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62)
마존현세강림기-2062화(2061/2125)
마존현세강림기 83권 (22화)
5장 도달하다 (2)
지지직.
“뭐, 뭐야!”
“빌어먹을, 왜 안 나와! 채널! 채 널 돌려, 당장!”
“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야! 카메 라가 망가진 모양인데.”
“개 같은 소리 하지 마! 그 많은
카메라가 단번에 다 망가진다는 게 말이나 돼?”
화면을 통해 전투를 지켜보고 있 던 나이트들의 입에서 험한 욕설이 연이어 터져 나온다. 나이트라는 지 고한 직위에 오르기 위해 그 품격마 저 검증받은 이들이지만, 유래 없을 정도로 흥분한 그들은 분노를 감추 는 법조차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건 이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분명히 보았 으니까.
저 화면이 끊기지 전, 저 조악하
기 짝이 없는 영상 장치가 보내오는 광경을.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그 가 공하기 짝이 없는 경지를.
화면 너머로 힘이 전해질 리가 없다. 아무리 위대한 힘이라 한들, 이 지구 반대편에서 느낄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 화면을 본 이 들은 모두가 위긴스가 이끌어낸 그 가공할 힘의 편린을 생생히 체험한 것 같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실제 그 힘이 터져 나오는 것은 찰나조차 보지 못했음에도 말이다.
“어떻게 사람이……
“마스터 위긴스……
전율.
그 말이 아니고서야 무슨 말로 표현을 하겠는가.
그건 말 그대로 마도의 정점이었 다. 연구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밝 히고, 그 이치를 손에 넣어 세상의 법칙을 농락하는 것이 마도.
그렇다면 지금 그들이 본 광경이 야말로 그 마도의 본질에 완벽하게 부합하고 있었다. 인간으로서는 결 코 손에 넣을 수도 없고, 손에 넣어 서도 안 되는 힘을 한낱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 제멋대로 휘두르고
있으니까.
저기에 있다.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것.
그저 꿈에서만 그려오던 것이 바 로 저곳에 있었다.
“……위긴스.”
몇몇 이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 필이면 그토록 그들이 원하던 곳에 가장 먼저 발을 들인 이가 원탁의 배신자라는 사실에 절망하며.
하지만 몇몇의 반응은 전혀 달랐 다.
“……결과가 옳다면 모든 것은 정 당하다.”
“우리가 원탁의 체제에 얽매여 있 는 동안 마스터 위긴스는 저기까지 간 거다.”
노골적인 불쾌감.
하지만 그 안에서 확연한 동경의 빛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모두가 안다.
저건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이 카루스.
금단의 진리에 발을 담그고 정해 진 결과를 향해 날아가는 이의 마지 막 외마디 비명과도 같은 광경이다.
그럼에도…….
“닿을 수 있을까?”
이곳에 있는 이들 중 누구도 그 런 위긴스를 불쌍하게 여기거나, 스 스로 언젠가 닿을지도 모르는 그 경 지를 두려워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 았다.
그들은 이미 마도에 혼을 빼앗긴 존재.
원하는 진리를 손에 넣을 수 있 다면, 그 영혼이라도 팔 각오가 되 어 있는 이들이니까.
“닿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 지. 다만……
나이트 중 하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길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길의 존재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들은 발전할 것이다. 우주의 존재 를 모른다면 우주를 연구할 수 없 고, 별의 존재를 모른다면 별을 연 구할 수 없다.
확실한 이정표가 생긴 것만으로도 그들은 나아갈 동력을 얻을 수 있 다.
“나이트 위긴스……
“마스터.”
그건 무척이나 이상한 일이었다.
마스터는 그들에게 모든 것을 내 주고 갔다. 그의 죽음은 그들의 가 슴에 확연한 무언가를 남겼다.
하지만…….
원탁에 있어서 최악의 배신자라 할 수 있는 위긴스가 그들에게 준 것은, 어쩌면 마스터가 남긴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클지도 모른다.
