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04)
마존현세강림기-2104화(2103/2125)
마존현세강림기 85권 (14화)
3장 바라보다 (4)
앞선 이를 따라 긴 복도를 걷던 이현수가 고개를 들어 새삼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복도.
인테리어에 돈을 쓸 생각 없는 사장이 운영하는 오래된 회사의 복 도 같다. 그러니까 마치…….
‘총회 같군.’
공통점은 꽤 많을지 모른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 심미성보다 는 실용성만을 추구한 배치, 사람이 일을 하는 데 화초나 장식 같은 게 대체 왜 필요하냐고 외치는 듯한 삭 막함.
그 모든 것들이 걷는 이를 묘하 게 압박해 온다.
물론 이현수는 이런 외관에 영향 을 받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이현수조차 지금 이 순간만은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이곳이 바로 정부 종합 청사이기 때문이다.
‘출세했다고 해야 하나?’
설마 그가 이곳을 제 발로 걸어 들어올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불과 한 해 전, 아니,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말이다.
“이쪽입니다.”
양 갈래 복도에서 한쪽을 가리키 며 앞서간 비서가 정면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 안에는 여러 명의 비서들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총리님께서는?”
“기다리고 계십니다.”
“좋아.”
비서가 지체 없이 문을 노크한다. 조금 텀을 둔 뒤에야 문을 열고 이 현수에게 고개를 숙였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문으로 들어가는 이현수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출세했다니까.’
집무실이라기보다는 거의 대회의 실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 넓은 방, 그 안에서 고한봉이 웃으며 걸 어 나와 이현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십시오, 이 실장님.”
“총리님,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고한봉은 손을 내밀었지만, 이현 수는 그 손을 맞잡지 않고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하하, 우리 사이에 예의가 너무 과합니다.”
“당연히 지켜야 할 예의입니다.” 고한봉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좋게 말하자면 예의를 지켜주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거리를 두는 행동에 가깝다. 다른 이가 이 런 행동을 했다면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긴장했다고 하겠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지.’
어떤 의미에서는 저 강진호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이현수 다. 강진호는 자신의 방식에서 어긋 난 이에게는 지독하게 잔인해지는 사람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세 세한 부분을 따지지 않는 사람이니 까.
하지만 이현수는 다르다. 강진호 가 지휘관이라면, 이현수는 실무자. 대화의 협의의 상대로는 실무자가 몇 배는 더 골치 아픈 법이었다.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예.”
총리의 집무실답게 회의를 위한 테이블도 셋이나 준비되어 있었다. 고한봉이 그중 가장 고급스러운 원 탁으로 이현수를 안내했다.
원탁을 둘러 자리한 소파 앞에 선 이현수가 고한봉이 자리에 앉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만히 자 리에 착석했다.
고한봉이 안경을 꺼내 쓰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너무 딱딱하게 생각하지 않으셔 도 됩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총리님.” 이현수가 나직하지만 단호하게 말
했다.
“이건 공식적인 자리니까요.”
총회와 정부는 지금까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그 모 든 것은 비공식상에서 이루어진 일. 그렇기에 일국의 총리를 만나는 자 리 역시 언제나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 깊은 모처일 수밖에 없었 다.
둘의 밀월 관계가 밝혀지는 순간, 세상이 혼란에 빠질 것은 자명한 일 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현수는 대한민국 총리 고한봉의 공식적인
초청을 받아 이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조금도 소홀할 수가 없는 것 이다.
“공식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부담 을 주는 법이죠.”
고한봉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지금 여 기에는 서기도 없고, 대화가 기록되 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고한봉이 웃는 낯으로, 하지만 선 명한 시선을 숨긴 채 말을 이었다.
“총회의 이인자쯤 되시는 분이라 면 제 앞이라고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겠지요. 특히나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날카로운 말이지만, 이현수는 담 담하게 고한봉의 말을 받았다.
