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95)
마존현세강림기-2095화(2094/2125)
마존현세강림기 85권 (5화)
1장 돌아오다 (5)
살면서 부상을 입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깨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의 기억에도 처음 있 는 일이지만,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질 정도의 부상은 흔하다고는 말 하기 어려워도 그리 드물지 않은 일
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투로 인해 강진호 가 입은 부상은 이전까지의 부상과 는 그 궤를 달리했다.
무려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음에도 아직 격한 통증을 느껴야 할 정도로 말이다.
이쯤 되니 제 몸뚱아리를 적당히 내버려 두면 알아서 수복하는 도마 뱀 꼬리쯤이라 여기는 강진호라 할 지라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사실 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게 강진호의 마음대로 되 는 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진호야!”
그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단 번에 달려온 백현정이 연신 강진호 의 얼굴을 쓰다듬어 댔다.
눈물을 훔치는 백현정과 그 뒤에 서 어색한 얼굴로 서 있는 강유환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참 따뜻함이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이게 벌써 30 분째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저기…… 여보.”
“왜요?”
“진호도 좀 쉬어야……
“당신은 좀 조용히 하고 있어요!”
아버지란 존재는 언제나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 나지만, 옆에 어머니가 존재할 때는 그 사실에서 살짝 거리를 둬야 하는 존재가 아니 던가.
아니, 어쩌면 강유환은 그 사실을 변명으로 점점 하얗게 질려가는 강 진호를 내다 버린 건지도 모른다. 강진호가 필사적으로 도와달라는 시 선을 보냈지만, 강유환은 그저 고개 를 돌려 외면하고 있었다.
‘나도 살아야지.’
사람은 눈치라는 게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했다가는 강 유환은 지금부터 한 달 정도는 집에 서 숨소리도 내지 못하게 될 것이 다.
결국 강유환의 도움을 포기한 강 진호가 제 스스로 살길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어머니, 저는 괜찮……
“어떻게 괜찮아, 어떻게! 사람이 보름 동안 의식이 없다가 깨어났는 데! 어떻게 괜찮아!”
그건 맞지.
상식적으로 봐서 그 말이 백배 맞지.
“의사는 뭐래?”
“어, 엄마. 의사가 검사 결과로는 딱히 큰 문제가 없어 보인대.”
“정말?”
“응, 엄마.”
강은영도 강진호가 슬슬 불쌍해지 기 시작했는지, 열심히 지원사격에 나 섰다.
“그 의사 놈, 진호 못 깨어날 수도 있다고 한 돌팔이잖아! 그런 인간 말을 어떻게 믿어?”
“……그치. 그것도 맞지.”
하지만 백현정은 말 그대로 난공 불락의 성이었다.
“그러게 뭐 한다고 거기서 싸움박 질을 하고 있어!”
그 전투를 과연 싸움박질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지는 모두가 가 진 의문이지만, 지금 그 사소한 표 현으로 딴지를 걸 용기를 가진 사람 은 아무도 없었다.
자식이 상처 입는 모습을 본 어 머니만큼 무서운 건 없으니까.
“자식 놈 키워봐야 아무 소용 없 다더니! 내가 속이 상해서! 내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강진호가
최후의 보루로 최연하를 돌아보았다.
저 현명한 여자라면 그가 탈출할 구석을 마련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 다.
“면회 시간이……
“아, 면회 시간?”
최연하가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 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면회 한 시간이지, 면회는.”
“한 시간 다된 것 같은데……
“그러니?”
백현정이 슬쩍 최연하를 돌아본 다. 이 중에서 백현정이 그래도 조 금의 불편함이라도 가진 사람은 최
연하가 유일하다. 그러니 희망이 있 다며 오직 그녀가…….
그때, 최연하가 더없이 화사하게 웃었다.
“그런데 여기는 WIP 병실이라서 괜찮아요, 어머니. 마음껏 하세요.”
“그래?”
반색하는 백현정을 보며 강진호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냥 다시 기절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강건한 육체는 그의 간절 한 소망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걱정하고, 우려하고, 당부하고, 화
를 내기를 수십 번 반복한 백현정이 결국에는 지쳐 집으로 돌아갔다. 무 려 세 시간에 달하는 잔소리와 울음 소리에서 겨우 벗어난 강진호가 떨 리는 손으로 물을 찾을 때 즈음, 강 진호 토벌대의 2진이 들이닥쳤다.
