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07)
마존현세강림기-2107화(2106/2125)
마존현세강림기 85권 (17화)
4장 풀어놓다 (2)
충격이란 언제나 갑작스레 찾아온 다.
혹왕이 벌인 일련의 사태는 나름 의 질서를 유지하던 세상을 크게 한 번 뒤흔들어 놓았다.
멀쩡한 도시의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이
들이 핵미사일을 탈취해 세계를 위 협해 대는 상황 앞에서 사람들은 그 저 놀라 소리치고, 울부짖고, 또 우 려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도 있 고, 공존을 이야기하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일부 극단적인 이들은 이 모 든 것이 사람들을 속이려 드는 권력 자들의 조작이라며 음모론을 펼쳐 들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숨죽인 채 기다렸다.
이해할 수 없고, 재단할 수 없었 으니까.
하지만 연이어 화면에 모습을 드 러낸 강진호의 존재와 그의 선언은 숨죽이던 이들 마저도 결국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그날, 세상을 살아가고 있던 이들 은 결국 인정하고 말았다.
그들이 알고 있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이 세상의 뒷면에 그들 과 같지만 다른 이들이 살아가고 있 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누군가는 패닉에 빠지고, 누군가 는 이 모든 사실을 숨겨온 국가를 성토했다. 누군가는 대책을 요구하 고, 누군가는 불신에 빠져 주위의
모두를 경계했다.
그 반응이 어떻든 간에 세상은 이전에 없던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이 모든 일련에 과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도, 자신과는 크게 상관 이 없으리라 외면하는 이들도 세상 이 금방이라도 뒤집어질 것 같은 불 안에 시달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던 이들에 게 있어서 이건 너무도 급격한 변화 였으니까. 하루아침에 내가 아는 세 상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는데, 그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
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총회와 흑왕계의 승부가 전 세 계로 송출되었다.
무인이라는 존재를 막연하게만 받 아들이던 이들에게 있어서 그 일련 의 영상은 뇌리에 직접 때려 박은 얼음물과도 같았다.
결국은 온건파가 승리했다고 연일 떠들어 대는 매스컴도 이들의 공포 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목적도 불 분명한 시위가 연일 열렸고, 정치인 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들은 가혹 하다는 말이 적절할 압력에 시달렸
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별……
공영길이 창밖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왜?”
커피를 들이켜던 이명환이 묻자, 공영길이 짜증과 안도가 뒤섞인 얼 굴로 대답했다.
“일 터지고 며칠 동안은 길에서 사람 그림자도 보기 힘들더니, 얼마 나 됐다고 다시 이렇게 미어터지는
지 모르겠네.”
“다행이지, 뭐.”
“다행은 다행인데……
공영길이 눈을 찌푸렸다.
‘그럼 그 지랄들을 하지 말든가.’
똑똑히 기억한다, 무인이라는 존 재를 인식한 이후부터 쉴 새 없이 쏟아지던 그 기사들을. 소위 메이저 라 불리는 언론들은 최대한 온건한 기사로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어디 세상에 언론들이 다 그렇던가.
조회 수에 목을 매는 황색언론들 은 하루에도 수백 개씩 자극적인 기 사들을 쏟아냈다.
“뭐? 군대를 동원해서 무인들을 모두 잡아들여야 한다고?”
“그래도 ‘잡아들여야 한다’잖아. ‘죽여야 한다’ 아닌 게 어디야.”
“야, 이 새끼야. 그게 정말 잡아 들이라는 소리냐? 다 쏴 죽이라는 말을 기사에다 못 쓰니까 그렇게 써 댄 거지. 진짜 죽여야 한다고 쓴 새 끼들도 있더만?”
“어디나 극단적인 인간들은 있기 마련이지.”
“극단? 수도 없던데?”
이명환이 피식 웃고 말았다.
“진정해라. 사람이 다 그런 거지.”
