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71)
마존현세강림기-2071화(2070/2125)
마존현세강림기 84권 (6화)
2장 격돌하다 (1)
이현수의 손끝이 덜덜 떨린다.
들리지 않는다.
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그 리 크기 않고, 그의 실력으로 이만 한 거리에서 그 대화의 내용을 엿듣 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대화의 내용이 무엇인
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직 지금, 저 두 사 람이 서로의 모든 것을 꺼내 진심으 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리라.
‘짓눌려 터져 버릴 것 같아.’
딱히 위협적인 무언가는 필요하지 않다.
그저 저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숨이 막 혀온다.
존재감이란 말은 이럴 때 사용하 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닐까?
이현수가 고개를 슬쩍 돌렸다.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압박감을 느 끼고 있는 이유가 과연 그의 무위가 약하기 때문인지.
그리고 그 의문의 결과는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야.’
그가 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장민도, 바토르도, 저 상황을 지 켜보고 있는 모두가 이현수와 비슷 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그래, 같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기름을 가득 채운 유조차가 전속 력으로 치달려 서로를 향해 돌진하 는 모습을 직면한다면?
산처럼 쌓인 화약으로 이어진 도 화선이 화약의 바로 앞까지 타들어 간 모습을 바로 앞에서 목격한다면?
그 광경을 목격한 이라면 누구든 비슷한 표정을 짓게 되지 않을까?
지금 이들이 짓고 있는 표정이 바로 그랬다.
아니, 이들뿐 아니다. 저 건너편 에서 강진호와 혹왕을 바라보고 있 는 십이비도들의 표정 역시 딱히 다 를 게 없었다.
그리고 이현수는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다를 게 없구나.’
지금까지 그는 몇 번의 승부를 코앞에서 지켜봤다.
그들의 도전에 가슴이 뛰고, 누군 가의 패배의 가슴이 아렸다.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성심을 다해 안타까 워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는 그 승부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반쪽짜리 무인.
무인이지만 무인이 아니고, 평범 한 이이지만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없는 이.
그런 그에게 있어서 이 승부의
격은 너무도 높았다. 바로 앞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현장감뿐, 그 승부에 대한 이 해도는 TV 너머에서 이 광경을 바 라보고 있을 평범한 사람들과 그리 다를 게 없었다.
그 미묘한 이질감.
스스로의 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이질감에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면 거짓말일 것이다. 저 승부를 온 전히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을 부러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공간에서 그 혼자만 유리되어 있는 느낌.
하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
그 유리되었던 감각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동질감’이라는 감정이 채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이현수는 알아버 렸다.
바토르도, 장민도, 심지어 홍왕까 지.
그들조차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난 승부를 지켜보던 이현수와 다 를 바 없는 처지라는 사실을 말이 다.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얼굴. 이들과는 도저히 어
울리지 않는 표정이 그들의 얼굴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현수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만큼이나 격차가 큰 거야.’
이현수와 그들의 격차, 그 이상으 로 저 두 사람과 이들의 격차가 큰 것이다. 저 상리를 벗어난 두 존재 는 초인조차도 평범한 사람으로 전 락시켜 버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궁금해졌다.
과연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을 까?
과거에도 이만한 무인이 서로 목 숨을 걸고…… 아니, 그 이상의 것
을 걸고 승부를 벌인 적이 있었을 까?
‘있을 리가 없지.’
이 전쟁이 벌어지기 전, 이현수의 물음에 강진호는 분명 대답했었다.
지금의 자신은 과거의 그보다 더 강하다고.
강진호는 강호사에 고금제일마라 전해지는 이. 그와 같은 수준에 오 른 이가 또 하나 있다면, 그가 고금 제일이라 불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있을 리가 없다.
저만한 이들이 한 시대에 둘이나 존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단 하나
가 나오는 데는 수천 년이 필요한 이들. 그런 이들이 같은 시대에 동 시에 존재할 수 있을 리가 있겠는 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두 사람이 이현수의 눈앞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우연과 필연, 어쩌면 운명의 장난 을 통해.
어쩌면…….
귀환이라는 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괴이한 일들이 벌어진 이유 도 어쩌면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누군가가 이 광경을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순간.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
두 사람에게서 가공할 기운이 뿜 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큭!”
눈앞이 검게 물들고, 의식이 아득 하게 멀어지던 그때.
턱!
누군가가 이현수의 어깨를 움켜잡 았다.
“쿨럭! 쿨럭!”
격하게 기침을 토해낸 이현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바토르
의 넓은 등이었다.
“조심해라.”
바토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 했다. 그 말의 중간중간 이를 가는 듯한 소리가 섞여든다.
“……정면에서 마주하는 것만으로 죽는다.”
뒷말을 한 사람은 바토르가 아니 라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기운 을 밀어 넣어주고 있는 장민이었다. 이현수가 멍한 얼굴로 장민을 바라 보았다.
그의 얼굴이 이제껏 본 적 없는 긴장으로 굳어 있다.
순간, 이현수는 알 수 있었다, 장 민의 얼굴이 굳은 게 단순히 강진호 에 대한 걱정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을. 그것만이라면 중간 중간 저리 당황한 듯한 표정이 엿보이지는 않 을 것이다.
저 장민조차도 두 사람이 뿜어내 는 기세에 질려 버린 것이다.
“……사람도 아니야.”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방진훈이 었다.
그가 넋이 나간 얼굴로 강진호와 혹왕을 바라본다.
‘이렇게나?’
그 세 사람의 얼굴에 자리한 감 정은 딱히 다르지 않았다.
수많은 감정, 설명하기 어려울 만 큼 복합적인 감정이 엿보이는 얼굴 에 가장 중점적으로 보이는 것은 단 둘이었다.
