뇌가 타들어가는 것 같다.
주르르륵.
역류한 피가 코를 통해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그 피조차 채 흐르 기도 전에 기화하여 붉은 연기가 되 어 흩어진다.
실제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몸 안에 차오른 마나가 금방이라도 피
부를 찢어내고 몸 밖으로 흘러나갈 것만 같은 느낌이다. 목을 통해 마 나가 역류하고, 코를 통해 뿜어질 것만 같은 느낌.
그건 위긴스가 예상하던 ‘충족감’ 과는 확연히 거리가 있는 감각이었 다.
그럼에도…….
우우우우웅!
분명 차오른다.
단 한 번도 그가 경험해 본 적 없는 미증유의 마나가 그의 육체 안 으로 들어차고 있었다.
“쿨럭!”
기침을 토해낸 위긴스가 두 눈을 부릅뜬다. 그의 눈이 푸른빛으로 물 들었다. 분명 그가 내뿜고 있는 빛 은 백색일진대, 그의 세상은 온통 푸른빛으로 물들어간다.
‘ 이곳인가?’
위긴스가 이를 악물었다.
아니, 아직 아니다.
우우우우우웅!
그의 눈에 룬검과 연결된 채 마 나를 흘려내고 있는 전지들이 보인 다. 분명 저 마나를 채워 넣은 것은 위긴스 자신, 다시 말하자면 저 모 든 마나는 본래 그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마나를 다시 받아들이 는 과정은 그야말로 폭력적.
육체의 내구, 그가 가진 마나 회 로가 버텨낼 수 있는가 따위를 의지 가 없는 마나는 고려해 주지 않는 다. 그저 정해진 식대로 기계적으로 그의 육체 안으로 마나를 밀어 넣을 뿐이다.
‘더! 더!’
한계.
위긴스는 아직 그곳에 닿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단언컨대, 그가 한계에 닿 을 수 있는 순간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그리 고 다시는 시도해서는 안 될 오직 단 한 번의 기회.
‘ 모르겠군.’
위긴스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 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배어 나온 피가 금세 그의 이를 붉게 물들였 다.
스스로 행하고 있음에도 그 행동 원리를 알 수 없다. 모든 것은 정당 한 이유와 정당한 목표가 있어야 하 는 법. 하지만 지금 그가 하는 행동 에서는 어떤 이유도, 목표도 찾을
수 없다.
‘결국 나도 흔한 머저리란 의미겠 지.’
어차피 같은 머저리가 될 거라 면…….
제대로 머저리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오오오오오오오!”
위긴스가 받아들이는 마나의 양을 급격하게 높였다.
하늘이 열린다.
이곳은 지하. 더없이 깊은 지하. 하늘 따위 존재할 리 없다. 그가 바 라보는 곳에 존재하는 것은 하늘 따
위가 아니라 칙칙한 콘크리트 천장 뿐이어야 한다.
하지만 위긴스는 분명히 보았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이 열리 며 백색의 빛이 세상으로 쏟아지는 광경을.
‘……이곳인가?’
그가 한 번은 닿아보자 한 곳, 인 간의 육신으로 인간의 영역을 초월 한 곳, 삶을 통틀어 오직 단 한 번 의 시도밖에는 허용되지 않는 영역.
‘아니야.’
모자라다.
아직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지 않았다.
귓가에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이제 충분하지 않으냐고.
이 정도의 힘만으로도 저 백연홍 을 소멸시키는 건 충분하지 않겠냐 고. 지금 이곳에서 멈춘다면 ‘죽음’ 이라는 확정된 결과만은 피할 수 있 지 않겠냐고.
“큭큭.”
위긴스가 뒤틀며 웃어 댔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인간의 몸으로 이곳까지 도달해 보았다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와 같은
체계의 무학을 익히는 이들 중 이 영역에 발을 들인 이는 분명 위긴스 가 최초일 것이다.
저 위대한 선대의 마스터들도, 그 보다 더 위대하다 불린 엘더 나이트 들도, 그리고 마도의 극의를 연구하 기 위해 스스로 원탁을 저버린 은자 들조차 닿지 못했을 영역.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경지.
이곳에 발을 들린 것만으로도 위 긴스는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 었다. 지금 여기서 발을 뺀다고 해 도 그의 시도는, 그리고 그가 이룩 한 모든 것은 영원토록 회자되고 존
중받을 것이다.
하지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위긴스가 육체로 더 많은 마나를 밀어 넣는다.
‘그따위 것을 원하는 게 아니야.’
명예도 실적도 그에게는 가치가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확 인하는 것. 그가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스스로 도전하는 것.
그조차 몰랐다.
그의 안에 이토록 파괴적인 본성 이 존재하리라고는 말이다.
‘내가 우습지 않나, 백연홍?’
