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03)
마존현세강림기-2103화(2102/2125)
마존현세강림기 85권 (13화)
3장 바라보다 (3)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강진호에게 전권을 받은 이현수는 재빠르게 원탁과 홍왕계에 협조를 구 했다.
그러고 나서 돌아온 반응은 이현 수의 예상 이상으로 긍정적이었다.
[위임한다고 하지 않았나?]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차이커창 의 짜증 어린 목소리에 이현수가 한 숨을 푹 내쉬었다.
“상황이 달라졌으니 전달은 해야 할 것 아냐.”
[적당히 알아서 해라. 이쪽은 지 금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다.]“너,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해는 하고 있는 거냐?”
[이해를 못하는 건 그쪽이지.]“응‘?”
이현수의 눈썹이 꿈틀했다. 막 한 마디 더 쏘아붙이려는 찰나, 차이커 창의 심드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국제적 공조와 얼마나 발을 맞출 거라고 생각하나?]
할 말이 없어진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원탁이야 별문제가 없다. 총회와 바깥세상에 협조가 끝나면 유럽은 당연히 그 결정을 따를 테니까.
하지만 중국은? 중국이 그러리라 는 보장이 있는가?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중국이야. 대외적인 이미지는 물론이고, 실질적인 피해도 발생했
지. 막대한 사람이 죽어 나갔어. 그 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 여 결정된 조약 같은 걸 이 나라가 따라갈 것 같나?]
“……아니겠지.”
[그래. 그러니까 이쪽도 최전선이 다, 이 말이야. 멍청하게 굴지 마.]이현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 다.
강진호와 총회의 상황만 신경 쓰 다 보니, 이런 상황까지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도 정신 없겠군.”
[몸이 다섯 개쯤 되면 좋겠군.]수화기 너머로 차이커창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상황은 어때?”
[좋지 않지. 중국은 나라 안에 특정 한 목적을 가진 집단이 생기는 것에 노이로제가 있는 나라란 말이지.]“그렇지.”
[그런데 하필이면 혹왕 놈이 요구 한 무인 자치구가 중국 내에 있었잖 나. 멍청한 놈이 벌집을 쑤셔 댄 거 지. 내 생각에는 이번 승부에서 혹 왕이 이겼다고 한들, 하하호호 웃으 며 끝날 일은 없었을 거야. 저쪽은 지금 잔뜩 독이 올라 있어.]이현수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 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다 끝났으니 이에 ‘없던 일로 합시다’라고 끝낼 수 있 는 상황이 아닐 테니까.
“이쪽에서 뭐 도와줘야 할 건 없 나?”
[건방 떨지 마라, 이현수.]
으르렁대는 듯한 차이커창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총회가 선수를 잡기는 했지만, 홍왕계는 아직 총회에 손을 벌릴 정 도로 나약해지지 않았다. 여전히 무
인계 최대 계파는 홍왕계라는 것을 잊지 말도록.]
“예이, 예이. 여부가 있겠습니까?” 잠시 침묵이 감돈다.
이현수는 지금 중국에 있는 차이 커창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거나…]“음?”
[홍왕께서 총회와 주도권 싸움을 천명하셨다면 말이 달랐겠지만…… 지금은 홍왕께서도 마왕의 입장을 존중하고 계신다. 어쩌면 마왕보다 더.]“그 홍왕이?”
[그래.]차이커창이 골치가 아프다는 듯 중얼거렸다.
[상황이 달라진 거지. 예전에는 무인계의 일은 무인계로 끝났다. 하 지만 이제는 중국 내의 무인계를 일 통한다 하더라도 다른 일이 남아 있 지. 이쪽을 언제든 공격할 수 있는 저들과 아슬아슬한 외줄을 타며 점 점 관계를 진전시켜야 하는 막중한 업무가 말이야.]“그것 때문에 다들 이 고생인 거 지.”
[홍왕께서는 자신이 그 일의 적임 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 다. 평생을 중국을 일통하는 데 바 쳐 오셨는데, 이제 와 타국의 무인 들까지 신경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 다고 하시더군. 그럴 바에야 골치 아픈 일은 모조리 총회에 떠밀…… 아니, 총회에 맡기고 중국 내부의 상황에 집중하겠다고 하시는군.]“너, 잠깐 본심이 나온 것 같은 데?”
