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77)
마존현세강림기-2077화(2076/2125)
마존현세강림기 84권 (12화)
3장 대화하다 (2)
“……저게 뭐야?”
일권에 땅이 뒤집힌다.
손을 내뻗을 때마다 보기에도 불 길한 시커먼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 다. 고열과 압력을 이기지 못한 콘 크리트들이 녹아 흐르고, 뒤틀려 흉 물스럽게 변해간다.
그 어디서도 이런 광경을 본 적 이 없다.
현실에 이런 광경이 벌어질 거라 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콰아아아아앙!
하지만 두 눈으로 보는 기경할 광경보다 더욱 위협적인 것은 굉음 과 함께 그들을 덮쳐오는 그 가공할 기세였다.
심장이 절로 오그라들고, 전신이 발작하듯 벌벌 떨려온다.
“대체••••••
기지 위를 지키고 있던 무인들이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물론 그들 역시 중계되는 영상을 봤다. 아무리 야외에 있다고는 하지 만 저 지하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모 든 매체로 송출되었고, 아무리 무인 이라고 한들 스마트폰 하나 들고 다 니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다르다.
조악한 화면으로 지켜보던 승부와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가공할 전투는 비교 자체를 불허했 다.
현대의 기술이 이 승부를 담아내 지 못한 건지, 아니면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전투
가 지금껏 그들이 봐오던 전투와 그 격을 달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뭔가가 달랐다.
그 압도적인 폭력성.
무학에 빠져들어 강함을 동경해 무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도 이 광경은 무시무시하다는 말 외 에는 표현할 길이 없을 만큼 위압적 이었다.
콰아아아앙!
무언가 한 번 충돌할 때마다 눈 앞에 미사일이라도 떨어진 듯 어마 어마한 충격파가 덮쳐 온다.
“무, 물러서! 다 죽는다!”
저 전투에 휘말리면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익힌 무학?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적어도 저 전투를 벌이고 있 는 이들에게만은 그들과 평범한 인 간은 아무런 차이가 없을 테니까.
“뒤로! 빌어먹을, 뒤로 가라고!”
물어나는 이들이 서로 얽혀든다. 앞쪽에 있던 이들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뒤쪽에 있는 이들을 밀쳐 댔 다.
등 뒤는 전차가 지키고 있다.
이곳을 포위한 전차들이 일제히 겨눈 포신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들에게 강대한 위협으로 느껴졌다. 곁에 서 있는 이들의 존재가 아니었 다면 차마 이곳에서 버텨내지 못했 을 만큼.
하지만 지금 그들은 그 위협적이 던 전차에서 어떤 공포도 느끼지 못 했다.
당연한 일이다. 앞에서 호랑이가 달려드는데, 둥 뒤의 개에게 겁을 먹을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까.
콰아아아아아아앙 !
터져 나온 마기의 파편들이 자신 들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본 이들이 기겁하며 전력을 다해 뒤로 달아나
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포는 뒤에서 그 모 습을 지켜보던 군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병력을 물려!”
내려지는 명령에 전술참모들이 고 함을 내질렀다.
“하, 하지만 지금 병력을 뒤로 물 리면 포위망이 헐거워집니다!”
“이 자라 새끼들아! 포위망을 유 지하면 뭐가 달라지나!”
지휘관이 악을 써 대며 앞쪽을 가리켰다.
“이딴 탱크 쪼가리로 저걸 뭘 어
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왜? 저걸 포로 막아보기라도 하려고? 이 멍청한 놈들이!”
전술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 다.
슬쩍 고개를 돌려 기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를 두 눈으로 바 라본 이들이 입술을 깨물었다.
저건 재해에 가깝다.
아니, 웬만한 재해는 가져다 대지 도 못할 정도로 끔찍한 광경이다. 군인은 적에게 대항하기 위해 존재 하는 것이지, 재해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당장 후퇴 명령 내려! 당장!”
“예!”
“빌어먹을……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무는 지휘 관의 두 눈에 어쩔 수 없는 공포감 이 어렸다.
“……저런 것들을 살려둬서 뭘 어 쩌자는 건가?”
