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06)
마존현세강림기-2106화(2105/2125)
마존현세강림기 85권 (16화)
4장 풀어놓다 (1)
“그 말인즉……
강렬한 얼굴을 한 백발의 사내가 문 시가의 끝이 붉게 타오른다.
제아무리 화상으로 마주하는 자리 라고는 하나, 연결된 이의 면면을 본다면 결코 예의 바르다고는 할 수 없는 행위. 하지만 그 화면을 바라
보는 누구도 그의 무례를 탓하지 않 았다.
그가 가진 직위 때문에?
물론 그것도 하나의 이유일지 모 른다. 하지만 조금 더 근본적인 이 유는 이 자리가 예의보다는 허심탄 회한 속내가 조금 더 중요한 자리이 기 때문이리라.
“총회 쪽에서 전세계의 무인들을 직접 관리해 주겠다는 의미요?”
“그쪽에서는 그리 전해 왔습니다.”
«흐 ”
시가 연기에 살짝 가려진 사내의 눈빛이 깊이 가라앉는다.
“이쪽이 원하던 바이기는 하지
만……
못내 무언가 걸린다는 듯 사내가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
“나쁘지 않지요.”
또 다른 화면에서 짙은 금발의 사내가 말을 이어간다.
“무인을 상대함에 있어서 가장 골 치 아픈 부분은 우리가 그들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는 점 입니다. 색출도 어렵고, 추적은 더더 욱 어렵습니다. 그리고 진압이나 사 살은 더욱 어렵죠.”
“음, 확실히.”
“그런 부분을 무인들끼리 해결해 준다면, 우리는 나쁠 것이 없잖습니 까? 어차피 이제는 덮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내가 시가를 재떨이에 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총리.”
“예.”
“그쪽의 요구 사항은 무엇입니까?”
“예. 이 모든 것을 완벽히 해결하는 대가로 총회 측이 원하는 것은 무인 들에 대한 탄압을 금지할 것, 총회 를 공식적인 기구로 인정하고 무인 들에 대한 일차적 통제권을 허가할
것, 그리고 무인들에 대한 차별의 금지. 크게는 이 세 가지입니다.”
“차별에 대한 금지라……
사내가 쿡쿡대며 웃었다.
“이거 원, 우리가 왕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있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차별은 어쩔 도리가 없겠지만, 적어 도 법령과 행정상에서는 차별을 받 지 않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잖소?”
“그렇긴 합니다만.”
고한봉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시 행정부의 수장에 있는 몸으로서 이게 얼마나 어려운 요구 인지 모를 리가 없다. 이건 미국으 로 따지자면 잠재적 테러 분자에게 총기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는 말과 그리 다르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다른 방법이 없다 고 생각합니다. 저들의 입장도 워낙 강경하여.”
“듣기로는 총회의 회주인 강진호 는 온건파라고 들었는데……
“회주인 강진호는 그렇습니다.” 고한봉이 쐐기를 박듯 말했다.
“하지만 국가가 한 사람의 의지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듯이, 총회라는 단체 역시 강진호 한 사람의 뜻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이곳 에 있는 분들이 가장 잘 아시겠지 요.”
“ 으음.”
“강진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하 나같이 과격파들입니다. 따지고 보 면 저 흑왕계 이상으로 주전론자들 일지도 모릅니다.”
“흑왕계 이상이라는 말은 조금 비 약 같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고한봉이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
“흑왕계가 벌인 일들은 물론 과격 했습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 은 수십 년을 인내한 끝에 한 번의 일을 벌였을 뿐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총회는 아닙니다. 강진호 가 총회에 등장한 이후로 그들은 쉴 새 없이 전쟁을 벌여왔습니다. 덕분 에 극동의 작은 세력에 불과하던 총 회라는 단체가 순식간에 전 세계의 무인계를 규합하고 일통하는 위치에 올라섰지요.”
사내가 답답하다는 둣 다소 빠른 손길로 시가를 들어 입에 물었다.
“아시다시피 사람은 궁지에 몰리 면 자신들이 성공해 온 방식을 고수 하기 마련입니다.”
“전쟁이라는 건가?”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단순한 바람으로 일을 진행할 수는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 흐음.”
답답한 한숨이 새어 나온다.
“어려운 일이로군.”
화면에 뜬 얼굴마다 복잡한 표정 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께서 왜 망설 이시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건 여러분이 가장 원하던 형태가 아닙 니까?”
“물론 그렇지. 저들에 대한 자연 적인 통제는 우리가 더없이 원하던 바였소.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던 이상으로 저들의 입장이 정리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거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빤한 소리 하지 맙시다, 총리.” 백발의 사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 다.
“총회가 무인계를 관리하고 대표 해 주는 건 우리에게 있어서 편한 일이지만, 그 일을 쉽사리 해결해 버리는 것은 또 문제가 될 여지가 많소. 무인계에 대한 총회의 지배력 이 이토록 강하다면, 유사시에 저들 이 모두 우리의 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의미이니까.”
“생각해 보시오. 저 다양한 계파 의 이슬람 극단 세력들이 하나의 깃 발 아래 똘똘 뭉쳐 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소? 위험한 이들은 적당히 찢어져 있어야 안전하다는 의미이
지. 그런데 저들은 극단적인 테러 분자들 이상으로 위험하단 말이지.”
“그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군요.”
고한봉이 안색을 굳힌 채 말했다.
“방금 그 말 때문에 이곳에 계신 몇 분들은 다른 생각을 하실지도 모 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머리를 쳐내 저들의 분열을 획책한다든가.”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
“현실적이기도 하고.”
태연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한 봉이 입술을 깨물었다.
