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72)
마존현세강림기-2072화(2071/2125)
마존현세강림기 84권 (7화)
2장 격돌하다 (2)
검은색으로 변해 버린 화면.
송출되던 방송이 끊긴 지 한참이 나 됐지만, 누구도 그 화면을 돌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손을 꼭 쥐고…….
황망함과 간절함, 서글픔과 안타
까움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 다.
그럴 수밖에.
화면 안으로 보이는 저 처절하디 처절한 싸움의 한 켠에 서 있는 것 이 다름 아닌 그들의 가족이니까.
강유환의 덜덜 떨리는 손이 제 얼굴을 덮는다.
어쩌면 휘청이는 몸을 다잡기 위 해서, 어쩌면 붉어진 눈을 곁에 있 는 가족들에게는 보이지 않기 위해 서일지도 모른다.
‘망할 녀석……
강진호가 그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는 걸 그라고 왜 몰랐겠는가.
그는 강진호의 아버지다.
능수능란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 는 사람이라면 또 모를까, 강진호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물을 때마 다 어물쩍거리며 넘어가는 모습을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저 믿어주었을 뿐이다.
강진호가 말하는 걸 원하지 않았 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잘못된 일 을 할 리가 없다는 믿음이 있었으니 까.
하지만 막상 자신의 아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목도한 순간,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물밀 둣이 밀려 들어왔다.
왜 좀 더 일찍 묻지 못했을까.
왜 배려라는 이름의 무관심으로 자신의 아들을 저리 방치했을까. 그 가 조금 더 일찍 묻고, 조금 더 관 심을 가졌더라면 강진호가 지고 있 는 짐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었을 텐데.
몸을 떨리게 만드는 광경도,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가공할 힘도 강유환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
았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서로 싸우는 이들이 홀리는 피와, 그 승 부의 결과로 죽어가는 이들의 모습 뿐이었다.
어깨 너머로 떨림이 전해진다.
그제야 강유환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 떨림이 자신의 어깨가 만들어낸 것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 문이다.
“ 여보.”
강유환이 손을 뻗어 백현정의 어 깨를 감쌌다.
그가 받은 충격 같은 건 전혀 대
수롭지 않은 거라 느껴질 정도로 백 현정은 애처롭게 떨고 있었다. 양손 을 얼굴 앞에 모은 채 기도하듯 떨 고 있는 백현정을 보고 있으니, 우 선 그부터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 각이 들었다.
“괜찮을 거요.”
“여보…… 진호가……
그 목소리는 차라리 조금 담담해 보였다.
하지만 강유환은 그 목소리가 담 담해 보이는 이유가 백현정이 침착 을 유지하려 애쓰기 때문이 아님을 안다. 충격이 너무 크다 보니 목소
리에 감정이 실리지 않은 것이다.
“괜찮을 거야. 우리 자식이잖아.”
“진호가……
그 말 뒤에 얼마나 많은 말이 숨 어 있을까.
자식이 평범한 전쟁터에만 나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속이 썩어 문드 러지는 게 부모다. 그런데 그 자식 이 저런 곳에서 싸워야 하는데 백현 정의 속은 오죽하겠는가.
“차라리 말이라도…… 말이라도 미리 좀 해주지. 차라리……
강유환이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말할 수가 없었겠지.”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강유환이 저런 입장이었더라도 차 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가.
목숨을 걸고 테러리스트들과 싸우 러 간다?
하지만 무사히 돌아올 테니 걱정 하지 말고 기다려라?
할 수 없다.
사람인 이상 그런 말은 할 수 없 었다.
“이해해 줍시다. 진호도 마음 편 히 간 자리는 아니잖소.”
강진호의 속도 썩어 들어갔을 것 이다.
“가장 힘든 건 우리가 아니지. 우 리가 아니라 진호지. 그러니까…… 남들은 다 진호를 탓해도 우리는 진 호를 탓하면 안 되지. 그게 부모잖 아.”
