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099)
마존현세강림기-2099화(2098/2125)
마존현세강림기 85권 (9화)
2장 정리하다 (4)
부우우우웅.
붉은 스포츠카가 도로를 질주한다.
빠르게 내달리던 차는 이내 익숙한 움직임으로 길옆에 나 있는 작은 소 로에 접어들었다.
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할 만큼 작 은 소로.
좌우로 뻗은 짙은 가로수 사이를 지나자 넓은 4차선 도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부우우우웅!
스포츠카가 천천히 속도를 줄인다.
그러자 길을 막아선 바리게이트와 차단기 사이에 있던 관리소에서 한 사람이 고개를 내밀었다.
“억!”
심드렁한 얼굴로 고개를 내민 이가 익숙한 스포츠카를 발견하자 펄쩍
뛰어오르듯 놀라 밖으로 뛰쳐나온다.
“회주님!”
차창을 내리고 고개를 살짝 내민 강진호가 싱긋 웃었다.
“잘 있었어?”
“몸은 괜찮으십니까!”
“그래.”
“지금 바로 열겠습니다! 조금만 기 다려 주십시오!”
“그래.”
허리를 구십 도로 꺾은 이가 안으 로 달려가 차단기를 연다. 스포츠카 가 다시 엔진음을 내뿜으며 경사진
언덕길을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끼이이 익!
산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연무장 초입에 차를 세운 강진호가 문을 열 고 내리며 담배를 물었다.
“후.”
딱히 공기가 다를 것도 없다. 하지 만 여기에 오면 어쩐지 속이 뚫리는 기분이 든다. 익숙해서인지, 아니면 그에게 맞아서인지.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낡은 총회의 건물을 두 눈에 가득 담았 다.
‘개축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제 그런 건 의미가 없 어질 것 같다. 그들은 더는 이 인적 드문 곳에 그 모습을 감추지 않아도 되니까. 아니, 않아야 하니까.
길게 담배를 빨아들인 강진호가 건 물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 어?”
“회주님!”
건물을 오가던 이들이 다가오는 강 진호를 발견하고는 그에게 우르르 달려온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벌써 출근하셔도 되는 겁니까?”
자신들을 둘러싼 회원들의 반응에 강진호가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누가 죽기라도 했어?”
“안 죽은 게 더 이상한 거죠.”
“무인이라고 안 다치는 게 아니잖 습니까. 진짜 괜찮으신 거죠?”
“괜찮다니까.”
강진호가 저를 둘러싼 이들의 어깨 를 두드려 주었다.
“올라가야 하니까, 조금 비켜줘.”
겨우겨우 인파를 비집고 나온 강진 호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사방에
서 쏟아지는 요란스러운 인사에 일 일이 답을 해주고, 우려 섞인 목소 리에 답을 해주고서야 겨우 내부 카 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아이스로.”
“아이고, 회주님! 몸은 괜찮으십니 까?”
강진호가 제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오늘 내로 회주실에 도착할 수 있 을까?’
사람이 죽었다 살아난 것도 아닌 데, 뭔 호들갑이 이리들 심한지 모 르겠다.
강진호가 보름이나 혼수상태에 빠
져 있을 동안, 하루하루 마음을 졸 인 이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반응 이겠지만, 그 보름간의 기억이 없는 강진호에게는 당황스러운 반응일 수 밖에 없었다.
“아이스로요?”
“•…”그래, 그•…”
“회주님!”
“출근하셨습니까!”
“몸은 괜찮으십니까?”
강진호가 대답 없이 핼쑥해진 얼굴 로 말했다.
“……빨리 좀 부탁할게.”
예.”
쪼로로록.
강진호가 입에 문 빨대를 강하게 빨았다. 반쯤 녹은 아이스아메리카 노가 빨대를 따라 빨려 올라온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들이 건물 안으로 난입을 해 대는 터에 까딱했 다가는 정말 해가 지고서야 여기에 도착할 뻔했다. 벌써 반쯤 넋이 나 가 버린 강진호가 안정제를 마시듯 커피를 빨아 댔다.
