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82)
마존현세강림기-2082화(2081/2125)
마존현세강림기 84권 (17화)
4장 이해하다 (2)
급작스럽게 불어온 강풍에 헬기가 제멋대로 흔들렸다.
“아악!”
강은영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 왔다. 좌석을 있는 힘을 다해 움켜 잡은 그녀가 떨리는 눈으로 밖을 바 라보았다.
“뭔 바람이……
몰려오는 먹구름과 불어닥치는 강 풍.
마치 태풍이라도 북상하고 있는 것만 같다.
휘이이이잉!
다시 한번 밀어닥친 강풍에 헬기 가 옆으로 또 옆으로 밀려 나가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강은영의 두 눈에 공포감이 진하게 어릴 무렵, 옆에 앉아 있던 이가 손을 뻗어 그 녀의 손등을 움켜잡았다.
“……어, 언니.”
강은영이 고개를 돌려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떨고 있는 그녀와는 다르게 최연 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얼굴로 앞쪽을 흔들림 없이 바라보고 있었 다.
“걱정하지 마.”
“……네.”
고한봉이 슬쩍 최연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강하구나.’
겪은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 면 그 강진호의 지인들이라 그런지, 사람 자체가 단단하다는 느낌이다.
험난한 정치권에서 버텨내느라 웬
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자신조차 겁이 날 정도로 헬기가 떨 리고 있는데, 저 사람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다.
아니, 최연하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의 옆쪽에 앉아 있는 강유환과 백현정 역시 일말의 혼들림 없는 자 세를 견지하고 있다.
‘부모란 건가.’
고한봉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자신의 아들이 비슷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 불구덩이 속이 라도 뛰어들 터. 지금 이 두 사람에 있어서 폭풍이 몰아치는 하늘을 헤
쳐 나가는 것 정도는 별일도 아닐 것이다.
고한봉이 슬쩍 고개를 돌려 창밖 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건 정말 태풍인가?’
기상예보에 태풍이 예정되어 있었 다면 헬기 같은 건 애당초 띄우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도 아니고, 이 중국에서 말이다.
게다가 바람이 불어오는 방식도 그가 아는 태풍과는 너무도 다르다. 강풍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폭풍이 휘몰아쳤 다가 사라지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마치 거대한 폭발이 연이어 일어 나고 있는 것만 같군.’
그가 화면으로 본 전투와 지금 이 상황, 그리고 보고로 들어온 내 용을 조합한다면, 지금 이 폭풍의 정체는 명백하다.
하지만 머리는 이해하는데 그의 몸은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전투를 벌이는데 폭풍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 회주님……
그리고 그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겠 는가.
머릿속이 복잡하다.
“총리님!”
그때, 옆에 앉은 비서관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앞쪽으로는 더 이상 비행이 불가 능합니다. 더 다가갔다가는 헬기가 추락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 으음.”
“어떻게 할까요?”
고한봉이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 였다.
“착륙할 곳을 확보하고, 그쪽으로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불러오게! 빨 리!”
“예!”
고한봉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헬기가 빠른 속도로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이만한 강풍을 헤치며 여 기까지 온 것만 해도 운이 좋은 일 이었다.
그리고 딱히 착륙할 곳을 수배할 필요도 없었다. 이곳은 애초에 시가 지가 아니고, 중국 땅은 한국처럼 산지가 아니니까. 눈에 보이는 곳은 모두 착륙 가능한 지점이다.
차량이 접근하기 좋은 곳을 찾아
내기만 하면 된다.
투두두두두두!
헬기가 거친 프로펠러 소리와 함 께 앞쪽에 보이는 공터로 내려앉았 다. 채 시동이 꺼지기도 전에 문이 격하게 열리고, 안쪽에 타고 있던 고한봉이 헬기에서 뛰듯 내렸다.
“차량은?”
“아직 목적지까지 도착하지 못한 터라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서두르라고 해!”
