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02)
마존현세강림기-2102화(2101/2125)
마존현세강림기 85권 (12화)
3장 바라보다 (2)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오기 무 섭게 날카로운 맹수(?)의 울부짖음 이 들려왔다.
왈! 왈!
강진호의 기척을 들은 동동이가 가 공할 속도로 돌진해 온다.
“다친다.”
강진호가 재빨리 손을 뻗어 무릎을 향해 달려드는 동동이를 안아 들었 다. 그러자 동동이가 꼬리를 프로펠 러처럼 흔들며 강진호의 얼굴을 핥 아 대었다.
살짝 동동이를 떼어네 엄근진한 표 정을 지은 강진호이지만, 그래도 좋 다고 헥헥대는 강아지를 보고 있으 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래그래, 오랜만이다.”
새삼스레 이런 맛 때문에 개를 키
우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왔어?”
“네.”
강진호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 갔다. 거실로 들어가자 백현정이 나 와 강진호의 등을 두드려 댄다.
“퇴원을 했으면 집에 와야지, 또 어딜 쏘다니다가 이제 들어와! 병원 에서는 어제 퇴원했다고 하던데!”
“……잠깐 들를 데가 있었어요.”
“최연하 씨 집에 있었니?”
“아니요. 그, 회사에 잠깐……
순간, 백현정의 눈이 극도로 가늘
어진다.
“……넌 무슨 회사에 꿀 발라놨어? 아직 젊은 애가 왜 그렇게 회사를 못 가서 안달이야?”
“바쁘게 할 일이 좀 있었어요7
“항상 바쁘지, 항상! 퇴원을 해도 다 나은 게 아닌데, 우선 몸부터 관 리해야지! 그러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조심할게요……
백현정이 도끼눈을 뜬 채 강진호를 흘겨보다가 피식 웃었다.
“밥부터 먹자.”
“우선 씻고요.”
“반찬 식는다. 밥부터 먹어.”
“•••••♦네.”
강진호가 더는 군말을 하지 않고 식탁에 앉았다. 그러고는 주변을 두 리 번거 렸다.
“아버지랑 은영이는요?”
“네 아버지는 오늘 좀 늦으실 거 야. 가게에 수리할 게 좀 있다고 하 시더라.”
“제가 가봐야……
“ 앉아.”
“넵.”
백현정이 가스레인지를 켜 국을 데 우며 말했다.
“은영이는 오늘 연습이 있는 모양 이더라.”
“ 연습이요?”
“그래. 곧 다시 활동한다고, 준비 막바지라 바쁘다고 하더라. 누구 덕 분에 한참 연습해야 할 기간에 연습 을 제대로 못 했다고.”
강진호의 얼굴에 어색함이 피어났다.
그 누구가 누구겠는가. 당연히 자 신이지. 그가 깨어났을 때, 강은영이 최연하와 함께 소파에서 자고 있던 모습을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강진호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 났다.
“밥은 제가 풀게요.”
“ 앉아.”
“……네.”
강진호가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았 다.
백현정이 들고 온 밥과 국을 강진 호 앞에 내려놓았다. 미리 차려놓은 반찬들이 꽤 거창하다.
“엄마가 밥하는데 자식 놈이 앉아 서 기다리는 건 버르장머리가 없지?”
“ 조금••••••
“괜찮아.”
백현정이 의자를 빼 강진호의 건너 편에 앉으면서 빙긋 웃었다.
“우리 아들내미는 버릇 좀 없어도 돼.”
“네?”
“잘나서 그런 게 아니야. 내 아들 이니까 그래도 돼.”
백현정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다른 어른들한테는 그러면 안 되지. 그런데 엄마한테는 좀 그 래도 돼. 그게 엄마잖아.”
“그래도 좀……
“어허.”
백현정이 다시 눈을 가늘게 뜬다.
“내가 불편해. 효도라는 게 별게 아냐. 부모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게 효도지. 안 그래?”