“하지만……
백현정의 손이 안쓰러울 정도로 떨린다.
강유환이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심한 놈아.’
자식이라기에는 너무 커버린 강진
호다. 그가 보듬기에 버거울 정도로. 그러니 괜히 참견하는 것보다는 묵 묵히 응원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고 여겼다.
하지만 저곳에 서 있는 강진호를 보니, 자신이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 것 같다.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결국 사 람이다.
저만한 짐을 홀로 진다는 게 얼 마나 힘겨웠을까.
그가 조금만 강진호에게 더 다가 갔다면, 그래서 그의 짐을 나눠 들 어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여보, 우리 진호 괜찮겠죠? 우 리……
“괜찮을 거요.”
강유환이 백현정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잖소. 우리 진호니까. 그러니 까 괜찮을 거요. 다른 사람도 아니 고 우리 아들이니까.”
백현정이 말없이 고개를 숙욨다.
사람이 죽는 영화조차 잘 보지 못하는 백현정이다. 그런 사람이 화 면으로 보이는 저 처절한 싸움에서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자식이 서 있는 전장.
그곳에서 눈을 뗄 수는 없다. 그 녀는 어머니니까.
화면이 검에 물들고, 더는 그의 자식이 화면에 나오지 않고서야 그 녀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겨우겨 우 버텨온 것이 일거에 무너지는 것 처럼.
그 순간, 지금껏 입을 닫고 있던 강은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은영아.”
강은영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 다.
할 말은 너무 많지만 차마 입 밖
으로 내뱉을 수 없다는 듯. 하지만 결국은 참아낼 수 없었는지, 격한 목소리가 맹렬하게 터져 나왔다.
“미친놈■이!”
그녀의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지가 뭐라고 저런 데 가서 저러 고 있는데! 왜! 뭐가 그렇게 잘났다 고!”
“은영아!”
“미쳤어. 안 미치고서야 저게 말 이나 돼? 저러다 죽으면? 누가 잘 했다고 박수라도 쳐준대? 지가 뭔데 저러고 있냐고! 왜!”
그건 고함이라기보다는 비명이었
새빨개진 눈으로 악을 써 대는 강은영을 차마 볼 수 없던 강유환이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진호도……
강유환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생각이 있었겠지. 자길 위해서 간 게 아니잖느냐.”
“그러니까 더 미친놈이잖아! 자기 가 왜 가는데, 자기가! 경찰은 놀아? 군대는 폼으로 있어? 왜 그걸 지가 해결하겠다고 난리냐고!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해!”
분을 참지 못한 눈에 눈물이 맺 힌다.
안타까움과 원망, 그리고 화가 뒤 범벅이 된 얼굴을 한 강은영이 쏘아 붙이듯 말했다.
“항상 저런 식이야, 항상!”
“은영아……
“미친 새끼.”
저기에 서 있는 강진호에게 화가 난다.
왜 하필 그가 저곳에 있어야 하 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더욱 참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수많은 커뮤니티와
SNS에서 올라오고 있는 저들에 대 한 비난이었다.
공포에 질려 악을 쓰듯 욕을 해 대는 이들, 강진호가 누군지도 모르 면서 괴물이니 악마니 독에 받친 막 말을 해 대는 이들.
그들이 강진호를 알겠는가.
강은영은 안다, 강진호가 왜 저곳 에 서 있는지. 저 미련한 인간은 자 기를 위해서는 싸울 줄 모르는 사람 이다.
그런 사람이 저런 곳에 서 있다 는 것은 보나마나 자기가 아니라 다 른 이들을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내막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조롱하고 욕하고 화낼 뿐이다.
그리고…….
강진호는 그런 이들을 위해 저곳 에서 싸우고 있다.
그 사실이 강은영을 참을 수 없 게 했다.
“이건 또 왜 안 나와!”
