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7)
마존현세강림기-207화(207/2125)
마존현세강림기 9권 (8화)
2장 창업하다 (3)
카페는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강은영은 생각처럼 분위기를 즐길 수가 없었다. 바로 앞에 동 경하던 최연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커피 진짜 맛없네.’
평소 음식 맛을 많이 따지는 편은 아니지만, 이제는 장인의 경지에 오 른 강지환의 커피를 매번 마시다 보니 이런 식의 어설픈 바리스타가 뽑은 커피에서는 영 맛을 느끼지 못하는 강은영이었다.
“커피는 거의 입에 안 대는 것 같 네‘?”
“아, 아니에요.”
“ 별로야?”
맛있다고 맘에 없는 말을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강은영 이 머뭇대자 최연하가 빙긋 웃으면
서 말했다.
“잘가는 카페가 따로 있는가 봐? 보통은 이 정도면 다 맛있다고 하던데.”
“아버지가 카페를 하셔서요.”
“아, 맞다. 세아 씨 아버지가 카 페하신다고 그랬지?”
“네. 다른 건 몰라도 커피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뽑으시거든요. 그래 서 매번 그것만 먹다 보니……
“아……”
최연하가 이해할 것 같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른 커피는 먹기가 힘들
지.”
“다음에 한번 오실래요? 진짜 맛있어요. 케이크도 괜찮거든요. 제가 쏠게요.”
“어머? 그래줄래?”
최연하가 입을가리고 웃었다.
“세아 씨 생각보다 연기 잘하더 라.”
“정말요?”
“내 생각에 세아 씨는가수보다는 연기자 쪽이 좀 더 전망이 좋을 것 같아. 물론 세아 씨한테가수가 안 어울린다는 말은 아니고, 내가 보기 에는 말이야. 나는 연기자라 그런지,
싹이 보이는 사람은 그냥 둘 수가 없더라고. 기분 나쁘게 듣지 마.”
“절대 기분 나쁘지 않아요. 선배 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시다니, 진짜 꿈만 같아요.”
“진짜? 그냥 하는 말 아니고?”
“아니에요! 제가데뷔하기 전부터 선배님을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이 번 드라마도 선배님이 주연하신다기 에 제가 넣어달라고 얼마나 졸랐는데요.”
“말만으로도 고마워.”
최연하는 너무 기분 좋다는 듯 입을가리고 웃었다.
‘성격도 좋네.’
강은영은 최연하라는 사람이 자신 이 생각하던 이미지와 딱 맞아 너무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 알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연예인의 이미지와 실제 그 사람이 얼마나 다른지 말이다. 겉으로는 청순한 이미지로 모두 에게 사랑받는 톱스타가 실제로는 나르시스트에 주변 사람들을 지독하게 괴롭히는 사디스트인 경우도 흔 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가짜를 연기 해야 하는 연예인들은 그 극심한 스
트레스를 이상한 방면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최연하는 그녀가 생각하는 이미지 그대로 좋은 사람이었다.
“선배님은 저한테 뭐 궁금한게 없으세요?”
“음, 이건 세아 씨한테 궁금한 거 라기보다는…… 어찌 들으면 좀 생 뚱맞게 들릴 수는 있을텐데……
생뚱맞다고?
강은영은가만히 최연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세아 씨 오빠는 어떤 사람이야?”
“ 네?”
갑자기 날아든 돌직구에 강은영이 미묘한 얼굴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그 방은 습했다. 그리고 어두컴컴 했다.
이현수는 긴장된 모습으로 철문 아래 보이는 어두운 방을 주시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어설프게 눈에 들어온다.
‘빌어먹을.’
이놈을 만나러가는 길은 항상 이 랬다.
그리고 이 길에 들어설 때마다 이 현수는 ‘과연 내가 이 지하에서 무 사히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쓸모가 있다고는 하지 만……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 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영남회 같은 무력 단체들은가끔 길이 아닌 줄을 알면서도 걸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이현
수이지만, 그래도 정도라는게 있다는 생각만큼은 버릴 수가 없었다.