공포.
그리고 경외.
세상에는 수많은 무인이 있다.
70억에 달하는 인류에 비한다면 무인들의 수는 불과 한 줌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한 줌 이라 해도 ‘수많은’이라는 말을 붙 이기에 결코 부족한 숫자는 아닐 것
이다.
그리고 이곳에 서 있는 이들은 그 수많은 무인들 중에서도 자신의 특별함을 증명한 이들.
총회가 되었든 십이비도가 되었든 그들은 무인의 세계의 정점에 오른 이들이다. 그들 하나하나가 일가를 이룬 무인임은 물론이고, 긴 무인의 역사를 통틀어서도 결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위대한 자들이었 다.
하지만 그런 이들조차 지금 두 눈에 공포와 경외를 담고 있다.
바로 전에 위긴스와 백연홍이라는
두 초인이 만들어낸 무학의 극치를 그 두 눈으로 본 이들이, 이 깊은 지하에서 벌어진 축제와도 같은 승 부의 연속을 그 뇌리에 담은 이들 이.
아직 손조차 뻗지 않은 두 사람 을 그저 경외하고 있는 것이다.
방진훈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린 다. 경련하는 손을 다른 손으로 움 켜잡은 그가 격한 동작으로 두리번 거리더니, 이내 바토르를 향해 소리 쳤다.
“무, 물러나는 게 옳지 않습니까?” 그 목소리를 들은 바토르가 눈을
치켜뜨며 고개를 돌렸다.
“물러나‘?”
바토르가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 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댔다.
“나는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는 다.”
“아, 아니……
“이 자리에서 내 눈으로 봐야 한 다. 빌어먹을, 너도 개소리하지 말고 내 옆으로 붙어.”
윽박지르는 목소리.
“다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앞 으로 다시는! 이런 승부는 천 년이 지나도 다시 벌어지지 않아.”
“이걸 보지 못하고 물러날 바에는 차라리 여기에 서서 죽는 게 나아!”
그 말을 들은 방진훈이 이를 악 물었다.
“진짜 뒈진다고요, 진짜!”
“그럼 너는 물러서든가.”
“이 빌어먹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방진훈 역 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 역시 무인.
어쩌면 이들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이다. 그런 방진훈이 이런 말까지 들었으니, 말
그대로 죽는 한이 있어도 물러설 수 는 없었겠지.
다들 마찬가지였다.
뒤쪽에 물러나 있던 홍왕은 물론 이고, 모습을 감추고 있던 혈마, 그 리고 이명환까지 절뚝이며 다가와 바토르의 주위를 채웠다.
“더는 나가지 마! 죽는다.”
바토르가 손을 뻗어 이명환을 뒤 로 밀쳤다. 그에게는 아직 무리라는 듯이.
“하지만 회주님이……
“뒈지고 나면 회주님이고 나발이 고 없는 거야! 죽는 한이 있어도 보
라고 했지, 정말 죽으라곤 안 했어, 이 멍청한 놈아!”
“거기에서 버텨. 날아오는 기파는 내가 최대한 막아낸다. 나도 못 버 틸 때는 뒤로 쳐 날릴 테니, 얻어맞 을 각오는 하고 거기 서라.”
이명환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 덕였다.
희극적이다.
더욱 희극적인 것은 반대편 역시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다.
십이비도들 역시 마치 홀린 듯이
주춤주춤 강진호와 흑왕에게로 조금 씩이나마 거리를 좁힌다.
단 한 걸음이라도 가까이서 이 승부를 지켜보겠다는 듯이.
우스운 일이었다.
이들에게 한 걸음이라는 거리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이들은 그 한 걸음에 제 목숨을 걸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이 승부는 그런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
혹왕과 마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일순 강해졌다. 그들의 몸에
서 유형화되어 솟구친 마기가 서로 충돌하며 쾅쾅, 울리기 시작했다.
연이은 충돌.
연이은 폭발.
하지만 그건 전투의 시작을 알리 는 폭죽이 아니었다. 여전히 두 사 람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 다. 그럼에도 끌어 올린 기운 만으 로 폭격이라도 떨어지는 듯한 광경 을 만들어낸다.
“끄윽!”
이현수가 몸을 떨었다.
바토르가 직접적인 기파를 막아주 고, 장민이 그의 몸에 기운을 둘러
보호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머리가 터지고 위장이 찢겨 나가는 듯한 충 격이 밀려온다.
‘버텨!’
하지만 이현수 역시 이 자리에서 단 한 걸음도 물러날 생각은 없었 다.
그 역시 무인이기에?
천만에.
무인으로서의 자존심 같은 건 없 다. 그딴 건 이현수에게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가 이 자리에 버티고 선 이유 는 그를, 그리고 자신을 믿는 모든
이들을 대신하여 저 자리에 선 한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였다.
‘당신들 무인의 논리 따위 내가 알 게 뭐야!’
고금에 다시없을 싸움?
무인이라면 두 눈으로 보아야 할 전투?
개 같은 소리!
이현수가 핏발 선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바토르의 옆구리 너머로 익숙한 이의 등이 보인다.
언제나처럼 크면서도 작은 등.
“회주님!”
이 승부의 의미 같은 건 이미 잊 었다. 알고 싶지도 않다.
이현수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
“빌어먹을! 이기십시오! 반드시 이기라고!”
강진호의 숭리.
그리고 생존.
오직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화답하기라도 하듯이…….
쿠우우우웅!
혹왕과 마존이 동시에 진각을 밟 았다.
만전에 태세에 돌입한 두 마인(魔 人)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모든 것을 건 마지막 싸움.
두 사람이 파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