“거, 당연한 반응이죠.”
이현수가 그런 강진호를 보며 낄낄 댄다.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도 툭툭 털 고 일어날 양반이 보름이나 의식이 없었다는데, 누가 봐도 죽다 살아난 것 아닙니까? 그러니 다들 걱정이 한가득들일 수밖에요.”
“……걱정해 주는 건 고마운데. 정 도를 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냥 고맙다에서 끝내십쇼. 며칠 지나면 쟤들도 진정할 겁니다.”
“……그게 며칠이나 걸리나?”
강진호가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 마를 꾹꾹 눌렀다. 소파에 등을 푹 기댄 강진호가 제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바토르와 장민, 그리고 방진훈이 앉아 있다.
그의 시선이 괜스레 비어 있는 한 자리로 향했다.
“시신은 고향으로 모셨습니다.”
그의 눈이 무엇을 찾는지 눈치챘는 지 이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 o »
M..•
“마스터와 함께요.”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 었다.
“사부님이야 뭐, 이제 완전히 총회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 만…… 이곳보다는 거기에 묻히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님 분 의견도 그러했구요.”
강진호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렀습니다. 화려한 걸 좋아하던 분이 아니시니, 만족할 겁 니다.”
그러고는 이현수가 굳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회주님께서 깨어나시는 걸 기다릴 까 하다가…… 그건 그저 저희 욕심 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잘했어.”
그건 이현수의 결정이 옳다.
어쩌면 위긴스는 강진호가 자신의 장례에 참석해 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위긴스에게 있어서 강진호 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장례라는 건 죽은 이를 위 한 것이 아니라 남은 이들을 위한 것이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이 를 위해서 장례를 미루는 건 슬픔에
빠져 있을 유가족에게 할 짓이 못 된다.
“한 번 들러야겠군.”
“예.”
이현수가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그래서 원탁 쪽은?”
“회주님이 부재한 동안 제가 주도 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으…»
■司”.•
“영국 측과 유럽 쪽에서도 원탁의 입장을 타진하는 모양이더군요.”
그럴 것이다.
원탁은 다른 나라들의 무인들에 비 해서 훨씬 정부와 가까운 입장을 유 지하고 있으니까. 대외적으로 무인 의 존재가 밝혀진 이상, 그들도 이 제 입장을 정리해야 할 때다.
“그래서?”
“회주님이 깨어나시기 전까지는 모 든 답변을 거부하기로 자체적으로 정한 모양입니다. 회주님이 복귀하 시게 된다면, 그 의견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제 쪽으로 전해 왔습니다.”
“……원탁이?”
강진호가 의외라는 듯 이현수를 바 라보았다.
원탁은 강진호에게 딱히 좋은 감정 을 가질 이유가 없다. 따지고 보면 그들에게 강진호는 동료를 살해한 적이고, 위긴스를 통해 원탁을 장악 한 압제자다. 심지어는 그들의 전 마스터를 잡아 가둔 원수이기도 하 다.
그러니 위긴스의 죽음, 그리고 그 의 부재가 원탁의 반발을 불러일으 켰으리라 짐작하는 것도 당연한 일 일 것이다. 그런데 협조라니?
“마스터와 사부님이 죽음으로 남긴 메시지가 그들에게도 전해진 모양입 니다.”
“구원은 접어두고 새 세상에 적응 하겠다는 거겠죠. 그걸 위해서라도 회주님과 대립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고 여겼을 겁니다.”
« o »
M..•
“여기까지는 표면적인 이유고……
이현수가 사악하게 웃었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마스터마저 잃은 원탁은 총회와 대립할 힘 자체 가 없습니다.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미 무 인의 존재가 대외적으로 밝혀진 이 상, 국가가 그들을 지원하는 것 역
시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되레 지 금까지 뒤로 가져다 쓴 세금의 액수 를 숨기느라 급급할걸요?”