강진호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내가 네 밥 차려줄 날도 얼 마 안 남았을 텐데.”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네가 장가가면 네 밥은 네가 차려 먹어야지. 이제 곧 갈 것 같던데.”
“ 예?”
“ 아냐?”
강진호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맞고 그르고를 따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에 그가 저지 른 일 덕분에 이런 일련의 결정에 대한 권한은 모조리 최연하에게 넘 어갔다. 강진호는 목줄 잡힌 강아지 처럼 최연하가 하는 대로 끌려가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니 대답하기 어려울 수밖에.
“……진호야.”
“네.”
“우리 아들 참 똑똑하고 다 좋은 데……
백현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면으로는 어쩜 이리 한심할 까.”
“아, 아니
“물론 좋은 거지. 가정적인 것도
좋고, 애처가인 것도 좋고, 여자 친
구 기 살려주는 것도 좋고, 다 좋은 데……
백현정의 얼굴이 조금 뚱해졌다.
“엄마 입장에서는 좀 복잡하달까? 기껏 키워놓은 내 자식이 남의 자식
한테 구박받으며 사는 걸 잘한다고 해줘야 하니.”
“구박 안 받아요……
“퍽이나 그러겠다.”
백현정이 세상 한심한 사람을 보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여하튼 엄마는 그래요. 곧 남의 남편 될 자식 놈, 지금이라도 내가 밥이라도 떠 주고 싶고 그런 거지.”
무슨 대답올 해야 할지 알 수 없 던 강진호가 재빨리 말을 돌렸다.
“은영이는 그럼 지금 엄청 바쁘겠
네요.”
“응? 그렇지. 바쁜데…… 걔도 나 름 걱정이 많은 모양이더라.”
“왜요?”
“요즘 분위기가 워낙에 흉흉……
말을 하던 백현정이 입을 닫고는 슬쩍 강진호를 바라본다. 그 시선에 강진호가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 괜찮아요.”
백현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엄마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봐. 예전에는 이렇게 말이 헛 나오는 일 이 잘 없었는데.”
미안한 표정을 지은 백현정이 강진 호를 재촉한다.
“엄마가 말이 너무 많았네. 얼른 밥 먹어.”
“예.”
강진호가 숟가락을 들었다.
“ 진호야.”
“네?”
“너무 신경 쓰지 마.”
강진호가 말없이 백현정을 바라보 았다.
“네가 어떤 사람이든, 엄마한테는 그냥 내 아들일 뿐이야. 그렇지?”
“네, 당연하죠.”
“그래.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야.”
백현정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강진 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 무슨♦•••••
“만약에 진호가 그….. 무인인지
뭔지 하는 그쪽 사람이 아니었다면, 엄마도 뉴스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 겠지. 무섭다. 겁난다. 우리 애들이 괜히 마주쳐서 다치면 어떻게 하 지?”
“그래, 분명히 그런 걱정을 했겠지. 그건 부정할 수 없어. 그런데 네가 내 아들이잖니.”
“예, 어머니.”
“그러니까 이해하게 되는 거지. 우 리 애는 어디 가서 괜히 다른 사람 한테 피해 주고 그럴 사람이 아니니 까.”
“그런데 나만 엄마는 아니잖아. 그 무인이라는 사람들에게도 가족이 있 고,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아, 물론 엄마가 애쓰고 있다
는 의미는 아니고.”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
“그래, 그렇지?”
백현정이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사람 이라는 건 그렇게 딱딱 끊어져서 살 지 못한단다.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도 나눌 수 없는 게 사람이거든.”
“••••••예.”
“그러니 항상 생각하렴. 이건 너희 만 하는 싸움이 아니라는 걸.”
강진호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 다.
“예. 항상 생각할게요.”
“그래. 얼른 밥 먹어.”
“네.”
식사를 마친 강진호가 욕실로 들어 갔다. 옷을 벗은 강진호가 가볍게 몸을 씻고는 미리 물을 받아둔 욕조 안으로 들어간다.