“야, 이 새끼야!”
“ 진호야!”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주영 기와 박유민을 본 강진호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물론 두 사람은 감히 백현정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파괴력은 백현정에 확실히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이들은 둘이라는 점이었다.
“야, 이 씨발! 껍데기를 벗겨서 회 를 칠 새끼야! 그동안 잘도 그런 짓 거리를 하고 돌아다녔네. 내가 씨발, 살다 살다 내 친구 면상이 전 세계 에 생중계되는 꼬라지를 다 처보네. 유명 인사 되셔서 아주 좋으시겠다, 이 개새끼야! 내 사인은 미리 해뒀 냐?”
“진호야, 몸은 정말 괜찮아? 정말 많이 다친 것 같던데, 의사가 후유 증은 없대? 그러니까 왜 그랬어? 그걸 굳이 네가 할 필요가 없었잖
아. 내가 진짜 심장이 멎는 줄 알았 어. 아니, 왜 네가 굳이……
강진호의 얼굴이 더욱 핼쑥해졌다.
왼쪽에 선 주영기가 쉬지도 않고 욕을 해 대고, 오른쪽에 선 박유민 이 쉴 새 없이 울어 댄다. 양쪽 귀 에 전혀 다른 말과 감정이 동시에 파고들자, 천하의 강진호도 반쯤 돌 아버릴 지경이었다.
“그…… 얘들아, 내가…… 그…… 정말 미안한데……
강진호가 없는 힘을 짜내서 말했 다.
“지금 내가 컨디션이 너무 안 좋
아서 그러는데…… 이거 좀 나중에 해주면 안 될……
“컨디션? 컨디션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이 새끼야! 그게 컨디션 이 안 좋은 거냐? 야, 이 새끼야. 너는 거기서 뒈졌어도 사고사가 아 니라 자연사예요. 지가 죽겠다고 제 발로 걸어 들어갔는데, 뭐? 컨디션? 시체 조각이라도 건져 나온 걸 다행 이라고 생각해야지. 욕 처먹기 싫었 으면 그냥 뒈지지, 왜 살아 돌아와 가지고, 이 개새끼야.”
“진호야, 컨디션이 많이 안 좋니? 몸이 많이 상한 거 아니야? 검사라
도 다시 받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들어봤는데, 이게 검사 결과에 는 이상이 없다고 나오는데도 후유 증이 있어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고 하더라. 그러게 왜 그랬어?”
“영기야.”
“ 왜‘?”
“가게 문은 안 열어도 돼?”
“오늘 문 닫았어, 이 새끼야! 내가 이 기분에 지금 장사하게 생겼어?”
“……유민이는 오늘 경기 없니?”
“지금 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잖 아, 진호야. 그리고 경기 있어도 저 녁에 있으니까 네가 신경 안 써줘도
돼.”
체념한 강진호가 눈을 감아버렸다.
‘그냥 죽여라.’
걱정해 주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그를 위해서 화를 내주는 것도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그 걱정 속에 그가 보름 만에 의식을 되찾은 환자라는 사실을 조금만 섞 어주면 더 고마울 것 같은데.
그렇게 주영기와 박유민도 거의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욕과 울음을 늘어놓다가 돌아갔다. 나중 에는 거의 핏기가 가셔 버린 강진호
를 보고 강은영이 두 사람을 쫓아내 지 않았으면 밤이 될 때까지 계속할 기세였다.
“죽을 것 같……
물론 거기서 끝날 일은 결코 아 니었다.
“마존이시여어어어어어!”
문을 부수고 안으로 뛰어드는 장 민을 본 강진호가 풀려 버린 동공으 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마존이시여! 마존이시여어어어어! 마존을 보필하지 못한 속하를 죽여 주십시오! 마존께서 의식을 잃고 계 시는 동안 속하는 단장의 고통이 무
엇인지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무엇 이 진정으로 마존을 모시는 방법인 지 진즉에 알지 못한 이 무능한 속 하를 마존의 그 존귀하신 손으로 단 박에 쳐 죽여주시옵소……
“비켜라, 영감!”
