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78)
마존현세강림기-2078화(2077/2125)
마존현세강림기 84권 (13화)
3장 대화하다 (3)
기이이이이이잉!
빨아들인다.
흑왕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긴 검. 마기를 응축하고 또 웅축해 만 들어낸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검은 주 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만 같 았다.
대기가 갈기갈기 찢기고, 바닥이 제 스스로 뒤흔들렸다.
우우우우우우웅!
성난 파도처럼 흑왕의 주변을 휘 돌던 마기들이 모조리 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저게 뭐야?”
저 깊은 지하에서 기어 올라온 방진훈의 입이 절로 벌어진다.
육신이 고통을 호소한다.
그의 피부와 근육들이 날카로운 칼에 난자된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 다. 저 검에 어린 가공할 예기는 느 끼는 것만으로도 그의 육체를 베어
버리는 것만 같았다.
방진훈의 두 눈에 공포감이 어렸 다.
대체 저게 어떤 원리로 만들어진 것인지, 그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흑왕의 손에 어린 저 검이 지금까지 그가 알던 어떤 무학보다 위험하다는 점이었다.
기이이이이잉!
거칠게 휘몰아치던 검이 이내 가 공한 혹요석처럼 투명한 질감을 머 금었다.
완연한 검의 형상을 갖춘 마기. 그 마기를 한 손으로 움켜잡은 흑왕
이 천천히 강진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들끓던 그의 기세 역시 칼날처럼 가라앉았다.
총회의 모두가 숨을 멈췄다. 숨을 내쉬는 순간, 저 검이 그들의 육신 을 수십 조각으로 갈라 버릴 것 같 은 압박감. 그 치명적인 압박감 앞 에 그들은 그저 전율할 수밖에 없었 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전율은 십 이비도가 느끼는 전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흑왕.”
그들은 혹왕의 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십이비도는 흑왕의 대의 앞에 자 신을 던진 이들. 하지만 그 본질은 그저 무인이다. 아무리 그 뜻이 위 대하다고 해도 자신보다 약한 자에 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지 않은가.
이곳의 모두는 흑왕의 초월적인 강함을 인정했기에 그 앞에 굴복한 이들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의 눈에 도 지금 흑왕의 모습은 기경스럽기 짝이 없었다.
사아아악!
그저 검을 들고 걷는 것뿐인 행위.
하지만 그 행위의 여파는 가공했 다. 절로 뿜어져 나온 무형지기가 그의 주변 바닥들을 면도날에 베인 케이크처럼 잘라낸다. 그 무형의 폭 풍 속에서 흑왕은 그저 고요하게 가 라앉은 물처럼 유려하게 강진호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흑왕을 보며 강진호가 입가를 뒤틀었다.
‘이제야 청마 같군.’
차갑고, 또 고요하다.
격은 분명 다르다.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하지만 그 분위기만
큼은 과거의 청마가 내보이던 기질 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마교제일 검수.
얼음처럼 차갑던 그 청마의 모습 말이다.
굳이 향수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 는 아니지만, 그 모습은 강진호에게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저 모습 이 더없이 익숙하면서도 그에게 적 의를 드러내고 다가오는 흑왕의 모 습은 또 묘하게 낯설었다.
익숙함과 이질감.
그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 면서 강진호가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렸다.
콰르르르르르르!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도 가공할 마기가 내뿜어지기 시작했다. 같은 마기지만 흑왕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기질. 불꽃같은 마기가 강진호 의 손을 뒤덮으며 맹렬하게 타올랐 다.
그의 불꽃 역시 손끝을 타고 검 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마기의 검은 혹왕의 검과 는 확실히 달랐다.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다.
이 둘을 설명하는 데 이 이상의
말이 있을까?
양손에 마기의 검을 만들어낸 강 진호가 흑왕을 향해 마주 걸었다.
파앗!
그 순간, 흑왕이 섬전처럼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의 검끝이 세상 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완벽한 일직선을 그리며 강진호를 향해 날 아들었다.
쿠우우우우우우웅 !