“후……
씻지 않아도 노폐물이 쌓이지 않는 몸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일은 꼭 청결을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몸이 나른하게 풀리는 감각이 주는 안정감이라는 게 있으니까.
목까지 물 안으로 밀어 넣은 강진 호가 고개를 젖혀 욕실 천장을 바라 보았다.
“……좋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머리가 복 잡하던 와중인데, 욕조에 몸을 담그 고 나니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었다.
뜨거운 물을 끼얹은 강진호가 제 얼굴을 조금 거칠게 비벼 댄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라……
강진호가 작게 웃었다.
“고마운 말이네.”
그 말에 참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잘못되 지 않았다는 확신, 그리고 강진호가 앞으로도 잘못된 길을 걷지 않을 거 라는 신뢰.
그걸 느끼고 나니 강진호도 스스로 에 대해 조금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자신은 잘 믿지 못하는 사람이 강진호이지만, 그의 주위에 있는 이들은 믿을 수 있으니 까.
“우리만 하는 싸움이 아니다라……
그 말 역시 고마운 말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의 편을 들 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강진호 를 조금 더 힘낼 수 있게 해준다. 가족은 결코 그를 버리지 않는, 가 장 소중하고도 든든한 존재다.
그 한없는 따뜻함이 없었더라면, 강진호도 이미 수없이 지쳐 쓰러졌 겠지.
다만….
“후우.”
좋은 말이다. 그래,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런 좋은 말들을 듣고 있
자면, 새삼스레 깨닫게 되어버린다. 지금부터 그가 하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
서로 간의 조율을 해 나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는 그냥 미봉책에 지 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언젠가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 다.
‘ 가능할까?’
이해라는 적은 강진호가 지금까지 싸워온 그 어떤 적보다 난해하고 거 대하다.
특히나 강진호에게는 말이다.
“우습잖아, 청마.”
강진호가 작게 키득댔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고 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극단까지 가버렸지. 우리는 이해에 는 영 재능이 없는 놈들이잖아.”
청마가 웃어 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제 내가 다른 사람 들을 서로 이해시켜야 하다니. 이건 좀 과한 농담이지.”
강진호가 욕조에 머리를 기댄다.
“……과한 농담이라고.”
세상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한다. 조금의 차이를 두고서도 서로 반복하고 의심하고 싸워 댄다. 그런 데 무인과 평범한 사람이라는 그 극 단적인 차이를 좁혀낼 방법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이건 그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 다.
하지만…… 서글픈 사실은 달아날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할 수 없 게 되어버렸으니까. 이제는 오직 그 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으니
까.
이건 청마가 그에게 주고 간 커다 란 선물인 동시에, 끔찍한 족쇄였다.
“망할 놈 같으니……
강진호가 눈을 감는다.
‘지배하는 데는 너 혼자면 되지 만…… 다스리는 데는 내가 필요하 다고 했나?’
그때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긴 일이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자연히 한 가지 가정 이 떠오르고 만다.
“……네가 지금 옆에 있었으면 물 었겠지, 결국 이렇게 될 거라는 걸
너는 알았냐고.”
알았다고 한다면?
그 얼굴에 한 방 먹여줬을 것이다.
몰랐다면?
그래도 마찬가지였겠지.
“그래서 내가 항상 말했잖아.”
강진호가 한 손을 들어 제 얼굴을 덮었다.
“너는 언제나 나를 좀 과대평가한 다고 말이야.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대단한 놈이 아니라고.”
강진호에게 화합이라니.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이야긴가. 그 는 눈앞에 있는 적을 쓰러뜨리고 죽 이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인 데.
“다들 너무…… 날 대단하게 본다 니까.”
나직하게 웃어버린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이해라……
정말 그런 날이 올까?
무인과 평범한 이들이 서로를 이해 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결국 서로를 존중하게 되는, 그런 날이 정말 올 까?
강진호의 머리가 천천히 물 안으로 침전해 들어간다.
깊이 또 깊이.
어지러운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 는 곳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