외도 (外道).
영남회의 회장인 김석일은 이자를 외도라 불렀다.
비인외도영 h 人外道).
사람이되, 사람의 길을 걷지 않는 자.
매우 적절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 지하에 있는 놈에게 붙여주기에는 너무도 고풍스러운 말이란 느낌이 항상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아래에 있는 것에게는 조금 더 저열하고 과격한 호칭이 어울렸다.
“휴우……”
깊게 심호홉을 한 이현수가가만 히 지하를 바라보았다.
이해는 한다.
조직이라는 것을 다뤄본 이들이라 면 다들 이해할 것이다. 세상은 실 력과 인맥 따위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뜬구름을 잡는 것 같은 소리가 더 중요할 때가 있 었다.
앞선 스펙과 최첨단의 설비가 혁 신과 감성이라는 두 마디 앞에 무참 하게 침몰하고 만 것처럼 말이다.
이현수에게 있어서 그것은 명분이 었다.
거추장스럽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지만, 없으면 안 되는 것.
누구나 그게 본심이 아닌 것을 알 고 있어도 내세울 수밖에 없는 것.
어느 정치인도, 어느 정당도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내가 권력을 얻고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라 고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국민들 이 그 사실을 미루어 짐작하고 있음 에도 겉으로는 국가의 안녕과 사회의 발전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어째서?
명분이라는 것을 벗어던지고 진심을 말하는 순간, 사람들은 미루어 짐작하던 것을 확신하고 돌을 던지 기 시작하니까.
자동차 회사가 ‘우리는 해외의 시 장을 손해 보며 개척하는 대신에 국 내 시장에서 막대한 이득을 얻어내 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어느 날 모 정당。] ‘우리는 사실 국가 안녕 같은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뒷돈이나 받으며 권력을 휘두 르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커밍아웃
을 하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 래도 국가와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 분이 있을 때는 터지지 않던 화약이 순간적으로 터져 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명분이란 무척 중요했다.
영남회와 총회가 벌이고 있는 알 력이 결국에는 이권을 위한 세력 싸 움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겉으로는 ‘우리는 외세에 대비하고 무예의 맥을 이어간다’는 명분을 내 걸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서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했다. 적 어도 너무 눈에 띄도록 더러운 짓은 저지르지 말 것.
저질러도 아닌 척할 수 있도록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둘 것.
영남회의 회장 김석일에게는 외도가 바로 그 구멍이었다.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도록은밀 하고 조용히 일을 해결해 주는 동시에, 그 정체가 드러나면 언제든 꼬 리를 자르고 관계를 부인할 수 있는 좋은 패.
하지만…….
이현수는가만히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바라보다 천천히 안으로 걸 어 들어갔다.
어둠이 짙다.
검은 물감을 풀어놓은 물이 주변을 채운 것처럼, 충분히 단련되어 있는 이현수의 눈으로도 주변을 제 대로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그리고 풍겨오는, 코를 찌르는 악취.
피비린내.
그것도 신선한 피가 아니라 말라 붙고 반쯤은 썩어버린 피 냄새가 코를 찔러온다. 수많은 악취가 뒤섞인 그 향은 이현수의 짧은 어휘력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했다.
손을 들어 올려 코를 틀어막고는 계단을 계속 내려간다. 마침내 바닥 까지 내려선 이현수가 낮게 말했다.
“외도.”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이현수는 서두르지 않고가만히 다시 입을 열었다.
“ 외도!”
“듣고 있어.”
대답은 등 뒤에서 들려왔다.
‘ 언제?’
등 뒤는 방금 그가 내려온 계단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 외도가 거기까지 와서 섰다는 말인가.
인기척은 조금도 느끼지 못했는
데…….
악취 사이에서 진득한 피 냄새가 느껴진다.