포기할 줄 모르는 신념조차 그 방향을 잃는다면 무의미한 노동에 불과한 법이니까.
“어쩌면……
“그럴 사람은 아니야.”
“ 다만.”
누군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 의도가 무엇이든, 그는 우리 가 이 광경을 보길 바랐겠지.”
“그걸로 충분하다.”
나이트들이 눈을 감았다.
마스터. 위긴스.
원탁을 상징하던 한 시대가 저무 는 순간이었다.
쾅
“지랄을 하고 있네!”
분을 이기지 못하고 TV를 부숴 버린 총회의 회원들이 이를 갈아댔 다.
여기에서 끊기는 건 과도한 농간 이다. 조금 더, 아무리 못해도 조금 이라도 더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만큼이나 저 백연홍이 보여준 검은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프레임의 한계가 있는 TV로는 그 검의 진의를 절대 담아내지 못한다.
절대로.
그건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봐야 느낄 수 있는 경지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조악한 화면으로 보이는 그 궤적만으로도, 그 유려함만으로 도 그 검은 지켜보는 모두의 혼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너무도 지고한 경지.
차마 따라갈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 아득하고도 아득한 경지.
그 경지 앞에 적아는 사라진다. 그 검에 홀린 이들은 그 검이 위긴 스의 목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도 잊어버렸다.
“좀 더…… 조그만 더 봤으면 뭔 가 잡힐 것 같았는데.”
“……그게 본다고 잡히는 게 아니 야.”
“나도 알아! 안다고! 그래도 뭔 가…… 그……
화두.
어떤 것이든 시작은 필요한 법.
그 검을 흉내 내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그 검을 가슴에 담는 것은 가능할 터. 하지만 뇌리 속에 화인 처럼 생생하게 박혔다고 생각한 검 의 궤적이 그 짧은 시간 만에 점점 흐려진다.
그들의 능력으로는 아직 그 검을 기억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듯 이.
“……어떤 기분일까?”
“뭐가?”
“저런 검을 휘두르면 어떤 기분일 까?”
“……죽여주겠지.”
그 검의 궤적은 잊었지만, 그 검 을 휘두르는 백연홍의 표정만은 기 억이 난다. 더없이 온화하며, 더없이 환희에 차 있는 그 얼굴이.
“완성에 이른 검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런 게
실제로 가능할 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글쎄, 일단 이사님이라면 이렇게 말했겠지.”
“뭐라고?”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 다. 헛꿈 꾸지 말고 하던 거나 해 라.”
“……그랬을 것 같네.”
“하지만 회주님이라면 이렇게 말 했을걸?”
“……뭐라고?”
말을 하던 이가 표정을 굳혔다.
“안 될 건 없지.”
“안 될 건 없지.”
강진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분명 강진호라면 그렇게 말했 을 것이다.
“ 그래••••••
불가능할 것이다. 수십, 수백 년 의 시간을 투자해도 닿을 수 없을지 도 모른다. 아니, 모든 것을 쏟아부 어도 닿지 못할 확률이 대부분일 것 이다.
하지만…….
“안 될 건 없지.”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
하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들은 강진호를 보면서 경쟁심을 느끼지 않는다. 궤를 달리하는 그의 무학은 목표로 삼기에는 너무도 멀 었다.
아득한 것은 백연홍의 검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그의 검은 강진호 와는 명백히 달랐다.
모두가 본능으로 이해한다.
저 검은 그들이 걷고 있는 길 끝 의 어딘가에 닿아 있다. 가다 쓰러 지는 게 당연할 만큼 멀지만, 그 검 은 분명 이 길 위 어딘가에 존재한
다.
그 이정표를 두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뭔가 달라진 기분이다.
“……중국 놈들도 봤겠지.”
“ 아마도?”
몇몇이 웃어 대기 시작했다.