검과 검이 충돌하는 순간, 가공할 충격파가 그들을 중심으로 퍼져 나 간다. 대피하던 무인들이 그 충격에 휩쓸리고, 후진하던 전차들마저 들
썩이며 밀려났다.
카가가각! 카가가가각!
마치 진짜 검날이 서로를 긁어 대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소리가 퍼져 나간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서로 충돌하 고 있는 것은, 마기의 검을 맞댄 두 사람의 눈빛이었다.
일그러진 눈이 서로를 노려본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그들만 한 무인에게는 맞닿아 있는 것이나 다 름없는 거리에서.
카가가가가가각!
상대의 목을 향해 전력으로 검을
밀어내던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튕 겨나더니, 이내 튕겨 나온 속도보다 배는 빠르게 다시 서로를 향해 돌진 한다.
너무도 검어 빨려들 것만 같은 마기의 검이 찰나의 시간 동안 수십 번 충돌한다. 그 일격에 실린 힘만 으로도 인간을 초월한 초인을 단숨 에 둘로 갈라 버릴 만한 검격이 서 로를 향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 다.
스아아아아악!
검끝에 어린 예기만으로 대기가 찢겨 나가고, 바닥이 순식간에 걸레
짝이 되어 사방으로 비산한다.
폭발하듯 퍼져 나가는 마기. 하지 만 그 이상으로 솟구치고 있는 것은 두 사람이 뿜어내는 살기였다. 웬만 한 수준에 오른 무인이라도 단숨에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은 가공한 살 기.
그래, 겉으로 보이기에는 분명 그 러했다.
하지만…….
파아아아앗!
강진호가 자신을 얼굴을 꿰뚫어 오는 검을 피해 고개를 젖혔다.
욱신!
검은 그의 몸에 닿지도 않았건만, 어깨와 목에서 베인 듯한 통증이 느 껴진다.
‘어렵군.’
강진호의 두 눈이 가라앉았다.
쾅
검과 검이 충돌하는 순간, 강진호 의 몸이 뒤쪽으로 밀려났다. 현대로 돌아온 이후, 단 한 번도 상대와의 내력 싸움에서 밀려본 적이 없던 강 진호이지만, 혹왕의 내력은 그의 상 상을 초월했다.
혹왕의 검이 수십 개로 분열하며 강진호를 찔러온다. 수십의 변초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힘과 속도는 감히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하겠지만, 그 형태를 흉내 내는 건 웬만한 검수라면 누구라도 할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다.
흑왕의 검은 그런 빤한 검과는 달랐다. 분열한 수십의 검이 하나하 나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변화하며 강진호의 전신을 노려온다. 마치 절 정에 오른 수십의 검수가 동시에 달 려드는 것만 같다.
콰아아아아아아!
강진호의 검이 폭발적인 마기를
내뿜었다. 타오르는 듯한 마기가 광 활하게 퍼져 나가며 찔러오는 흑왕 의 검을 뒤덮었다.
카가가각!
그 순간, 마기를 꿰뚫고 들어온 검이 강진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 나간다. 그저 스친 것뿐이건만, 검은 마기로 두른 옆구리가 쩌억 갈라지 며 붉은 피를 뿜어냈다.
‘어렵군.’
제 몸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마기 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고통. 그 고 통에 이를 악물면서 강진호가 뒤로 물러났다.
적은 강하다.
너무도 당연하게도 혹왕은 지금까 지 그가 상대하던 그 누구보다 강하 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가 밀리고 있 는 이유는 혹왕이 강하기 때문이 아 니었다.
문제는 오히려 흑왕이 아니라 강 진호에게 있었다.
어째서 상대를 죽여야 하는지는 완벽하게 이해했다. 전의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금까지 그가 해온 모든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자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의가 생기지 않아.’
흑왕은 분명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그가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저 마기의 검은 단 한 치의 망설임 도 없이 심장을 꿰뚫을 것이다.
그걸 똑똑히 알고 있음에도 강진 호는 자신을 평소처럼 이끌어갈 수 가 없었다. 제 목숨을 노려오는 이 를 단 한 번도 용서해 본 적 없는 그가, 적이라고 판단된 이에게 자비 를 베푼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이해 해 본 적 없는 그가.