“예!”
비서관이 전화를 들고는 앞쪽으로 달려 나갔다. 프로펠러 소리가 크지
않은 곳에서 닦달을 할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고한 봉이 헬기에서 내리는 일행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차량이 올 겁니다.”
“아닙니다, 총리님. 이렇게까지 해 주시는 것도……
말을 하던 강유환이 입술을 깨물 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 은 알고 있지만, 뭔가 북받치는 감 정 때문에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하죠?”
그런 강유환의 말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최연하였다.
“그리 멀지 않았을 겁니다. 차량 으로 이동하면 십 분이면 됩니다.”
최연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바로 그 순간, 전방에서 귀를 찢 는 굉음과 함께 커다란 폭풍이 그들 을 후려쳤다.
“꺄악!’’
강은영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 크렸다.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난 고한봉이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말을 덧붙였 다.
“……저기까지 접근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태풍이란 광범위한 바람을 동반하 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건 태풍이 아니다. 만약 이 폭풍이 정말 강진 호와 혹왕의 전투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면, 그곳으로 접근하면 할 수록 충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과연 평범한 사람이 그 충격을 버티며 저들이 눈에 보이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음‘?”
뒤쪽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고한봉이 고개를 돌렸다.
‘ 언제?’
일련의 무리가 그들을 향해 접근 하고 있었다. 고한봉의 얼굴이 순간 적으로 긴장으로 굳어졌다. 이곳은 중국. 급하게 게이트를 통해 중국으 로 이동하려다 보니 딱히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마주한 낯선 무리
는 고한봉에게 긴장감을 주기에 충 분했다.
하지만 그 긴장은 다행히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아이고, 빌어먹을. 헬기 더럽게 빠르네.”
가장 앞쪽에서 달려온 거대한 덩 치의 사내가 그들의 앞에 철푸덕 주 저앉는다. 전신이 땀으로 젖은 그가 마치 소싸움을 마친 황소처럼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 사내의 모습이 묘하게 익숙하 다 생각한 고한봉이 물었다.
“혹시?”
“예. 총회 사람입니다.”
공영길이 커다란 손을 휘휘 내저 었다. 긴장하지 말라는 듯이 말이다.
“여긴 어떻게?”
“사람이 대가리를 쓰고 살아야 한 다고, 총리님이 게이트로 중국에 갈 수 있냐고 물은 뒤에야 우리도 그게 된다는 걸 이해했죠.”
“아•…”
“한국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느 니, 차라리 우리도 가서 보는 게 낫 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먼저 가시 는 양반들 뒤따라 달리기만 하면 자 연히 도착할 테니까.”
고한봉이 혀를 내둘렀다.
그 말인즉슨 이들은 고한봉 일행 을 게이트로 전송한 다음, 그 뒤를 따라왔다는 말이 아닌가.
‘헬기를 타고 왔는데……
아무리 이들이 무인이라고는 하지 만 그래도 사람일 텐데, 어떻게 헬 기의 속도를 따라붙는단 말인가.
“어휴, 죽겠다.”
깊게 숨을 내쉰 공영길이 뒤쪽을 가리켰다.
“저 안으로 들어가는 건 저희가 어떻게 해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않 으셔도 됩니다.”
고한봉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방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래도 저 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자 신들보다는 이들이 잘 이해하고 있 을 것이다. 그런 이들이 방법이 있 다고 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일단 차량 을 기다립니까?”
고한봉이 물었지만, 공영길은 대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고한봉의 곁에 서 있는 최연하를 빤히 바라보 았을 뿐이다.
마치 그가 명령을 들어야 할 대
상은 고한봉이 아니라 최연하라는 듯이 말이다.
“이사님.”
“네.”
“어떻게 할까요? 차량을 기다릴까 요, 아니면 저희가 업어 나릅니까?”
최연하가 망설일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차 기다려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영길이 즉각적으로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러고는 뒤쪽을 바라보며 소 리 쳤다.