“이 새끼, 말하는 것 보소? 야, 이 새끼야. 그런 놈이 언론사 찾아 가서 난동 부리려다가 잡혀와?”
“그건 그 새끼들이 선 넘었지! 아 니, 씨발! 회주님이 위험분자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핵미사일 맞고 뒈질 놈들 목숨 걸고 구해놨더 니, 은혜도 모르는 새끼들이!”
“……눈에 핏대 좀 빼라. 겁난다.”
“에이.”
사실 쏟아지는 극단적인 기사에 눈이 돌아간 것은 공영길만이 아니 었다. 이명환은 물론이고, 수많은 총 회 회원들이 황색언론들이 써내리는
극단적인 비하를 참아내지 못하고 사고를 칠 뻔한 게 여러 번이었으니 까.
이현수가 미리 대비를 해놓지 않 았더라면, 사단이 났어도 몇 번은 났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속이 터진다는 거 지. 너, 기사 댓글들 못 봤냐? 나는 우리가 뭔 나치인 줄 알았다. 사람 을 학살하고 다녔어도 그런 댓글은 안 받아.”
“……그도 맞지.”
이명환이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아무리 인터넷 기사 댓글이라는
게 온갖 증오와 분노의 배출장이라 고는 하지만, 그런 기사들에 달린 댓글은 정도를 좀 심하게 넘긴 했다.
사람이 어떻게 같은 사람을 이렇 게까지 증오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 심이 들 정도였다. 몇몇 놈들은 그 런 댓글들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에 게 지독한 증오를 뿜어낼 정도였다.
‘같은 사람에게라……
이명환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새 어 나왔다.
‘그게 아니라 사람으로 보지 않는 거 겠지.’
수사적인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
로 저들은 무인은 사람으로 취급하 지 않는 듯했다.
하기야…….
사람은 인종으로도 장벽을 만들 고, 그것도 부족해서 국가로 장벽을 만든다. 국가 내에서는 다시 지역으 로 장벽을 만들어내고, 지역도 같으 면 또 다른 이유를 찾아내 나와 남 을 가른다.
그런 이들에게 있어서 무인이란 얼마나 편리한 존재인가. 다르기 때 문에 제멋대로 씹어 댈 수 있고, 평 소처럼 체면 차릴 것 없이 대놓고 증오와 저열한 분노를 뿜어내도 누
구 하나 잘못되었다 나무라지 않는 다.
인종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거부한다는 정치적 올바름에 서조차 무인들은 예외였다.
“생각해 보면……
“응?”
“우리, 저 사람들에게 동물 이하 로 취급받는 것 아니냐? 동물보호단 체는 있는데, 우리 편은 없잖아.”
“뭘 빤한 소리를 하고 있냐. 당연 한 거지.”
이명환이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
었다.
이런 걸 느낄 때마다 이명환조차 과연 흑왕이 틀린 것인가를 의심하 게 된다.
‘극단적인 방법은 반드시 파국을 맞게 된다.’
그 생각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건 역사가 증명하는 일 이니까.
하지만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이 들이 극단으로 나올 때는?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이다. 저쪽에서 그들과 손을 마주쳐 줄 생각이 없는데, 이쪽이 아무리
손을 휘둘러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 는가.
“그래놓고는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렇게 다니잖아. 지들이 근처 에 있는 걸 생각만 해도 소름 돋는 다는 버러지 무인 새끼들이 여기 둘 이나 있는데.”
“새끼야, 뭔 말을 그렇게 해?”
“억울해서 그런다, 이 새끼야! 억 울해서!”
공영길이 거칠게 제 앞에 놓인 음료를 들이켰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는 새끼 들 구해보겠다고 거기서 목숨 던진
사람도 있는데. 사람 범죄자보다 더 한 취급하면서 몰아갈 때는 언제고, 이제는 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제 삶 살잖아.”
“그럼 뭐 어쩌겠어. 출근을 안 할 수도 없고. 저 사람들도 살아야지.”
“제길.”