“회주님이나 다른 이사님들이 이 곳에 오셨다면 총리님의 말을 쉽사 리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 다.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저는 총 회의 이인자도 아니고, 일개 실장에 불과합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감히 총리님 앞에서 마음을 편히 먹을 수 가 있겠습니까?”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이현수의 말에 고한봉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 실장님.”
“예.”
“혹시 정치해 볼 생각은 없어요?”
“••••••예?”
예상도 못한 말에 이현수의 표정 이 처음으로 흐트러졌다.
“갑자기 그게 무슨……
“아, 미안합니다. 이게, 사람이라는 게 자기 굴러먹던 바닥을 기준으로 모든 걸 생각하는 법이잖습니까.”
고한봉이 허허 웃어 댔다.
“생각해 보니 아까워서 그래요.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의 청년이잖습
니까. 거기에…… 총회가 마음만 먹 으면 조직표를 십만 단위로 끌어모 으는 건 일도 아닐 것 같고. 정계, 재계 가리지 않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어차피 이제는 양지로 나와야 할 판이니, 무인을 대표하는 이 하나 정도는 국회에 입성해도 괜찮지 않 겠습니까? 비례가 아니라 직접 출마 를 한다고 해도 당선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데.”
“크홈.”
이현수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헛
기침을 했다.
“죄송합니다. 정치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정치는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아쉬운 사람이 하는 겁니다, 이 실장님.”
“앞으로는 그렇게 될 거예요. 아 무리 우리와 좋은 관계를 쌓아간다 고 해도, 정권이 바뀌고 여기에 있 는 사람들 목이 날아가면 관계는 급 변해 버리는 법이잖아요?”
“그건 그렇습니다.”
“그런 리스크를 제거하는 법은 아
주 간단합니다. 정치에서 아주 발을 빼고 내줄 것을 내주든가, 아니 면……
고한봉이 안경을 살짝 치켜올렸 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든가.”
“제 생각에는 총회도 곧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줄 누군가가 필요해 질 겁니다. 굳이 저를 통해서가 아 니라 스스로 움직여 줄 사람이 말이 죠. 그때가 되면……
고한봉이 슬쩍 몸을 앞으로 기울
이고 입가에 손을 붙인 채 속삭였 다.
“저쪽 당 말고 저희 쪽으로 오십 시오. 저쪽 양반들은 꽉 막혀서 말 이 안 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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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한봉이 허리를 펴고는 빙긋 웃 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저 희가 어디 보통 인연입니까?”
이현수가 작게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만약 그래야 한다면 회주님께 적극
추천드리 겠습니 다.”
“그 말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하 하핫. 그럼 이제는 반쯤은 한 식구 라고 생각해도 되겠군요.”
이현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게 정치인인가.’
일부러 딱딱한 분위기를 조성했는 데, 예상도 못한 한 방을 얻어맞아 당황하다 보니 분위기가 모두 풀려 버렸다. 대화를 시작한 지 불과 5분 도 지나지 않아서 주도권이 모조리 저측으로 넘어가 버렸다는 의미다.
국회라는 곳에 모조리 이런 구렁 이들만 산다면, 천하의 이현수라고
해도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자, 그래서……
고한봉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제 일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현수가 준비해 온 서류를 고한 봉에게 내밀었다.
“이건?”
“현재 상황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고한봉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 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현수는 그 와증에도 브 리핑을 이어갔다.
“계획은 간단합니다. 우선적으로
중국, 한국, 일본과 러시아 일부를 포함한 동아시아와 터키와 조지아, 아제르바이잔까지를 포함한 유럽을 두 중심으로 나눕니다.”
“으음•…”
“이 안에 총회의 지부를 직접 설 치하고, 그 지역에 살아가는 무인들 을 직접 통제할 겁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무 인이라고 하면 정치를 하는 분들은 이슬람 테러 세력 같은 걸 생각하시 겠죠.”