머저리 같은 것들이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제 이름을 걸고 말씀드리 자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방편은 결 코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강진호를 잃는다면 우리는 저들을 통제할 방법을 완전히 잃게 됩니다.”
“비약이오.”
“아니요. 비약이 아닙니다.” 고한봉이 단언하듯 말했다.
“국가를 바라보듯 저들을 해석하 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낳 게 될 것입니다. 강진호는 우리처럼 있어야 하는 자리를 채운 이가 아니 라, 존재하지 않는 자리를 만들어낸
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여기저기서 불편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고한봉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런 시기에 무인들을 통제할 수 있는 이가 강진호라는 사실은 우리 에게 있어서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는 확연한 평화주의자이니까요. 그 의 존재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면 되 었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총리.”
백발의 사내가 굳은 얼굴로 말했 다.
“듣자하니 총리께서는 총회의 대 변자라도 된 양 말씀하시는 것 같 소.”
“틀린 말도 아닙니다.”
“……무슨 의미요?”
“저는 대한민국의 총리로서 대한 민국의 안정을 바랍니다. 그리고 개 인적으로도 역사에 제 이름이 오명 으로 기록되는 것만은 막고 싶습니 다.”
“저는 이 일이 벌어지기 전부터 총회, 그리고 강진호 회주와 교류를 해오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좋은 인
연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악연이라고 봐도 좋겠지요. 제가 모시던 분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강진호 회주니까요.”
“한데•…”
“그렇다 해도 강진호라는 사람이 이 모든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대안 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도리가 없습 니다. 그가 원하는 방향과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서로 다르지 않은 이 상, 그는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확 실한 카드가 되어줄 겁니다.”
서로들 생각할 것이 많은지 짧은 침묵이 오갔다.
“지금 핀트가 조금 어긋난 것 같 은데……
그때, 화면 한쪽 구석의 동양인이 입을 열었다.
“중요한 것은 저들의 성향이 어떤 가가 아니라, 정말 저들을 믿을 수 있는가요.”
“강진호 회주는……
“얼버무리지 마시오, 총리.”
날카로운 인상의 동양인 사내가 제가 쓴 안경을 살짝 치켜올렸다.
“지금 총리가 말하고 있는 모든 것은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 이 모 든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건 총리가 가장 잘 알고 있 을 거요.”
고한봉이 입을 닫아버렸다.
“통제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런 건 부차적인 문제요. 우리가
말 고민해야 할 것은 저들과 우리가 근본적으로 화합할 수 있는가 하는
그
정
문제겠지.”
“그동안 우리는 화합할 수 없는 이들과는 서로 선을 그어왔소. 국경 을 나누고, 서로 교류하지 않는 것 으로 대책을 세워왔지. 하지만 저들
과는 근본적으로 그게 불가능하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죽거리 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을 귀국이 하니 조금 우습 구려. 귀국의 방식은 화합할 수 없 는 이들을 화합 가능하도록 거세하 는 것 아니었소?”
동양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 다.
“우리의 내정에 대해 코멘트를 청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 날카로운 목소리에 말을 한 이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오, 그냥. 조 금 우스워서.”
“ 그쪽••••••
“거기까지.”
백발의 사내가 둘의 말을 끊어냈 다.
“이곳은 다른 정치적 문제를 논하 는 자리가 아니니 주의하시오.”
“그러지요.”
백발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영원히 이 체제가 유 지 가능한가는 생각해야 할 문제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근본적
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미봉책이 라도 써야 할 때라는 것 역시 다들 동의할 것이오.”
그 말에 반발하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우선 중요한 것은 저 성난 국민들을 진정시키는 것이라는 것에 는 모두 동의하는 바일 테니 말이 다.
“빠른 시일 내에 공식적인 자리를 가지고, 세부적인 조율에 들어가도 록 하지요.”
“그 말은 총회의 무인계에 대한 통제권을 국제사회의 이름으로 인정 하겠다는 겁니까?”
“미국은 그럴 것이오.”
백발의 사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겠소. 어차 피 한목소리로 엮어봐야 반발만 나 올 뿐이니까. 대략적인 형태를 잡으 면 총회를 인정할 것인지 아닌지는 각국이 각자 결정하는 걸로 합시다.”
“하지만 하나는 기억하시는 게 좋 을 거요. 이 협의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는 그 나라가 총회에 밀려난 과 격분자들의 도피처가 되는 것 역시 감수해야 할 것이오.”
“O 으”
무거운 침음이 여기저기서 흘러나 온다.
“총리.”
“예.”
“끝까지 수고해 주기를 바라겠소.”
“……알겠습니다.”
“총리께서 이 일에 많은 것을 할애 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백발의 사내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들이는 수고에 비해 얻는 것이 적지 않으니, 굳이 공치사를 하지는 않겠소.”
“그럼.”
비전이 여기저기 검게 변하기 시 작한다.
모든 화면이 꺼지고 나서야 고한 봉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괴물 같은 것들.’
겉과 속이 다르고, 내뱉는 말과 속으로 하는 생각이 다르다. 정치인 이라면 너무도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들이지만, 저들은 정치인이라기보 다는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괴물들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별수 없겠지.”
저들의 눈에는 무인들과 강진호가
괴물로 보일 테니까. 그들의 힘으로 도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괴물.
고한봉의 눈에는 보였다. 태연을 가장한 이들의 눈에 어려 있는 은은 한 공포를 말이다.
“미봉책이 라……
고한봉이 피식 웃으며 담배를 꺼 내 물었다.
“정치에 미봉책이 아닌 게 있기는 한지 모르겠군.”
씁쓸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