바토르가 강진호에게 달라붙어 오 만가지 말을 늘어놓는 장민의 얼굴 을 잡아 뒤로 던져 버린다.
“괜찮나, 주인?”
“……괜찮았는데, 이제 안 괜찮다.”
“괜찮아 보이는군.”
이 인간에게 언어라는 건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바토르가 얼굴을 실룩인다.
“나약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부 상이 심했다고는 하나, 보름이나 잠 들어 있다니.”
“……너는 괜찮나?”
“그깟 부상 따위야 이틀이면 낫 지.”
이쯤되면 사람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 기회에 외공을 좀 익혀봐라. 몸을 보호하는 데는 그만한 것이 없 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십쇼, 이사 님. 바이크 타고 다니는 분이 전기 자전거를 왜 삽니까?”
“지금 외공을 비하하는 거냐?”
“사실이 그렇잖습니까. 그놈의 외 공도 필요한 사람이 따로 있는 거 지, 어디 그 조잡한 걸 회주님한테 들이댑니까? 역대급으로 업적 찍고 오신 분인데.”
“업적? 이게 뭔 게임이야?”
저들끼리 투닥대고 싸우기 시작하 는 바토르와 방진훈, 그리고 어느새 다시 달려들어 방언을 쏟아내는 장 민 속에서 강진호가 양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저기…… 다들 좀 꺼져. 제발.”
하지만 이들이 꺼진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시간이 채 얼마 지 나기도 전에 부서진 문으로 이명한 을 위시로 한 마염들이 우르르 들어 왔다.
“회주님, 괜찮으십니까?”
“의식이 드셨습니까!”
병실은 또 뭐 이렇게 넓은지, 수 십 명이 무리 없이 안에 들어온다.
병실을 채운 이들이 하나하나 늘 어날 때마다 강진호의 안색이 점점 더 창백해졌다. 이내 MK의 대표로
이현주가 방문했을 때 즈음에는 강 진호는 거의 널브러진 생선 쪼가리 꼴이 되어버렸다.
“왜…… 이렇게 많이들 왔어?”
“무슨 소리이십니까, 회주님?”
“어?”
“고르고 골라서 올라온 겁니다. 지금 밑에 애들 다 몰려와 있습니 다.”
이명환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 새끼들도 온다는 것 시범 삼 아 두어 놈 조져 놓고 저희만 올라 왔습니다. 괜히 회주님 쉬시는 데
방해되면 안 되니까요.”
“……고맙네.”
정말 눈물나게 고맙다.
“아아, 거기 밀지 말아봐.”
“야, 간호사가 이거 문짝 왜 부서 졌냐고 화내는데?”
“몰라. 그거, 바토르 님이 들어오 다 부쉈겠지. 그 몸이 통과할 사이 즈가 아니잖아.”
“내가 아니라 영감이 한 짓이야, 이 새끼들아!”
한숨을 푹푹 내쉬던 강진호가 움 찔하고 고개를 돌렸다.
“애들이 어디에 있다고?”
“병원 밑에 있습니다. 저 창으로 보시면 다 보일 겁니다. 손 한 번 혼들어 주십시오. 지금 다들 기다리 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병원에 총회 사람들이 몰려와 있다고?
“ 다?”
“예. 다 왔죠.”
“왜?”
“당연히 회주님 뵈러 온 거죠.”
“그러니까 왜?”
“……에이, 당연히 걱정되니까 그 런 거죠. 다들 간다는데 뭘 어떻게
합니까?”
“다들 그만큼 회주님을 생각하는 겁니다. 아, 듣자하니 좀 있으면 마 교 새끼들도 다 온다던데. 저희가 먼저 온 거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 새끼들은 만날 입으로만 충성이지.”
강진호가 멍한 얼굴로 바라보자, 이명환이 생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 했다.
“감동하실 것 없습니다. 다 당연 한 거죠. 회주님이 다치셨는……
“••••••시켜.”
“예? 고맙다고요?”
“……해산시켜, 당장.”
“예?”
“……다 죽여 버리기 전에.”
강진호의 오후 진료 과목에 신경 외과가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현수 불러와.”
……또 이현수가 맞아야 할 이유 도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