‘개 같은 새끼.’
이현수는 나직하게 이를 갈았다.
아무리 쓸모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놈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영남회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썩어버렸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누굴 비난하겠는가.
이현수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 울 수 없었다.
“회장님이 찾으신다. 해야 할 일
이 있어.”
“회장? 회장? 회장?”
“미친놈이……
그러자 그의 귀 바로 옆에서 후끈 하고 끈적한 입김이 훅, 하고 느껴 졌다.
“내가 미친 것 같아?”
“글쎄, 미쳤을지도 모르겠네. 넌 목덜미가 하얘. 하얗다고. 음, 내가 왜 지금 너를 살려두고 있는지 모르 겠는데? 그 목덜미를 뜯어내고 싶 어. 뜯으면 어떤 소리가 날까? 그래 서…… 방금 뭐라고 그랬지?”
이현수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외도.
마공이 골수까지 치밀어 인성을 상실해 버린 자.
영남회는 그가 다른 이들에게 쫓 기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대신에 다른 이들에게 시킬 수 없는 추잡한 일들을 맡겨 처리하도록 하고 있었다.
‘좀 더 심해졌군.’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이보다는 대화가 통했다.
“회장님이 나를 죽이지 말라고 했 으니까.”
“ 회장?”
“김석일.”
그러자 갑자기 조용한 침묵이 찾 아왔다.
“그래, 김석일. 그랬지. 그래서 무 슨 용무라고?”
“네가 죽여야 할 사람이 있다.”
“난 언제나 사람을 죽이는데?”
‘빌어먹을 새끼.’
이런 놈과 말을 섞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기 경멸을 불러온다. 이현 수는 굳이 더 대화를 나누려 하기보 다는 용건만 간단히 설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툭!
이현수가 집어 던진 서류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름은 강진호. 아직 서른도 안 된 애송이다. 주시하는 눈이 꽤 있 으니까 될 수 있으면 소리 없이.”
사사삭.
이현수는 짜증 어린 얼굴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자리와 상황이 분위기를 만드는 법이라지만, 종이를 뒤지는 소리가 이렇게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는 곳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이곳이 유 일할 것이다.
“……애송이?”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놈을 애송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면, 세상 겁나는게 없겠어. 나도 그런 배짱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나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 서 있지도 못하 겠는데 애송이래. 끌끌끌끌.”
순간, 이현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마인.
그리고 정신병자.
피비린내 나는 인간 백정.
그 모든 지랄 같은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음에도 영남회가 외도를 처분하지 못한 것은 그 실력만큼은 너무도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런 외도가 지금 우는소리를 늘 어놓고 있었다. 이제껏 단 한번도 없던 일이다.
‘미친놈의 눈에만 보이는 뭔가가 있는 건가?’
“그래서 안 하겠다는 건가?”
“안 해?”
외도가 고개를 갸웃했다.
“안 할 수 있나? 안 할 수 있으 면 안 할 수 있어? 안 하고? 내가 안 해? 시키는 걸 안 한다, 안 해.
안 할 수 있을까?”
혼자서 중얼거리고 낄낄대기를 몇 분이나 반복하던 외도의 눈에 핏발 이 서기 시작했다.
“목에 이를 박아 넣고, 배에는 손을 쑤셔 박을 거야. 목덜미와 내장 이 동시에 뜯어져 나갈 때 사람의 표정을 본 적 있어? 이 얼굴을 한 놈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 무표 정한 얼굴이 어떻게 변할까? 궁금하지? 궁금해?”
“……빠른 처리를 바라지.”
이현수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 려 계단을 올라갔다. 어둠이 눈에
익자 구석에 있는 커다란 봉투로 감 싼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짐작도 하고 싶지 않다.
‘강진호라는 놈이 불쌍하군.’
저놈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동정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강진호지만, 될 수 있으면 곱게 죽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게 이현수가 강진호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