그는 백연홍을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척하는 얼간이라 비웃었다. 하 지만 그 비웃음이 무색하게도 지금 위긴스는 이 영역에 발을 들였으면 서도 인간의 치기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 아아.’
위긴스가 입가를 뒤틀었다.
‘모르겠구나, 백연홍.’
인간이란 결국 모두 비슷할 수밖 에 없는 건지, 아니면 그와 백연홍 이 지독하게 닮아 있는 건지.
파아아앗!
얼굴의 피부가 터져 나가며 피가
흩뿌려진다. 하지만 그가 뿜어낸 피 는 순식간에 그의 주변을 광폭하게 휘도는 마나에 휩쓸려 사라진다.
‘자, 나를 실망시키지 마라.’
그의 흐려진 시선이 이제는 형체 밖에 볼 수 없는 백연홍에게로 향했 다.
힘이란 결국 쏟아낼 대상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법. 그가 기댈 것 은 오직 저 백연홍의 용기뿐이었다.
‘••••••저건?’
백연홍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 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분명…….
그에게는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 어지는 현상을 해석할 만한 능력이 없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현상을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해할 수도 없다.
알 수 있는 건 단 하나.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 는 광경이 그의 삼생을 통틀어서도 가히 비교할 것을 찾아낼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이고 괴이하다는 사실뿐 이었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의 상 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별개로 지금의 위긴스는 무방비 상태나 다 름없다. 상대가 무언가 거대한 것을 준비할 때, 그걸 기다려 주는 것만 큼 멍청한 일도 없는 법.
상대가 온전히 그에게 신경을 쏟 지 못할 때, 빠르게 다가가 목을 베 어내는 것만으로 이 모든 상황을 종 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백연홍의 발은 바닥에 달 라붙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의 이성이 아닌, 그의 육체와 본
능이 미칠 듯이 경고를 해 대고 있 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이 그가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하다고.
‘겁에 질렸다는 건가?’
내가?
당혹감을 숨길 수가 없다.
이윽고 스스로가 원하던 경지에 마침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에 게 공포를 느낀다는 건가?
‘저건 대체 뭐란 말인가.’
다르다.
그가 추구하던 것과는 너무도 다 르다.
그가 원한 것은 조화, 그리고 자 연스러움.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서 벌어지 고 있는 현상은 말 그대로 부자연스 러움의 극치였다.
뒤틀린다.
위긴스의 주변을 돌고 있던 기운 들이 뒤틀리고 왜곡되어 밀려나는 동시에 위긴스에게 빨려 들어간다.
분명 저들이 사용하는 마나라는 것은 그들의 기운과는 다를 터. 서 로 간섭하지 않아야 할 것들의 경계 가 허물어진다.
무학 역시 일반적인 시선에서 바
라본다면 그저 괴이한 것. 하지만 지금 위긴스가 만들어내고 있는 현 상은 그런 무학의 세계를 살아가는 백연홍에게도 불가해의 것이었다.
전신의 털이 모두 곤두선다.
그의 몸이 자꾸만 뒤로 물러서려 고 한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당장에라도 몸을 돌려 전력으로 달 아나려 한다.
그 발목을 잡아챈 것은 다름 아 닌 백연홍의 오기였다.
아니, 어쩌면 그건 오기라기보다 는 호기심.
무학을 끊임없이 갈구해 온 그가
결코 버릴 수 없는 탐구욕.
보고 싶다.
지금 이곳에서 무엇이 벌어질지, 대체 저 괴이하기 짝이 없는 현상이 만들어낼 결과가 무엇일지 그의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어쩌면 나는 지금 기쁜 건지 도 모르겠군.”
저 힘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기회는 저 흑왕에게도, 마존에 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오직 그만이 이 힘을 그의 손으로 상대해 볼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
는가.
무학이라는 두 글자를 평생 좇아 온 이가 어떻게 이걸 외면할 수 있 는가.
“하핫!”
백연홍이 취한 듯 웃었다.
그의 발이 절로 앞으로 내뻗어진 다. 만취한 이가 달빛 아래 휘청이 듯.
“그래, 어디……
어우러져 보자꾸나.
그의 검이 원을 그린다.
부드럽게 또 부드럽게.
그가 이룬 모둔 무학의 정화를
담아.
‘한순간!’
‘단 한순간이다!’
그 순간, 흑왕과 강진호의 뇌리에 동일한 생각이 떠올랐다.
승부는 찰나에 갈린다. 저 막대한 힘의 분출을 위긴스가 감당할 리가 없다. 이건 분출과 동시에 종말에 달할 것이다.
혹왕과 강진호가 홀린 듯 앞으로 나섰다. 자신들의 뒤에 있는 이를 지킬 사람은 오직 자신들뿐이라는 듯이.
그리고 그 순간.
탄생이자 소멸을 의미하는 빛이 명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