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66)
마존현세강림기-2066화(2065/2125)
마존현세강림기 84권 (1화)
1장 이어지다 (1)
인간은 타인의 행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서로 이해하는 척할 뿐이다. 어떤 노력을 한다고 해도 사람을 타 인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으니까.
그저 짐작하고 이해한 척하며 서 로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하지만…….
특정한 한순간만큼은 타인의 감정 을 완전하게 이해할 때가 있다.
흑왕이 평온한 얼굴로 눈을 감은 백연홍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다행이로군.’
그의 마지막은 힘겹지 않았다는 의미니까.
천천히 다가간 흑왕이 손을 뻗어 백연홍을 안아 들려다 잠시 멈칫한 다.
어쩐지…….
그가 손을 대는 순간 백연홍의
평온함이 사라져 버릴까 봐 겁이 난 다.
손을 뻗은 채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결국에는 백연홍의 어깨를 움 켜잡았다. 그의 평온함이 사라지는 것도 무섭지만, 이제야 휴식에 든 그를 이대로 계속 세워두는 것도 마 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무너지듯 그의 품으로 쓰러진 백 연홍의 얼굴은 여전히 평온했다.
‘나는•…”
자신의 죽음은 이런 평온함과 함 께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겠지.’
그는 백연홍 같은 사람이 아니니 까.
백연홍은 한없이 자유로운 사람이 었다.
그는 자신의 삶에 묶이지 않고, 자신의 출신에 억압받지 않았다. 강 호에서 가장 엄격한 도가에 몸을 담 았음에도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그 누구보다 제멋대로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 삶과 제 길마저 농락하며 자신이 맞이하고 싶은 끝을 맞았다.
어쩌면…….
다른 십이비도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흑왕이 백연흥을 감싼 이유 는 그 자유러움이 부러워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흑왕은 아니다. 흑왕은 백 연홍이 될 수 없다. 그는 백연홍처 럼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없는 이 였다.
‘그럴 수 있다면 진즉에 그랬겠 지.’
반쯤은 제 삶을 즐기며 살아온 백연홍과는 다르게, 흑왕은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서 살아왔다. 그런 그 에게 있어서 지금의 목적을 내려놓
으라는 말은 그의 삶 전체를 부정하 라는 말밖에는 되지 않는다.
아마 백연홍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럴 수 있다 믿었겠지. 그럼에도 내려놓는다면 편안해진다 고, 더 많은 것이 보인다고 말한 거 겠지.
하지만…….
“ 나는••••••
백연홍을 안아 든 흑왕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사 람이 아니다.”
얼마나 잃어야 하는 걸까?
그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 해서는 얼마나 더 잃고, 얼마나 더 고통스러워야 하는 걸까?
저벅저벅.
흑왕이 백연홍을 조심스레 그가 앉은 의자 뒤에 내려놓았다.
“흑왕이시여……
그런 그의 모습이 평소 같아 보 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리우양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 게 다가온다. 하지만 흑왕은 그저 담담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신경 쓸 것 없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게 뭔지 알아?”
“슬프지가 않다는 거다.”
리우양이 입을 닫았다.
이해할 것 같다.
흑왕은 수도 없는 죽음을 지켜보 고, 수도 없는 상실을 겪어왔을 테 니까. 슬픔을 느껴야 하는 순간조차 제대로 된 슬픔을 느낄 수 없을 것 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흑왕이 남은 십이비도들을 바라보았다.
“처참한 꼴들이로군.”
“혹왕•…”
“고생들 했다.”
그가 원한 게 이런 결과는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직면한 결과 가 그가 원한 것보다 못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차라리 잘된 것일지도 모른다.’ 가슴속에 분명 하나의 의문은 존 재했다.
정말 이런 방식으로 가른 승부에 스스로 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정 말 그는 마존과 직접 겨루지 않고 얻어낸 승리에 만족할 수 있을까?