“몇 놈 앞으로 나가서 차량 확보
해 와라! 이 굼벵이 새끼들 기다리 느니, 차 몇 대 확보해 오는 게 낫 겠다!”
“알았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인들이 앞 쪽으로 뛰어나간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이사님. 저 희가 금방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최연하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정말 가까이까지 갈 수 있는 거 예요?”
“가능합니다. 저희가 온 이유가 그거거든요. 저 같은 놈이야 앞에서 얻어맞으며 방패가 되어 드리는 방
법밖에는 없지만, 저희 쪽에는 신기 한 기술을 쓰는 애들도 있거든요.”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를 열어준 마법사들도 함께 온 모양이었다. 위긴스의 제자들이 라고 했나?
“그리고 그들만으로 부족할까 봐 원탁…… 그러니까 유럽 쪽에도 지 원을 요청해 뒀습니다. 아마 정예를 추려 이쪽으로 지원을 올 겁니다. 그 양반들만 있으면 문제없이 근처 까지 갈 수 있을 겁니다.”
최연하가 이해했다는 둣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만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고서 라도 가까이 가겠지만, 지금 이곳에 서 강진호의 가족들이 있다. 그녀의 독단으로 그들을 위험에 노출시킨다 면, 아마 강진호가 무시무시하게 화 를 낼 것이다.
제 가족은 끔찍이 위하는 사람이 니까.
‘망할 인간.’
최연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 가족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 이 자기가 귀한 줄은 왜 모른단 말 인가.
“서둘러 줘요.”
“네. 지금 차량 수배하고 있으니
까……
“주둥아리 닥쳐라, 이 새끼야.”
공영길이 떨떠름한 눈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염들이 죽일 듯한 눈으 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사님이 말씀하시면 그냥 그렇 다고 해라. 이런저런 말 덧붙이지 말고.”
울컥해 한마디를 하려던 공영길이 입을 다물었다. 그를 노려보는 마염 들의 눈이 살벌하다 못해 지독했기 때문이다.
“……알았다, 미친놈들아.”
공영길이 입맛을 다셨다.
그에게 있어 최연하는 총회의 이 사이지만, 마염들에게 있어서는 전 혀 의미가 다르다. 마염들은 총회가 아니라 강진호에게만 충성을 바치는 존재들. 그들에게 있어서 최연하는 단순한 총회의 이사일 수 없었다.
‘독 오른 고슴도치들 같군.’
게다가 이곳에는 강진호의 가족들 마저 있지 않은가. 마염들의 눈에 살기까지 어리는 이유도 이해가 갔 다. 이들에게 털끝만큼의 상처라도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테니
까.
“지금 바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사님.”
“……고마워요.”
최연하가 고개를 돌렸다.
콰르르르르릉!
다시 한번 불어온 폭풍과 함께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 사이로 뇌성 벽력이 몰아친다.
금방이라도 세상이 무너질 것 같 은 광경이었다.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최연 하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막 주먹을 힘을 주어 움
켜잡을 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몇 몇 대의 차량이 그들 쪽으로 돌진해 왔다.
끼이이이이익!
차량이 멈추기 무섭게 문이 열렸 다.
“이사님! 타시면 됩니다!”
“네.”
최연하와 강진호의 가족들이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이 차에 뛰듯 올 라탔다.
“전후좌우 호위 완벽하게 해! 문 제 생기면 너희는 다 죽는 거야!”
“알았으니 출발해!”
마염들이 초조한 얼굴로 차량의 사방으로 달라붙었다.
익숙하지 않은 차의 뒷자리에 앉 은 최연하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 끈 감았다.
‘진호 씨.’
다시 눈을 뜬 그녀의 시선에 저 먼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검은 화염 이 들어온다.
‘죽지 마요. 내가 지금 가고 있으 니까.’
그녀를 태운 차가 요란한 먼지구 름을 뿜어내며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