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11)
마존현세강림기-2111화(2110/2125)
마존현세강림기 85권 (21화)
5장 내어놓다 (1)
기이이이이잉!
한 대의 차가 고속도로 위를 광 속으로 돌진한다. 앞서 달리던 이들 이 뒤따라오는 차가 내뿜는 커다란 엔진음에 기겁하여 핸들을 좌우로 틀어 댔다.
“더 빨리 달리라고, 더 빨리!”
“아니, 이 미친 새끼야!”
핸들을 잡고 있는 방진훈이 버럭 고함을 질러 댔다.
“그렇게 급하면 운전 네가 하지, 이 또라이야!”
“저는 운전을 이사님만큼 못하잖 아요! 나는 일반인이라고!”
“자랑이다!”
방진훈이 궁시렁대면서도 액셀을 더 힘껏 밟았다. 하지만 이미 한계 까지 가속하고 있는 차는 아무리 밟 아대 봐야 힘겨운 엔진음만 내뱉을 뿐이었다.
도무지 더 빨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차의 속도에 이현수가 쌍소리 를 질러 댔다.
“아오, 이 똥차! 뭐가 이렇게 느려!”
“이거 독일 차야, 이 미친 새끼 야! 돈이 얼마짜린데!”
“독일 차 꼬라지가 뭐 이래요! 주 인 닮은 것도 아니고!”
“근데 이 새끼가 진짜?”
“앞! 앞앞! 아아아아앞!”
“히이이이익!”
빡쳐 고개를 돌린 방진훈이 기겁 하며 핸들을 틀었다. 달리던 차가 앞차의 후미를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치며 비켜난다.
“운전 똑바로 못해요? 누굴 죽이 려고!”
핸들을 잡은 방진훈의 손이 부들 부들 떨렸다.
“아니, 대체 뭘 어떻게 더 빨리 가라는 거야?”
“지금 회주님이 사고치기 일보 직 전이라니까요! 빨리 가야 한다고!”
“그렇게 급하면, 이 새끼야! 차로 갈 게 아니라 헬기를 타고 가든가! 왜 애꿎은 차에 지랄이야!”
“••••••어?”
방진훈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 의 눈에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이
현수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이 새끼, 진짜 또라인가?”
누가 이 새끼더러 총회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했나. 이건 총회의 평균 지능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었다.
“이, 일단 이렇게 됐으니까 그냥 달리십쇼! 이제 이사님이 유일한 희 망입니다!”
“나가 죽어, 이 새끼야! 너는 영남 회에 있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언제 적 이야기를 아직까지 합니 까! 거, 텃세 더럽게 부리시네!”
“텃세? 텃세? 너, 말 다했냐?”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와중에 등 뒤에서 매우 열이 받은 목소리가 들 려왔다.
“거……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닫았다.
“주둥아리 좀 닥치고 갔으면 좋겠 는데……. 차가 울릴 때마다 좀 불 편하거든? 성질 같아서는 천장 뜯어 버리고 싶으니까.”
“……이거, 할부도 아직 3년 남았 어요.”
“그러니까 닥치라고.”
결코 작지 않은 차에 힘겹게 몸 을 구겨 넣고 있던 바토르가 대놓고
으르렁댔다. 룸미러로 슬쩍 그 표정 을 본 방진훈이 조용히 입을 닫았 다.
“이 돼지 같은 놈아! 좁으니 옆으 로 좀 가라!”
“옆? 지금 나한테 옆이라는 게 남아 있을 것 같나, 영감?”
“그러니까 그냥 거기 있으라는 걸 왜 굳이 따라온다고 설쳐 대느냐!”
“……이 영감이 오늘 진짜 관짝에 들어가고 싶나?”
“관짝은 내가 아니라 네가 들어가 있지. 관이 좀 많이 작은 것 같은데?”
방진훈이 기겁을 하여 소리쳤다.
“아, 아니! 성질 긁지 마십시오, 장로님! 날아가는 건 제 차라고요!”
방진훈이 피눈물을 홀리는 심정으 로 액셀을 질끈 밟았다. 새로 뽑은 지 두 달도 안 되는 새 차가 폐차 되는 참사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 다.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이 소중한 차에 이런 폭탄들을 셋이나 실었단 말인가.