흑왕이 입가를 비틀었다.
그렇다. 그리고 아니다.
승부로 얻어낸 것에는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그는 마존 의 앞에 섰을 것이다. 세상의 이야 기는 끝날지 모르지만, 그들의 이야 기는 끝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
“결국은 이리될 일이었다는 거겠 지.”
이제 지난 승부의 결과 따위는 무의미하다. 이제 남은 것은 그와 강진호의 승부.
그 단 한 번의 승부가 모든 것을
가를 것이다.
이 전쟁에 걸려 있는 것.
무인계의 미래.
지독한 입장과 입장의 충돌.
그리고…….
그들 사이의 질긴 악연까지.
그 모든 것이 마침내 종착점에 도달했다.
“흑왕.”
어느새 정신을 차린 공령이 앞에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다.”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라는 것쯤
으
“혹왕•…”
도귀 역시 겨우 입을 열어 그를 부른다.
환사 역시 처참하기 짝이 없는 몰골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교 적 상처가 덜한 장왕조차 그 얼굴에 지어낸 표정은 환사나 도귀와 그리 다를 것도 없었다.
그들을 넘어 신창의 시신과 백연 홍의 시신을 두 눈에 담은 흑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런 표정들을 하고 있지?”
“내가 지기라도 할 것 같은가?”
공령이 낮게 웃었다.
“설마. 꿈에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야지.”
흑왕이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폈 다.
인간 양첸은 패배할 수 있을지 모 른다. 하지만 흑왕은 패배할 수 없다.
그는 이것에 너무 많은 것을 걸 어왔으니까.
‘하지만 그건……
흑왕이 고개를 들어 건너편을 바 라보았다. 그의 두 눈에 강진호의 모습이 들어왔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겠지?’
서로 너무 많은 것을 걸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의 어 깨에는 그 살아온 세월만큼의 짐이 올려지는 법. 나이가 들어 적당히 내려놓을 때를 알지 못한 채 삶을 이어온 이들은 지독할 만큼의 무게 를 버텨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잔재주 같은 건 통하지 않을 것 이다.
“당연히 승리하고 돌아오지. 하지 만……
“하지만이라는 말은 듣지 않겠습
니다.”
“들어.”
“혹왕!”
흑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이 없어서 하는 말이 아니 야. 아마 저쪽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을 거다. 저 인간도 그런 인간이 니까.”
“혹시라도 내가 패한다면, 저항 같은 건 하지 말고 저 인간이 하자 는 대로 해.”
“혹왕, 하지만……
“미래를 정말 지옥으로 끌고 가는
방법은 간단하지. 영원히 싸우는 거 야, 영원히. 분열하고 중오하며 영원 히.”
“그건 내가 이루려 한 모든 것을 시궁창에 처박는 짓이다. 승자가 모 든 것을 가진다. 그게 전부 아니던 가. 우리는 그 야만스럽기 짝이 없 는 법칙이 통하는 세상을 지키고 싶 던 거다. 그렇지 않나?”
십이비도들의 얼굴에 불만이 어렸 다. 하지만 결국 그들도 고개를 끄 덕이고 만다.
“백연홍이 죽은 게 다행이군요.”
“……동감이군. 그놈이 살아 있었 다면 골치 아팠을 수도 있겠어.”
쿡쿡대며 웃은 흑왕이 십이비도들 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흐, 흑왕.”
“마지막 남은 삶을 내게 걸어준 것에 감사를.”
고개를 든 흑왕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 결실을 얻을 시간이 로군.”
“믿고 있겠습니다.”
가만히 미소를 지은 혹왕이 천천 히 몸을 돌렸다.
‘조금 두근거리는군.’
많은 것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 간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잠시 접어두 자. 지금만은 인간 양첸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으니까.
“자……
이제.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회주님.”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표정이 왜 그래?”
“하지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항상 냉철한 이현수가 지금은 마 치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 고 있었다.