검게 물들어 버린 화면을 보며 강은영이 고함을 쳤다.
눈으로 보면 속이 문드러질 것 같지만, 막상 보지 못하니 또 속이 터질 것 같다.
“이……
결국 강은영은 양손으로 제 얼굴 을 감싸고 말았다.
눈앞에 있으면 물어뜯어서라도 말 렸을 것이다. 한마디 말이라도 미리 해주었다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 져서라도 가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핵무기? 테러리스트?
그딴 걸 왜 그녀가 신경 써야 하 는가.
그런 걸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엮일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그녀의 오빠는 멍청하게 저곳에
서 있는가.
자기가 뭐라고.
가장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가족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저 화면을 보며 피상적인 감상이나 늘 어놓는 사람들과 달리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그녀를 버티 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쁜 새끼! 멍청한 새끼! 미 친……
강은영의 입술이 덜덜 떨린다.
“미친••••••
“그만해라, 은영아.”
강유환이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 다.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 다. 이러다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 이 될 만큼.
“아빠……
“그래.”
강유환이 손을 뻗어 강은영을 끌 어안아 주었다.
이 순간만큼은 강유환도 강진호에 대한 원망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 다.
한마디 말이라도 해줄 것이지.
한마디라도…….
“어쩌면 우리 잘못일지도 모른다.”
“알려고 하면 알 수 있었을 텐 데…… 어쩌면 진호도 우리가 먼저 물어봐 주길 바랐을 수도 모르지. 제 입으로 먼저 말할 수는 없는 이 야기니까.”
강은영의 어깨가 떨렸다.
“내 잘못이다. 내가 먼저 물었어 야 하는 건데. 진호가 평소 같지 않 다고 느꼈을 때, 강제로라도 캐물었 어야 했는데.”
강유환이 눈을 감았다.
그건 아들에 대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그 믿음이 지금 그의 가 슴을 찌르고 있는 느낌이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다. 완벽해 보이는 이도 다들 저마다의 아픔과 약점을 감추고 산다.
그의 아들이라고 다를 리가 있겠 는가.
더 큰 것을 감당하는 이일수록 겉으로는 대범한 척해야 한다. 그 속이 어떻게 썩어가더라도.
그걸 알아주고 보듬어줄 이들이 가족이어야 하는데.
아버지가 되어 자식을 보듬어주지 는 못할망정 언제부턴가 그에게 의
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후회가 물밀 듯 밀려오는 강유환이었다.
“……돌아오겠죠?”
아마.
강은영이 진짜 하려던 말은 ‘살아 돌아오겠죠?’였을 것이다.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뿐.
“당연하지.”
“항상 하루 이틀 걸린다고 하고 멀쩡하게 돌아오던 녀석이잖으냐. 이번에도 그럴 거다, 이번에도.”
“……오면 내가 죽여 버릴 거야.” 강유환이 말없이 강은영의 등을
두드렸다.
“그래. 안 말리마.”
그렇게라도 떨고 있는 강은영과 백현정을 달래려 하던 그때.
딩 동.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유환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누가 찾아오더라도 만나고 싶지 않다. 지금 그는 태연한 일상을 나 눌 때가 아니니까. 오로지 강진호에 대한 걱정만으로 채우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하지만 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적으로 울렸다. 반드시 무 언가를 전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것 처럼 집요하게.
강유환이 눈을 일그러뜨렸다.
침묵과 무시로는 이 상황을 모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챈 강유환이 강은영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인 터폰으로 향했다. 그들의 가족만으 로 온전히 채워져야 할 시간을 다시 보장받기 위해서.
“누구세요?”
조금의 짜증이 그의 목소리에 묻 어난다.
하지만 인터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들은 순간, 강유환의 얼굴 에서 짜증이 사라졌다.
“누, 누구시라고요?”
얼이 빠진 듯한 강유환이 작은 인터폰 화면으로 보이는 사람의 얼 굴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