“그런데……
고개를 옆으로 꺾어 겨우 차 천 장에 머리를 대고 있던 바토르가 불 편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이 뇌까지 근육만 찬 멍청이가•••…
장민이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 다.
“어디에 가는지도 모르면서 다짜 고짜 차에 탔단 말이냐?”
“그러는 영감은 알아?”
“나야 모르지.”
“……이 영감이 진짜 미쳤나?”
“아악! 들썩이지 마시라고요! 천장 뚫린다고!”
방진훈이 기겁하며 소리를 질러 댔
다.
“방송국! 방송국으로 갑니다!”
“ 방송국?”
바토르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려다 얼굴을 일그러뜨 렸다. 천장에 머리를 댄 채로 고개를 내저으려니 천장에다 버리를 비벼 대 는 꼴밖에는 되지 않은 것이다.
“방송국은 갑자기 왜?”
“그건 우리가 아니라 회주님한테 물으셔야죠. 회주님이 거기에 있다 지 않습니까.”
“주인이?”
바토르가 영 모르겠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주인도 이상한 짓을 하는군. 갑 자기 이게 뭔……
장민이 의아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이 실장.”
“예, 장로님.”
“마존께서 뭐라고 하신 건가?”
“그게•…”
이현수가 한숨을 푹 쉬어 댔다.
“저도 정리가 덜돼서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확 실한 건 회주님이 뭔가 하기 전에 빨리 대화를 좀 나눠봐야 한다는 것
뿐입니다.”
“……그런가?”
장민은 이현수가 뭔가를 숨긴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굳이 따져 묻지는 않았다. 그가 아는 이현수라는 이는 이유 없이 말을 아끼는 사람이 아니 니까.
“그러니까 빨리 밟으라고요!”
“아니, 이 새끼야! 눈알 없어? 앞 에 차들 안 보이냐? 이제는 빨리 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그럼 차 세워요!”
“뭐?”
“뛰어야지! 뭘 언제까지 여기서
기다릴 거야!”
“……이거, 진짜 또라인가?”
“그거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 군. 차 세워라, 방 이사.”
“……다시 생각해 보니 아주 옳은 결정 같습니다.”
방진훈이 급격하게 핸들을 틀어 길가에 차를 댔다. 그러자 차문이 동시에 열리며 안에 타고 있던 이들 이 우르르 밖으로 나왔다.
“아우, 좀 살 것 같……. 너, 뭐 하는 짓이냐?”
차에서 내려 몸을 펴기가 무섭게 제 등에 달라붙는 이현수를 보며 바
토르가 눈을 부라렸다.
“업고 가십시오.”
“뭐?”
“저는 느리잖습니까! 그리고 저 없으면 방송국 찾아가지도 못하시잖 아요?”
“달리십쇼. 빨리!”
“……내가 언젠가는 너 꼭 죽인 다.”
바토르가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도 이현수를 들쳐 업었다.
“어느 쪽이야?”
“저깁니다!”
“제길! 꽉 잡아라, 망할 자식아!”
바토르가 이현수를 업고 달리기 시작한다. 그 옆을 장민이 킬킬대며 따라붙었다.
“저기요, 제 차는요? 여기 이대로 두고 가? 저기요! 야, 이 새끼들아!”
그들의 등 뒤로 방진훈의 목소리 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방송국 대기실에 앉아 있는 강진 호를 보며 고한봉이 걱정스레 물었
다.
하지만 강진호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저보다야 총리님 입장이 더 곤란 하신 것 아닙니까?”
••••••
“감사합니다. 무리한 부탁이었을 텐 데.”
“무리라니 요.”
고한봉이 제가 쓰고 있던 금테 안경을 슬쩍 밀어 올렸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회 주님의 편입니다. 권력을 쥔 양반들 에게 꼬리쳐 봐야 돌아오는 것은 그
놈들이 던져 주는 간식밖에 더 있겠 습니까?”
“……본인도 충분히 권력자 같으 신데.”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말을 전한 지 두 시간도 안 돼서 방송사를 섭외하고, 전 세계로 송출 할 준비를 마친 사람이 할 말은 아 닌 것 같지만…… 고한봉의 입장에 서는 그것도 맞는 말이겠지.
“회주님.”
