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8)
마존현세강림기-208화(208/2125)
마존현세강림기 9권 (9화)
2장 창업하다 (4)
“우리 오빠는 왜요?”
강은영의 단 한마디로 최연하는 많은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로 강은영의 연기는 괜찮은 수준이 아니었다.
‘말투부터 다르네.’
방금 전까지 최연하에게 쓸개라도
빼줄 듯했던 착한 아이의 모습이 싹 사라지더니, 까칠하고 성격 나빠 보 이는 어린애가 앞에 앉아 있다.
지금까지 그 모습이 모두 연기였 다면, 강은영은 연기를 괜찮게 하는 후배가 아니라 천생 연기자였다. 이 정도 얼굴에 연기력이 더해진다면 앞으로 방송계가 좀 들썩일 것 같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얘… 브라콤이네.’
자신이 강진호에게 관심을가지는 기색을 조금 보였을 뿐인데, 독 오 른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노
려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쓰고 있던가면이 일 순 날아가 버릴 정도로 흥분하고 있 다는 뜻이었다.
“어머! 날 이렇게 대한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
뜬금없는 최연하의 말에 강은영이 눈을 찌푸렸다.
“아니면 음…… 아! 그렇게 잘생 긴 사람은 처음이야! 내 왕자님!”
“……뭐하시는 거예요?”
참다못한 강은영의 질문에 최연하가 깔깔대며 크게 웃었다. 어찌 보 면 조금 경박해 보이기까지 하는 웃
음이지만, 덕분에 강은영은 경계를 조금 풀 수 있었다.
“어느 쪽이 좀 더 진부한 스토리가 될지 생각해 보고 있었어. 만화 라면 여기서 어느 쪽으로가야 인기가 더 많을까?”
“ 전자죠.”
“음, 그러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긴 현실이고, 나는 만화 캐릭터가 아니지. 그리고 얼굴 한번 봤다고 사랑에 빠질 만큼 순수한 감성을가 지고 있는 어린이도 아니고. 안 그 래?”
강은영이 표정을 재정비하고 있었다.
빤히 보이는 모습이지만, 최연하는 같은 여자로서의 예의로 그녀가 캐릭터를 다시 잡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강은영이가식을 섞어서 그 녀를 대했다고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녀 역시 선배들을 대할 때는 강은영과 다를게 없을 테니까.
“제 질문에 대답을 안 해주셨는데 요?”
“아까워서.”
“네?”
“그 얼굴이 너무 아까워서.”
최연하가 빙그레 웃자 강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 았다.의도는 모르겠지만, 저 말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 연기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지금 충무로를 주름잡는 사람들 말고 연기 판만 뒤 져도 연기를 사람 아닌 것처럼 하는 분들이 널려 있어. 거기에 비하면 나 같은 건 혀 깨물고 죽어야 할 만큼.”
“에이, 선배님. 그건 너무가셨어요.”
“ 진짜야.”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무슨 연기파야. 나는 연기의 연 자도 몰라. 그런데 내가 어떻게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듣는 줄 알아?”
“……이뻐서라고 말하실 거면 미 리 실망할게요.”
“실망시켜서 미안해. 그런데 그게 사실이야.”
최연하는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대한민국에 나보다 연기 잘하는 여배우가 백 명은 훨씬 넘을 거야.
그런데 나보다 예쁜 여배우는 거의 없거든. 그러니 적당히 대본 정도는 읽을 줄 아는 내가 연기파 여배우가 된 거고.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아뇨.”
“잘생긴 건 엄청난 재능이야. 적 어도 이 바닥에서는 말이야. 근데 네 오빠가 그래. 발연기라고 해도 보고 싶을 만큼 말이야.”
“흐음……”
강은영은 한숨을 쉬고는 반쯤 식 어버린 아메리카노를 벌컥 들이켰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는데
강은영이 뚱하게 말했다.
“그건 사실 기획사에서 해야 할 말 아닌가요? 선배님, 독립해서 뭐 하나 차리시려구요?”
“재능을가진 사람이 그리 사라지는게 안타까운, 순수한 연기자의 마음이라고 하면?”
“네, 선배님! 저는 선배님이 그런 착한 마음을가지신 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어쩜! 제가 생각하 신 그대로예요.”