이곳이 민간인들이 출입할 수 없 는 공간이라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 다. 핵미사일 기지가 점거당한 것은 끔찍한 일이지만, 저런 이들이 도시 한중간에서 맞붙었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만약 이곳이 상하이 도심 한복판 이었다면, 그들이 감내해야 할 피해 는 막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했을 테 니까.
“윗놈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정말 저런 것들과 공존이 가능하 다고?
저런 괴물들과?
마음만 먹으면 단 1초 만에 주변 일대를 모조리 날려 버릴 수 있는 괴물들과 같이 길을 걷고, 같은 곳 에서 살고, 함께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다고?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 하는 건가?
공존이란 상대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인종과 출신에 대한 차별이 사라져 가는 이유는 인류가 서로 다 른 인종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들을 이해한다는 게 정 말 가능한 일인가?
평범한 인간들에게?
그 순간, 그의 눈에 허공으로 치 솟아 오르는 두 괴물의 모습이 똑똑 히 들어왔다.
“……박멸해야 해.”
인류란 지금까지 모든 것을 극복 해 왔다.
초기의 인류는 야생동물과의 전쟁 을 벌였고, 그 뒤로는 인간끼리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 기나긴 전쟁의 끝으로 그들이 겨우 얻어낸 것은 아 직은 불완전한 ‘평등’과 겨우 이름 만 남아 있는 ‘공존’에 불과하다.
그 허울 좋은 개념들을 얻어내기 위해서 인류가 얼마나 많은 목숨을 희생해 왔는가. 불완전하고 미흡하 지만, 그건 분명 인류가 이룩해 낸 성과였다.
하지만 저들의 존재는 그들이 얻
어낸 모든 것을 다시 무위로 되돌리 고도 남는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 는 명제는 저들의 존재 앞에서 완벽 하게 그 의미를 잃어버릴 테니까.
이건 그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 가 아니다.
그렇기에 애가 탔다.
저 먼 곳에서 이 광경을 그저 화 면으로만 볼 이들이, 이 광경이 주 는 이 무시무시한 공포를 전혀 이해 하지 못할 이들이 모든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량루아오[梁汝激]가 입술을 질끈 깨문 채 모든 것을 부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건물이 통째로 날아간다.
콘크리트로 만든 건물이 종잇조각 처럼 산산조각 나고, 채 파편을 날 리기도 전에 으스러져 소멸한다.
하지만 흑왕과 마존은 그 건물이 소멸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들의 모든 신경은 오로지 서로에 게만 향해 있으니까.
자신에게 날아드는 마기의 불꽃을 본 흑왕이 입술을 비틀었다.
저 지독한 마기.
한때는 그의 동경의 대상이고, 한
때는 세상 모든 것을 그의 뜻대로 이끌어줄 것 같던 전능의 상징. 그 상징이 지금 그를 죽이기 위해 날아 들고 있다.
과거보다 더한, 아니,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품고서.
‘교주!’
그의 눈에 두 눈에 끓어오르는 살기를 품고 날아드는 강진호의 모 습이 똑똑히 들어왔다.
웃기는 일이다.
그와 강진호는 평생을 함께했다.
서로 철이 들고 스스로를 책임져 야 할 나이가 된 후, 둘 모두의 삶
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그들은 동 료였고, 친구였고, 또한 동반자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우리가 전력을 다해 서로를 이해하려 한 적이 있었 던가?’
대적이란 우스운 개념이다.
전력을 다해 상대를 쓰러뜨린다는 것은 전력을 다해 상대를 이해한다 는 말과 그리 다르지 않다. 적을 완 벽하게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적의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법이니까.
그렇기에 우습다.
평생을 함께…… 적어도 같은 목 적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고 있던 그 들이 적이 되어서야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악을 쓰고 있다는 사 실이 말이다.
‘지독할 정도야.’
운명이란 언제나 아이러니하다.
그는 강진호가 자신을 이해할 것 이라 믿었다. 그리고 강진호도 아마 자신이 그를 이해할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그 맹목적인 믿음의 근거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건 마치 어린아이의 투정과도
같다.
어린아이는 자신을 이해시키려 들 지 않는다. 그저 타인이 자신을 이 해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습지.