“ 회주님……
청산유수처럼 말을 쏟아내던 그 입이 지금은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바보가 되어버린 것처럼.
강진호가 다시 한번 피식 웃었다.
“누가 보면 죽으러 가는 줄 알겠 네.”
“……설마요.”
이현수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조악한 상상력으로는 도무지 강진호가 패배하는 모습을 그릴 수 없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강진호는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하지?’
이미 잃지 말아야 할 사람을 잃 은 후라 그런지, 자꾸만 가슴이 갑 갑해져 온다.
“회주님.”
그때, 이명환이 강진호를 향해 걸 어왔다.
“……반드시 이기실 거라 믿습니
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저는 아직 회주님께 배워야 할 게 많이 남았으니까요.”
“글쎄.”
강진호가 미소 띤 눈으로 이명환 을 바라보았다.
“이젠 딱히 배울 게 없을 것 같은 데?”
“아직 멀었습니다. 많이 멀었죠.”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강진호가 이명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시간 따위로 해결할 수 있는 게 뭐 얼마나 된다고.”
그 삐딱한 목소리를 들은 강진호 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혈왕이 심드렁한 얼굴로 말 했다.
“잊지 마십시오. 혈교는 마존과 계약을 한 겁니다. 마존이 죽으면 그때는 제 마음대로 할 겁니다.”
“……그건 꽤 무서운 협박이군.”
“홈.”
혈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눈에는 강진 호가 꽤 태평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주인.”
바토르가 그 두터운 손을 뻗어서 건너편을 가리켰다.
“ 저자다.”
“••••••웅?”
바토르가 히죽 웃었다.
“저자만 꺾으면 주인이 최고다.”
“목을 부러뜨려 버려!”
강진호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어 댔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을 못해봤군.” 확실히 그와 바토르는 뇌 구조가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고니 어
쩌니 하는 말을 입에 담을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뭐 새삼스럽지도 않다.
지금껏 그 유치한 인간들이 치고 받는 꼴을 지켜보지 않았던가.
‘나도 별로 다를 게 없지.’
아니.
어쩌면 강진호야말로 그들 중 가 장 유치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마왕.”
홍왕이 절뚝거리며 그에게 다가와 말한다.
“마음의 준비는 끝났나?”
“뭐, 대충은.”
“부담을 떨치라는 둥 개 같은 소 리는 하지 않겠다.”
강진호가 살짝 눈을 크게 뜨고 홍왕을 바라보았다. 설마 그 근엄한 홍왕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이 야.
“그대는 그 부담을 짊어지고도 싸 울 수 있는 이니까.”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누군가 를 내 위에 둬본 적이 없다.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면……
홍왕이 혹왕을 슬쩍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마왕 쪽이 좋겠군.”
“그거 영광이로군.”
알고 있다.
이건 홍왕 나름의 응원이라는 것 을. 말주변이 없는 홍왕이 이렇게까 지 말을 해준 것도 나름 대단한 일 일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이기고 와라.”
홍왕이 강진호의 어깨를 꽉 움켜 잡았다. 마치 자신에게 남은 힘을 전하기라도 하는 듯이.
“그러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홍왕 이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주고는 뒤
로 물러났다.
다음으로 강진호가 맞이해야 하는 사람은 예전과는 무척이나 다른 표 정을 짓고 있었다.
“마존이시여.”
장민이 낮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 승부를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얽히고 얽힌 인연이라는 것은 때 로는 승부를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끌고 가기 때문이지요. 아마 제 생 각에 이건 이미 누가 더 강하냐의
승부는 아닐 겁니다.”
“그러니 감히 여쭙겠습니다, 마존
이시여.”
강
장민이 더없이 진지한, 그리고 한 편으로는 더없이 간절한 눈으로 진호를 바라본다.
“그 손으로 청마의 숨을 끊을 오가 되어 계십니까?”
M
99
각
강진호의 눈이 가만히 장민을 마 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