“……알았어, 그만해.”
이 기집애는 이제 자신의 앞에서
연기하는 것을 그만둔 것 같았다. 그럼 이쪽도 그리 나가줘야지.
“이번에 내가 영화 하나 들어갈 건데, 아직 상대방 배우가 정해지지가 않았거든. 근데 나는 네 오빠를 쓰고 싶어.”
“그 발연기를요?”
최연하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또 더빙하시게요? 그건 짧은 대 사라서가능한 거지, 전체 더빙하면 엄청 어색할텐데요?”
“아니.”
다음 최연하의 대답을 들은 강은영은 입을 쩌억 벌릴 수밖에 없었다. 들으면 누구나 이 역할은 강진호를 위한 거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주가 벙어리 역할이야.”
“……미친.”
결국 강은영은 대선배의 앞에서 욕까지 내뱉고 말았다.
“말씀은 전해 드릴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인간이 워낙에 그런데에는 관심이 없는 인간이라 헛수고하시는 거라는 걸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캐스팅이 쉬운 거였으면 대한민 국에서 영화 찍는 사람은 다 성공하 겠지?”
“그 정도가 아니니까 그러죠.”
“여하튼 그건 내 쪽에서 알아서 할일이니까, 강은영 씨는 나한테 오빠 연락처만 주면 돼.”
“생각 좀 해봐도 되죠?”
최연하는 고개를 끄덕이며가만히 강은영을 바라보았다.
“왜요?”
“이제 좀 편해진 것 같아서.”
“성격 나쁘다구요? 선배님 때문이
에요. 그런 말씀 안 하셨으면 제가 그럴 일이 없었잖아요.”
최연하가 빙긋 웃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성격이 좋네. 나는 소문 때문에 완전 성격 나쁠 줄 알았거든?”
“ 소문요?”
“너, 라엔이랑 트러블 생겼다며?”
“라엔요?”
“더 보이스.”
“아, 걔들요?”
강은영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라엔 방송 못 나가고 세무
조사 들어갔다고 이야기가 파다해. 그전에 너, 스타위즈도 공중분해시 키고 코드로 간 거 아냐? 너가요 계의 실세라고 소문이 자자해. 듣자 하니 큰 기업이 뒤에 있다며? 그러니 실제 성격 장난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
“아, 그러셨구나.”
강은영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구설수가 퍼지는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를 신경쓰다 보면 쓸데없는 심력 낭비를 하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
다.
“사실이야?”
“뭐가요?”
“네가 재경 후원받는다는 것.”
“그게 중요해요?”
그럼 안 중요하니?
강은영은 모른다. 아무리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고생을 한 기색이 있 다고는 해도데뷔를 하고 나서도 지 독하게 뜨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팔방미인급인데도 이 상하게 끝까지 인지도가 붙지 않다
가 사라지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배경이 중요한 것이다. 메이저 기획사에서 미친 듯이 푸 시를 해도 안 뜨는 애들은 있지만, 애초에 푸시를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이들에 비하면 천배, 만 배 나았다.
“그런데 어쩌죠? 솔직하게 말씀드 리면, 저는 재경이랑 아무 관계가 없거든요.”
“……아, 그래? 그렇구나.”
밝히기 싫으면 굳이 파고들지 않 겠다는 태도였다.
그에 강은영이 피식 웃고는 말했
다.
“정말이에요. 재경이랑 관계가 있는 건 제가 아니라 우리 오빠거든요.”
최연하의 눈이 살짝 빛났다.
강진호는 할일이 없었다.
어떤 프렌차이즈를 선택할 것인가, 인테리어에 얼마나 투자를 할 것인가, 입지는 어디가 좋은가, 얼마
나 투자를 해야 할 것인가 같은 당 연한 일들은 모조리 조규민이 떠맡 았다.
이것만 해도 황정후 회장의 원래의도와는 조금 빗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조규민 역시 알고 있었다. 이 걸 강진호에게 맡겼다가는 운영 능 력을 알아보기도 전에가게가 폭발 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조규민은 최대한가게를 만들어놓고 강진호에게 맡기겠다고 결심을 했다.
덕분에 강진호는…….
“에스프레소 나왔습니다.”