누구보다 확연한, 일생 최악의 적 을 앞에 두고도 상대를 증오할 수가 없다.
카가가각!
못이 쇠판을 긁어 대는 듯한 소 리와 함께 어깨의 살점이 한 움큼 잘려 나간다. 육체가 입은 상처 따 위는 별게 아니다. 문제는 그 상처 를 통해 흑왕의 마기가 강진호의 몸 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기?
이 정도 마기를 해소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그 마기를 해소하기 위해 기운을 나
눌 만한 여유조차 강진호에게 주어 지지 않는다는 것.
눈을 돌리는 순간 죽는다.
기운이 조금이라도 빠지는 순간 죽는다.
그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강진호 의 검끝에 한 점 남은 무딤이 사라 지지 않는다.
콰아아아앙!
검과 검이 충돌하는 순간, 강진호 는 똑똑히 보았다.
적의, 그리고 악의.
그를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는 각 오로 완벽하게 물들어 있는 흑왕의
눈을.
‘이런 기분이었군.’
그동안 자신을 상대로 싸워온 이 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똑똑히 알 것 같다. 전신을 괴기스러운 마기로 뒤덮고, 두 눈에서 혈광을 내뿜는 흑왕의 모습은 말 그대로 악마 같았 다.
그 악마가 그를 죽이겠다는 것에 모든 것을 걸어온다. 그 압박이란 겪어보지 못한 이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조금은 서글프다.
‘청마.’
그가 아는 청마는 그런 이였다. 냉소적이고 싸늘하지만, 또한 여유 가 넘치는. 그 눈빛은 세상을 조소 하지만, 한편으로는 섬세하고 부드 러운.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흑왕에게서는 과거 그가 알던 청마 의 편린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기질? 그래, 그 기질은 남아 있 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어 딘가가 아려온다.
지금 흑왕이 보여주는 모습은 자
신의 모든 것을 내버리며 얻어낸 것 이니까. 오직 힘과 목적을 위해서 스스로를 잘라내고 또 잘라내고, 모 조리 불태워 도달한 곳.
‘멍청한 놈.’
그는 얻었다.
이 세상으로 돌아온 후, 수많은 것을 얻었다. 그렇게 얻은 것들이 강진호 안에 쌓이고 쌓여 그의 힘이 되었다.
하지만 청마는 버렸다.
자신을 버리고 또 버리고, 제 살 을 깎아대며 모든 것을 희생한다.
도달한 곳은 같지만, 그 과정은
극단적으로 달랐다.
‘그래, 너는……
그렇기에 이해할 수밖에 없다.
아마 과거의 청마는 지금 강진호와 같은 눈으로 적천마존을 바라보았겠 지. 어디에도 손을 뻗지 못하고, 스 스로를 불태워 가며 내달리는 그를.
“ 그게••••••
콰아아아아아앙!
얼굴로 날아드는 검을 후려쳐 날려 버리며 강진호가 이를 갈아대었다.
“그게 강함이라 생각했나, 이 병신 같은 놈아!”
파아아아아앗!
강진호의 검이 폭발적인 속도로 흑왕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흑왕의 입가가 괴이하게 뒤틀렸다.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드는 검을 본 혹왕이 되레 앞으로 달려들며 검 을 내질렀다. 제 목이 잘려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강진호의 심장에 검 을 박아 넣겠다는 듯.
강진호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다.
사고가 따라가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 머리가 이 상황을 채 받아들 이기도 전에 강진호가 손목을 뒤틀 었다.
카가각!
비틀린 강진호의 검이 흑왕의 옆 얼굴에 박혀들었다. 그의 얼굴을 피 투성이로 갈아낸 강진호의 검이 흑 왕의 한쪽 귀를 찢어 날리며 허공으 로 솟구쳤다.
하늘을 찌르듯 겨누어진 검.
그리고 그 아래에서…….
“이런.”
흑왕이 새하얗게 웃었다.
“자비롭기도 하셔라.”
콰득!
싸늘한 혹왕의 검이 강진호의 가 슴을 단번에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