[오해다.]“오해는 얼어 뒈질. 개새끼들.” 이현수가 쌍욕을 퍼부어 댔지만,
차이커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목적은 같은 것 아닌가?]
“목적?”
[그래.]
차이커창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 다.
[홍왕께서 중원을 일통하려 하신 이유는 저 창왕이나 혹왕이 무인들 의 삶을 위할 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았기 때문이다.]
“개소리하지 마, 새끼야. 그럼 우 리한테는 왜 지랄했는데?”
[입장 바꿔 생각해 봐라. 과거에 중원을 피바다로 만든 마교의 수괴
가 되살아나서 박해받던 마교도들을 모조리 규합해서 국경 바로 옆에서 힘을 키운다는데, 너희 같으면 어떻 게 했을 것 같냐?]
“다 쓸어버렸겠지.”
[그런 거지.]차이커창이 담배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마왕은 의외로 상식적인 인물이었고, 무인들을 위해 목숨을 걸 용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았는데, 협조하지 않을 도리도 없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른 방법도 없 어. 지금 국외로 눈을 돌릴 만큼 우리 상황이 좋지가 못하거든.]
“할 수는 있는 거냐?”
[우리는 홍왕계다.]차이커창이 다시 이를 가는 소리 가 들려왔다.
[홍왕께서 그럴 의도가 있으셨다 면, 중국을 평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너희 총회도 부숴 버렸을 거다. 하 지만…… 흥왕께서 평화와 안정을 천명하신 이상, 우리의 대립은 여기 까지인 거지.]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그럴 힘은 있으시고?’라는 말이 입술 끝까지 밀려 나왔지만, 꾹꾹
눌러 다시 밀어 넣는다. 패배를 인 정하는 이의 마지막 허세를, 그 자 존심을 짓밟는 건 승자의 도리가 아 니다.
[여하튼 그러니 중국은 신경 쓸 것 없다. 하지만 국외의 일은 도와 주기 힘들겠군.]“중국만 잘 처리해 줘도 더 바랄 것 없어. 대신 입장은 우리 측과 맞 추는 걸로 하지.”
[그럴 거다. 홍왕께서 그걸 원하 시니까.]“ 알겠다.”
[이상이 있으면 다시 연락하지.]전화가 매정하게 끊겼다. 끊어진 휴대폰을 빤히 바라보던 이현수가 피식 웃고 말았다.
‘어지간히 기분이 나쁜 모양이군.’ 이런저런 변명을 대기는 했지만, 결국은 총회의 우위를 인정한다는 말이다. 저쪽에서 내건 조건은 중국 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 그 대신 대 외적인 모든 부분을 총회의 입장에 따르겠다는 말.
총회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었 다.
차이커창은 여전히 미련이 남는 모양이지만, 홍왕은 제 입장을 확실
하게 정했다.
‘생각보다 그릇이 작은 건가?’ 아니, 아니겠지.
이현수가 지켜본 홍왕이라는 사람 은 의외로 그리 호전적이지 않다. 그는 처음부터 중화의 적통과 자부 심을 논하던 이였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가 아니었으니까.
일본을 이용해 한국을 노리는 전 략이라든가, 한국 내부에서 벌어진 홍왕계의 수작 같은 건 전부 다 차 이커창이 독자적으로 벌인 일이다.
차이커창에게 아무리 미련이 남았 다고 한들, 홍왕계의 수장인 홍왕이
저리 입장을 정해 버리면 그에게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좀 아쉽긴 하군.”
중국 주변에는 작은 나라들이 수 도 없이 존재한다. 중국이 그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준다면, 이현수도 일을 조금 덜 수 있겠지
‘딱히 좋은 선택은 아니란 말이지.’ 어쨌거나 저들에게 국외로 영향력 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좋지 못한 일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영원한 것이 아니니까. 지금은 총회 와 한길을 걷겠다고 천명했지만, 홍
왕의 마음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
그렇게 되기 전에 중국 주변국들 의 무인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 고 중국을 포위해 둬야 한다.