“……이, 이게 에스프레소예요?”
“예, 손님.”
“잔이 어, 엄청 작네요?”
“네, 손님.”
“여, 여기만 이런 건 아니죠?”
마치 인형놀이 세트에나 들어 있을 것 같은 작은 잔을 본 남자가 당황하여 눈 둘 곳을 찾지 못했다.
‘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구분 못하는 거지?’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메뉴판에 사진이라도 넣어야 하나 고민을 한 강진호가 고개를 꾸벅 숙 이고는 몸을 돌렸다.
아마 곧 에스프레소를 입에 한 모 금 머금을 저 남자는 아마…….
“악! 써! 아악!”
저리될 것이다.
강진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카운터로 걸어갔다.
할일이 없는 강진호를 그냥 내버 려 둘 강지환이 아니었다. 준비가 되는 동안 택배 상하차라도 다시 나 갈까 고민하던 강진호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카페에 출근하게 되었다.
‘비효율적이군.’
이미 카페는 셀프가 대세가 되어
가고 있는데, 왜 굳이 이렇게 서빙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오빠! 사진 한번만 찍어주세요.”
“……아침에 찍지 않았어요?”
“해가 높이 떴잖아요! 지금 딱 조 명이 좋아요!”
“……예.”
강진호는 깊이 한숨을 쉬면서 테 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오빠, 요즘 너무 안 나오시는 것 아니에요?”
“일이 있어서요.”
“그래도 오빠가 안 나오셔서가게
에 사람들이 너무 줄었잖아요. 매일 오시던 사람들도 요즘 잘 안보여서 쓸쓸해요. 자주 좀 나와주세요.”
‘그러지 말고 손님이 그만 오시면 될 것 같은데요.’
강진호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여기가 무슨 동물원도 아니고, 카 페에 왜 사람 얼굴을 보러 온단 말인가.
그나마 최근에는 카페에 잘 안 나 오다 보니 사람이 많이 줄어들어서 일할 맛이 났다.
“진호야, 잠깐만!”
“ 예?”
강지환이 강진호를 불렀다.
카운터로 다가가자 아버지가 조각 케이크를 내주었다.
“드려. 서비스다.”
“……예?”
어느 카페가 커피 먹는 사람한테 케이크를 서비스로 주는가.
“네가 오든 안 오든 매번 오시던 분이다.가서 케이크 드리고 사진도 많이 찍어드려. 대화도 좀 하고!”
“ 예.”
독재는 나쁜 것이다.
강진호는 강지환의 독재에 시달리 며, 과거 마교에서 철권통치를 펼친
자신을 반성했다.
‘미안하다, 청마.’
이게 이런 건 줄 알았으면 말을 할 때 좀 들어주고 할 것을.
수라기를 나눠 주겠다고 할 때, 피를 토하며 말리던 청마의 말을 무시하지 말 것을.
강진호는 케이크를 테이블로 날랐다.
“서비스입니다.”
“어머! 감사해요!”
“자주 오시나 봐요?”
“예. 원래는 보통 저녁 타임에 많 이 왔는데, 어제부터 좀 일찍 오고
있어요.”
“저녁에 일이 있으신가 봐요?”
“아, 그런 건 아니구요.”
손님의 얼굴에 살짝 불안감이 감 돌았다. 강진호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나요?”
“……모르세요? 이틀 전에 여기서 여대생 피살됐잖아요.”
“ 피살?”
강진호의 미간이 좁아졌다.
“밤에 집으로가다가 일을 당했대 요. 엄청 끔찍했다고 말이 많더라구 요. 진짜 사이코가 나타났다고 난리
가 났어요.”
“으음……”
강진호는 고개를 돌려가게를 쭉 훑어보았다.
‘손님이 줄었다 싶더니……
그런 일이 있으니 유동 인구가 줄 어드는 것도 당연했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겠죠.”
“그래도 불안해서요. 하지만 오빠 얼굴을 봐야 할 것 같아서 일찍 나 오고 있어요. 헤헤.”
강진호는 미묘한 표정으로 손님을 보다가 몸을 돌려 카운터로 갔다.
“아버지.”
“응?”
“……서비스 커피 한 잔 추가요.” 강진호도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