고한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는 아니라는 거군요.”
“아니요. 비슷합니다.”
“예?”
고한봉이 황당하다는 듯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특히 국가의 통제에는 따르지 않 지만, 내부적인 명령에는 목숨을 불 사하고 철저하게 따른다는 면에서는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으음•…”
이현수가 싱긋 웃었다.
“그렇기에 내부적인 반발의 문제 는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특히나……
이현수가 살짝 뜸을 들인 뒤 말 했다.
“이슬람 무장 단체나 카르텔 쪽보 다 이탈자를 처리하는 것은 이쪽이 배는 더 확실합니다. 그들처럼 잔인 하고 눈에 띄게 해결하지 않는 것 뿐, 쥐새끼 한 마리 놓치지 않습니 다.”
고한봉의 등골이 절로 서늘해졌다.
“잊지 마십시오, 총리님. 저희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저희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건 저희 내부의 방침 때문이기도 하지
만, 반발하는 이들을 철저하게 짓눌 러 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총회조차도 원칙을 어기고 무학을 사용해 바깥세상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살려두지 않았다. 회원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물렁 하다는 말도 부족한 강진호조차 회 원들이 총회를 나갈 때는 모조리 무 학을 폐지해 버리지 않았던가.
“가능한 게 아닙니다. 지금도 하 고 있는 것뿐, 이제는 그걸 좀 더 확실하게 보장해 드리겠다는 겁니 다. 드러난 기구를 통해서 말이죠.”
“어려운 문제군요.”
고한봉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밖으로 드러난다는 것은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국가는 영토 안에 두 개의 법칙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리 문제될 게 없습니다. 저희가 하려는 것은 예방과 범죄자 를 잡아들이는 것. 징죄에 대해서는 국가에 일임할 수 있습니다. 무학을 폐지하고 일반인으로 만들어 넘겨 드리죠.”
“물론 저항하는 이를 잡아들이다가 벌어지는 불상사는 그쪽에서도 감안
을 해주셔야 합니다.”
“으음.”
고한봉이 굳은 얼굴로 보고서를 다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유럽과 동아시아뿐이 군요.”
“곧 동남아시아 쪽도 추가될 겁니 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쪽은 어렵습 니까?”
“어려울 건 없지만, 굳이 필요한 가 의문이군요.”
“예?”
이현수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
한봉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그들은 이 협의 안에 들 어와 있지 않을 텐데요?”
“여러분께서 저희에게 바라는 것 은 지금의 체제가 뒤흔들리지 않는 방편 아닙니까? 중동이나 아프리카 는 이미 혼란스러울 만큼 혼란스럽 죠. 거기에 무인이라는 요소 하나가 추가된다고 해서 딱히 국가가 전복 되지도 않을 거고……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거기에 있는 국가가 전복되든 말 든 여러분과는 별 상관이 없잖습니
까.”
고한봉은 굳이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지금 무인에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번영을 누리고 있는 선진국과 중진국들. 당장 먹고사는 것에 허덕 이고 있는 국가들은 딱히 이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UAE 와
사우디 아라비 아에서는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부국이군요. 이스라엘은요?”
“거긴 아직까지 별말이 없군요. 통제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모양입니 다.”
이현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라비아반도 측에도 지부 신설 을 고려하겠습니다. 당장은 쉽지 않 겠지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죠.”
“감사합니다.”
고한봉이 깊게 한숨을 쉬고 이현 수를 바라보았다.
“다만…… 이 모든 내용에 대한 허가를 하는 것은 제가 아닙니다. 저 역시 전달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정정해야겠군요.”
“……어떤 부분을?”
“이건 허가를 구하는 일이 아닙니 다.”
이현수가 싸늘한 눈으로 고한봉을 바라보았다.
“이건 통보입니다. 그쪽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저희가 입장을 바 꾸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건 저희 가 물러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니까 요.”
고한봉이 숨이 막힌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