“차이커창이 알면 지랄을 해 대겠 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정치라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니 겠는가. 그리고 애초에 이현수는 차 이커창에 그리 좋은 감정이 없었다. 입장이 비슷해 서로 이해할 뿐.
“그럼 이걸로 일단 홍왕계는 됐 고……
이현수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반갑습니다, 실장님.]“오랜만입니다, 나이트 무어. 그쪽 의 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나이트 무어.
위긴스가 마스터 직을 역임하는 동안 원탁의 내부 관리를 위해 박아 넣은 영국의 나이트. 마스터와 위긴 스가 둘 다 부재한 지금 상황에서 원탁의 실권을 잡고 있는 이였다.
새로운 마스터가 선출된다면 그 실권이야 순식간에 날아가겠지만, 마스터의 자리가 공석인 지금, 총회 의 은근한 지지를 받고 있는 나이트
무어에 대항할 이는 원탁 내에 존재 하지 않았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원탁 은 총회와 같은 길을 가는 데 거부 감이 없습니다. 회주님께서 어떤 결 정을 하시든 원탁은 전폭적으로 회 주님을 지지할 것입니다.]
“반발은 없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꽤 다수가요.] 이현수가 눈을 찌푸렸다.
“말씀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원탁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실장 님. 원탁은 중국이나 한국의 체계처 럼 제왕적인 권력이 통하는 곳이 아
닙니다. 원탁의 정체성은 의회이고, 의회는 언제나 반대파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체제입니다.]
“그렇긴 하죠.”
[총회에 대한 지지가 60%를 넘어 7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의회에 서 70%를 확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 않으시겠죠.]70%라면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개 헌도 가능한 수치였다.
“그 정도면 별문제는 없겠네요. 하 지만 개인적으로는 신기하긴 합니다. 원탁이 총회에 그리 우호적인 곳은 아니었을 텐데. 마스터와 위긴스의
장렬한 죽음이 영향을 많이 끼쳤을 까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 물론 영향이 있었겠지만, 그게 모든 걸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선택이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상황 때문이겠죠.]
“상황이라 하시면?”
[원탁은 단독으로 외부와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다른 무인계와는 다르게 원탁은 각국에서 차출하는 보조금으로 운영 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이
무인계를 배척하기로 정한다면, 원 탁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말 라 죽어야 할 판이죠.]
“그……
[생각보다 돈은 중요한 문제 아니 겠습니까?]이현수의 입에서 땅이 꺼질 듯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왜 그러십니까?]“아뇨…….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그리 많다는 게 갑자기 너무 부러워 서.”
머리에도 내력만 찬 무학 바보들 과 대소사를 논의해야 하는 이현수
의 입장에서는 원탁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식’이 눈물 나게 부러웠다.
생각해 보니 저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 들. 무력만으로는 나이트가 되는게 불가능할 것이다.
[여하튼 그러니 원탁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견제의 의미로 마스터만은 반총회파에서 선 출될 확률이 높으니 입장을 서두르 셔야 할 겁니다. 새 마스터가 선출 되기 전에 결정을 끝내주셔야 합니 다.]“원하신다면 나이트 무어께서도
마스터가 되실 수 있을 텐데요?”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이유는요?”
[마스터와 전대 마스터께서 이들 에게 많은 것을 주고 가셨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권력에 욕심을 낸다면, 그들의 뜻마저 흐려집니다.]“ 으음.”
[지금은 그저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게 그분들이 바라 는 일일 겁니다.]“일단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현수가 당부의 말을 남겼다.
“원탁에 소속되지 않은 소국도 규 합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는 해주실 수 있겠죠?”
[쉽지 않겠지만, 노력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그럼.]이현수가 전화를 끊고 깊은 한숨 을 내쉬었다.
‘이걸로 큰 산은 넘었군.’
아직 자잘한 일들은 남아 있지 만…… 이제부터는 그의 몫이라기 보다는 강진호의 몫이었다.
‘잘해내시겠지.’
대책없는 믿음일지도 모르지만,
이현수는 정말 강진호만이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 다.
그는 강진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