“이제 거긴 이쪽에 붙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강진호가 뒷머리를 긁었다.
“정치란 복잡한 거군.”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은 거죠.”
강진호가 바토르를 바라보았다.
“흥왕계 쪽은?”
“안 그래도 조금 전에 홍왕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 당장은 발을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직접 찾아오 지는 못하지만, 쾌차했다니 다행이 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더군.”
“홈.”
강진호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 다.
홍왕과 그가 그리 친한 사이는 아 니지만, 그래도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운 경험 덕인지, 미묘한 동지애가 느껴졌다.
“지금 가장 정신이 없는 쪽이 홍왕 계다. 아무래도 흑왕이 직접 일을 벌인 곳이 중국이기도 하고, 그들이 수작을 부려놓은 정계나 재계의 상
황을 확인하느라 손이 열 개라도 부 족한 모양이더군.”
“잔당들도 정리해야 할 테고?”
“그런 모양이지.”
바토르가 크흐, 하고 웃었다.
“여하튼 홍왕계의 입장도 원탁과 그리 다르지 않다. 앞으로 어떤 결 정을 하든 이쪽의 지시를 따르겠다 는군.”
“……그 홍왕이 순순히?”
바토르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주인은 한 번씩은 똑똑한 것 같은
데, 대부분은 멍청하다니까.”
“……거꾸로 말한 것 같은데.”
“제대로 말한 것 맞아.”
강진호가 입을 다물자, 바토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강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마음대 로 해도 되는 건 아니지. 하지만 적 어도 바깥세상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라는 점에 대해서만큼은 주인 은 우리 측을 대표할 자격을 얻은 거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토르가 눈을 부라렸다.
“혹여 반발하는 놈들이 있다면! 다 독일 게 아니라 찍어 눌러야 한다. 그러지 않는 건 자비가 아니야. 그 하나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운 우 리에 대한 모독이고, 그곳에서 죽어 간 이들에 대한 모독이다.”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쯧, 상황이 조금만 심각해지면 강 단 넘쳐 나는 사람이 좀만 해결되었 다 싶으면 다시 느슨해져서는.”
“대가리까지 근육만 찬 놈이 주둥 아리를 함부로 놀리는구나! 네 쥐톨
만 한 뇌로 어떻게 마존의 깊은 뜻 을 짐작할 수 있겠느냐!”
“영감은 좀 닥치라고!”
강진호가 골치가 아프다는 듯 관자 놀이를 꾹 눌렀다.
이현수가 피식 웃고는 설명을 이어 갔다.
“일단 저희 측에 가장 우호적인 세 력은 그 두 곳입니다. 아니…… 그 두 곳이라고 하니 좀 이상하네요. 현재 무인 쪽 집단 중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은 총회 와 원탁, 그리고 홍왕계밖엔 남지 않았습니다. 결국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곳은 모두 회주님의 휘하에 들 어왔다고 해야겠죠.”
“휘유.”
방진훈이 휘파람을 불어 댔다.
“이게 그 옛날로 치면 중원 정복인 가 그건가? 마도천하?”
“……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이현수가 살짝 눈을 찌푸리며 설명 을 이어갔다.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 담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결국 회주님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정 해진다는 의미니까요.”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 라보았다.
“바토르 님이 말했듯이, 지금 총회 는 다소간의 반발을 억누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불만이 있는 쪽이 있다 한들 방송으로 이사님들 의 힘을 확인한 이상, 쉽사리 불만 을 표출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니 이제 정해야 하는 건 하나 뿐입니다.”
이현수가 진지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제 저들의 질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해야 할 때입니다. 회주님, 바깥세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실 생각이십니까?”
강진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모든 싸움은 결국 이 대답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막상 대답을 해야 할 순간이 오자 어깨가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나는♦•••••
강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