세상은 지금 더할 수 없는 위기 에 처해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 자면, 세상이 아닌 무인계가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이 모든 극단적인 일들은 그 길 을 피하기 위한 발악에 지나지 않는 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
음에도 그들은 결국 눈앞에서 펼쳐 지는 무학에 눈을 빼앗기고 만다. 부나방이 불을 향해 날아들 듯 말이 다.
“……승부는 어떻게 된 거지?”
“글쎄.”
모두가 이쯤 오면 숭부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저들은 이미 자신들을 중명했으니까.
콰아앙!
“쿨럭!”
등에서 가공할 충격이 느껴진다. 그 충격에 입에서 피를 내뿜은 이현 수가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지금 그를 당황시키는 것 은 등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이 아니라 이 상황, 그 자체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는 분명 위긴스가 마력을 끌어 올리는 모습을 초조한 마음으로 지 켜보고 있었다. 그 마력이 발출되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고 있기에.
하지만 정신이 든 순간, 그는 이 미 이 먼 거리를 날아 단단한 콘크 리트의 벽에 처박히고는 바닥을 구 르는 중이었다.
무언가 끊겨 있다.
술에 잔뜩 취해 블랙아웃을 겪은 것처럼, 분명 눈을 뜨고 있었건만,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 해를 할 수가 없다.
“뭘……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을 참 아내며 이현수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현수가 두 눈
을 부릅떴다.
그의 앞.
그의 앞을 총회의 이사들이 진을 친 채 막아내고 있었다. 마치 그를 보호하기라도 하듯이.
“……멍청한 놈이 무리하기는.”
“흥.”
장민과 바토르가 걸레짝 같은 몸 으로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아물어 가던 바토르의 몸이 다시 터져 피를 흘리고, 겨우 안정을 되찾은 장민의 몸이 다시금 붉게 물들어 있다.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방진훈
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서 눈도 떼 지 못하고 얼어 있고, 이명환은 그 의 옆에 처박힌 채 신음한다.
하지만 다른 것.
단 하나 이들과 그가 다른 것이 있다면, 이들 모두는 하나같이 앞쪽 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돌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었다.
무엇을 보고 있기에?
아니, 무엇을 보았기에?
이현수가 금방이라도 꺾여 떨어질 것 같은 고개를 억지로 들어 올렸 다. 거대한 바토르의 어깨와 조그마
한 장민의 어깨 사이로…….
그가 너무도 잘 아는 등이 보인 다.
“……마존께서 지켜주지 않으셨다 면 다 죽었겠군.”
“뼈도 안 남았겠지.”
강진호.
그가 전신에 마기를 두른 채 그 들의 앞을 막고 서 있다. 타오르는 마기가 천장까지 솟아오를 정도인 것을 보면, 그가 지금 얼마나 큰 힘 을 끌어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 었다.
“무슨…… 쿨럭쿨럭!”
이현수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온 다. 언제 이런 충격이 몸을 덮쳤는 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 까?”
그 말을 들은 바토르와 장민은
비슷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분명 보았지만 도저히 설명할 수 없
다는 얼굴. 이현수가 무학에 무지하 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자 신이 본 광경을 언어로는 표현하기 힘들다는 얼굴이었다.
“……사부님은요?”
그 표정에 어린 감정을 알아챈
이현수가 더 급한 것을 쫓기 시작했 다.
“저기 있지.”
바토르가 턱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호의 몸을 두르고 타오르던 마기가 사그라들며 마기에 가려져 있던 광경이 이현수의 눈에 들어온 다.
“사, 사부……
이현수가 눈을 부릅떴다.
광장의 중앙.
마치 거대한 망치로 내려찍기라도 한 듯이 원형으로 파인…… 아니,
파였다기보다는 압력으로 짓눌려 버 린 바닥.
그 바닥 위에 두 사람이 서 있다.
‘ 누가••••••
이현수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 켜 쥐었다.
‘누가 이겼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하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풀어주 겠다는 듯 백연홍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