전 중원을 공포로 몰고 간 마교 의 교주.
그리고 그를 보좌하던 마교의 이 인자.
그런 두 사람이 하고 있는 짓거 리가 결국에는 어린아이의 생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콰아아아아앙!
강진호의 일격을 얻어맞은 흑왕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교주.’
정신이 아득해지는 충격 속에서 흑왕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당신 말이 맞아.’
강진호의 들끓는 마기가 그의 마 기를 부수고 찢어발기고, 또 쥐어뜯 었다. 몸 안으로 파고드는 마기, 그 작렬하는 고통에 흑왕이 번쩍 눈을 떴다.
“강진호오오오오오오!”
공간 자체를 접어 이동하듯, 강진 호의 코앞으로 나타나듯 돌진한 혹 왕이 제 팔꿈치를 강진호의 옆구리
에 박아 넣었다.
우드드드득!
갈비뼈가 모조리 으스러지는 둣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진호의 입에 서 피가 울컥 뿜어져 나왔다.
“오오오오오!”
흑왕의 양손이 가공할 연타를 날 려 댔다.
‘후회했다.’
아무렇지도 않다면 거짓말이다.
처음에는 강진호를 원망했다. 그 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를 욕 하고, 나중에는 그 모든 것을 후회 했다.
강진호가 이 세상에 나타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가 느낀 것은 분 노도, 중오도 아니었다.
‘아니, 후회뿐이었지!’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쳤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자 신의 목적을 이룬 적이 없었다. 그 저 실패하기만 한 삶이다.
그렇기에 이번만은 실패할 수 없 다.
알고 있다.
왜 강진호가 그에게 행복한 적이 있냐고 물었는지.
“나도 알아아아아아아!”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가 뭔지.
이 지독한 고통을 참아내는 이유 가 뭔지.
시릴 정도로 분명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그더러 뭘 어쩌라 는 건가.
다 잊으라고? 포기하라고?
죽어가던 아비의 눈빛을 잊고, 죽 어가던 동료의 모습을 잊고, 박해당 하던 모두를 잊고, 그 시간 속에서 울고 있던 어린 날의 자신마저 잊으 라는 말인가.
‘그렇게 해서 얻는 행복이라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는 멈출 수 없다.
아니,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 다.
알고 있다.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 는 그날, 그의 손끝에 남는 것이라 고는 고통과 후회뿐일 거라는 사실 을 말이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없는 얼음의 옥좌라 해도 그는 손에 넣어야 한다.
이미 그는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 까.
그러니까 교주!
“청마!”
콰앙!
그의 권영을 꿰뚫고 강진호의 주 먹이 흑왕의 턱을 쳐 날린다.
피를 뿜으며 뒤로 날아가는 흑왕 의 두 눈에 똑똑히 보인다.
강진호.
그가 평생을 기다려 온 이가 전 신을 마기로 두른 채 검은 불꽃의 날개를 하늘 끝까지 피워 올리는 모 습이 말이다.
‘사신 같군.’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광경.
어쩌면 강진호라는 이름은 그의 종착역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가가가가각!
바닥에 손을 박아 넣은 흑왕이 날아가던 제 몸을 멈춰 세우고는 격 한 숨을 토해냈다.
“……아직은 아니야.”
흑왕의 두 눈에서 핏빛의 안광이 홀러나온다.
조금은 차갑고, 조금은 쓸쓸한.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지금은 죽을 수 없다.
이곳에서 죽어버린다면 그는 정말 얼간이가 되어버리니까.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까…….
“당신 말이 맞아, 교주.”
흑왕이 희게 웃었다.
“나 역시 그저, 또 후회하는 게 무서운 것뿐일지도 모르겠어.”
그러니 이겨야 한다.
그에게 주어진 결말이 어차피 후 회 속에서 쓸쓸이 죽어가야 하는 운 명이라면, 그 손안에 무언가 하나는 쥐기 위해서라도.
그러니까…….
“이번에는…… 당신이 죽어줘야겠 어.”
흑왕의 손끝에 마기가 뭉쳐 든다.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간 마기가 선 명한 검의 형태를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