이명환이 씁쓸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리저리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세상이 뒤집히기 전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내가 말해 놓고도 설득력이 없네.’ 어쩌면 세상이란 원래 이런 건지 도 모른다.
일이 터졌을 때는 죽니 사니 하 며 온갖 신경을 다 쓰다가, 그런 일 상이 조금만 이어지고 나면 다들 무 감각해지는 것. 어느 순간, 모두가 바뀐 삶에 당연하다는 듯이 적응해 버리는 것.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실장님이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쯧.”
이 모든 일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누가 뭐래도 이현수다.
얼마 전까지 세상은 바짝 마른 갈대숲과도 같았다. 아니, 바짝 마른 갈대숲에다 휘발유를 뿌려놓은 상황
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정말 사 소한 불씨 하나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이 불길이 치솟아 올랐을 터.
이현수는 그 불씨를 없애기 위해 잠도 자지 않고 뛰어다녔다. 각국에 존재하는 무인계, 심지어 이명환이 나 공영길의 입에서 ‘그런 나라에도 무인이 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 는 국가의 무인계에까지 손을 뻗어 사고를 방지해 냈다.
협조를 구하고, 통제하고, 때로는 협박하고, 심지어는 무력까지 동원 해 가면서 말이다.
그렇게 이현수가 필사적으로 불씨
를 걷어낸 덕분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까지 갈대숲을 지켜낼 수 있던 것이다.
덕분에 아직 그들은 공존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존이 라……
이명환이 씁쓸한 얼굴로 제 컵에 담긴 음료를 휘저었다.
‘정말 그게 가능할까?’
그가 강진호의 속내를 모두 짐작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가 아는 강진호라면 지금처럼 스며들 듯 의 뭉스럽게 완성되는 공존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라도 ‘나는 동의한 적 없다’ 라는 말을 꺼내드는 순간, 깨져 버 리는, 약한 유리 같은 공존에 만족 하기에는 이미 너무도 많은 대가를 치러 버렸으니까.
하지만 정말 가능할까?
굳이 그들과 공존해야 할 필요성 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과 공존을 논 의하는 게?
정치인들이야 그 공존이라는 두 글자에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 에게 무인의 존재는 위협 그 이상
도, 이하도 아니다.
그 위협이라는 피해를 상대에게 받아들이라 강요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하지 만…….
‘줄 게 없어.’
무인들은 저들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 저들이 무인들에게 요구하 는 것은 그들의 인생에서 사라져 주 는 것뿐이니까.
이명환이 낮게 웃어버렸다.
“어려운 거래네, 정말.”
“뭐라고 중얼대는 거야?”
“……아니다.”
이명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어렵네.’
아마 강진호나 이현수는 한참 전 부터 이런 문제를 고민해 왔을 것이 다. 새삼스레 그들이 있기에 자신 같은 이가 아무 걱정 없이 수련이나 하며 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 다.
“어쨌거나 애들 단속 잘해라.”
“내가 뭐라고, 새끼야.”
“그래도 나보다는 네가 애들한테 인망이 좀 있잖아.”
“그건 네가 워낙 등신이라 그런 거고.”
“……근데 이 새끼가?”
“뭐‘?”
이명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는 정말 돌아갈 방법이 없으 니까.”
이명환의 시선이 그의 휴대폰에 나오는 화면으로 향했다. 커다랗고 웅장한 건물. 그 건물 앞에 설치된 연단을 향해 금발의 남성이 걸어 나 온다.
연단 위에 설치된 수십 개의 마 이크가 이 발표의 중요성을 증명하 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극단으로 나가든가, 공존하
든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지.” 그 순간, 전 세계의 언론사들이 일제히 보도를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18개국에 서 무인들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 정하고, 무인들을 관리할 기구를 설 치한다는 보도를.
시작은 18개국이지만, 곧 다른 나 라들도 입장을 밝힐 거라는 보도를 말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무인들의 존 재가 처음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