고한봉이 걱정 어린 눈으로 말한 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건 전에 회주님이 하신 방송과는 그 궤가 다릅니다. 그때, 사람들은 회주 님이란 사람이 아니라 혹왕의 존재 와 그들이 겪고 있는 위기에 집중했 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한 번 더 같은 일을 해버리게 되면, 사람 들은 회주님이라는 사람 자체에 집 중하게 될 겁니다.”
고한봉이 자꾸만 안경을 고쳐 쓴 다. 타들어가는 속내를 드러내듯이.
“저 위에 앉아 있는 양반들도 마
찬가지겠지요. 회주님의 의사를 직 접적으로 막으려 들 수는 없겠지 만…… 그들과 협의하지 않고 마음 대로 움직이는 회주님을 불편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조용히 뇌까리는 듯한 말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 았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강진호 는 그저 담담할 뿐이었다.
“그래도…… 정말 하시겠습니까?”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닙니 다.”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저는 조금 소심한 사람이라
서…… 될 수 있으면 조용히 사는 쪽을 선호하거든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고한봉도 이제는 강진호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대한민국을 뒤흔들던 막후 세력인 총회의 회주 강진호가 아니라 인간 강진호를 말이다.
만약 그를 뒤흔든 일련의 사건들 이 아니었다면, 강진호는 그저 작은 카페의 주인으로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가 전 세계에 자신을 알리고, 세상에 휩쓸 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안쓰
러움이 밀려온다.
“그런데 이건 제가 해야 하는 일 입니다.”
하지만 강진호의 두 눈에는 흔들 림이 없었다.
저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명확 하게 알고 있는 이의 눈•이다.
고한봉은 오랜 정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저런 눈을 한 사람은 자신의 뜻을 꺾지 않는다. 설사 그 길이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고 해도 이미 각오를 굳혔으니까.
“……그러시다면 더는 말리지 않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걱정도 되실 텐데.”
방송을 준비해 달라는 말을 한 이후부터 고한봉은 단 한 번도 강진 호에게 대체 뭘 하려는 것인가 묻지 않았다. 지금 고한봉의 걱정은 그저 강진호가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그야 뭐……
고한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회주님께서 알아서 잘하시겠지 요. 사실 제가 회주님의 혜안을 짐
작한다는 게 부질없는 짓이기도 하 고.”
“혜안까지 야……
강진호가 어색한 표정을 짓는 순 간, 대기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아니, 회주님!”
문을 거의 박차고 들어온 이현수 가 고한봉은 보이지도 않는지 눈길 조차 주지 않은 채 강진호에게 일직 선으로 돌진했다.
“제정신이십니까? 돌으셨어요?”
일국의 총리가 힘겹게 올려놓은 강진호의 권위가 낭떠러지 아래로
수직낙하하는 순간이었다.
“아니! 뭔 생각을 좀! 아니, 혼자 서 생각을 못하시겠으면 상의라도 좀!”
“아니……
“대책 없이 저지르면 그거 수습은 누가 다 합니까! 아니, 사람이 뒤를 좀 생각하고 일을 벌여야 하…… 아 아악!”
장민이 이현수의 얼굴을 움켜잡아 뒤로 날려 버렸다.
“……버르장머리.”
이를 으득으득 갈아대는 장민을 본 이현수가 절로 어깨를 움츠렸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방송 시간 다 됐습니다. 준비하 셔야 합니다.”
그때, 열린 문으로 피디가 얼굴을 내민다. 그러자 강진호가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가 빙그레 웃는 낯으로 방 안 에 있는 이들을 돌아보았다.
“남은 건 다녀와서 하도록 하지.”
“회주님……
이현수의 눈이 흔들렸다.
“아니, 이건……
뭔가 말을 더 하려던 이현수가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한숨을 푹
내쉬고 말았다. 이곳까지 오면서는 어떻게든 강진호를 말릴 생각만 가 득했지만, 막상 평온한 강진호의 얼 굴을 보니 차마 말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강진호가 말없이 이현수를 보며 빙긋 웃었다.
천천히 걸어와 이현수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 준 강진호가 그를 지나치면서 작게 말했다.
“새삼스럽게.”
문을 나서는 뒷모습을 빤히 바라
보고 있던 이현수가 이내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녀오십시오.”
“그래.”
그렇게 강진호가 문 뒤로 모습을 감추고도 이현수는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